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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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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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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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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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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이런 삶이 삼류인생일 리가 없지.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빅보스가 졸업한 UCLA 대학처럼 만들 생각인지, 계획이 으리으리하다. 아마 다 지어지면 대학 부지만 한국에서 2등인가 3등인가 할 거래.”


참고로 서울대학 관악캠퍼스 면적이 대략 130만 평이다.

2위가 연남대 경산 캠퍼스로 약 82만평의 면적을 자랑한다.

새만금간척지의 관광·레저 구역 배후도시에 한창 공사 중인 아리울대학교 캠퍼스는 67만 평으로 대략 여의도 면적의 2/3 크기다.


“내가 한국에 복귀한 것도 그것 때문이고.”

“아리울대학 때문에요?”

“우리 빅보스께서 새만금에 들어설 대학교에 1만 2천 석짜리 실내체육관하고 3만 석짜리 육상트랙이 있는 축구장을 지어주시려고 하는데 말이지. 호남지역의 온갖 날파리들이 다 달라붙으려고 한다 이말지. 나보고 에프킬라 하라고 부르셨나봐. 치이이 칙!”


새만금간척지 3단계 기반공사가 얼추 마무리되면서 호남지역 깡패부터 토호세력, 전관들과 정치인들, 향토기업들까지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난리도 아니다.

본격적으로 도시를 조성하는 것에 정신이 없는 새만금개발유한회사가 일일이 대응하기에 시간도 심력도 없는 상황에서 날파리 퇴치 스페셜리스트 장문식을 불러들여서 새롭게 대응팀을 꾸렸다.


“앞으로 나래안전에 신세 좀 많이 져야 할 것 같아.”

“저야 필드에서 뺑뺑이 도는 몸이고 조 이사님과 잘 상의하시면 되죠.”


암튼 다울재단 산하의 사학재단은 여주의 여흥전문대학교를 단 2년 만에 정상화 시키면서 사립학교 운영능력을 증명했다.

가온그룹 계열사들과 머리를 맞대 맞춤형 산학협력과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시행한 덕분이다.

여흥전문대학은 졸업생 취업률 98%를 웃도는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그것도 가온그룹 계열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기업으로 취업을 나가고 있다.

마지못해 입학해서 방황하는 학생을 제외하고 90%에 가까운 학생들이 이런저런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

새만금으로 이주하게 되는 아리울대학교 역시 다양한 장학제도를 구상 중이다.

사실상 반의 반값 등록금 수준으로 장학금 제도를 폭넓게 시행할 계획이다.


“야, 우리 빅보스 말이다.”

“......?”

“졸라 많이 컸다 그치?”

“.....표현을 좀... 가려서 하시지요. 저렴하게 그게 뭡니까?”

“뭐 어때 인마. 내가 우리 빅보스를 고삐리 때부터 모신 몸이다. 가족 같은 사이야.”

“처음 듣는 말인데요?”

“그게 말이지....”


경호책임자 후배는 침을 튀겨 가며 옛날 추억을 떠벌이는 장문식을 외면하고 저 멀리 특설무대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


류지호를 둘러 싼 이 가운데 누구하나 대단하지 않은 이가 없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공약사업이거나 주요 국정과제가 아닌 경우, 최고위급 관리로 부총리가 참석하는 것이 최고 예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개(?) 지잡대 민간연구소 준공식에 현직 대통령까지 행차했다.

솔직히 참석자 면면이 워낙에 화려해서 현직 대통령의 참석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정의국 대통령 오른쪽으로 고우현 전 대통령, 빌 블라이스 전미국대통령, 헨리 게이츠 부부가 자리하고 있다.

그 외에도 WHO 사무총장, 글로벌 제약회사 회장, 세계감염병학회장, UN환경프로그램 총괄책임자,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NIAID), 유럽감염병 고위 관계자들, 아리울대학교 부설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장 등이 앉아 있다.

그 뒷줄에는 JHO와 가온그룹 회장, 다울재단 이사장 부부, 아리울대학 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단상이 아닌 운동장 간의 의자에도 한 명 한 명 만만한 인물이 없다.

류지호의 장인·장모, 의형인 매튜 그레이엄, 가온재단 이사장 심재우, 미추홀재단 이사장 박건호, 그 외에도 재계 순위 30위권 대기업의 부회장들도 많이 참석했다.

외국인으로는 CNN 창업자 에드윈 터너, 투자계의 거물 제임스 롸저스, 멜란가문 상속자 제이크 멜란, 말레이시아 최대 미디어그룹 부회장, GH오락유한공사 사장, 청쿵그룹 리자싱 회장, 소프트인프라의 부회장, 케냐와 에티오피아, 남아공 특임대사 등.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도 많은 사절이 찾아왔다.

마이키 잭슨을 비롯해서 환경과 보건에 관심이 많은 할리우드 톱스타들도 다수 참석했다.

박중환을 필두로 한국의 톱배우들도 감염병연구센터 설립에 힘을 보탰다.

그뿐만 아니다.

미국감염병학회장, 유럽연합 질병통제관리센터(ECDC)장, UCLA·UCSF 등 미국의 유명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학과장, 한국의 보건복지부장관, 의사협회장, 대한감염학회장, 수의학 협회장,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한국역학회 등 9개 감염병 유관 학회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차기 대권주자, 집권여당 대표, 전북도지사, 남원시장 등.

한국의 대표적인 지방 부실대학이자 온갖 오명을 다 뒤집어 쓴 대학 행사다.

그곳에 온갖 감투 쓴 이들은 다 모여들었다.

경호총잭임자가 듣기로 의장님이 마음만 먹으면 더 많은 이들을 모을 수 있었단다.

일일이 스케줄을 맞추는 것이 귀찮아서 그나마 가까운 사람만 초대했다나.


“똥통 학교도 이런 똥통학교가 없는데, 괜히 삽질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장문식의 중얼거림처럼 지금의 아리울대학은 정말 보잘 것 없다.

VIP들에게 차마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올해 신입생 등록률이 30%를 넘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으니까.


“빅보스가 밥상 차려놓고 지자체나 정부가 나중에 꿀꺽 하는 거 아냐?”

“의대와 로스쿨 때문에라도 안 망하지 싶네요.”


제 아무리 돈을 쏟아 붓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좋은 대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수한 교수진,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는 학생, 재단의 합리적이고 교육 우선의 정책과 운영 등 많은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의장님이 하시는 일이에요. 오늘 볼품없는 이 대학이 아시아에서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할지도 모르죠.”

“대학은 허접해도 연구센터 만큼은 아시아 최대, 최고는 먹겠지. 울 빅보스 국제적인 인맥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니까. 돈으로 성을 쌓고 있는 양반이기도 하고. 대학교 하나 키우는 건 일도 아니겠지.”


장문식이 경비경호책임자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을 때, 각계 인사의 축사가 이어졌다.


- 미국은 2000년대에 들어서며 감염병을 단순한 공중보건의 위협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바라보고, 국가 차원에서 감염병을 비롯한 생물 위협에 대비·대응하기 위한 정책 전략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미 질병통제관리센터(CDC)는 국제보건센터를 신설하여, 해외 감염병 감시에 주력하고 있으며, 바룩 오밤 대통령은 글로벌 보건안보구상을 통해 전 세계적 협력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빌 블라이스 전 미국 대통령은 축사를 가장한 미국 찬양을 교묘하게 늘어놓았다.


- 연구센터가 출범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인수공통전염병 분야의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정의국 대통령은 국가적 자긍심 고취를 노리는 연설을 했다.

지원을 약속하며 숟가락을 슬쩍 얹었다.


- 만약 앞으로 몇 십 년간 무엇인가가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건 아마 전쟁이 아니라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일 것입니다. 세계 각국 정부는 무기개발과 구입에 매해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팬데믹을 막기 위한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염병 유행이 임박했습니다. 10년 내 발병하고 확산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전 세계는 전쟁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진지한 방법으로 팬데믹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헨리 게이츠는 류지호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 세상에서 했던 연설을 4년 앞 서 아리울대학 부설 연구센터 기공식에서 했다.


- 신종 바이러스는 반복되지 않습니다. 언제나 예측불가능 했던 새로운 병원체가 출현해 문제를 일으킵니다. 바이러스 간의 유전자 재조합과 진화과정, 종간 전파경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전제되어야 미래 신종 감염병을 막을 대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감염병 대응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과학계의 임무입니다. 지호&레오나 재단과 게이츠 재단이 이와 관련한 연구활동에 큰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감염병에 대한 원헬스 관점의 총체적 대응방식을 기반으로 각 분야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세계가 모두 연결된 시대,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모두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WHO 사무총장은 특정 국가만 나설 것이 아니라 인류 모두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 인수공통감염병 연구는 의학과 함께 수의학, 약학 등 다양한 분야 학문이 함께 연구돼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황은 뛰어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 연구 인력이 통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익산에 이어 이곳 남원에 바이러스기초연구소와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가 들어서게 되면, 백신, 치료제 연구는 물론이고 진단기술, 방제/방역, 감시/역학까지 활발히 연구가 진행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아시아 감염병 연구 허브로서 가까운 일본, 중국과의 감시 데이터 공유를 통해 아시아권의 감염병 감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이를 시작점으로 삼아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국제적 감염병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또한 감염병에 있어서 ‘One Health’ 관점을 바탕으로 정부 부처 간 협력 및 민간과 공조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무엇보다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의 확보와 방역체계 점검이 시급합니다.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장은 정치권에 호소하는 심정으로 구구절절 연설 했다.

마지막은 류지호가 장식했다.


“부자나 자원이 많은 사람들은 감염병 위기에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오면 자원이 없거나 기존 시스템에서 배재된 사람들부터 먼저 도태되고 죽음을 맞게 됩니다. 열사병 피해자 대부분이 에어컨 없는 쪽방에서 사는 노인들이나 폭염에도 야외에서 일해야만 했던 노동 계층들이란 것을 아십니까? 이는 단순히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이며, 그에 따른 대응에도 사회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걸 시사합니다. 그리고 한국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굉장히 심한 사회 중 하나입니다. OEDC 국가 중 5위 안에 드는 불평등 국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팬데믹 같은 재난이 닥치면 그로 인한 악영향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봅니다.”


류지호는 COVID-19가 만연하기 이전에 사망했다.

한국이 비교적 팬데믹에 잘 대처한 편이란 걸 몰랐다.

따라서 강한 어조로 한국정부에 경고했다.


“한국이 이런 측면에서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저는 의료인은 아니지만, 기후변화나 감염병문제는 이미 현실이라고 확신합니다. 때문에 이로 인한 사회 변화, 문제에 적응하기 위한 대응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문제에 대응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동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았을 때 불가능해 보였던 것도 가능하게 만든 경우가 아주 많지 않았습니까? 두려움을 품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자세가 아니라 용기와 책임감을 가지고 이겨낸다는 자세로 기후변화와 감염병시대를 맞이해야 합니다.”


센터장으로 내정된 강윤택 박사가 연구시설에 대해 대략적으로 소개했다.


“아리울대학 부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센터는 총액 700억 원이 소요되며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최첨단 시설을 갖출 예정입니다. 최대 6,000두의 실험동물 사육이 가능하고, ABL3(동물안전실험실)와 중·대 동물 차폐실험실(BL3)을 동시에 갖추게 됩니다.”


BL3는 위해성이 심각한 감염성 병원체를 취급하는 실험을 말한다.

이런 시설을 갖춘 곳은 한국에서 질병관리본부 밖에 없다.

또한 ABL3와 BL3를 동시에 갖춘 연구실은 가람 부설 연구센터가 최초가 된다.


“저희 연구센터는 국책연구소가 아닌 만큼 교육부 예산이나 정부 예산을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자체 기금으로만 운용될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폐쇄적으로 운영되진 않습니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정부부처와 협력하는 한편으로 파스퇴르 연구소를 포함해 국내외 바이오·제약사들과 공동연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런 행사는 보통 VIP 연설이 전부다.

참석자 대부분은 연설을 하기 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지루해도 어쩔 수 없다.

본래 지방행사에서 같잖은 정치인들이 연설을 못하면 난동을 피우기도 한다.

오늘의 행사에서는 다들 얌전한 고양이가 따로 없다.

그들은 국제적인 거물들과의 기념촬영하는 것만으로 대만족이었으니까.

사전행사가 마무리되고 VVIP들이 캠퍼스 내의 빈 부지로 몰려갔다.

그곳에서 기공식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첫 삽 뜨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돌아갈 이들은 돌아가고, 남은 VIP들은 연회장으로 안내되었다.

류지호는 이번 행사를 위해 일부러 한국까지 날아와 준 할리우드 지인들 특히 토머스 행스와 맥클로린 윌리엄스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배런 렌포르는 친동생 같은 녀석이라 따로 감사를 표현하진 않았다.

미국 연예계에는 에이즈, 에볼라, 소아마비,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매년 기부를 하는 슈퍼스타가 많았다.

브래들리 피츠, 케이아누 립스, 클루니, 여러 팝가수 등 더 많은 연예인을 초청할 수도 있었지만, 추후 남아공에 설립될 연구센터 개소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미뤄두었다.

많은 기부금을 기탁한 윌리엄 파커, 에드워드 버펫 같은 이들은 고령이라 한국까지 날아오진 못했다.

류지호와 헨리 게이츠가 공동설립한 아시아&아프리카 감염병 연구센터 기금에 동참한 셀럽만 220여 명에 이르고 현재까지 기금에 기탁했거나 약속한 기부금 합계는 무려 7억 달러다.

게이츠 재단의 2011년 총 운영비는 3,900만 달러.

그 중에서 1,000만 달러 정도가 개발도상국 감염병 극복에 투자되었다.

게이츠 재단은 감염병 중에서도 주로 HIV, 말라리아, 결핵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올해 예산이 4,700만 달러고, 국내 유일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소인 원광대 연구센터의 예산은 15억 원 안팎이다.

비교해보면 류지호와 빌 게이츠가 얼마나 엄청난 기금을 모았는지 알 수 있다.

연구센터 건설비용을 제외하고도 최대 20년 동안 운영할 기금을 모은 것이다.

류지호 혼자서 수십 년 동안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금을 모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 홍보가 되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이든 대학부설연구소든 또 감염병전문병원이든 예산과 인력을 확충시켜야만 설립 목적에 다가설 수 있을 걸세.”


리셉션장에서 안소니 파우치 박사가 말을 걸었다.

그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면역학자였는데, 1984년부터 25년이 넘게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에 감염병 전문연구소가 설립되더라도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지적했다.


“압니다. 한국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어도 감염내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훈련된 간호인력도 거의 없다는 걸. 특히 이 대학교 부설 병원은 지방인데다가 사정이나 여건이나 모두 형편없긴 합니다.”


지방병원은 의료진 확충이 어려운 것이 한국 의료현실이다.

하물며 지방에 전염병 전문병원은 가당치도 않다.


“인수공통전염병 문제는 특정 대륙,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닥터 파우치도 아시지만, 한국은 사스와 신종플루 대처를 잘 한 편입니다. 비록 기초과학이 부족하긴 하지만 제약·의료 분야는 수준급이죠. 비밀주의가 만연한 중국이나 독특한 관료주의의 일본, 낙후한 인프라의 동남아시아 국가에 설립할 순 없지 않겠어요?”

“국제적인 공조가 중요해.” “그래서 오늘 기공식에 동남아시아의 유력자들을 초청했어요. 여력이 안 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짐을 지우기보다는 민간에서 나서보려고 하는 거죠.”


안소니 파우치 박사도 마찬가지지만, 류지호 역시 미국식 사고방식으로 움직이는 이들.

미국은 민간재단의 투자가 활성화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보건과 교육 분야에서 민간의 공격적인 투자액이 상당하다.

당장 게이츠 재단과 JHO 재단만 하더라도 매년 수천 만 달러를 보건과 교육 분야에 기부하고 투자하고 있으니까.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데... 전혀 도움을 받지 않을 생각인가?”

“국가는 국가가 할 일이 따로 있는 거죠.”


안소니 파우치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도 조직을 이끄는 입장이다.

중요 사안마다 행정부와 부딪치는 것이 많았기에 절로 공감이 갔다.


“인수공통감염병은 현재 닥친 큰 위협이잖아요. 하지만 크게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고 봐요. 한국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부부처의 조직개편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편이죠. 감염병 및 바이러스 기초연구 분야와 연관된 부처만 해도 여러 군데에요. 관료제의 칸막이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행정편의주의와 실적주의에 급급한 전형적인 보여주기 정책이나 행정 때문에 연구소가 발목이 잡힐 것이 뻔해요. 나는 단순한 의사결정 과정 속에서 자유롭게 연구를 하길 바랍니다.”


사스와 신종플루 때 그 같은 사실을 절감한 바 있다.

그 당시 전염병 시류를 틈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농림부가 자기 산하 조직 늘이는 데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조직이 늘면 예산을 더 타낼 수가 있기에.

한국의 공무원들은 기초과학에 일절 관심도 없다.

무조건 백신과 치료제에만 목을 맬 터.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고.

민간연구소와 합이 잘 맞으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지만, 지자체장이 욕심만 많고 무능하면 연구소가 산으로 갈 위험성이 높다.

때문에 류지호는 대학 중심으로 연구소가 운영되면서 필요에 따라서 여러 중앙부처, 민간기업과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한국의 대부분의 대학부설연구소나 국책연구소가 본래 해야 할 연구활동보다 돈 구하러 다니고 예산 증설을 위해 정치판을 기웃거려야 할 일이 많아요. 기본적인 운영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전염병에 대응하는 소프트웨어 구축은커녕 정상적인 기본 연구 활동도 못하죠. 그래서 닥터 파우치와 국제적인 명망가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한국정부나 지자체가 연구센터에 쓸데없는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보호해주길 바랍니다.”


미국 자본이 연구소에 들어와 감사권한을 행사해야 날파리가 꼬이지 않는다.

류지호와 헨리 게이츠가 관여하는 연구센터에 잡음을 일으킨 간 큰 공무원이 있을 리도 없고.


“WHO는 지금 최대한의 행정, 관리, 재정상의 개혁을 도입하려 하고 있으며, 특히 재정 책임성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WHO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책임성 있고 목적 지향적이면서 투명성 있는 탁월한 조직을 추구합니다.”


WHO 사무총장이 류지호에게 잘 보이려고 열심이다.

이유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로 WHO의 회원국이 내는 기여금이 크게 감소했다.

그로 인해 올해도 3억 달러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었다.

내년 예산을 약 10억 달러 가량 삭감하고 전체 직원의 12%에 해당하는 300명을 정리해고할 예정이란다.


“내년에 총액 1억 달러 규모의 기부를 고려해 보겠습니다. 연말 전에는 WHO로 관련 내용이 전달 될 겁니다.”


류지호가 기부를 약속하자, 지인들도 나섰다.

이 행사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내년에 삭감될 예산이 5억 달러로 줄어든 마법이 펼쳐진 것이다.

전북도지사, 남원시장도 큰 선물을 안고 떠났다.

류지호가 인수공통감영병 연구소 준공 이후에 가축질병 연구센터, 희귀질병질환의료원, 동물백신 연구소, 진단키트 및 의료기기 등 바이오 연관 산업 클러스터를 구 남서대학 부지 혹은 전라북도 어딘가에 조성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Aliba-pay 사태로 다소 관계가 껄끄러웠던 소프트인프라 손 회장과 Aliba그룹 제이크 마의 서먹한 관계도 풀어주었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광고를 몇 개씩 찍고 돌아갔다.

용돈 이상의 수익을 챙겼다.

마이키 잭슨은 보육원을 방문해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중국기업과 동남아시아 기업들은 가온그룹과 몇 가지 협력 사업을 타진했다.

그렇듯 행사 참석자들의 가려운 곳을 류지호가 일부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의 청을 들어 주며 우정을 약속받고 자신의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것.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마음에 투자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

그것이 훌륭한 리더의 통솔 방식이다.

존경과 권위, 우정이 근간이 될 때 리더의 자리가 탄탄해 진다.

류지호의 카리스마는 금력이나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권위에서 나온다.

그래서 진짜다.

철저한 자기관리.

약자를 배려하는 인자하며 따뜻한 품성.

언제 어느 때고 뒤통수치려는 자들과 하이에나 떼가 우글거리는 세계가 비즈니스 판이다.

지금까지 류지호는 적을 만들기보다 친구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정치집단이나 정치인 개인에게 수백 억 원의 뇌물을 주고 걸리지 않길 기대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차라리 뇌물로 줄 돈을 해당 정치인의 지역이나 사람들에게 투자하면서 체면을 세워주고 인지도를 올려주는 것이 뇌물 못지않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한국의 18대 대통령 선거가 일 년 앞두고 있다.

불법대선자금이니 뇌물이니, 또 다시 문제가 터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대통령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류지호가 보기에 다 고만고만했다.


‘누가 되었든 내가 경험했던 시절보다 최악일 순 없겠지.’


류지호는 누가 정권을 잡든 개의치 않기로 했다.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의 류지호는 알게 모르게 ‘삼류‘ 콤플렉스가 있었다.

세상의 대다수가 자신을 살리에리라고 여긴다.

자신이 천재인 줄 모르는 진짜 천재조차 살리에리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과거의 류지호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보통의 사람이었다.

이젠 아니다.

돈과 명예 때문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는 다름 아닌 본인 자신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콤플렉스를 떨쳐 낼 수 있었다.

과거로 돌아와 가장 좋아진 점이 바로 그런 자각일지 모른다.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믿는 대다수가 자신에 대한 분명한 정체성을 자각하고 있다.

자신을 지나치게 낮게만 생각하지도 지나치게 높여 보지도 않는다.

열심히 인생을 살고 있고, 당당하게 자기를 보여줄 뿐.

세계 최고 부자라는 것을 떠나서.

예쁘고 현명한 여자와 결혼해서 사랑스러운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아서 화목한 가정을 꾸렸다.

부모님도 건강하시고.

죽마고우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그런 삶이 삼류인생일 리가 없지 않을까.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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