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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30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07.08 07:02
조회
165
추천
0
글자
8쪽

제 3 부 천명 (20)

DUMMY

-2-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가 관리할 곳이니

북대 놈들 외에는 손대지 말게.”


“넷!”


“자, 시작하지. 내가 먼저 들어감세.”


연풍관의 큰 부엌 뒤쪽에 나있는

조그만 문을 열며

박정진이

자신의 뒤에 서있는

홍방의 젊은 사내들에게 말했다.


품안에서 자신의 무기를 꺼낸

박정진의 두 손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오른손엔 짧은 창포검 한 자루가,

왼손에는 아주 작고 가벼워 보이는

손도끼 한 자루가 들려있었다.


문을 밀고

박정진이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섰다.


“뭐냐?”


부엌 쪽에서 술을 가지고 나오던

북대 사내 하나가

낯선 얼굴의 박정진을 보고 물었다.


박정진은 한 번 씩하고 웃더니,

번개 같이 왼손을 휘둘러

사내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억, 하는 단말마가

도끼를 맞은 사내의 입에서

터져 나온 순간,


박정진의 오른손이

바람을 가르며 매섭게 뻗었다.


픽, 하는

작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 직후,

사내의 목에

가느다란 핏줄기가 생기더니


마치 잘 익은 밤송이가 벌어지듯

핏줄기 주변의 살점이

위아래로 좍 갈라졌다.


선지처럼 검붉고 끈적거리는

뜨거운 피가

사내의 목 줄기를 타고

어깨를 적셨다.


사내의 눈이

허옇게 흰자위를 드러내더니,


나무가 부러지듯

그의 몸이

앞으로 힘없이 고꾸라졌다.


“한 놈은 보냈고...


어디, 저쪽인가?”


너무도 쉽게 적의 멱을 따버린

박정진이

마치 산책을 가듯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부엌 옆에 딸려 있는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스무 명 정도의 사내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방 앞에 도달한 박정진이

뒤에 서있는 사내에게

방문을 열라는 신호를

눈짓으로 보냈다.


신호를 받은 사내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자,

방안에서 술을 마시며

노름을 하고 있던 북대의 사내들이

고개를 돌려 바깥을 보았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

방안의 사내들에게


박정진이

또 다시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하나, 둘, 셋...어이쿠...


좁은 방에 많이도 들어가 있네.”


“뭐하는 놈이냐?”


“저승사자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정진의 왼손이 허공을 갈랐다.


문 앞에 앉아있던 사내의 머리에서

퍽,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고,


도끼질에 쪼개진 사내의 머리에서

한 차례 피가 뿜었다.


갑작스런 참사에

방안의 사내들이 모두 깜짝 놀라

손에 잡히는 대로 무기를 들고

방밖으로 뛰쳐나왔다.


박정진은

재빨리 두 발짝 정도 뒤로 물러나

자신을 향해 칼을 들고 뛰어드는

사내의 머리를

사정없이 도끼로 후려쳤다.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또 하나가

땅에 코를 박고 고꾸라졌다.


방 안에서 튀어나온

북대의 사내들은

모두 열두 명이었다.


박정진이 혼자서 다 상대하긴

그 수가 많았으나,


자신들을 이끄는

박정진의 뛰어난 실력을

아까부터 뒤에서 지켜본

홍방의 젊은이들이

용기백배하여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미 기선을 제압당한

북대의 사내들은

지리멸렬 그 자체였다.


일각도 되지 않아

열둘의 사내들 중

여섯은 숨이 끊어졌고,


나머지 여섯은

팔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더 이상 싸움을 속행할 수 없었다.


그들의 심각한 피해에 비해

박정진과 홍방의 사내들은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완벽한 승리였다.


“이미 숨이 끊어진 자들은

일단 방안에 옮겨놓고,


아직 숨이 붙어있는 놈들은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묶어서

그 옆에 던져놓게.”


“넷.”


“이쪽은 다 정리된 것 같으니,

두 명만 남아 이곳을 지키고

별채 쪽으로 다시 합류하세.”


박정진의 지시에

홍방의 사내들이

다시 재빠르게 움직였다.




박자흥의 생포를 위해

열 명의 사내들을 이끌고

별채 쪽으로 움직인 송창식은

조심스럽게

안쪽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별채의 마당에서 서성거리는

호위 비슷한 사내들이 셋,


별채의 방 두 개에서는

대여섯 명 정도의 사람 그림자가

등잔불에 비쳐 어른거리고 있었다.


저 중에 박자흥은 어디에 있을까.

가급적 조용히 일을 끝내고 싶은데...


일단 도주로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여긴 송창식은,


데리고 온 홍방의 사내들 중 셋을

별채와 본당 사이의

출입문으로 보냈다.


송창식이

나머지 일곱 명의 사내들에게 말했다.


“내가 일단

마당의 세 놈을 처리할 테니,


소리를 듣고

방에서 다른 놈들이 튀어나오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도망치지 못하게 가로만 막게.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겠네.”


“네? 혼자서 저놈들을 다요?”


“그건 걱정하지 말게.


자네들이 할 일은,

아무도 도망치는 놈이 없게만

만들면 되네.”


지시를 마친 송창식이

품속에서

활을 쏠 때 쓰는 깍지 같이 생긴

특이한 물건을 두 개 꺼냈다.


쇠로 만들어진 그 물건은,

가락지 네 개를

하나로 이어놓은 것처럼 생긴

신기한 모양이었다.


송창식은

자신의 양손에 그 물건을 끼웠다.


양손 엄지를 뺀

나머지 여덟 개의 손가락에

가락지처럼 생긴 구멍이

딱 들어맞았다.


물건을 끼운 후에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면서

착용감을 가늠해본 송창식은,


모든 준비가 끝났는지

별채의 마당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


“누구냐?”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커더란 체구의 사내에게

마당을 서성거리던

북대의 조직원이 물었다.


송창식은 대답 대신

빠르게 오른손을 뻗어

사내의 인중을 부쉈다.


뻑, 하는 소리와 함께

급소를 맞은 사내의 몸이

서서히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송창식은 재빨리 발을 움직여

나머지 둘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면서

민첩하게 주먹을 날렸다.


앞에 서있던 사내의 옆구리에

송창식의 왼손이,


그 뒤에 서있던 사내의 턱에

송창식의 오른손이

거의 한 호흡으로 꽂혔다.


눈 한 번 깜빡일 사이에

주먹 세 방이 날아가고

그것이 모두 급소에 꽂히자,


마당에 서있던 북대의 사내 셋은

비명조차 내지를 틈도 없이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별채의 방 중 한 곳에서 문이 열렸다.


송창식이 신호를 보내자

홍방의 사내들이 재빠르게 달려와

두 개의 방문 앞을 막아섰다.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문이 열린 방에서

세 명의 사내가 칼을 들고 튀어나왔다.


송창식은

제일 먼저 뛰어나온

사내의 명치를 향해

오른 주먹을 내질렀고,


바로 이어서


그 뒤를 따라 나오는 사내의 턱에

왼 주먹을 꽂았다.


송창식의 번개 같은 주먹질에

또 다시

두 명의 사내가 힘없이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마지막 한 명이

겁을 먹고 덤비지 못하자,


송창식이 오른손을 뻗어

사내의 멱살을 잡더니

자신의 앞으로 확 끌어당겨

얼굴을 확인했다.


겁먹은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송창식이 말했다.


“얼굴에 마마자국도 없고,

이마에 묵형(墨刑)을 받은

흔적도 없으니...


넌 박자흥이 아니구나.”


목표가 아님을 확인한 송창식이

오른발을 들어

사내의 왼쪽 무릎을 내리쳤다.


뿌득, 하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멱살을 잡힌 사내의 왼쪽 다리가

이상한 모양으로 꺾이며

힘없이 덜렁거렸다.


송창식이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부서진 사내의 몸을

땅바닥에 내리 꽂았다.


개구리가 패대기쳐지듯

땅에 머리부터 부딪힌

사내의 몸에 작은 경련이 일었다.


그때,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나머지 한 개의 방에서

두 명의 사내가

문을 부수며 튀어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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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 부 천명 (20) 21.07.08 166 0 8쪽
77 제 3 부 천명 (19) 21.07.06 158 0 7쪽
76 제 3 부 천명 (18) 21.07.03 169 0 8쪽
75 제 3 부 천명 (17) 21.07.01 159 0 8쪽
74 제 3 부 천명 (16) 21.06.29 160 0 9쪽
73 제 3 부 천명 (15) 21.06.26 153 0 7쪽
72 제 3 부 천명 (14) 21.06.24 154 0 7쪽
71 제 3 부 천명 (13) 21.06.22 157 0 7쪽
70 제 3 부 천명 (12) 21.06.19 154 0 9쪽
69 제 3 부 천명 (11) 21.06.17 165 0 7쪽
68 제 3 부 천명 (10) 21.06.15 167 0 7쪽
67 제 3 부 천명 (9) 21.06.12 173 0 7쪽
66 제 3 부 천명 (8) 21.06.10 173 0 7쪽
65 제 3 부 천명 (7) 21.06.08 177 0 8쪽
64 제 3 부 천명 (6) 21.06.05 183 0 8쪽
63 제 3 부 천명 (5) 21.06.03 189 0 9쪽
62 제 3 부 천명 (4) 21.06.01 192 0 6쪽
61 제 3 부 천명 (3) 21.05.29 199 1 8쪽
60 제 3 부 천명 (2) 21.05.27 193 0 9쪽
59 제 3 부 천명 (1) 21.05.25 209 1 9쪽
58 제 2 부 후기 21.05.18 178 1 3쪽
57 제 2 부 꿈 (18) 21.05.15 186 0 7쪽
56 제 2 부 꿈 (17) 21.05.13 183 1 8쪽
55 제 2 부 꿈 (16) 21.05.11 185 1 9쪽
54 제 2 부 꿈 (15) 21.05.08 184 1 8쪽
53 제 2 부 꿈 (14) 21.05.06 205 1 7쪽
52 제 2 부 꿈 (13) 21.05.04 205 2 4쪽
51 제 2 부 꿈 (12) 21.05.01 20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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