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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45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05.08 04:21
조회
184
추천
1
글자
8쪽

제 2 부 꿈 (15)

DUMMY

-2-


“그래...아이가 태어났다고?”


“네, 사내아이더군요.

달포쯤 되었습니다.”


저녁 무렵,

어둑해지는 길을 걸으며

이규석이 묻자


조운용이

살짝 그늘이 드리운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


사흘의 일정으로

용인에 다녀온 둘은

오늘 저녁에 열리는

반촌의 정기회합에 가는 길이었다.


이규석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동생도, 아이도 모두 건강한가?”


“네, 둘 다 괜찮습니다.


계향누님 말로는,

아무 걱정할 것 없다고...

일이나 하러 다녀오라고...”


“계향이가 그리 말했으면,

그런 거겠지.


그나저나 앞으로가 걱정이로군.”


“...그러게 말입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인지...


아이 아버지에 관해서는

동생도 아는 바가 거의 없어서,

도무지 짐작도 안갑니다.


별 탈 없어야 할 텐데...”


“자네도 있고, 우리도 있으니

너무 걱정 말게.


아무렴 그런 흉한 일을

또 당하도록 놔두겠는가...


더군다나 이젠 아이도 태어났으니,

자네에게 여유가 좀 생길 수 있게

신경을 써보겠네.”


“...항상 고맙습니다. 방주님.”


“새삼스럽게 왜 그러나.

우린 동지 아닌가...


동생이나 아이한테는

아무 죄도 없으니,

그저 무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우리가 같이 잘 돌봐줘야지.


자네 가족은

나에게도 가족 아닌가.”


“...은혜는, 은혜입니다.


죽을 때까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방주님.”


둘의 대화가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이어져가는 동안

그들의 발은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해 있었다.


현방 안에서는

벌써 다들 모여 있는지

문 바깥까지 크게

여럿의 웃음소리와

이야기소리가 들려왔고,


고기 굽는 냄새까지

솔솔 새어나와

식욕을 강하게 자극했다.


둘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열댓 명의 사내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접주들의 깍듯한 인사를 받은

이규석은,

방주의 위엄보다는 동료의 얼굴로

그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조운용도

오랜만에 본 동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근처의 커더란 나무 뒤에서

현방 안으로 들어가는

조운용의 모습을

확실하게 확인한 정효상은,

수하들을 만나기로 한 주막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일을 벌이기엔

좀 이른 시각이다.


확실한 어둠이 찾아오고,

저들의 분위기도 무르익어

술에 어느 정도 취할 때까지 기다려야

실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저런 계획을 세우며

주막 쪽으로 걸어가던 정효상의 앞에

안현수가 기척도 없이 나타나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정효상이 눈을 들어

안현수 쪽을 쳐다보니,

나머지 다섯 명의 수하들이

그의 뒤에 쭉 서 있다가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너무 그렇게 격식 차리지 말고...

이리들 와라.

저쪽 평상에 일단 자리를 잡자.”


부하들의 경직된 태도 때문에

행여 사람들의 관심을 살까

염려한 정효상이

얼른 주막 구석의 평상 쪽으로 가서

사내들을 불렀다.


잠시 후

여섯 명의 사내들이

정효상의 앞에 앉았다.


“간단히 국밥 한 그릇씩들 하고...

술은 삼가라.


한 시진 정도 지나서 움직일 것이다.


되도록 편하게, 자연스럽게 있어라.

남들 눈에 띄어서 좋을 것 없으니...”


“네.”


사내들이 짧게 대답했다.


정효상은 천천히

수하들의 무장상태를 살펴보았다.


크기가 작은 것들 위주로

품속에 챙겨왔는지,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굳이 얘기해주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눈치껏 준비한

안현수의 깔끔한 일처리가,

무척이나 정효상의 맘에 들었다.



한 시진 후,

정효상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되도록 죽이지 말고...제압해라.


우리가 데려갈 놈은 한 놈뿐이니.


일단 최대한 신속하게

저항을 잠재워라.


물론,

거세게 반항하거나

무기를 꺼내든다면

나머지 놈들은 죽여도 좋다.”


“넷!”


“우리가 데려가야 할 놈은,

검은 색 옷에

검은 머리띠를 하고 있는...

저 중에서 키가 제일 큰 놈이다.


그자는, 결코 죽여선 안 된다.”


“알겠습니다.”


“자, 들어가자.”


정효상의 마지막 말에

안현수를 뺀 다섯 명의 사내가

복면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정효상도

복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일곱 명의 남자들 손에

각자의 무기가 들렸다.


단검, 작은 쇠도리깨,

소도(小刀), 단봉(短棒),

손도끼, 박달나무 육모방망이 등

작고 치명적인 것들이었다.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정효상이 신호를 하자

유일하게 얼굴을 드러내놓고 있던

안현수가 현방의 문을 두드렸다.


안현수의 오른 손엔

단검이 감춰져있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커더란 체구의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 하나가

밖으로 나왔다.


‘넌 누구냐?’라고

사내가 묻자마자

안현수의 오른손이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명치를 칼자루에 정확하게 찍힌

거구의 사내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섯 명의 사내가

안으로 뛰어들었다.


안현수도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바로 동료들의 뒤를 따랐다.


정효상이 천천히 걸어와

쓰러진 사내의 뒷목을

목봉으로 후려쳤다.


사내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완전히 널브러졌다.




갑작스런 기습에

현방 안에 있던

열네 명의 사내들은

순식간에 반 이상이 쓰러졌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여섯 명의 사내들은

좁은 공간 여기저기를

고양이처럼 날아다니며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검계의 남자들을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쓰러트렸다.


관자놀이, 명치, 목울대,

경추, 발등 등등


치명적인 급소들을

정확히 가격당한

홍방의 사내들은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맨 뒤에 앉아있던 조운용은

문 쪽에 있던 동지들이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재빨리 칼을 뽑았다.


경험이 많은 이규석은

일단 자신의 앞에 놓인

호롱불부터 끄면서 소리를 질렀다.


“모두 뒤로! 일단 불부터 꺼라!”


이규석의 서릿발 같은 명령에

일곱 명쯤 남아있던 홍방의 사내들이

재빨리 몸을 빼어 뒤로 피했고,


나머지 호롱불들이

거의 동시에 꺼지면서

현방 안은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였다.


불이 꺼지자

습격해온 남자들도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잣거리에서 평생 동안 단련된

이규석의 오랜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들과 상대하면 죽는다.


상대의 월등한 실력을

재빨리 가늠한 이규석은

조운용에게 나직이 말했다.


“뒷문, 뒷문으로 가자.

일단 피해야한다.”


눈에 어둠이 어느 정도 익자

복면의 사내들이 다시금 움직였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조운용의 얼굴에

누군가의 뜨거운 피가 튀었다.


놀란 조운용이 앞을 살피니

그의 바로 앞에 있던

마포의 동지 박항규가

목에 칼을 맞고

힘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박항규의 손에

환도가 들려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들을 향해

저항의 일격을 날렸던 모양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검계의 사내들이

칼을 빼들고

습격에 맞서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쇠붙이끼리 부딪치는 금속음이 들리며,

맞닿은 무기들 사이에서

작은 불꽃들이 튀어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상대의 실력은

저잣거리의 수준이 아니었다.


몇 합 겨뤄보지도 못하고

세 명의 동료가

급소를 부여잡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그때,

정문 쪽에서

다시금 밝은 빛이 켜지며

주변이 확 밝아졌다.


맨 뒤에 서있던

복면을 쓴 거구의 남자가

어느새 횃불을 밝혀

손에 들고 있었다.


그 옆에 있던 복면의 남자도

횃불을 밝혀 들어올렸다.


거구의 남자가

조운용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저 놈이다!

저 놈은 죽이지 마라!”


사내의 외침이

자신을 향한 것인지도 모른 채

동지의 죽음에 분노한 조운용이

칼을 들고 앞으로 튀어나가려던 순간,


누군가가

그의 손을 강하게 잡아 제지했다.


이규석이었다.


이규석은

재빨리 뒷문 쪽으로

조운용을 끌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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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제 3 부 천명 (9) 21.06.12 174 0 7쪽
66 제 3 부 천명 (8) 21.06.10 17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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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제 3 부 천명 (4) 21.06.01 192 0 6쪽
61 제 3 부 천명 (3) 21.05.29 199 1 8쪽
60 제 3 부 천명 (2) 21.05.27 194 0 9쪽
59 제 3 부 천명 (1) 21.05.25 209 1 9쪽
58 제 2 부 후기 21.05.18 179 1 3쪽
57 제 2 부 꿈 (18) 21.05.15 187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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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 부 꿈 (15) 21.05.08 18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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