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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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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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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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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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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베니스 영화제부터 시작해 이탈리아 요트 업계에 이어 영국 테크시티 투자 등 이런 저런 이슈몰이로 한동안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류지호가 영국을 떠났다.

다음 행선지는 한국이다.

류지호가 유럽을 떠났음에도 기삿거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 중에 하나가 그리스발 뉴스였다.


[지난해 그리스 정부가 러시아와 중국 투자가들에게 로도스 섬을 팔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내용이 영국의 유럭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이를 전면 부인했던 그리스 정부는 이번에 국가 부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소유의 섬 일부를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인 지중해의 섬은 판매용이 아니라며 소수의 부자들에게 이 섬을 팔지 않겠다고 말해왔던 그리스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만큼 국가 부채 위기가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본보의 취재결과 그리스 정부는 국가 재산으로 귀속되어 있는 300억 유로(420억9천 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팔기로 결정했다. 그리스의 국영자산 민영화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아테네의 몽파르네 카지노 리조트와 호텔은 물론, 로도스섬에 세계적 규모의 골프코스를 겸비한 호화 리조트 건설 허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리스 국영토지회사가 그리스 국영은행을 통해 대규모 정부소유 토지에 대한 매각 컨소시엄을 준비하도록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IMF는 그동안 그리스 정부에 민영화 계획을 가속화하도록 압박해 왔다. 그리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가진 가장 귀중한 것 중 하나가 관광 자원"이라며 "국제 투자자들이 현대적 리조트를 건설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니스 영화제 이후로 유럽에 장기체류 중인 미스터 할리우드가 그리스의 국유자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스터 할리우드의 사정에 밝은 할리우드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 꿈에 그리던 그리스 섬의 일부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 The Wall Street Journal.


류지호의 영향 아래로 들어온 The Wall Street Journal이 류지호와 관련된 단독보도(특종)를 자주 하고 있다.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류지호가 재정난에 빠진 그리스의 '눈물의 국유자산 세일‘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

유럽연합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지중해의 대표적인 휴양섬 미코노스섬 매각에 관한 영국 The Guardian의 특종으로 그리스 정부가 크게 홍역을 치룬 바가 있다.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그리스 국민들의 공분만 불렀다.

이후로도 그리스 정부는 공식·비공식적으로 국가 자산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

IMF의 요구 때문이다.

글로벌 큰손인 류지호 역시 관련한 제안을 받았다.

그리스 정부는 민영화를 준비 중인 공기업의 매입을 류지호에게 타진했던 것.

그리스가 내민 매각 리스트에는 전력회사, 공항 운영권, 국유지 휴양섬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그리스의 휴양섬에 류지호가 관심을 보였다.

두 가지 옵션을 제안 받았다.

소유권 완전 이전과 40년 이상 장기임대안이다.

그런데 류지호의 최측근들이 그리스 섬 구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그리스는 관료주의가 악명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리스 정부가 국유지를 내놓는다고 해도 소유권 등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설령 섬을 구입한다고 해도 건물이라도 지을라치면 행정 절차를 완료하는데 최소 1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신중하십시오. 막대한 자금이 섬에 묶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 행정력은 보스의 상상 이상으로 엉터립니다.”


류지호는 자신의 보좌관들이 한목소리로 반대를 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메가요트를 구입하는 김에 캘리포니아 롱비치 터미널섬-하와이 라나이섬-대한민국 새만금신항-지중해 섬을 잇는 항해코스를 만들어 볼 궁리를 해본 것뿐.


“당장 섬을 구입하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모두가 반대를 하니 류지호는 한 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데이빗 수석을 그리스로 보내서 정부 관계자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하세요.”

“....예.”

“JHO Security 호텔&리조트 사업부에서 지중해 리조트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보라고 하고.”

“.....예.”

“비서실에서 유럽의 메가요트 회사 세 곳만 추려보세요.”

“미국 회사는 빼십니까?”

“유럽 쪽에 맡기는 게 좋겠어요.”


적게는 수천만 달러, 많게는 1억 달러가 넘어가는 선박수주다.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올해 안에 업체들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럽시다.”


부모님은 류지호가 돈을 펑펑 써대는 이유를 몰랐다.

친구들도 변했다고 수군댔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 부자로 알려진 헨리 게이츠는 1초에 110달러를 벌고 있다고 추정된다.

그 계산대로라면 류지호는 1초에 187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연평균 수입이 3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가는 슈퍼울트라 부자가 류지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벤처투자사와 부동산개발업체가 마땅한 대규모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돈이 고이고 있다.


“굳이 메가요트가 두 대씩이나 필요한 이유가 있으신지....?”

“한 대는 국제해양연구 및 환경기구에 기부하려고 하려고요.”

“.....예?”

“1년에 절반 정도 국제해양환경단체에 무료로 대여하고 항해와 관련한 일체 비용을 제공해서 해양 쓰레기 수거활동을 지원하면 어떨까 고민 중이에요.”


비서들은 자신의 보스가 괴짜도 보통 괴짜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슈퍼리치의 대표적인 상징 중에 하나인 메가요트를 제작해서 고작 해양 쓰레기 수거에 사용한다니.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쓰레기 수거 활동이나 정비기간을 제외하고 남은 기간에는 JHO와 가온그룹에서 모범 사원으로 선정된 직원의 가족들이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도 고민 중이고.”

“혹시.... 하와이의 라나이 섬도 직원들에게 공개하실 계획이십니까?”

“나와 가족이 머물 별장 일대는 보호가 되어야하겠죠. 그 외에는 뭐....”

“비서진도 그 모범직원 대상이 되나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류지호의 오래된 비서들은 임원급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복지와 특별한 혜택을 누리고 있고.

업무의 특수성과 보안성 때문에 그들의 처우에 대해 류지호가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다만 업무 강도가 매우 높다.

류지호가 세계 곳곳에 벌려놓은 일들이 워낙에 많아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경우 업무공백이 생길 수가 있기에 그 동안 장기휴가 같은 것은 꿈도 못 꿨다.


“보스... 정말 비서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렇다니까요.”

“만약 저희 중 누군가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앞으로는.”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보는 제니퍼 허드슨을 향해 류지호가 씨익 웃어보였다.


툭툭.


눈을 동그랗게 뜬 제니퍼 허드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 류지호가 침실로 향했다.


“잠시 휴식을 취해야겠어요. 1시간 후에 깨워줘요.”

“예. 보스!”


류지호가 전용기 침실칸으로 사라지자, 제니퍼 허드슨이 수행비서들에게 대화내용을 들려줬다.


예스!


비서들이 환호했다.

슈퍼리치들만 탄다는 메가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그보다는 앞으로 비서들도 장기휴가를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 만족했다.


- 슈퍼리치라는 사람은 돈을 잘 버는 사람이 아니라 많이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


윌리엄 파커가 류지호게 누차 강조한 말이었다.

돈을 쓰는 것도 현명하게 사용해야한다고 했고.

누군가를 위해 돈을 쓸 때 류지호가 가장 우선하는 원칙이 있다.


‘내 사람 먼저...’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챙기고 난 후, 남은 여력으로 멀리 있는 사람을 돕겠다는 거다.

여전히 ‘The Giving Pledge’에 회의적인 류지호다.

슈퍼리치들의 이미지 세탁용이란 의심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The Giving Pledge’ 측에서는 기부 서약자 선정을 까다롭게 한다.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실사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등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거친 뒤 서약자의 이름, 사진, 선언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류지호가 보기에 콧방귀가 절로 나오는 짓이다.

서약 참여자 절반 이상이 한때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빌런들이었다.

캠페인을 주도한 에드워드 버펫의 재산형성 과정이 부정한 티끌도 없이 맑고 정의롭기만 할까.

헨리 게이츠는 독점기업으로 달콤한 꿀을 독식하면서 부를 일구었다.

한창 나이 때의 서약자 대부분이 성공을 위해서 자신의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직원 복지는커녕 열정과 노동력을 착취하는데 혈안이 되었던 사람들이다.

이제 와서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난 파트타임 캐디의 학자금을 남몰래 갚아주고, 아프리카와 빈곤국가 어린들의 건강을 염려해 막대한 기부를 하겠다고 나섰다.

말년에 기부를 하면 과거의 피도 눈물도 없이 굴었던 과오들이 다 없어지는 것일까.

실리콘밸리의 슈퍼스타들도 캠페인에 속속 참여하면서 ‘착한’ 기업가 행세를 하고 있다.


‘하긴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도 있으니....’


비록 동참하고 있진 않지만, 류지호는 기부서약 캠페인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어딘가 싶어서.

한편으로는 젊은 억만장자들에게 면피용 장치가 될 것 같아 우려스러웠다.

류지호의 친구 일론 리브스를 비롯해 실리콘밸리가 배출한 슈퍼스타들은 과거 맹위를 떨치던 시절의 헨리 게이츠와 스테픈 잡스의 오만함을 뛰어 넘은지 오래다.


- 난 수십 조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서약한 사람이다. 너희들은 그렇게 못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일에 감 내놔라 배 내놔라 참견하지 마.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자칫 기부서약이 기업윤리에서 면피용이 될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만약에 실리콘밸리의 초대형 IT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부지에 최신식 사옥을 올리는 것에 앞서 아파트나 주택단지를 지어서 직원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부동산 과열을 잠재우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직원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

연봉으로만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는 시대는 10년 안에 종말을 맞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지식기반산업 클러스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매해 그곳에서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고.


- Reign but not rule.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입헌군주제의 철학이라고 일컫는 표현이다.

빅토리아 여왕은 영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군주 중의 한 명이다.

통치하지 않아 유능한 군주가 된 대표적인 사례다.

그녀의 64년 재위 기간은 '빅토리아 시대(1837∼1901)'로 통칭된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대영제국의 전성기와 얼추 일치한다.

빅토리아 여왕은 입헌군주제 하에서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다.

왕으로서의 집무가 시작되자마자 매일 1시간 이상을 멜버른 수상을 만나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익혔고, 이후에도 디즈레일리, 글래드스턴, 파머스턴과 같은 뛰어난 수상에게 국정을 일임했다.

기업에 대입하면 전문경영인에게 기업경영을 맡긴 것이다.

그러는 한편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남편 앨버트 공과의 화목한 가정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이 자연스럽게 되었고,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도덕주의 상징이 되었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말의 경영학적 개념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국가권력과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이유는 재산은 물려줄 수 있지만 재능은 물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훌륭한 군주의 자녀라고 성군이 되라는 법이 없는 것과 같이, 창업자 집안에서 대대손손 인재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기업은 주식의 형태로 후손에게 물적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그러나 경영능력은 원하는 대로 물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JHO와 가온그룹이 100년 이상 지속하는 길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창업자가 특권의 일부를 내려놓는 것이라 류지호는 믿었다.

마치 입헌군주국가의 절대군주가 권력을 내려놓지만, 왕족으로써 그 혈통을 유지하는 것처럼.

당연히 류지호는 군주(오너)로서 도덕성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즉 다른 기업 오너들과의 도덕적 우월감을 통해 기업 브랜드 가치가 높게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 권리와 특혜만 요구하고 의무를 외면한다면, 기업을 소유할 자격이 없다.


윌리엄 파커가 강조한 가르침이었다.

류지호가 앞으로 할 일은 기업을 가꾸고 키우는 것이 아니다.

공공의 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

글로벌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가로써 윤리적 행보다.

그렇게 함으로써 두 기업의 브랜드가치를 유지시키는 것이 창업주이자 오너로서 할 일이다.


✻ ✻ ✻


닷새 전.

노르웨이 연기금 윤리위원회 조사단이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이슈에 대해 현지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상당히 이례적이고 즉각적인 행보였다.

노르웨이 정부는 어떤 종류의 힘이든, 힘이 있는 곳에는 ‘윤리적 통제’가 필수적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 집권세력인 좌파 연정은 지난 2004년 11월에 기금을 관리하는 노르웨이은행투자관리(NBIM) 내 자문기구로 윤리위원회를 따로 만들었다.

윤리위원회는 투자한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해 투자 철회를 권고해 오고 있다.

그들의 권고를 노르웨이 재무부가 받아들이면, 중앙은행은 부속 기구인 노르웨이은행투자 관리(NBIM)를 통해 해당 기업 주식을 2개월 안에 무조건 팔아야 한다.

실제 그런 과정을 통해 여러 기업의 주식을 처분한 바 있다.

별 거 아니라고 얕잡아 보다간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노르웨이 연기금이 움직일 때 함께 세트처럼 따라 움직이는 펀드들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처음에는 노르웨이연기금윤리위원회 한국 방문을 단순 이벤트 정도로 치부했다.

노르웨이의 집권세력이 좌파라면서 보여주기 정치쇼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우는 보수언론의 훈수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노르웨이 연기금이 움직이면서 유럽 언론이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관련 사건에 Financial Times, The Daily Telegraph 등 영국신문들이 레킷벤키저의 최고 경영자에게 한국에서 벌어진 살균제 문제에 대해서 ‘한국에 사과하라’라는 헤드라인을 뽑기도 했다.

The Guardian은 한 술 더 떠서 한국의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거론하면 비중 있게 다뤘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들의 주가 이상 징후들.]

[가온그룹 김성철(미국명 래리 킴) 회장, 사회책임투자 거듭 강조.]

[사회책임투자(SRI)를 강조해 온 가온그룹 계열 금융사와 세계 4대 투자은행 R&GH, 가습기 살균제 연루 기업들 주식 처분할 것인지 주목.]

[가습기 살균제 연루 기업 주가에 도대체 무슨 일이....? 시장에선 류지호 의장의 의중을 주시 중....]

[류지호 의장의 소유 투자회사들 위임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조만간 AG산업과 선경케미컬에 주주총회 요청할 것으로 전망.]

[가온그룹, 가습기 살균제 연루 기업들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서나? 류지호 의장을 잘 아는 측근 인사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문제가 된 기업을 수중에 넣은 뒤 기업을 처분한 후 피해자 가족을 구제할 수도 있다”며 사견을 전제로 밝히기도.]

[사회책임투자란 명분하에 자행되는 폭군적 행태. 미스터 할리우드에게 과연 자선사업가란 호칭이 맞는 것인지 의문. 차라리 정복자라라 불러야 할지도.]


한국의 매스컴들이 노르웨이 연기금 방한을 물타기 하려는 듯 사건의 논점 흐리기에 열중했다.

노르웨이 연기금이 ‘가습기 살균제‘ 확인하고 돌아간 후, 류지호가 방한했다.

혼자 오지 않았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이 아니면 모을 수 없는 이들과 함께 왔다.

마치 허리케인이라도 몰고 온 것처럼.


❉ ❉ ❉


아침 일찍부터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국내외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자리를 지켰다.

국제적 거물들이 속속 한국에 입국했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 취임식이나 다보스포럼 규모의 국제행사가 열리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세계 최고 부자부터 할리우드 초특급 스타까지 줄줄이 한국을 찾았다.

그들이 향한 곳도 어리둥절했다.

서울시내 특급호텔이 아닌 여주의 가온타운으로 곧바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헨리 게이츠, 멀린다 부부 입국.]

[전미국대통령 빌 블라이스 부부 방한. 별도 회견 없이 곧장 공항을 빠져나가.]


국제적 거물들이 입국소감조차 전하지 않고 곧장 가온타운이나 전라북도 전주로 향했다.


[마이키 잭슨 비밀리 입국. 현재 여주의 가온타운 모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방한 행렬에 방점을 찍은 인물은 류지호였다.

질의응답을 요구하는 기자단의 요구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인천국제공항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이 짐을 꾸려 황급히 전라북도 남원으로 내려갔다.


다음날, 오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다.

길가에 활짝 핀 코스모스의 정취가 완연한 가을을 느낄 수 있다.


舊 남서대학교, 現 아리울대학교.


남원시 외곽에 위치한 전형적인 4년제 지방대학이다.

학교 정문 주변으로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캠퍼스 진입로에는 사설경호원, 취재진, 행사 참석자 등이 가득했지만,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ROTC 생도들이 (주)나래안전 근무복을 입고 있는 경호팀을 돕고 있다.

평상시 한가롭고 조용하기만 하던 캠퍼스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크게 들썩였다.


- 아리울대학교 부설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 기공식 & 바이러스기초연구소 개소식.


대운동장 특설무대에 걸린 현수막의 문구였다.

본래 흙바닥이었던 운동장이지만, 깨끗하게 인조잔디를 깔았다.

행사를 위해 단상도 새롭게 꾸몄다.

교직원들과 기숙사에서 머물고 있는 재학생들도 구경하러 왔는데, 그들이 촬영한 사진이 즉시 SNS에 업로드 되어 널리 퍼져나갔다.

국가적 행사도 아닌데, YNTV가 생방송으로 중계를 한다.

온라인에서는 NeTube가 생중계를 맡았다.

워낙에 국제적인 거물들이 많이 모인 행사다보니 국가수반급 보안경계령이 내려졌다.

(주)나래안전이 경호를 맡았지만, 전라도 차원에서 경찰병력을 지원해주었다.

올해 초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복귀한 장문식이 하늘을 올려다보면 말했다.


“날씨 한 번 죽여준다. 날 한 번 잘 잡았어....”


장문식은 (주)나래안전 시스템이 아니라 새만금개발유한회사 영업상무 직함으로 한국에 복귀했다.

경호팀 주변을 얼쩡거리는 장문식이 거추장스러워 경호총책임자가 한 소리 했다.


“자리로 안 돌아가십니까?”

“나는 말이야, 아직도 먹물 이빠이 빤 인간이나 공무원들 사이에 끼어있으면 막 응 숨이 막히걸랑.”

“아직도 건달물이 다 안 빠지셨나봅니다.”

“외국물 좀 먹었다고 그게 빠지겠냐?”


이번 행사 보안과 경호를 총책임지고 있는 담당자는 장문식이 근무하던 시절 갓 입사했던 후배다.

세월이 흘러 국제행사 규모의 보안경비를 총책임지는 지위까지 승진해 있다.


“의자 가져다 드릴까요?”

“됐어. 난 신경 쓰지 말고 니들 임무에 집중해.”


장문식도 어느 덧 50대 후반이다.

그럼에도 여전했다.

사람이 쉽게 변할 리 없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


“썬캡 하나 가져다 드려요?”


야외에서 열리는 행사인 탓에 참석자들에게 PISA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골프선캡을 나눠주었다.


“PISA에서 협찬한 거야?”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뉴스가 나갈 거니까요.”

“그래서 나래안전에서도 회사 로고를 좀 크게 박아 넣었구나?”

“뭐 그렇죠.”


이런 행사에서까지 광고를 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소한 마케팅으로 브랜드를 더 널리 알리고, 심지어 매출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완전히 다울재단이 먹은 거래?”

“작년에요.”


기존 남서대학재단 이사회가 다울재단이 임명한 이사진으로 완전히 물갈이 되었다.

그를 통해 운영권이 다울재단 산하의 사학재단으로 넘어왔다.


- 사학재단의 비리백화점.


작년까지 남서대학교에 붙은 꼬리표였다.

하지만 다울학교재단으로 운영권이 넘어간 이후 학교명까지 바꿔가며 부실대학 오명을 씻기 노력하고 있다.

남서대학 전 이사장은 수백억 원의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전 이사장이란 작자가 법원에 병보석을 신청했다며?”

“아마 받아들여지기 힘들 겁니다. 1998년부터 수차례나 각종 횡령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번번이 집행유예나 보석으로 풀려났거든요. 이번만큼은 어림도 없다고 봐야죠.”

“따로 작업 치진 않았지?”

“최소 징역 10년, 벌금 90억 원 이상을 선고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해먹은 게 천억도 넘을 텐데, 벌금이 겨우 90억이 뭐냐? 다 토해내야지.”


남원지역민들과 졸업생들의 반응도 똑같았다.


“법과 처벌이란 것이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의 감정까지 담아내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매번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이들의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걸 보면.


“암튼 더 막장으로 가기 전에 학교 운영권을 가져올 수 있었대요. 작년에 매스컴에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엄청 말들이 많았어요.”


온 언론에서 특혜니 뭐니 엄청 말이 많았다.

야당은 권력형 비리 운운하며 특검을 주장하기도 했다.

비록 남서대학 자체는 엉망진창이었지만, 의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를 노리던 사학재단들도 다울재단 공격에 합세했다.

일각에서는 류지호가 대학을 강탈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신입생 등록률 30%도 못 채우는 대학.

의대가 있는 대학임에도 전국 최하위 커트라인.

고등학교보다 못한 수준의 아산 제2 캠퍼스.

교육당국으로부터 신입생 학자금 대출제한을 받은 부실대학 주제에 로스쿨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신청 대학 가운데 압도적인 최하위점수를 받아 보기 좋게 탈락하는 망신을 당한 대학.

그럼에도 사립대학이랍시고 등록금은 무지 비싼 대학.

의예과,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임상병리학과를 제외하고는 미래가 없는 대학.

그것이 남서대학이었다.


“언론의 개소리도 오늘로서 끝이다, 그치?”

“그럼요.”


서울도 아닌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를 촌구석의 고등학교 수준 정도밖에 안 되는 대학교에 류지호와 헨리 게이츠가 아시아 전염병전문연구 거점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가온그룹 돈으로 생색내는 것도 아니다.

설립자금은 두 사람의 재단과 여러 유명인사들에게 기부를 받아 마련했다.

이후 운영과 R&D 자금은 류지호와 헨리 게이츠가 대기로 했다.

비록 아시아 최초도 한국 최초도 아니지만,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로써는 아시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 그래서 뭐 어쩌라고!

- 류지호는 까야 제맛!

- 모조건 잘못했네. 류지호가!


트집을 잡고 싶다.

뭘 해도 류지호를 비난하고 싶다.

하지만, 트집을 잡는 순간 곧바로 역풍을 맞는다.

비리 종합선물세트 대학을 인수해서 뭘 어쩌겠다고.

그렇게 비웃었던 이들은 금방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지금 한창 새만금에 새로 대학 캠퍼스를 만들고 있다면서요?”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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