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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58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12.29 03:00
조회
85
추천
1
글자
11쪽

제 4 부 개화(開花) (39)

DUMMY

쓰러진 곽재우를 향해

숲속에서 두 명의 복면사내가 튀어나와

그물을 던졌다.


곽재우는 이를 악물며 몸을 굴려

자신을 덮치려는 두 개의 그물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땅바닥을 구르던

곽재우의 머릿속에 순간,

번뜩이는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뭐지?

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공격은?


아까 도끼를 맞추기 직전에 거둔 것도,

방금 그물을 던진 것도

모두 아귀가 맞지 않는데?


이자들은

나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었나?


그럼 사로잡으려는 것인가?


그렇다면...살 길은 있다.


이건 그야말로 엄청난 행운이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살 길을 찾아낸

곽재우의 머리가 맑아졌다.


얼른 몸을 일으켜

다시 방어 자세를 잡은 그의 눈빛은

어느새 아주 차분해져있었다.




‘어차피 저들이 나를 사로잡으려한다면,


저들의 공격은

느슨하고 한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


결정적인 일격은 절대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난, 저들을 죽이면 된다.


약한 곳부터 노리자.


하지만 혹시 모르니,

일단...시험을 한 번 해보자.’


생각을 가다듬은 곽재우는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한 후

자신의 왼쪽을 막아선

일곱 명의 사내들 쪽을

먼저 치기로 마음먹었다.


곽재우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상대의 목을 노리는 척

환도를 휘두르자,


역시나 예상대로

뒤로 한 발 재빨리 물러나며

사내의 자세가 순간적으로 무너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곽재우가

미리 준비했던 진짜 공격인

왼발 곁차기로

물러나는 상대의 턱을 노렸다.


너무 빠르게

사각에서 날아온 공격인 탓에

뒤로 물러난 사내가

방어자세조차 잡지 못한 채

그대로 턱을 맞고 무릎이 꺾였다.


그러자 곽재우는

이번엔 오른다리를 직선으로 쭉 뻗어

상대의 얼굴을 발바닥으로 밀어 찼다.


턱과 얼굴에 두 번의 발차기를

연속으로 얻어맞은 사내는

아마도 정신을 잃은 듯,

뒤가 아닌 앞을 향해 천천히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장종훈이

이정훈에게 말했다.


"저 각법(脚法) 자세는...택견인가?"


이정훈이 급히 뛰어나가며 말했다.


"택견이든,

비각술(飛脚術)이든,

날파람이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네!"


한달음에 달려온 이정훈이

자신의 무기인 철봉을

곽재우의 머리를 향해

창을 찌르듯 내질렀다.


곽재우가 급히 뒤로 허리를 재껴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이정훈의 앞으로 나온 무릎을 향해

오른 다리를 재빨리 뻗어

발바닥으로 밀듯이 강하게 찍어찼다



이정훈의 중심을 무너트리고자

곽재우가 매섭게 내지른

무릎 관절을 노린 공격이었지만,


오랫동안 물위에서 단련된

이정훈의 하체는

그 정도의 공격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정훈은

앞으로 나가던 철봉의 방향을

순간적으로 아래로 바꿔

곽재우의 어깨를 그대로 내리쳤다.


윽,


짧은 신음을 내뱉은 곽재우가

재빨리 몸을 빼내

이정훈의 공격이 닿지 않는 거리로

멀찌감치 간격을 넓혔다.




‘실로 엄청난 하체다.


학치지르기를 정통으로 맞고서도

무릎이 꺾이지 않다니...


그것도 모자라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궤도를 바꿔

철봉을 내리치다니...


정말 무서운 고수다.’


차분한 표정의 이정훈이

다시 거리를 좁히며

한 발 앞으로 나서자,


곽재우가

신중히 뒤로 한 발 물러나며

다시 간격을 유지했다.


‘저 자의 내려치기가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은 공격이라

천만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이걸 어쩐다.


저런 고수를 상대하며

시험을 해볼 여유 따윈 없는데...’




곽재우가

자신의 예감에 확신을 갖기 위해

공격을 망설이고 있을 때,


이번엔

뒤에서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훙,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장종훈의 편곤이

곽재우의 다리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날아왔다.


‘아차, 고수가 한 명 더 있었지.’


곽재우가

다시 한 번 땅재주꾼처럼

몸을 허공으로 띄워

옆으로 공중제비를 돌아

공격을 피하며


동시에 한 호흡으로 환도를 휘둘러

장종훈의 목을 노렸다.


그러나 장종훈은

그런 급조된 공격에 말려들

하수가 아니었다.


곽재우의 환도를

비스듬히 흘려버리면서,


그가 땅에 착지하는 순간을 노려

곽재우의 허벅지를 향해

장종훈이 이번엔 도끼를 휘둘렀다.


‘으앗! 위험하다!’


순간적으로

강한 위험을 감지한 곽재우가

땅에 착지하자마자

이번엔 뒤로 공중제비를 돌아

장종훈의 도끼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그러나 그의 뒤에서는 이미

이정훈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뒤로 한 바퀴 돈

그의 두 발이 땅에 미처 닿기도 전에


이정훈의 발길질이

곽재우의 오른쪽 옆구리를

강하게 걷어찼다.


커억,


단말마를 내지르며

곽재우의 몸이 옆으로 날아갔다.


급히 오른팔을 내려 막긴 했으나


그런 어설픈 방어로

충격을 상쇄하기엔

이정훈의 발차기는

너무 강하고 빨랐다.


쿵 소리와 함께

땅으로 떨어진 곽재우의 몸은

두어 바퀴 굴러 겨우 멈췄다.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곽재우는 오른팔의 상태부터 살폈다.


'부러지진 않았다...다행이다.'


옆구리에서도

묵직한 통증은 느껴졌으나,

호흡이 잘 이뤄지는 것으로 보아

뼈나 내장은 상하지 않은 듯 했다.




그렇게

이정훈과 장종훈의 연속공격으로

곽재우의 육신은 큰 고통을 받았으나,


그의 정신은

비로소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공격으로 확실해졌다.


저들은 나를 죽일 생각이 없다.

사로잡을 생각이다!


죽일 거였으면

저 정도의 고수들이

도끼질도, 발차기도

저렇게 할 리가 없다.'


이 싸움에서

자신의 목숨이 안전할 거라는

확신을 얻은 곽재우가

묘한 미소를 얼굴에 띠우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아까 그에게 공격을 당해

정신을 잃은 둘을 제외한

여섯 명의 사내와


무서운 두 명의 고수가

다시금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다.


방어 자세를 잡으며

곽재우는 차분히 생각을 가다듬었다.


‘흑호 사부의 가르침을 떠올리자.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최대한 간결한 동작으로,


공격과 방어를 모두 신경 쓰기보단

하나를 선택해 집중해야만 한다.


베기나 휘두르기로는

자칫 칼만 상할 뿐,


급소를 정확히 맞히지 않는 한

사람을 죽이기 어렵다.


사람의 살과 뼈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끈적거린다고

사부께선 말씀하셨지.


찌르기 한 번으로

적을 하나씩 쓰러트릴 수 있는,

그런 필살기에 가까운

매서운 공격을 해야 한다.


차분하게, 하나씩 잡자.’




생각을 정리한 곽재우는

왼손의 환도를 비스듬히 치켜들고

오른 손을 앞으로 내밀어

상대와의 간격을 가늠했다.


여섯의 사내들 중 단창을 든 사내가

아래쪽을 향해 창을 휘두르며

비호처럼 뛰어들었다.


그러나,


창잡이가

몸통이나 목이 아닌

다리를 노릴 거라는 걸

마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곽재우는 너무도 쉽게 창을 피하며

매섭게 사내의 목을 향해

환도의 날을 뻗었다.




창잡이 사내의 목이

곽재우의 칼에 꿰뚫리기 직전,


어디선가 날아온 봉 하나가

곽재우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헉,


곽재우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오른쪽 갈빗대 바로 아래쪽 급소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곽재우의 호흡이

순간적으로 확 끊기며

그대로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와 동시에

곽재우의 명치를 향해

묵직한 발길질이 날아와

그의 몸을 저만치 날려버렸다.


급소를 노린 두 번의 연속공격에

가마가 놓인 마당 근처까지

나뒹군 곽재우는

밀려오는 거센 통증에

거의 정신을 잃을 뻔 했다.




공격을 펼친 복면을 쓴 사내 둘이

그의 앞으로 다가왔고,

그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어린놈의 살초(殺招)가

아주 매섭구나.


인명을 끊는 것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다니,


실로 천성이 간악한 놈이 아닌가."


곽재우를 향해

분노의 일갈을 날린 복면사내는

송진우였다.


동지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급히 봉을 날려

곽재우의 옆구리를 맞춘 것이었다.


송진우의 옆에는,

바로 뒤따라 나와

곽재우의 명치를 걷어찬

김태균이 서있었다.


쓰러진 곽재우를 바라보는,

복면 밖으로 드러난

김태균의 두 눈에도

분노의 빛이 역력했다.


장종훈과 이정훈도

그들의 곁으로 다가와

신음하고 있는 곽재우를 바라보았다.


이정훈이 한 마디를 던졌다.


"이제 포기하고 순순히 따라라.


아무리 네놈을 상하게 하지 말라는

지엄한 명이 있었다 해도,


우리가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네놈이

그런 잔인한 살초를

망설임 없이 쓴다면,


우리도 너를 죽일 수밖에 없어."




그때였다.


번개처럼 몸을 튕긴 곽재우가

다리를 휘둘러

이정훈의 턱을 걷어차고.


곧바로 한 호흡으로 이어

송진우의 옆구리에 주먹을 날렸다.


방금 전까지도

고통의 신음을 내뱉으며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상대가

갑자기 펼친 기습에,


두 고수가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급소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송진우나 이정훈이

방심한 탓도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실로 엄청난 탄력과 속도를 가진

곽재우의 공격이었다.




그 모습을 본 장종훈이

분노의 고함을 내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 여우같은 놈!"


장종훈의 바위 같은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로 흘려내며

간발의 차로 피해낸

곽재우의 허벅지를,


이번엔 김태균의 발차기가

세차게 후렸다.


다리에 강한 타격을 받고

순간적으로 허벅지가 마비된 듯

묵직한 통증을 느낀 곽재우가,


이를 악물며 도약해

가마가 놓인 곳으로 몸을 날렸다.


가까스로 간격을 확보한 곽재우는

가마 앞에서

다시 자세를 잡아보려 했지만,


이번엔 장종훈의 매서운 주먹이

턱을 향해 날아왔다.


피하기는 늦었다 판단한 곽재우가

두 팔을 들어 올려 주먹을 막았다.


방어를 하여

어느 정도 충격을 줄이긴 했으나,


장종훈의 철권은

그것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얼굴 쪽에 한 번 더 큰 충격을 받은

곽재우의 몸이

한 순간 붕 뜨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졌다.




체술을 펼쳐

낙법을 쓸 틈조차 없었던 상황이기에


이번만큼은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그의 온몸을 덮쳐왔다.


등줄기에 철퇴를 맞은 것처럼,

묵직하고 저릿한 고통과 함께

서서히 호흡이 막히며

정신이 아득해지던 찰라,


곽재우의 눈에

납치된 자신의 아내가 타고 있을

가마가 들어왔다.


가마를 향해

곽재우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미...미안..하오...임자...


꼭, 구해...주고...싶었...는데..."




그때,


가마의 문이 열리며

복면을 쓴 사내 하나가

곽재우의 눈앞에 나타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 커진

곽재우에게


가마에서 나온 정민철이

차분하게 말했다.


"안심하고 자거라.


네 여자에겐 아무 일도 없으니."


그 말을 끝으로

정민철의 주먹이

곽재우의 관자놀이를

날카롭게 후려쳤고,


곽재우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사냥은 그렇게 끝났다.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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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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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4 1 10쪽
147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4 1 7쪽
146 제 4 부 개화(開花) (40) 21.12.31 9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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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제 4 부 개화(開花) (38) 21.12.27 8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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