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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38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05.06 06:59
조회
205
추천
1
글자
7쪽

제 2 부 꿈 (14)

DUMMY

예전에 몇 번,

정창수와 함께 길을 가다가 마주쳐

잠깐 인사를 드린 적은 있으나,


도정궁 부인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대면하여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무척이나 긴장했고,

또 한 편으로

결과를 내지 못한 자신이 민망하여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창수가

그의 체면을 나름 세워주려고

열심히 떠들어댔으나,


부인은

차가운 눈동자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을 뿐이었다.


부인의 옆에 앉아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무당’이라는 여자가

차라리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 여자가

이런 말을 꺼내주었기 때문이다.


‘이젠 무리를 하셔야 할 때’라고.


마음 속 얘기를 모두 터놓을 정도로

꽤나 깊은 관계인지,

무당의 말에

부인은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고

부인의 태도에서

그녀를 매우 신뢰하고 있음을

정효상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제야 정효상은

그동안 자신이 알아낸

‘조운용’에 대한 정보를

그 자리에 풀어놓았다.


얘기를 들은 정창수가

자신도 가세할 테니,

당장이라도 그 둘을 잡아

고신을 해서라도

정보를 캐내자고 말했다.


그러자

정씨부인이 의외의 말을 꺼냈다.


“오라버니, 신중하세요.


종사관의 말을 들어보면

그 둘이 평범한 농군들도 아니고,

나름 힘쓰는 사내들 중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자들 같은데


두 분이서만 나섰다가

만약에라도 일이 또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두 분의 실력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야하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계책을 빈틈없이 세우시지요.”


정씨부인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정효상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어지며

울컥했지만,

꾹 참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기서 자신이 화를 내거나

호언장담을 해봐야

아무 득도 없음을

바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잘 되도 기껏해야 본전이다.


한 번 실패했던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저쪽은 믿음을 갖지 않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정효상이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한 방법이 하나 있는데...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세요.”


“선전관께서 조금만 도와주시면,

일을 확실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뒤처리가 조금 필요하긴 하지만,

확실한 결과는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도와야할 일이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돕겠네.

걱정 말고 얘기해 보게.”


정창수가 힘을 보탰다.


정효상은 다시 말을 이었다.


“저희 금군은,

상의 안전에 관한 것이라면

어떤 사항을 막론하고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모이는 회합장소가

현방임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아 보입니다.”


“현방임을 이용한다?”


“사경을 헤매시던 상께서

기력을 회복하시고

정무를 다시 시작하신 후,


궁에서 일하는 모두가

지금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있다면

상께서 드실 음식과 약재입니다.


특히 요즘은

고기를 많이 드실 수 있도록

노력하느라

수라간 상궁들이

이래저래 고생이 많지요.”


“아...”


“궁에 들어오는 고기가 만들어지는

반촌 현방에서

무언가 불온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아직까진 정보가 확실치 않으므로

진위여부를 확인해보기 위해

금군 몇을 보내

그곳을 조사하고

몇몇을 잡아들여 추국하였다...


그 정도면

명분은 충분해 보입니다만...”


“...계속하세요.”


“그놈들이

거처가 일정치 않게

계속 돌아다니지만,

회합만큼은 꼭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회합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요.


그날 미리 준비하여

그곳에서 기다렸다가

덫을 놓아 잡아들이는 것이

결과를 보기엔 가장 확실합니다.”


“......”


“제가 한 달 정도 그곳을 정탐해보니,

그 무리들이 한번 회합을 열 때마다

열에서 열다섯 정도가 모이더군요.


만약을 대비한다 하더라도

제 밑의 수하들 대여섯이면

그놈들을 모두 제압하는 데는

충분해 보입니다.”


“그럼,

내가 영패와 부신(符信)정도만

그날 밤에 잠깐 내주면 되겠구먼.


애들을 모아서 자네가 들이치면

그깟 저잣거리 건달패들 정도야

상대가 안 될 테니...”


“물론 이 일은

정식으로 문기가 남아서도 안 되고,


혹시라도 그놈의 동료들이

추후에 관청에 소를 제기하거나 해서

일을 시끄럽게 만든다 해도,


선전관이

윗분들에게 보고할 명분만

확실하면 됩니다.


저잣거리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아

진위여부를 확인하느라

내 재량으로 잠시 확인해보았다.


아마 그러면,

설령 무슨 일이 터지더라도

별 탈 없이 묻힐 겁니다.”


정효상의 계획은

부인의 마음에 아주 쏙 들었다.


무엇보다

‘무슨 일이 터지더라도

별 탈 없이 묻힐 수 있는 명분’이

아주 좋았다.


정씨부인이 빙긋이 웃으며

정효상에게 말했다.


“아무리,

제 오라비에게

이 일을 무마할 수 있는 명분과 권한이

충분히 있다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되도록, 은밀하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여서

아예 어떤 말도

안 나왔으면 좋겠군요...


가능하겠지요?”


“군부인의 뜻에 맞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사내의 체면 때문에

호언장담을 안 하시는 것이...

아주 맘에 드네요.”


“그럼...허락하신 것으로 알고

나머지는 선전관과 상의하겠습니다.”


정효상은

정씨부인에게 인사를 한 후

정창수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정효상의 계획이

아주 마음에 들었는지

정창수의 입가에

연신 함박웃음이 내걸렸지만,

정작 정효상의 마음은

무겁고 울적했다.


어쩌다가

이런 음험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모자라

직접 실행까지 해야 하는

암울한 처지가 되었는가...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이

무척이나 답답했던 그는,


그날 밤 혼자서

술을 세 병이나 비운 후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정효상은

가장 가까운 수하 안현수를 불러

정창수에게 받은 영패를 내보였다.


안현수가

살짝 긴장한 얼굴로

상관의 명령을 기다렸다.


“이틀 뒤 유시(酉時)까지,

반촌 주막으로

너까지 포함해서

여섯이서 나오너라.


무장은 각자 알아서 하고,

복장은 평복으로 하되

얼굴을 가릴 것만큼은

꼭 준비시켜라.”


“네...

장번(長番)도 포함할까요?”


“급하게 결정된 일이니,

이것 때문에

본래의 일에 차질이 생겨선 안 된다...


되도록 비번이나

파견대기 중인 애들 위주로 뽑아라.


겸사복이든 내금위든 우림위든 간에

상관하지 말고,

너하고 친분이 깊은 애들로

데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의 성격이 좀 비밀스러우니...”


“알겠습니다.”


정효상의 선발기준이

‘소속’보다는

‘친분’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아,


어떤 성격의 임무인지

대충 눈치를 챈 안현수는

짧게 대답하고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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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제 3 부 천명 (9) 21.06.12 173 0 7쪽
66 제 3 부 천명 (8) 21.06.10 17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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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제 3 부 천명 (4) 21.06.01 192 0 6쪽
61 제 3 부 천명 (3) 21.05.29 199 1 8쪽
60 제 3 부 천명 (2) 21.05.27 194 0 9쪽
59 제 3 부 천명 (1) 21.05.25 20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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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제 2 부 꿈 (18) 21.05.15 186 0 7쪽
56 제 2 부 꿈 (17) 21.05.13 183 1 8쪽
55 제 2 부 꿈 (16) 21.05.11 185 1 9쪽
54 제 2 부 꿈 (15) 21.05.08 184 1 8쪽
» 제 2 부 꿈 (14) 21.05.06 20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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