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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73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2.21 07:27
조회
76
추천
0
글자
7쪽

제 4 부 개화(開花) (62)

DUMMY

-6-


승병들의 투척 공격에

무사들의 혼란과 공포는 극에 달했다.


가장 무서운 공격은

금강봉에 불을 붙여 던지는 것이었다.


창처럼 생긴 금강봉에 홰를 묶어

불을 붙여 던지는 공격은,


마치

거대한 불화살이 날아오는 것 같았다.


아무리 갑주를 입은 채

방패로 막고 있다지만,

불이 사람에게 주는 원초적인 공포는

너무도 거대했던 것이다.




대여섯 개의 불붙은 금강봉이

무사들의 방패에 충돌하자

뜨거운 열기와 함께

불보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중 하나가

방패의 모서리를 맞고 궤도가 꺾여

방진의 한가운데로 떨어지면서,

창잡이 무사의 옷에 불이 붙었다.


으악, 하는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자신의 옷과 피부를 태우는

불을 끄기 위해

무사는 본능적으로

땅바닥에 몸을 굴렸다.


그런 그의 행동은

단단했던 방진에

갑작스러운 균열을 만들었다.


방패들 사이로

순식간에

커더란 틈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승병들이

마치 투석전을 하듯

연달아 돌을 던졌다.


둔탁한 충돌음 몇 개가

기분 나쁘게 울려 퍼지고

창잡이 무사 둘과

총통을 장전하던 무사 셋이

얼굴에 피를 흘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무사들의 전멸은

이제 불 보듯 뻔했으나,

유정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무사들의 화공에

요사채에서 자던 인원의 반 이상이

중상을 입거나 죽었다.


그 피해는,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으나

아마 서른 명이 넘을 것이다.


두 번째의 총통공격으로

십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에 비해

이쪽의 공격으로

저들의 숫자는

채 열 명도 줄이지 못했다.


장전된 총통도 여전하고,

방진도 흐트러졌을 뿐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


아직은 안 된다.


활을 가지러 간 동지들이

돌아올 때까지

이렇게 공세를 유지하면서

기다려야한다.


가져온 무기나 입고 있는 갑주,

진형을 짜는 형태로 볼 때

저들은 군인이다.


그것도 잘 훈련된 정병이다.


결코 서둘러선 안 된다.


이제 곧 혼란을 수습하며

대오를 정비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유정의 이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어찌된 일인지

흐트러진 방진이

다시 수습되질 않았던 것이다.


사실 지휘체계가 엉망인

금군무사들의 현 상태로 보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이나


그런 사정을 알리가 없는

유정의 눈에는

그저 이상한 느낌만 주었고

묘한 위화감을 조성했다.


뭐지? 저 흐트러진 모습은?

위계인가?


우리를 속여

근접전으로 끌어들일 심산인가?




그때,

유정의 눈에

무기고로 뛰어갔던 스무 명의 승병들이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유정이

재빨리 그들 쪽으로 이동하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연무장 가운데로 모이세요!


궁수들이 왔습니다!


우리도 진을 짜야합니다!"


유정의 목소리에

각자 흩어져있던 승병들이

공격을 멈추고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적의 내부사정을 모르는

유정의 신중함이 만들어낸

그 한 순간의 판단이,


거의 괴멸 직전의 무사들에게

혼란을 수습하고

다시금 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정신들 차려라! 다 죽고 싶으냐!"


아까 작전을 짤 때,

총통보다는

각궁 위주의 공격을 주장했던

정탐조의 이두성이

동료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혼란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아직 남아있는

온전한 동료들이라도 살리기 위해

이두성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는 자신의 환도를 빼어 들고

아직도 땅바닥을 구르며

몸에 붙은 불을 끄려

정신없이 뒹굴고 있는 동료무사에게

재빨리 뛰어갔다.


이두성은

온몸에 불이 붙은

동료의 상투를 움켜쥐고

그대로 들어올려,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칼로 목을 쳐버렸다.


검붉은 피가

잘린 목에서 분수처럼 터져 나오고,


그는

자신이 자른 동료의 머리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


"지금부터, 진을 무너트리는 자는

내 칼에 이 꼴이 될 것이다!


여기서 다 뒈지고 싶지 않으면

얼른 정신을 차리고 대오를 정비해라!"


그제야 금군무사들의 혼란이 멈췄다.


동료의 수급을 여전히 손에 든

이두성이 다시 말했다.


"진을 다시 짜라. 총통은 버린다.

창도 필요 없다. 활도 꺼내지 마라.


지금은 오로지 방어에만 집중한다.


적의 궁수대가 모여들고 있다.


원방패는 일렬로 서지 말고

둥글게 둘러싸라.


장방패는 정면에 두 개만 남기고

모두 머리 위로 올려라.


귀갑진(龜甲陣)을 짠다."


그러자 누군가가 다급히 말했다.


"어쩌시려고요?

저놈들도 지금 진을 짜고 있는데..."


"이 바보 같은 놈아,


저놈들이 왜

투척공격을 멈추고 돌아갔겠느냐.


원거리에서 싸우려는 심산이다.


총통의 사정거리 밖에서

공격하겠다는 것인데,


어차피 저놈들이 활로 공격하면

총통은 써보지도 못한다.


그럼 우리가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아...."


"잘 모르면, 잘 따르기나 해라!


이런 곳에서

개죽음당하고 싶지 않으면,

얼른 내 말대로 움직이란 말이다."


"넷!"


이두성의 지시로

흐트러졌던 금군의 대오가

다시 수습되었다.




마치 거북의 등처럼

방패로 진을 짠 동료들에게

혼란을 수습한 이두성이

퇴각명령을 내렸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한발씩 발을 맞춰 뒤로 후퇴한다.


화살이 날아와도 절대 당황하지마라.

뚫리지 않는다. 알겠나?"


"넷, 알겠습니다."


"저놈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동안,

우린 최대한 거리를 벌린다.


안전하게 몸을 숨겨

퇴각할 만한 장소로 이동해서

전력을 재정비해야한다."




그때, 승병들의 1파가 날아왔다.


이십여 발의 화살이

정면의 방패와 지붕으로 삼은 방패에

거친 소리를 내며 꽂혔다.


이두성이 다시 말했다.


"우리가 가진 원방패는

북방의 팽배수들이 쓰는 것이다.


저 거리에서 날리는,

각궁으로 쏘는 편전도 아닌

저런 화살로는

절대 뚫지 못하니 안심해라.


머리위의 장방패도

나무에 소가죽을

세 겹이나 두른 것이니 걱정마라.


불도 안 붙을 테니."


"넷, 알겠습니다."


"그래, 발을 맞춰라.

천천히 뒤로 물러난다."




승병들의 2파가 날아올 동안,

금군무사들은

벌써 십여 보를 뒤로 물러났다.


이두성의 침착한 지휘에

안심한 무사들이

귀갑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발을 잘 맞춰 퇴각했기에,


당연히 다친 사람도 없었다.


방패에 박힌 화살들만

늘어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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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제 4 부 개화(開花) (61) 22.02.18 78 1 5쪽
166 제 4 부 개화(開花) (60) 22.02.16 81 1 6쪽
165 제 4 부 개화(開花) (59) 22.02.14 80 1 7쪽
164 제 4 부 개화(開花) (58) 22.02.11 81 1 7쪽
163 제 4 부 개화(開花) (57) 22.02.09 83 1 5쪽
162 제 4 부 개화(開花) (56) 22.02.07 88 1 8쪽
161 제 4 부 개화(開花) (55) 22.02.04 87 1 10쪽
160 제 4 부 개화(開花) (54) 22.02.02 89 1 6쪽
159 제 4 부 개화(開花) (53) 22.02.02 89 1 7쪽
158 제 4 부 개화(開花) (52) 22.01.28 89 1 12쪽
157 제 4 부 개화(開花) (51) 22.01.26 94 1 9쪽
156 제 4 부 개화(開花) (50) 22.01.24 94 1 9쪽
155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7 1 7쪽
154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3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6 1 7쪽
151 제 4 부 개화(開花) (45) 22.01.12 92 0 7쪽
150 제 4 부 개화(開花) (44) 22.01.10 91 1 10쪽
149 제 4 부 개화(開花) (43) 22.01.07 96 1 10쪽
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5 1 10쪽
147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5 1 7쪽
146 제 4 부 개화(開花) (40) 21.12.31 96 1 8쪽
145 제 4 부 개화(開花) (39) 21.12.29 86 1 11쪽
144 제 4 부 개화(開花) (38) 21.12.27 88 1 7쪽
143 제 4 부 개화(開花) (37) 21.12.24 88 1 7쪽
142 제 4 부 개화(開花) (36) 21.12.22 87 1 7쪽
141 제 4 부 개화(開花) (35) 21.12.20 87 1 7쪽
140 제 4 부 개화(開花) (34) 21.12.17 90 1 9쪽
139 제 4 부 개화(開花) (33) 21.12.15 10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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