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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25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05.11 03:13
조회
184
추천
1
글자
9쪽

제 2 부 꿈 (16)

DUMMY

동료들의 짧은 비명이

계속해서 들려왔으나,

조운용의 몸은

어느새 뒷문 앞에 도착해있었다.


복면을 쓴 사내 두 명이

재빨리 둘을 쫓아왔다.


뒷문이 반쯤 열린 상태에서

조운용과 이규석은

결국 그들과 칼을 맞대야 했다.


쇠도리깨를 휘두르는 복면의 사내와

이규석이 힘든 싸움을 벌이는 동안,


조운용은

소도 두 자루를 현란하게 휘두르는

적에게 맞서 온힘을 다하고 있었다.


이규석의 오른팔에

쇠도리깨가 날아와

그의 어깨 아래쪽을 부숨과 동시에,


이규석의 칼이

쇠도리깨를 휘두르던 남자의

왼쪽 허벅지에 박혔다.


허벅지에 칼을 맞은 복면의 남자가

윽, 하고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이규석은

상대의 다리에 박힌 칼을

뽑을 새도 없이,

자신의 왼손으로

부서진 오른팔을 감싸며

몸을 돌려 재빨리 문 쪽으로 달아났다.


상대의 칼을 피하던 조운용도

허리를 재끼며

벼락처럼 내지른 오른발에

운 좋게 상대의 명치가 걸려들면서,

비로소

거센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운용의 발차기에 급소를 맞은

복면의 남자가

순간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본 조운용도

재빨리 몸을 돌려 문 쪽으로 뛰었다.




조운용과 이규석이

뒷문을 빠져나와

담벼락 쪽으로 뛰어나가던 찰나,


운용의 바로 등 뒤에서

칼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몸을 굽혀 칼을 피하던

운용의 발이 꼬이며

그대로 땅에 넘어졌고,


그 모습을 본 이규석이

바닥에 떨어진 운용의 칼을 집어

복면의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운용도 서둘러 몸을 일으켜

품속에서 단도를 꺼내들고 달려들었다.


이규석과 조운용이 동시에 달려들자,

복면의 사내도 감당키 어려웠는지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 틈을 보아 재빨리 몸을 숙여

아래쪽을 노린 운용의 단도가

사내의 오른쪽 정강이를

날카롭게 후렸다.


윽, 하는 작은 비명과 함께

복면의 사내가

한쪽 무릎을 땅에 대었다.


둘은 다시 몸을 돌려

담벼락을 향해 뛰었다.


이번엔 손도끼 하나가

운용의 오른쪽 어깻죽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규석이 운용의 몸을 밀치며

자신의 부서진 오른팔로

대신 손도끼를 받아냈다.


퍽, 하는

아주 묵직하고 기분 나쁜 파열음이

운용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때,

구름에 가려졌던 달이

모습을 드러내며

환한 달빛이

그들이 있는 뒷마당을 비췄다.


손도끼로 조운용의 어깨를 노렸던

복면의 남자가,

자신의 도끼를 대신 받아낸

이규석을 향해

다시 공격을 날렸다.


그런데 갑자기,

이규석의 머리를 향해

세차게 날아가던 도끼가 멈춰 섰다.


달빛에 비친 이규석의 얼굴을 본

복면의 남자가

무언가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순간적으로

모든 동작을 정지했던 것이다.


복면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사내의 두 눈에서

엄청난 당혹감이 묻어났다.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던 이규석은

갑자기 공격을 멈춘 사내의 행동에

아주 강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하고 있을 만큼

편안한 상황이 아니었다.


복면사내의 아주 짧은 망설임,


그 틈을 타

이규석의 칼이

사내의 배를 깊숙이 찔렀다.


억, 하는 비명과 함께

도끼를 휘두르던

사내의 몸이 무너지고


이규석이

사내의 몸에서 칼을 빼내려던 찰라,

뒤에서 날아온 단도 하나가

이규석의 목을 할퀴고 지나갔다.


운용에게 정강이를 상해

쫓아오지 못하던 남자가

매섭게 던진 비수였다.


칼을 맞은 이규석의 목 왼쪽에서

핏줄기가 거세게 튀었고,

그의 몸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자신이 찌른 사내와

머리를 부딪쳤다.


양쪽 모두 큰 부상을 입은,

이규석과

도끼를 휘두르던 사내는

거의 동시에 바닥으로 쓰러졌다.


무너지던 이규석이 손을 뻗어

사내의 얼굴에 걸린 복면을 벗겼다.


복면 아래에 드러난,

달빛에 비친 사내의 얼굴을 본

이규석의 눈이

깜짝 놀라 소처럼 커졌다.


이번엔 이규석의 두 눈에서

엄청난 당혹감이 묻어났다.


“어르신!”


이규석이

칼을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본

조운용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재빨리 몸을 추스른 조운용이

목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이규석을

얼른 일으켜 세워

자신의 등에 둘러업었다.


조운용은

담벼락 옆에 있는

조그마한 샛문을 향해

온힘을 다해 뛰었다.


벼락같은 거센 발길질로

문을 부수고

겨우 밖으로 탈출한 조운용은,


이규석을 등에 업고

혜화문 방향으로 부리나케 뛰었고

민가들이 밀집한 동네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얼마 후,

그의 뒤를 쫓아

세 명의 복면사내들이

서둘러 밖으로 나왔지만

이미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그를 돕는 것인지,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구름을 움직여

다시 달빛을 가려주었다.


현방 근처의 거리는

곧 캄캄한 어둠에 잠겼다.






-3-


혜화문 근처의 폐가에서

이규석의 목숨은 꺼져가고 있었다.


쇠도리깨와 도끼를 두 번이나 맞은

오른팔의 부상도 심각했지만,

목에 생긴 자상(刺傷)이 결정적이었다.


도망치는 동안에도

계속 많은 피를 흘린 탓인지,

이규석의 눈은 이제 보이질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휘두른 손이

조운용의 얼굴에 닿자,

뜨거운 물기가 느껴졌다.


흐느끼는 소리로 보아

운용이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이규석의 손을

운용의 손이 힘주어 잡았다.


이규석이

유언을 남기듯 힘겹게 말했다.


“...멀리, 되도록 멀리 도망쳐라...


아예 지리산 산채로 숨어...”


“...죄송...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운용아, 상대는 관원이야.


그것도

포도청의 포졸 따위가 아니라...

무려...금군이다...”


“금군? 금군이라뇨?”


“너도 아마 이름은 들어봤을 거다.

겸사복 이운재.


아까 도끼 휘두르던 놈...이운재였어.”


“이운재요?

예전에 말씀하셨던

북계(北界)사람 이운재요?


저한테 소개시켜주신다던?”


“...응...”


“왜? 도대체 그들이 왜?”


“...아마도

...네 동생과 관련된 문제인 것 같아...


사연이 뭔지 모르겠지만,

빨리 피해라...


상대는 금군이야...

나랏님을 지키는 칼이다.


정면으로 붙어선 승산이 없어...”


“.......”


너무 놀란 조운용은

할 말을 잃었고,

이규석의 목숨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금은 일단...몸을 숨겨라...


지리산으로...얼른...얼른...가...”


마지막까지 운용을 걱정하던

이규석의 몸이

어느 순간,

그의 품에서 힘없이 무너졌다.


운용의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운용은 두 팔에 힘을 주어

차가워지는 이규석의 몸을

세차게 껴안았다.


그의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이 흐르고

그의 입에서 울음이 새어나왔다.


그는 이규석의 주검을 끌어안고

한참동안 그렇게, 흐느꼈다.




현방 안에선,

이성을 잃은 정효상이

사로잡은 홍방의 접주 다섯을

땅바닥에 무릎 꿇린 상태로

무자비하게 밟고 있었다.


두 번의 실패를 겪고

아마도 분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워낙 정효상의 손속이 사나운 탓에

옆에서 지켜보던 안현수가

용기를 내어 말렸다.


“참으시지요, 나리...


거기서 더 때리시면,

이젠 확실하게 죽습니다.”


부하의 만류에

겨우 정신을 차린 정효상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그제야 주먹질을 멈췄다.


그는 길게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금 냉정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얼마 후,

어느 정도 흥분을 가라앉힌 정효상이

고개를 돌려 안현수에게 물었다.


“간략히 상황을 알려라.”


“저쪽은,

열다섯 중 둘이 도주하고

다섯은 사로잡았으며,

여덟은 죽었습니다.


저희 쪽은,

부상자 셋에...하나가 죽었습니다...

사망자는 이운재입니다.”


“......그놈은?”


“...놓쳤습니다.”


보고를 듣던 정효상의 마음에

천근과 같은 암울함이 짓눌러왔다.


이 일을 도대체 어찌해야한단 말인가.


목표를 이루지도 못하고

애먼 부하만 하나 잃었다.


당장 이 일에 대한 수습도 수습이지만,

숲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해버렸으니

도대체 그자를

이제 어디 가서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머릿속이 뒤죽박죽 뒤엉켜

정효상이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안현수가 조용히 다가와

그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이놈들을 안가(安家)로 옮겨서

심문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검계의 무리들이니,

자기들끼리 통하는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운재에 관한 처리도

제가 한 번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죽은 자들도

날이 밝기 전에 처리를 해야 하니,

서두르시지요.”


안현수의 속삭임은,

혼란에 빠져 갈피를 못 잡고 있던

정효상에게

그야말로 한줄기 빛과 같았다.


정효상이

강한 긍정의 뜻으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말했다.


“그래, 서두르자.

거기 둘은 수레를 하나 구해오너라.


안가로 간다.”


일각 정도가 지나,

커더란 수레에

시체가 아홉,

기절한 자가 다섯이 실려

밤거리를 가로질렀다.


수레를 끄는 여섯 명의 사내들은

모두 입을 꾹 다문 채,

침묵 속에서 걸음을 서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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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제 3 부 천명 (9) 21.06.12 173 0 7쪽
66 제 3 부 천명 (8) 21.06.10 17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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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제 3 부 천명 (5) 21.06.03 189 0 9쪽
62 제 3 부 천명 (4) 21.06.01 192 0 6쪽
61 제 3 부 천명 (3) 21.05.29 198 1 8쪽
60 제 3 부 천명 (2) 21.05.27 193 0 9쪽
59 제 3 부 천명 (1) 21.05.25 209 1 9쪽
58 제 2 부 후기 21.05.18 178 1 3쪽
57 제 2 부 꿈 (18) 21.05.15 186 0 7쪽
56 제 2 부 꿈 (17) 21.05.13 183 1 8쪽
» 제 2 부 꿈 (16) 21.05.11 185 1 9쪽
54 제 2 부 꿈 (15) 21.05.08 184 1 8쪽
53 제 2 부 꿈 (14) 21.05.06 205 1 7쪽
52 제 2 부 꿈 (13) 21.05.04 205 2 4쪽
51 제 2 부 꿈 (12) 21.05.01 202 1 8쪽
50 제 2 부 꿈 (11) 21.04.29 201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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