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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79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12.24 03:52
조회
88
추천
1
글자
7쪽

제 4 부 개화(開花) (37)

DUMMY

-6-


납치한 미끼를

은신처에 숨겨놓고서


빈 가마만을 든 채

장종훈의 일행이

사냥터로 합류하였다.


사냥터 주변에는

이미 정민철을 필두로

지리산과 금강산에서 선발된

실력자들이

스무 명 가까이 모여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장종훈이

가마를 메고 온 수하 둘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이제 너희는 다른 척후들과 함께

사냥감의 길목을 지켜라."


"넷."


짧게 대답한 사내 둘이

재빠르게 숲 속으로 사라졌다.


장종훈이 몸을 돌려,

사냥터로 쓸 움막 앞마당에 놓인

빈 가마를 유심히 살피고 있는

정민철에게 다가갔다.


"어르신들은?"


장종훈이 묻자 정민철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저쪽. 자네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언덕 위"


정민철의 대답을 들은 장종훈이

시선을 돌려 언덕 위를 천천히 살피다

구대성과 한용덕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그 모습을 본 두 노사장이

장종훈에게 수고했다는 듯

손을 흔들어주었다.




"먼저 움직이시느라 고생이 많았소.

장동지."


김태균이

수십 개의 표창이 담겨있는

가죽주머니를 허리에 두르며 다가와

장종훈에게 말했다.


"일이 워낙 쉬워서

고생이랄 것도 없었소.


수고는

같이 움직인 척후들이 다 했으니..."


김태균의 뒤를 따라

철봉을 어깨에 걸친 채 걸어오던

이정훈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고생은 고생이지.


첫 단추 잘 끼우느라고 수고했다.

장가야.


넌 이따 좀 쉬어라.

우리가 잘 마무리할 테니."


이정훈의 말에

장종훈이

자신의 무기 중 하나인 도끼를 꺼내

날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괜히 무리하다 다치지 말고,

이 형님 뒤에 있어라. 이가야."


"뭐라?


이런 버릇없는 아우님을 봤나.

내가 너보다 생일이 빠르다니까."


"이놈이 또 사기를 치네. 나 원..."


둘의 농지거리를 흘려들으며

김태균과 정민철이

각자의 무기를 점검하는 동안,


숲속에 소노(小弩)의 설치를 끝낸

송진우가 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민철이 물었다.


"소노는 몇 개 걸어놓았는가?"


송진우가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차분히 대답했다.


"하나, 둘, 셋....모두 열두 개 해놨네.


줄만 잡아당기면

한 번에 여섯 개씩 발사될 거야.


화살에 독만 발라놓을 수 있으면

이렇게 모두가 힘들 필요도 없는데...


뭐 어쩔 수 없지."


송진우의 푸념에

김태균이 맞장구를 쳤다.


"혹시 몰라서

호랑이 사냥에 쓰는 독을

가져오긴 했는데...


사냥감이 다쳐선 안 된다니

어쩔 수 없지요.


송동지가 설치한 소노에

제 독만 써도 일이 무척 쉬울 텐데...


아쉽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 정도로 소노를 설치하면,


이건 뭐

전쟁터의 연노(連弩)나 다름없는

위력인데...


김동지의 독까지 같이 쓴다면

능히 백 명은 혼자 상대할 수 있을

전력이거늘..."


둘의 아쉬움을 달래듯

정민철이 끼어들었다.


"나도 이번 임무에

저번에 써먹은 벽력탄을 못써서

많이 아쉽네.


자네는 아직

벽력탄의 위력을 못 봤지?


정말 어마어마하더군."


송진우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리도 대단한가?

벽력탄이란 무기가?"


"미끼역할을 하며

같이 움직였던 이총수는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무서웠다고 하더군...


뭐,

한 방에 수십 명을 날려버리는

위력이니..."


정민철의 대답에 김태균이 덧붙였다.


"미리 설치가 가능한 함정이라는 것이

진짜 무섭지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불만 붙이면

이쪽은 아무 피해도 없고,

저쪽은 아무 대비도 못한 채

그냥 터지며 날아가 버리니까요.


저도 그분께

벽력탄 다루는 법을 배웠는데...

그 작동원리가 실로 대단하더군요.


다수의 적을

함정으로 끌어들여 상대할 경우,

그것 이상의 무기는 아마 없을 겁니다."


김태균까지 벽력탄의 위력을 칭찬하자,

이정훈과 장난을 치던 장종훈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써먹지도 못하는 무기 때문에

아쉬운 얘기 백날 해서 뭐하나.


난 그래서 오히려 좋네.


모름지기 싸움이란

직접 몸을 부딪쳐가면서 해야

제 맛이지."


"그놈과 맞붙는 건 내가 먼저라는 걸

잊지 말아라. 장가야."


거구의 사내들이

또 다시 농을 주고받으며

옥신각신하자


정민철의 얼굴이

신중한 표정으로 바뀌며

최종점검을 시작했다.


"자자, 일단 모여 보게.


각자 맡은 자리에서

조원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해야하니,

다시 한 번 신중히 점검해보세."


정민철의 말에 네 명의 조장들이

둥그렇게 모여들었다.


"일단 가마에는

내가 들어가 있을 것이고,


움막 안에는 이동지와 종훈이가,


김동지와 진우는

숲속에 대기해야하네."


"응, 걱정 말게."


장종훈이 대답했다.


정민철이 고개를 돌려

송진우에게 물었다.


"화살촉은 다 빼놨는가?"


"그래. 습사용 화살로 다 걸어놨어.


가까운 거리에서 명중하더라도

치명상은 안당할 거야."


정민철이 이번엔 김태균에게 물었다.


"덫은 몇 개나 깔아놓으셨소. 김동지."


"멧돼지 잡을 때 쓰는

그물 덫이 다섯 개,


노루나 사슴 잡을 때 쓰는

올무 덫이 다섯 개,


호랑이나 곰 잡을 때 쓰는

벼락틀이 하나인데...


벼락틀은

그냥 혹시 몰라서 설치해놓았소.


걸려들 확률은 희박하니..."


정민철이

마지막으로 이정훈에게 물었다.


"돌격조는 몇 명이나 쓰실 건지

정하셨습니까. 이동지."


"종훈이도 무사히 합류했으니,

우리 둘까지 합쳐서

열 명이면 충분할 것 같소.


이쪽의 수가 너무 많아도

한 사람을 근접전에서 상대할 때는

오히려 안 좋을 수 있으니...


혹시라도 공격이 빗나가서

동지들끼리 서로 다치는 것보단,


나랑 이 친구가 각자 네 명씩 인솔하여

동서남북을 막고,

서로 합을 맞춰 치는 것이

제일 나을 듯싶구려."




그렇게 모든 상황을 점검한 정민철이

주변을 한 번 차분히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사냥순서를 되짚었다.


"일파(一波)는,

종훈이와 이동지의 돌격조가...


이파(二波)는,

진우와 김동지의 사냥조가....


세 번째는, 접니다.


가마 속에 숨어있는 저에게까지

나설 차례가 온다면,


어쩌면

이 사냥이 실패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봅시다.


죽여서도, 많이 상하게 해서도

안 됩니다.


힘 조절을 할 수 있는 상대일지는

아직 모르나,

꼭 잊지 말아주십시오.


그리고...


그자와 싸우다가

우리 동지들이 다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사망자만큼은 절대 나와선 안 됩니다.


어르신들의 걱정이 가장 큰 부분이

이 문제이니,

모두 최대한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정민철의 말을 끝으로

다섯 명의 조장들은 원진을 풀고

각자의 대기 장소로 이동해

몸을 숨겼다.




서서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마도 곧, 숲의 밤이 찾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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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제 4 부 개화(開花) (55) 22.02.04 88 1 10쪽
160 제 4 부 개화(開花) (54) 22.02.02 89 1 6쪽
159 제 4 부 개화(開花) (53) 22.02.02 89 1 7쪽
158 제 4 부 개화(開花) (52) 22.01.28 8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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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7 1 7쪽
154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3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1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6 1 7쪽
151 제 4 부 개화(開花) (45) 22.01.12 92 0 7쪽
150 제 4 부 개화(開花) (44) 22.01.10 91 1 10쪽
149 제 4 부 개화(開花) (43) 22.01.07 96 1 10쪽
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5 1 10쪽
147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5 1 7쪽
146 제 4 부 개화(開花) (40) 21.12.31 96 1 8쪽
145 제 4 부 개화(開花) (39) 21.12.29 86 1 11쪽
144 제 4 부 개화(開花) (38) 21.12.27 88 1 7쪽
» 제 4 부 개화(開花) (37) 21.12.24 89 1 7쪽
142 제 4 부 개화(開花) (36) 21.12.22 8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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