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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72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2.16 07:19
조회
80
추천
1
글자
6쪽

제 4 부 개화(開花) (60)

DUMMY

-5-


"심지에 불을 붙여라"


몇몇 후배들의 걱정을

권위로 억누르고 작전을 세운,

차종훈이 명했다.


대웅전 서쪽 경사면에 자리 잡은

금군 스물아홉 중

활을 든 열 명이 부싯돌을 켰다.




도성을 출발할 당시부터,


안현수라는

천한 자의 지시를 받는 것에

불만을 품고


가뜩이나

명령체계가 제대로 서있지 않던

금군들의 태도는


최고참이

흑호의 칼에 어이없이 죽는 바람에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피바람이 난무하는 전장은커녕,

서로 목숨을 노리는 실전조차

경험해보지 않은 끝 항렬의 몇몇은


왜 한낱 중들을 상대로

이런 번거로운

야습의 절차까지 거쳐야하는지

불만스러울 정도였다.


북방에서 출신군관 복무를 할 때,

오랑캐들과의 전투를 지휘하며

전장을 경험해본 몇몇이나


소규모 왜구소탕작전에 투입되어

사람을 죽여 본 몇몇도

방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이번 임무는,

그저 윗분들에게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출세의 길이 어렴풋이 열리겠구나

하는 정도의

가벼움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건 지금 전투를 지휘하는

차종훈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정탐임무를 맡았던 이두성은

생각이 달랐다.


북방정병들과 사계절을 같이 하며

여진족 기병들과

죽음 직전의 사투를 벌여보았던 그는,


야경을 서는

승병들의 움직임에서부터

잘 정련된 군대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 것이다.


‘저들은 결코 평범한 중 따위가 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훈련을 받은 정병이자

단련을 거듭한 무사들이다.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했기에

원래의 활 공격이 아닌

총통 공격을 선택하는

차종훈의 말에

반대를 하고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설령 그것이

어리석은 작전, 잘못된 명령이라도

한 번 결정되면

거스르지 않고 따르는 것이 군인이다.


더군다나 차종훈의 말대로

우리는 금군, 임금의 칼이 아닌가.


어떻게든 임무를 완수해야한다.




그렇게 생각과 태도의 차이가

확실히 있을지언정,


어쨌든 전투에 임한 금군무사들은

심지에 불을 붙인 석류화전이 걸린

활시위를 당긴 채,

요사채를 겨누고 있었다.




"지금이다. 쏴라."


지휘자의 명령에


열 발의 화전이

자그마한 불빛을 달고

밤하늘을 가르며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열 개의 작은 불꽃이

어둠을 뚫고 날아가

대웅전 옆 요사채의 곳곳에 박혔다.




잠시 후,


화전의 작약실에 담긴 화약들이

불붙은 심지와 만나

큰 소리를 내며 일제히 터졌다.


작은 불꽃이 순식간에 확 타오르며

요사채의 곳곳을

열 마리의 화마가 덮쳤다.


처음엔 화약이 터지는 큰 소리에,


그 다음엔

동료들이 잠을 자는 건물을

순식간에 벌겋게 타오르게 만든

불길에,


야경을 서던 열 명의 승병들이

깜짝 놀라 쏜살같이 뛰었다.




그 모습을 본 금군 무사들은


세워진 작전대로

재빨리 평지로 내려와


연무장의 서쪽 끝 부근에 자리를 잡고

방패를 중심으로 방진을 펼쳤다.


칼을 든 살수병이

방패를 세우자


갑주를 입고

장창을 높이 세워든 창병이

방패들 사이에 섰다.


그리고 그 뒤에서

2인 1조로 나뉜 사수들이

승자총통에 조란환을 장전하며

발사준비에 들어갔다.




방진의 한 가운데에 서서 장창을 들고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 모든 과정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차종훈은


갑자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불붙은 요사채에서 튀어나오는

승병들이


마치 야습을

미리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침착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떤 승려 하나가 불길 앞에 서서

주변의 몇몇 동료들과 함께

아직 타지 않은 요사채의 문짝을 떼어

마치 방패처럼 써먹고 있었다.


문짝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마치 지붕을 이고 있는 형상으로,


그 다섯 명의 승려는


자다가 놀라 뛰쳐나오는 동료들을

한둘씩 화마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며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안전을 확보 받은 이들은

그들을 따라 똑같이 행동함으로써,


어느새

요사채 안에서 튀어나오는

승병들의 숫자는

오십여 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 오십여 명은

화마에게 어떠한 피해도 받지 않은,

온전한 상태였다.




그러나

아무리 침착하게 대응한다 해도


이미 크게 불이 붙은 요사채 안에서

모두를 구해낸다는 건 무리였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승병들의 비명소리가


멀리 떨어져있는

금군 무사들의 귀에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대오를 정비하며 점호를 하던

몇몇 승병들의 눈에

어느 정도 준비를 끝낸

금군의 방진이 들어왔다.


자신들에게 야습을 걸어

동료들 수십을 불태워 죽인

침입자를 발견한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분노에 몸을 맡긴 십여 명의 승병들이

금강봉을 들고 번개처럼 튀어나갔다.




문짝방패라는 기지를 발휘하고

침착하게 움직여 동료들을 구해낸,

지휘자 역할을 한 승려의 눈에


적들을 발견하고 돌진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러나 적들은 이미 방진을 짜고

전투준비가 모두 끝나있는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그 승려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동지들!!! 안됩니다!! 멈추세요!!!"


그 승려는 유정이었다.




그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단호한 한 마디가

적들의 방진 안에서 튀어나왔다.


"쏴라!!!"


순간 쾅! 하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쉬쉬쉭 하는 아주 날카로운 소리가

공기를 찢듯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분노의 돌격을 감행하던

십여 명의 승병들이


사지가 걸레짝처럼 뜯겨져 나가며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

처참한 모습으로

땅바닥에 굴러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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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7 1 7쪽
154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3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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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5 1 10쪽
147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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