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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65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12.20 11:45
조회
86
추천
1
글자
7쪽

제 4 부 개화(開花) (35)

DUMMY

-4-


경남 의령 땅에

낯선 사내들 수십여 명이

서너 명씩 한 조가 되어

며칠의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어떤 사내들은 소금장수로,

어떤 사내들은 걸립패로,

어떤 사내들은 쇠살쭈로,

어떤 사내들은 옹기장수로 위장했다.


그들은

이런저런 자신들의 역할에 맞는

일상적인 일들을 하며

의령 땅에 머물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일곱 명의 사내가 의령 땅에 도착했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사내 둘과

삼십대의 사내들 다섯이었다.


그들은

의령장터에서

제일 큰 주막으로 들어갔고,


저녁 무렵이 되자

먼저 와있던 수십 명의 사내들이

하나둘씩 그 주막으로 모여들었다.




그날 밤,

주막의 봉놋방에서

주사위노름판이 크게 열렸다.


근래에 보기 드문 큰 판이라

주모는 신이 나서

열심히 술과 안주를 방으로 날랐다.


그러나 노름판치고는

방의 분위기가 매우 조용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곳에 모여

주사위를 던지는 사내들은

노름을 가장하여 회합을 열고 있는

추설과 목단설의

사내들이었기 때문이다.




무심한 표정으로 주사위를 던지며

구대성이 입을 열었다.


"준비상황을 보고해보게."


구대성의 정면에 앉은,

요 며칠간 소금장수노릇을 하던

사내 하나가 대답했다.


"미끼는 내일 오전,

근처의 절로 불공을 드리러 갑니다."


이번엔 한용덕이 물었다.


"수행원은?"


한용덕의 물음에는

쇠살쭈노릇을 했던

턱수염이 무성한 사내가 답했다.


"여종 하나와 가마꾼 둘밖에 없습니다."


구대성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왼편에 앉아있는

걸립패복장의 사내에게 물었다.


"사냥터는 준비됐는가?"


사내가 답했다.


"절에서 십리 정도 떨어진 곳에

화전민들이 버리고 간

빈집이 있습니다.


혹시 몰라서

주변에도 멧돼지 덫을 몇 개

새로 놨습니다."


선발대 사내들의 보고가 끝나자

구대성이 한용덕에게 물었다.


"어쩌시겠습니까?


미끼를 낚는 쪽을 하실지

사냥을 준비하는 쪽을 하실지

정해보시지요."


구대성의 물음에 한용덕이 답했다.


"이번엔 일을 나누지 말고

우리 모두 사냥 쪽에 참가합시다.


어차피

여종 하나에 가마꾼 둘밖에 없다면

조원들로도

미끼 쪽은 충분할 것 같으니..."


"그럴까요?


하긴 어쩌면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만약의 사태를 최대한 없애려면"


구대성의 말이 끝나자

한용덕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조장들의 생각은 어떤가?"


한용덕이 질문을 던진 방향에는

류현진을 제외한

다섯 명의 조장이 모여 있었다.


정민철이 그들을 대표하여 말했다.


"혹시 모르니

종훈이가 미끼 쪽으로 가서

지휘를 맡고,


저희 넷은 사냥터에 미리 가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송진우도 한 마디 덧붙였다.


"미끼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면에서도,

민철이의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둘의 의견을 들은 김태균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번 사냥에

꼭 시험해보고 싶은 덫이 있습니다.


그자에게 통할지는 모르나,


만약 통한다면

앞으로의 일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내일 아침 일찍,

송동지와 함께

사냥터에 설치해보려합니다."


한용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새로운 덫이라면,

그때 나에게 얘기했던 것 말이냐?


실전에선 써본적이 없는 것을

내일처럼 중요한 날에

써도 괜찮겠느냐?


괜히 사냥감이 상하진 않을까?"


김태균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화살을 바꾸려고 합니다.


촉을 습사용으로 바꿀 것이니

아마 괜찮을 것입니다."


김태균의 설명에도

한용덕이 여전히

근심어린 표정을 거두지않자

이정훈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덫도 계획의 일부일 뿐입니다.


사냥이 시작되면

저와 종훈이가 선봉에 서서

그자와 육박전을 벌여야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피를 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장종훈도 이정훈의 의견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어르신들의 걱정이 무엇인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정도로 신출귀몰한 자를 상대하면서

손속에 여유를 두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자와는 첫 대결이라,

싸움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실력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저희가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대비할 수 있는 건

다 해놓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장종훈의 말에

모두의 긴장감이 높아지자,

정민철이 조장들을 대표하여

노사장들에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애초에

죽이거나 불구로 만드는 것이 아닌,


포획을 목적으로 짠 사냥계획입니다.


최선을 다하되,

정확히 실행하겠습니다."


송진우도 한마디를 덧붙였다.


"계획대로 된다면,

평정심을 잃고 흥분하여 날뛸 것은

저희가 아니라 그자일 것입니다.


그리 되면

저와 김 동지가

뒤에서 충분히 조절할 수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송진우의 말에

김태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원래의 제 방식대로라면,

독을 써야합니다만...

이번엔 아예 챙겨오지않았습니다.


그러니


사냥 중에

그자의 몸이 상한다하더라도,

치명상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이 조장이나 장 동지 쪽이 걱정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둘 다 관우 장비 같은 용력이라..."


장종훈이 다시 말했다.


"맞서보지 않아서

확실히는 장담드리지 못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자라 하더라도

어차피 아직 뼈도 다 안차오른

어린놈입니다.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겁니다.


최대한 급소는 피할 것이고,


그러하더라도

저나 정훈이의 공격이 적중하면,

아마 세 방 이상 가진 않을 것입니다."


이정훈이 장종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차피 종훈이와 제가 합공을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종훈이가 지르거나 차면,

제가 잡거나 던지겠습니다.


그럼 크게 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제압이 목적이니까요."


이정훈의 말을 끝으로

방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제 결정을 할 시간이었다.




조장들의 의견을 들은 한용덕이

구대성의 의견을 구하듯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구대성이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한용덕이

자신도 고개를 끄덕여

의견이 일치되었음을 확인해준 후

사내들 모두에게 말했다.


"결행은 내일이다.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공사다.


실수가 있어선 절대 안 되니,

긴장들 풀지 마라.


미끼를 낚는 장소는

사전 답사한 세 곳 중에서

현장상황을 보고

골라 실행해라."


"넷!"


사내들 중 셋이 짧게 대답했다.


구대성이 뒤이어 말했다.


"미끼를 맡은 사람들은

지금부터 한둘씩 천천히 이곳을 떠서

준비한 장소로 가라.


여기 주모부터,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지 않게

최대한 신경 쓰도록."


"알겠습니다."


구대성이

이번엔 조장들 쪽을 보며 말했다.


"조장들은, 옆방으로 가서 눈을 붙여라.


최상의 몸 상태로 사냥터로 가야하니."


"넷!"




그렇게

각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사내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마지막에 둘만이 남은 방에서,


구대성과 한용덕이

식은 파전을 안주삼아

말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어디선가 처량하게 소쩍새가 울었다.


의령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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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7 1 7쪽
154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3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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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제 4 부 개화(開花) (44) 22.01.10 9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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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5 1 10쪽
147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4 1 7쪽
146 제 4 부 개화(開花) (40) 21.12.31 9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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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제 4 부 개화(開花) (38) 21.12.27 88 1 7쪽
143 제 4 부 개화(開花) (37) 21.12.24 8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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