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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71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1.03 01:52
조회
84
추천
1
글자
7쪽

제 4 부 개화(開花) (41)

DUMMY

"어디에?

그 자가 어디에 있단 말이냐?"


이번엔 구대성이 추궁하듯 물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그것까진 모르오.


다만

내가 토정어르신을 찾아뵈었을 때는

가사장삼을 걸친 승려의 복장이었소."


"거짓말 마라!


흑호가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것이

아마도 서림, 그자일 것이다.


그자가

너를 흑호와 연결시켜주었다는 것을

우리더러 지금 믿으라는 것이냐?"


한용덕이 화를 내며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곽재우가 침착하게 맞받았다.


"서림이 나에게 소개시켜준 것은,


흑호 사부가 아니고

청석골의 가도치 두령이오."




가도치...


임꺽정이 형으로 모셨던

청석골의 터줏대감이며

인망 높은 도적이자

의를 아는 협객,


하지만

그 역시 관군에게 추포되었는데...


그때

참수되지 않고 살아있었단 말인가?




곽재우가 말을 이었다.


"다들

가도치 두령이 관군에게 붙잡혀

죽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두령은 죽지 않았소.


이유는 모르겠으나,


서림이 남치근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만류하여,


무릎까지 꿇으며

열과 성을 다해 사정을 하여

참수만은 막았다고 들었소."


"그럼...

가도치 두령은...지금 어디 계시냐?


건강은...몸은 괜찮으시냐?"


가도치와 친분이 깊었던

구대성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내가 서림의 소개장을 들고

노역을 하고 계신

황해도 재령의 철광으로

찾아뵈었을 때,


그때까진 혼자 거동을 하셨으나...


고신을 당하여 크게 상한 다리에

종기가 생기더니 자리에 누우셨고,


결국 그 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셨소."




곽재우의 말에,


마치 애도하듯

그 자리의 모두가 침묵에 빠졌다.


살아생전

가도치의 환하고 푸근한 웃음을

아마 모두가 떠올렸으리라.




얼마 후,

서산대사가 긴 침묵을 깨고 물었다.


"서림이 살아있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가도치 두령이 서림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놀랍구나.


거기에 대해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얘기해보아라."


"가도치 두령이 참수형을 면하고

철광으로 노역이 정해진 이후,


서림이 찾아왔었다하오.


고문으로 몸이 크게 상하여

전옥서에 갇혀있는 가도치 두령을

빚까지 내어 극진히 병구완하면서


자신이 왜 배신하게 되었는지를

울면서 고백했다 하더이다.


처자식을 볼모로 잡혀 협박당했다고,


자신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렇다고

동지들에게 용서를 구하진 않겠다고..."


"......."


"그래서 가도치 두령께서도

똑같이 말씀해주셨다 하오.


네 선택이 어쩔 수 없었음은 안다.


하지만 나도 너를 용서하진 않겠다.


네가 설령 내 목숨을 구해줬다해도....


그날을 마지막으로 헤어진 이후,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은 없다하셨소."




곽재우의 설명은

그를 둘러싼 검계의 사내들에게

충분히 먹혀들만한 이야기였다.


서산대사가

허공을 향해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무슨 연유인지는 이제 납득이 간다.


그런데

흑호와 너는 어떻게 만난 것이며,


아까 흑호를

네가 사부라고 부르던데...


그건 또 어찌 된 것이냐."


"서림이 나에게 부탁한 것은

딱 하나였소.


자신이 망친 모든 것을

나더러 대신 이루어달라고...


자신의 경험이 녹여진 책략과

가장 날카로운 칼을 선물로 줄 테니

꼭 이루어달라고."


"....."


"그가 나에게 남겨준

제목도 없는 책 두 권에는


대두령의 행적과 전투기록,

그가 써먹은 책략과

조선팔도 검계들의 목록,

이권물목 등이

실로 자세하게 쓰여 있었소.


책을 전해준 그가

다시 어딘가로 떠나면서,


편지 하나를 써주며

가도치 두령에게 가라하였소.


거기에 가면,

가장 날카로운 칼이 있을 거라고...


그래서

가도치 두령에게 찾아가서

편지를 내밀자,


다음 날 새벽에

흑호 사부가 내 앞에 나타났소."


"그렇다는 건,

흑호 그 아이가

가도치 두령 곁에 있었다는 것이냐?


예전의 인연으로

몸이 불편한 그를 돌봐주기 위해?"


"곁에서 지켜본 바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돌봐 주었다기보다는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소.


일종의 감시지요.


흑호 사부는

언젠가는 서림이

가도치 두령을 찾아오리라

믿고 계셨던 것 같소.


아마 때를 기다려

복수를 하려하셨겠지요."


"....."


"그런데 가도치 두령께서

나를 흑호 사부에게 소개시키며


서림이 준 서한을

사부에게 보여주시더이다.


편지를 읽고 한참을 생각하던 사부가

나에게 딱 두 마디를 하였소."


"...흑호 그 아이가 뭐라 했느냐?"


"첫 번째,

내일부터 너에게

칼 쓰는 법을 가르칠 것이다.


대신 넌,

너나 나 둘 중에 하나가 죽을 때까지,

내 곁에 남아있어야만 한다.


서림 그자가

다시 너를 만나러 올 때까지..."


"...또 하나는?"


"탐탁찮지만,


그자의 머리를 빌려서라도

반드시 대두령의 유지를 잇겠다.


네가 나의 책사가 될 그릇이라고

여기 쓰여 있다.


그것이 너를 죽이거나 고문하지 않는

나의 조건이다"


"......"


"그래서

그때부터 가도치 두령과 같이 지내며


사부에게 무술을 배우고

서림의 책을 공부했소.


그 후의 일은...다들 아시리라 믿소."




서산대사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민에 빠졌다.


그때 구대성이

꼭 필요한 질문을 던졌다.


"보우의 사람들과는

어떻게 연이 맺어졌느냐?"


"토정어르신의 소개로

도성에 남아있는

잔당들의 연락책을 만나

지금의 조직을 얻었지만,


흑호 사부도

보우선사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는 신도 중 하나였소.


사부가 구월산에 합류하여

입당식을 마치고 동지가 되었을 때,


대두령의 소개로

보우선사를 알게 되었다 하였소.


회자수로 일할 때 망가졌던 마음을

보우선사를 통해

많이 보듬었다 하더이다."


"그래...


이제야 모든 것이

명확히 이어지는구나...


그렇다는 건,


지금

너와 흑호가 벌이고 있는 일이 모두,


서림이 넘겨준 계획이란 말이냐?"


"정확히 말하면,

대두령과 서림이 같이 짰던 계획이오.


팔도의 검계들을 하나로 묶어

도성을 정벌한다는...."


“.......”


곽재우의 마지막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모든 흑막이 벗겨진 지금,


드러난 진실은

한없이 허망하고 슬프기만 했다.




“지금까지 네 놈이 말한 것에

한 올의 거짓이라도 섞여있다면,


너 뿐만이 아니라 네 피붙이들까지

모조리 도륙을 당할 것이다.


각오는 되어 있느냐?”


“내가 거짓을 말할 필요가

도대체 어디에 있소?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저항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설령 거짓을 말해

당신들을 속였다고 해도

내 처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곽재우의 말은 사실이었다.


거짓을 말할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울분에 찬 누군가가

당장 그의 목을 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구시대의 망령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세상에 다시 흩뿌린 저주의 씨앗을,

결국 싹틔운 놈이 아니던가.


저 천지분간 못하는 어린놈이

서림과 흑호의

연결고리가 되어준 탓에

다시금 동지들의 피를

온 나라에 흐르게 만들었다.




좌중의 누군가가 울분을 참으며

이를 뿌드득 가는 소리가 들렸다.


위험한 분위기를 본능적으로 감지한

곽재우가

긴장하여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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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제 4 부 개화(開花) (61) 22.02.18 78 1 5쪽
166 제 4 부 개화(開花) (60) 22.02.16 80 1 6쪽
165 제 4 부 개화(開花) (59) 22.02.14 80 1 7쪽
164 제 4 부 개화(開花) (58) 22.02.11 81 1 7쪽
163 제 4 부 개화(開花) (57) 22.02.09 83 1 5쪽
162 제 4 부 개화(開花) (56) 22.02.07 88 1 8쪽
161 제 4 부 개화(開花) (55) 22.02.04 87 1 10쪽
160 제 4 부 개화(開花) (54) 22.02.02 89 1 6쪽
159 제 4 부 개화(開花) (53) 22.02.02 89 1 7쪽
158 제 4 부 개화(開花) (52) 22.01.28 89 1 12쪽
157 제 4 부 개화(開花) (51) 22.01.26 94 1 9쪽
156 제 4 부 개화(開花) (50) 22.01.24 94 1 9쪽
155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7 1 7쪽
154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3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6 1 7쪽
151 제 4 부 개화(開花) (45) 22.01.12 92 0 7쪽
150 제 4 부 개화(開花) (44) 22.01.10 91 1 10쪽
149 제 4 부 개화(開花) (43) 22.01.07 96 1 10쪽
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5 1 10쪽
»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5 1 7쪽
146 제 4 부 개화(開花) (40) 21.12.31 96 1 8쪽
145 제 4 부 개화(開花) (39) 21.12.29 86 1 11쪽
144 제 4 부 개화(開花) (38) 21.12.27 88 1 7쪽
143 제 4 부 개화(開花) (37) 21.12.24 88 1 7쪽
142 제 4 부 개화(開花) (36) 21.12.22 87 1 7쪽
141 제 4 부 개화(開花) (35) 21.12.20 8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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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제 4 부 개화(開花) (33) 21.12.15 10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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