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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587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0.12.29 16:19
조회
1,462
추천
10
글자
3쪽

제 1 부 운명 (1)

DUMMY

제1장 쫓기는 사람들


-1-


달도 뜨지 않은 칠흑 같은 밤이었다.


회색 옷을 입은 사내 하나가

산 속을 헤매고 있었다.


사내는

오른 손에 쥔 도끼를 이리저리 휘둘러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나뭇가지를 쳐내며

억지로 길을 내고 있었다.


사내의 허리엔

뱀 모양의 장식이 달린 환도가,

사내의 등엔

날 부분을 천으로 가린

짧은 창 한 자루가

사선(斜線)으로 매어져있었다.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없는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사내의 뒤로,

무척이나 힘든 표정의 여인 하나가

뒤처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그의 등을 따르고 있었다.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장옷으로 가린

여인의 품에는

강보에 쌓인 젖먹이가

편안하게 잠들어있었다.


평화로운 얼굴로

가끔 하품까지 하는 아이의 몸짓이

길도 없는 산 속을 헤매는

남녀의 지친 표정과 대비되어

너무나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내었다.


산 중턱의 완만한 곳에 이르러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되자,

사내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의 뒤를 열심히 따르던 여인도

같이 멈춰 서서

거친 호흡을 고르며 숨을 가다듬었다.


사내가 여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괜찮으냐? 조금만 더 힘 내거라.

이 산만 넘으면 된다.”


“아직 견딜만합니다.

저는 걱정치마시고

한 걸음이라도 더 서두르시지요.”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결과가 더 나빠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너도 걱정이지만,

진용이가 더 걱정이구나.


아직 백일도 안 된 젖먹이거늘...”


“오라버니,

이미 되돌릴 수 없습니다.


혹시나 하여 말씀드리지만,

제가 잘못되더라도

이 아이만큼은 살려야합니다.


만약 그들에게 따라잡혀

제가 위험해지더라도

그땐 아무 생각마시고

진용이만 데리고 피하세요.


반드시 그래야합니다.”


“.......”


사내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즉답을 하지 않자

여인이 단호한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약조하시지요.


아무리 저희가

한 배에서 태어난 오누이라도

한낱 피붙이의 정 때문에

하늘의 뜻을 거스르면 안 됩니다.


저의 생사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꼭,

이 아이를 살리겠다 다짐해주세요.”


사내는

땅을 보며 크게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답을 하는 그의 표정에

비장함이 묻어났다.


“알았다.

그런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꼭 그리하마.”


“고맙습니다. 오라버니.

이제 다시 출발하시지요.

맘이 급합니다.”


“그래,

힘들어도 잘 따라오너라.”


사내는

도끼를 잡은 손에 다시금 힘을 주어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굵은 나뭇가지를 쳐내며 길을 열었다.


아이는

자신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남녀의 간절함과 초조함도 모른 채,

여전히 강보 안에서

편안하게 잠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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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제 4 부 개화(開花) (115) 22.07.06 84 1 13쪽
220 제 4 부 개화(開花) (114) +1 22.07.04 61 1 10쪽
219 제 4 부 개화(開花) (113) 22.07.01 61 1 11쪽
218 제 4 부 개화(開花) (112) 22.06.29 57 1 15쪽
217 제 4 부 개화(開花) (111) 22.06.27 66 1 13쪽
216 제 4 부 개화(開花) (110) 22.06.14 70 1 14쪽
215 제 4 부 개화(開花) (109) 22.06.10 70 1 9쪽
214 제 4 부 개화(開花) (108) 22.06.08 68 1 10쪽
213 제 4 부 개화(開花) (107) 22.06.06 81 1 11쪽
212 제 4 부 개화(開花) (106) 22.06.03 85 1 9쪽
211 제 4 부 개화(開花) (105) 22.06.01 74 1 7쪽
210 제 4 부 개화(開花) (104) 22.05.30 67 1 8쪽
209 제 4 부 개화(開花) (103) +1 22.05.27 89 1 7쪽
208 제 4 부 개화(開花) (102) 22.05.25 69 1 7쪽
207 제 4 부 개화(開花) (101) 22.05.23 74 1 7쪽
206 제 4 부 개화(開花) (100) 22.05.20 76 1 13쪽
205 제 4 부 개화(開花) (99) 22.05.18 69 1 7쪽
204 제 4 부 개화(開花) (98) 22.05.16 68 0 7쪽
203 제 4 부 개화(開花) (97) 22.05.13 70 1 8쪽
202 제 4 부 개화(開花) (96) 22.05.11 88 1 6쪽
201 제 4 부 개화(開花) (95) 22.05.09 90 1 6쪽
200 제 4 부 개화(開花) (94) 22.05.06 91 1 9쪽
199 제 4 부 개화(開花) (93) 22.05.04 9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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