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74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12.22 03:38
조회
87
추천
1
글자
7쪽

제 4 부 개화(開花) (36)

DUMMY

-5-


아침이 밝았다.


일찍부터 눈을 떠

주막의 마당을 서성이고 있던

구대성에게

한용덕이 천천히 다가와 말을 건넸다.


"잠을 설치신 모양이오. 구동지."


구대성이 웃으며 답했다.


"좀 긴장했나 봅니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용덕이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마음이 오죽하시겠소.


내키지 않는 일을

실수 없이 해야만 하니..."


구대성이

단호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그래도 꼭 해야만 합니다.


총사께서

각별히 당부하신 것도 있고 하니,

실수는 절대 없어야지요.


미끼의 안전만큼은

반드시 챙기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고,


한동지께서는

사냥에만 신경써주십시오."


한용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차라리 죽이라면 더 쉬울 텐데...


최대한 사냥감이 상하지 않게

사냥을 해야 한다니,


긴장도 되고

신경도 날카로워 지는구려.


하지만 해내야지요.


오랫동안 공들인 덫이니..."


둘의 대화 사이에

목소리 하나가 끼어들었다.


"일찍 일어나셨군요.

잠자리가 많이 불편하셨습니까?"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민철이었다.


구대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야

뒷전에서 지켜만 보는 입장이니

잠 좀 설친다고 무슨 탈이 나겠는가.


자네들이 걱정이지.


혹여 누구라도 크게 상할까봐

마음이 안 좋구먼."


"너무 걱정 마십시오. 어르신.


계획은 완벽합니다.


사냥에 참가하는 동지들이

저까지 포함하여 무려 스무 명입니다.


그 중에 다섯은 조장들이고요.


나머지 동지들도

각 조에서 추려낸 실력자들입니다.


아무리 그자가 대단한 고수라 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그래...나도, 한동지도 자네들을 믿네.


다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게.

자네들도, 그자도..."


"네. 꼭 그렇게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날 오전,


의령의 외곽 한적한 길에

열 명의 사내들이 모여 있었다.


미끼를 낚기로 한

추설과 목단설의 계원들이었다.


현장의 지휘를 맡은 장종훈이

사내들에게 말했다.


"가마꾼과 여종은

다치지 않게 제압하여

눈에 띄지 않는 숲 속에 결박하고,


두 명만 남아

사냥이 끝날 때까지만 감시해라.


우리 쪽의 얼굴이 드러나선 안 되니

반드시 복면을 쓰고."


"넷!"


"나머지는 미끼를 낚아

미리 준비해놓은 은신처로 간다.


여기서 멀지 않은 버려진 움막이니,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서도 마찬가지,

두 명이 남아 미끼를 지킨다.


어르신들의 각별한 당부가 있었으니,

미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때, 한 사내가

장종훈에게 신중히 의견을 말했다.


"조장님, 여종 말입니다.


미끼의 불안함을 없애는 차원에서라도

가마꾼들보다는

미끼와 같이 있게 하는 것이 어떨까요?


듣기론,

미끼가 지금 홀몸이 아니라는데...


혹여 크게 놀라기라도 하여

불상사가 일어나선 안 되니."


수하의 의견을 들은 장종훈이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그래, 그게 낫겠다.


놀라거나 불안에 떠는 것보다는

여종과 같이 있는 편이

미끼에게도 훨씬 안심이 되겠지...


내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부분인데

아주 잘 말해주었다.


세심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일이니,

그렇게 하자."


"넷!"


"자, 작전이 정해졌으니 움직이자.


각자 흩어져서 대기해라.


아까의 보고로는,

여기 도착까지

반 시진도 안 남았을 것이다."


"넷!"


장종훈의 명령을 받은 사내들이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위치로 움직였다.


장종훈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본 후,

큰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장종훈과 사내들이

몸을 숨기고 얼마 후,


예정보다 다소 빠르게

미끼가 나타났다.


가마꾼 둘이 온몸이 땀으로 젖어

힘들게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가마의 옆에서

날랜 걸음으로 걷고 있는

여종의 이마에도

땀이 촉촉이 맺혀있었다.


수행원들의 상태로 보아

가마 안의 미끼가

길을 재촉한 모양이었다.


그들의 뒤를 미행하던 척후가

효시(嚆矢)를 날려

동지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삐~이~익~


공기를 찢듯,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효시가 날아갔다.


화살소리를 들은 장종훈이

옆에 있던 수하들에게 말했다.


"명적(鳴鏑)이 울렸다. 나가자."




잠시 후,


가마의 앞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열 명의 사내들이 막아섰다.


걸음을 서두르던 가마꾼들이

호랑이를 만난 노루처럼 깜짝 놀라

그대로 멈춰 섰다.


"에구머니..."


복면사내들을 본 여종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장종훈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가마를 내려놓아라.


천천히...서두르지 말고..."


가마꾼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가마를 내려놓았다.


복면사내 둘이

가마꾼들의 두 손을

재빨리 뒤로 묶어

숲 속으로 사라졌다.


장종훈이 고갯짓을 하자,

또 다른 복면사내 둘이

가마꾼의 자리로 가

천천히 가마를 들어올렸다.


주변을 다시 한 번

유심히 살핀 장종훈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떨고 있는

여종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켰다.


모든 준비가 끝난 장종훈이

가마의 안에다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일 없을 것이오.

그러니 아무 걱정도 할 필요 없소.


그저,

아주 잠깐 동안

나쁜 꿈을 꾼다 생각하시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안심하시길 바라오."


"...."


누군가 타고 있는 기척은

분명히 느껴졌으나,


가마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답을 굳이 들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장종훈이

수하들에게 신호를 주자,


복면사내들이

여종과 가마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은신처 방향으로

가마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장종훈이 몸을 돌려 척후를 불렀다.


아까 화살을 날려 신호를 보낸 척후가

재빨리 다가와 명령을 기다렸다.


"이제 우리는

미끼를 은신처에 숨겨놓고,


가마만 들고 사냥터로 가서

동지들과 합류할 것이다.


너는,


한 시진 후에

그자의 집에

쪽지를 묶은 화살을 날리고,

신중히 반응을 살펴라."


"넷!"


"쪽지를 보고 그자가 집을 나서면,


최대한 빨리 사냥터로 합류해

우리에게 소식을 전달해야만 한다.


실수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장님."


"그래,


호남 최고의 보발꾼이었던

너를 믿는다.


이따 만나자."


"넷. 이따 뵙겠습니다."


척후가 사라지자

장종훈도 몸을 돌려

은신처를 향해 걸음을 서둘렀다.




방금 전까지 그들이 있던 자리엔,

놀란 여종이 떨어트리고 간

붉은 머리끈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어디선가

싸늘한 바람 한줄기가 불어왔다.


바람에 날린 머리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8 제 4 부 개화(開花) (62) 22.02.21 77 0 7쪽
167 제 4 부 개화(開花) (61) 22.02.18 78 1 5쪽
166 제 4 부 개화(開花) (60) 22.02.16 81 1 6쪽
165 제 4 부 개화(開花) (59) 22.02.14 80 1 7쪽
164 제 4 부 개화(開花) (58) 22.02.11 81 1 7쪽
163 제 4 부 개화(開花) (57) 22.02.09 83 1 5쪽
162 제 4 부 개화(開花) (56) 22.02.07 88 1 8쪽
161 제 4 부 개화(開花) (55) 22.02.04 87 1 10쪽
160 제 4 부 개화(開花) (54) 22.02.02 89 1 6쪽
159 제 4 부 개화(開花) (53) 22.02.02 89 1 7쪽
158 제 4 부 개화(開花) (52) 22.01.28 89 1 12쪽
157 제 4 부 개화(開花) (51) 22.01.26 94 1 9쪽
156 제 4 부 개화(開花) (50) 22.01.24 94 1 9쪽
155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7 1 7쪽
154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3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6 1 7쪽
151 제 4 부 개화(開花) (45) 22.01.12 92 0 7쪽
150 제 4 부 개화(開花) (44) 22.01.10 91 1 10쪽
149 제 4 부 개화(開花) (43) 22.01.07 96 1 10쪽
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5 1 10쪽
147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5 1 7쪽
146 제 4 부 개화(開花) (40) 21.12.31 96 1 8쪽
145 제 4 부 개화(開花) (39) 21.12.29 86 1 11쪽
144 제 4 부 개화(開花) (38) 21.12.27 88 1 7쪽
143 제 4 부 개화(開花) (37) 21.12.24 88 1 7쪽
» 제 4 부 개화(開花) (36) 21.12.22 88 1 7쪽
141 제 4 부 개화(開花) (35) 21.12.20 87 1 7쪽
140 제 4 부 개화(開花) (34) 21.12.17 90 1 9쪽
139 제 4 부 개화(開花) (33) 21.12.15 100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