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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41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04.29 01:59
조회
201
추천
2
글자
5쪽

제 2 부 꿈 (11)

DUMMY

-3-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만취한 기방손님의 행패를 제압하다가

급히 달려온 운용이 물었다.


오빠의 질문에

운영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창백해진 얼굴로

오빠를 바라보았다.


평상시의 야무지고 강단 있는

여동생의 모습이 아니었다.


운용이 ‘일’을 할 때 자주 보게 되는,

무언가에 많이 겁을 먹은

‘내몰린 자’의 얼굴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동생의 눈빛이

마구 흔들리며,

심신이 매우 불안한 상태를 보이자

운용은 말없이 다가가

떨고 있는 그녀의 가녀린 몸을

꽉 껴안아주었다.


“무슨 일이 있구나...

뭔지 모르지만, 됐다.


아무 걱정하지마라.

내가 다 해결해 줄 테니.”


오빠의 단단한 가슴에서

오랜만의 따뜻함을 느끼고,


오빠의 든든한 위로에

마음의 빗장이 스르륵 풀어진 운영은


무언가 말하고자 했으나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가슴팍에서

동생의 뜨거운 눈물이 느껴지자,

운용은 아주 오랜만에

강한 분노를 느꼈다.


운영이 감정이 북받쳤는지,

흐느끼며 말을 더듬거렸다.


“...오라버니...미안...미안해요...”


한참을 자신의 품안에서

흐느껴 울다가

동생이 내뱉은 첫 마디는 ‘사과’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운용의 마음속에

근심이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불안과 공포 같은 어두운 감정은

타인에게 무척 전염되기 쉽다.


운용은 검계의 일을 해오면서

그 감정들이 품고 있는 강력함도,

그 감정들이 가져다주는 결과물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일이란 본시,

사람들의 두려움을 증폭시켜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운용은 자신의 속내를

운영에게 내색하지 않았고,


일단 무언가에 아주 많이 겁을 먹은

동생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

지금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운용은 자상한 말투로

운영에게 말했다.


“네가 미안할 일이 뭐가 있느냐.

사과를 해도 못난 오라비가 해야지


...괜찮다. 괜찮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오빠의 자상함에,

운영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불안과 공포가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저 가족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자상한 말 한마디를 들었을 뿐인데,

두려움에 잠식되었던 마음이

‘용기’라는 새로운 힘으로

천천히 물들어갔던 것이다.


구원을 받는 느낌이란 이런 것일까?


한참동안을 그렇게

오빠의 품안에서 실컷 울면서,

어느 정도 마음의 힘을 되찾은 운영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고마워요. 오라버니...

꼭 상의 드릴 일이 있어요.


도와주세요.”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야 자신이 알고 있던

평상시의 운영으로 돌아온 것 같아

운용은 다소 마음이 놓였다.


“그래,

일단 따뜻한 곳으로 가서

뭐라도 먹으면서 차분히 얘기해보자.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아주 오랜만에,

남매는 서로를 보면서 씩 웃었다.


운용은 운영의 손을 잡고

자신이 기거하는

기방의 사랑채로 데려갔다.


뒤따르는 운영의 발걸음에

다시 힘이 돌아왔다.




따뜻한 방안에서

운용의 수하들이 가져다준

맛난 음식들을 먹으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운영이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친구의 죽음에 관한 얘기부터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있었구나...


정말, 정말 미안하다. 운영아...

다 이 못난 오라비의 잘못이다.”


이 아이가 얼마나 놀랬을까.

운영의 얘기를 들으면서

운용의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동지의 수가 다 합쳐서

이백 정도 되는,

홍방의 관리를

총체적으로 맡아 운영하는

접장으로 올라서면서

운용은 많이 바빠졌다.


집에 돌아가서

동생의 얼굴을 본 것이

근 일 년이 다 되어가는 듯 했다.


수하들을 시켜

매달 꼬박꼬박

쌀과 물품들을 보내주긴 했지만,


정작 동생에게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길 때까지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엄청난 죄책감이 밀려왔다.


운용의 진심어린 사과에

운영이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까 포도청에서

조사를 받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정말 죽을 것 같더니...


이렇게 오라버니를 만나

속에만 담아두었던 얘기를

입 밖에 내놓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입니다.”


“얼마나 놀랐겠느냐.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이젠 오빠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여기서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푹 쉬어라.


이럴 때는 그저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가장 좋아.”


단순강도사건인줄만 알고서

이젠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는

운용의 말에,

운영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제 이런 일이 생긴 연유를

알려줘야 할 텐데

과연 오빠가,

그리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일까?


그냥 이대로 묻어두고

오빠 곁에 있다가

어느 정도 정신이 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


어디까지 진실을 얘기해야하지?

운영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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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제 2 부 꿈 (15) 21.05.08 18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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