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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53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1.19 04:44
조회
92
추천
1
글자
7쪽

제 4 부 개화(開花) (48)

DUMMY

-5-


"그간 격조하였습니다. 조장님.

강녕하신지요."


임돌석의 안내를 받아

선실로 들어간 박술녀가

탁자 뒤편에 앉아 있는

검은 두건의 사내를 향해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두건의 사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그녀의 뒤에 서있는 안현수에게

시선을 보냈다.


사내와 눈이 마주친 안현수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조장님의 명성은

예전부터 익히 들어왔으나,

이렇게 존안을 뵙는 것은 처음입니다.


겸사복을 지냈던 안현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둘의 인사를 받은 두건의 사내가

잠시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인들에게 흑호라 불리고 있소.

만나게 되어 반갑소, 안동지."


흑호의 대답에

당사자인 안현수보다

더 마음이 편해진 것은

옆에 있던 박술녀였다.


그런 그녀를 향해

흑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박동지도 오랜만이오.


자, 거기들 앉으시오.

얘기를 시작합시다."


흑호가 손을 뻗은 방향에

작은 의자 두 개가 놓여있었다.


둘이 자리에 앉자

임돌석이

술잔을 두 개 들고 안으로 들어와

그들의 앞에 놓으며 말했다.


"데운 술이오. 천천히 드시오.

몸이 따뜻해질 거요."


술을 건넨 임돌석이

흑호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밖으로 나가자,

선실 안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덜컹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천천히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물의 흔들림을 몸으로 느끼면서

다시금 불안해진 두 사람에게

흑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불안해하지 마시오.

혹시 몰라 배를 띄운 것이니...


중요한 밀담을 나누기엔

강물 한가운데만큼

좋은 곳은 없지 않겠소.


무언가를 버리기에는,

강이나 바다가 제일 좋으니까 말이오."


흑호의 말투가

무척이나 부드러웠음에도

박술녀의 이마에서

식은 땀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말이 좋아 대화지

저건 그냥 협박이나 다름없지 않는가.


조선 최강의 살수가

대놓고 저런 말을 한다는 건,


자신의 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바로

고기밥을 만들어버리겠다는

뜻이 아닌가.


긴장이 극에 달한 박술녀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키자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안현수가

조용히 탁자 밑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떨리는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안현수의 손길을 느낀 박술녀가

살짝 시선을 돌려

자신의 자상한 정인(情人)을

바라보았다.




안현수는 긴장도 풀 겸,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데운 술 한 모금을

천천히 입술에 적셨다.


그 모습을 본 흑호의 눈이

흥미로운 듯 살짝 움직였다.


사실 무척이나 겁을 먹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안현수가 제법 배짱을 부려

먼저 입을 열었다.


"조장님께서

이렇게까지 신경 쓰시는 것을 보니,

무척이나 중한 일인가 봅니다.


저나 이 사람은

무엇이든 열심히 할 각오가 서있으니,

어서 말씀해주시지요."


검은 두건으로 온통 가려진

흑호의 얼굴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두 눈이

잠시 안현수를 서늘하게 응시하였다.


안현수도 용기를 쥐어짜

시선을 피하지 않고

흑호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러자 흑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안동지의 기백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려.


이 정도 사내라면,

믿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소.


좋은 분을 데려와주어서

고맙소. 박동지."


흑호의 칭찬에도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는 듯,

박술녀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사람이 요 몇 년 동안

도성에서 하달된 임무를 맡아

굵직한 경험을 많이 쌓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관록이 제법 붙은 것 같아요.


허튼 소리는 내뱉지 않는 사람이니,


조장님께서도

편히 말씀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술녀가 안현수를 한껏 칭찬하자

흑호가 조용히 웃음소리를 내며

둘을 쳐다보았다.


갑작스러운 흑호의 웃음에

둘의 얼굴이 다시 경직되었다.


흑호가 입을 열었다.


"안동지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소.


도정궁의 사냥개 노릇을 한다지요?


그것도 사냥개 중의 하나가 아니라

그 무리의 대장을 맡고 계시다고..."


"아..."


예상치 못한 의외의 말에

박술녀의 입에서

차마 숨기지 못한 탄식이

한줄기 흘러나왔다.


안현수가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환도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 비밀을 아는 자는

이 땅에 채 열 명도 되지 않거늘...


어찌 이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단 말인가...


결국 안현수마저

마른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흑호가

다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리 긴장하거나 놀랄 것 없소.


그것을 빌미 삼아

협박을 하거나 강요를 하려고

말을 꺼낸 것이 아니니...


더 이상 돌릴 필요도 없으니

간단히 본론을 말하겠소.


안동지,

이번에 벌릴 우리의 중요한 일에

당신의 수하들을

움직여주었으면 하오."


흑호의 제안에

안현수의 얼굴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응? 힘을 빌려달라고?

팔도 최강의 무력을 가졌다는 저 자가?


그렇다는 건...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큰일을 만나

무언가 곤란해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순간적으로 빠르게 머리를 굴려

상대의 입장을 파악한 안현수가

잠시라도 여유를 되찾기 위해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천천히 입가로 가져갔다.


흑호의 말이 계속 되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오.


아마 안동지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오."


안현수가

이미 식어버린 술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긴 후, 입을 열었다.


"이미 저나 제가 이끄는 애들에 대해

잘 알고 계신 것 같으니,

거두절미하고 여쭙겠습니다.


조장님께서

다른 이의 힘을 빌려서까지

하셔야할 일이라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일 텐데...


아시다시피 저나 제 수하들은

윗분의 허락을 받아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허락을 득할만한, 중요한 이유가

이번 일에 있습니까?"




안현수의 물음에

이번엔 흑호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답했다.


"그렇소.


안동지는 물론이고,


내 생각에는

아마 안동지의 윗사람도

무척이나 좋아할 만한 이유가

이번 일에 있을 것이오."


안현수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힘을 주어 말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셔야만,

저도 최대한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송구하지만,

제게 윗분을 설득할만한 명분을

좀 주시지요."


흑호가

안현수의 얼굴을 잠시 지그시 쳐다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안동지는...


꽤 오랫동안

어떤 사람을 찾고 계시지요?


내가 알기로,

그자는 검계의 인간일 것이고... 맞소?"


안현수의 눈빛이 반짝이며

바로 긍정의 답을 내놓았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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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제 4 부 개화(開花) (56) 22.02.07 88 1 8쪽
161 제 4 부 개화(開花) (55) 22.02.04 87 1 10쪽
160 제 4 부 개화(開花) (54) 22.02.02 88 1 6쪽
159 제 4 부 개화(開花) (53) 22.02.02 88 1 7쪽
158 제 4 부 개화(開花) (52) 22.01.28 88 1 12쪽
157 제 4 부 개화(開花) (51) 22.01.26 93 1 9쪽
156 제 4 부 개화(開花) (50) 22.01.24 93 1 9쪽
155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6 1 7쪽
»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2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5 1 7쪽
151 제 4 부 개화(開花) (45) 22.01.12 91 0 7쪽
150 제 4 부 개화(開花) (44) 22.01.10 90 1 10쪽
149 제 4 부 개화(開花) (43) 22.01.07 95 1 10쪽
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4 1 10쪽
147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4 1 7쪽
146 제 4 부 개화(開花) (40) 21.12.31 95 1 8쪽
145 제 4 부 개화(開花) (39) 21.12.29 85 1 11쪽
144 제 4 부 개화(開花) (38) 21.12.27 88 1 7쪽
143 제 4 부 개화(開花) (37) 21.12.24 88 1 7쪽
142 제 4 부 개화(開花) (36) 21.12.22 8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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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제 4 부 개화(開花) (34) 21.12.17 89 1 9쪽
139 제 4 부 개화(開花) (33) 21.12.15 10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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