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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55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1.21 03:13
조회
96
추천
1
글자
7쪽

제 4 부 개화(開花) (49)

DUMMY

"그자가 누군지

나는 정체를 알고 있고,


그자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이미 소재도 파악하고 있소...


이 정도면

윗사람의 허락은 물론이려니와,


안동지와 부하들이

움직일 만한 이유는

충분히 되리라 봅니다만... "


"네. 그렇습니다. 충분합니다."


안현수가 뜸들이지 않고

솔직히 긍정의 답을 내놓자,


흑호의 두건 안에서

다시금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의 웃음소리는

아까의 음산함과는 다른

다소 유쾌한 느낌이었다.




흑호가

이번엔 박술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박동지,


요즘 팔도 검계들의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소?"


질문을 받은 박술녀가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요.


조장님께서 5년 전에

양계(兩界) 쪽의 동지들을 모아

연락을 끊고 모습을 감추신 뒤로는,


그쪽 세계의 소식은 잘 모릅니다.


저도 요 몇 년간

선사님이 내려주신

마지막 임무를 하느라

무척 바빴고요."


박술녀의 대답을 들은 흑호가

긍정의 의미처럼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대두령님의 복수만을 꿈꾸던 내가,

다시 몸을 일으켜 움직이게 된 것은

아주 훌륭한 책사를 만났기 때문이고,


그의 계책덕분에

지금까지 이뤄낸 것이 아주 많소.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추설이나 목단설에 전혀 뒤지지 않는

커더란 세력을 만들었다오.


그런데..."


"....."


"묘향산의 노인네가 끼어들었소."


"아...."


박술녀의 입에서

또 다시 탄식이 흘러나왔다.


묘향산의 노인네가

누구를 뜻하는지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아, 그래서 이 사람에게

다른 이의 힘이 필요했구나.


그렇지.


그자가 개입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선사님도, 대두령도

버거워하던 거물이 아닌가.’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흑호가 다시 말했다.


"역시나 그 노인네답게,

이번에도 아주 치명적인 수를 썼다오.


검계들을 풀어 우리 책사를 납치해

묘향산으로 끌고 갔소."


"저런...그곳은...

그자들의 본진이 아닙니까."


"그렇소,

그래서 안동지의 힘이 필요한 것이오."




흑호의 말을 끝으로

셋은 침묵에 빠졌다.


안현수와 박술녀에게는

예상치 못했던 좋은 기회이자

매우 훌륭한 제안이었다.


일에 실패하든 성공하든,

그들은 손해 볼 것이 없었던 것이다.


실패한다면

흑호에게 빚을 지운 셈이고,


성공한다면

윗분의 오랜 숙원인

‘검은 용’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는 동시에


‘흑호’라는

엄청난 힘을 가진 동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침묵을 깬 사람은,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안현수였다.


"제가 알기로,

묘향산의 승병들이나

그들과 연계된 검계의 무리들이

실로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계획이 서신 듯한데,

바로 말씀해주시지요.


제가

어느 선까지

윗분에게

지원을 부탁드려야 하는지요?"


흑호가 안현수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동지가

그렇게까지 이미 생각이 정리되었다니,

기탄없이 말하겠소.


단순한 사냥개들만으로는 안 되오.


윗사람에게 말하여

금군을 움직여주시오."


금군...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요구였다.


난감해진 안현수가 말끝을 흐렸다.


"...그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그러자

흑호가 안현수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오랜 세월동안, 당신이 찾고 있는

그자의 이름은 김덕관.


지리산 추설의 총관이자,

차기 노사장이 될 자요.


지금은 후계수련을 위해

묘향산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소.


그자가 아내와 키우고 있는 자식은

현재 둘이오.


하나는 아들, 하나는 딸.


그런데...그 아들은

그 부부의 친자식이 아니오."


"!!!"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8년 전 온양에서

어느 날 갑자기 거두어들인

젖먹이라 하더군요.


이만하면,

안동지의 윗분께서

금군까지 움직여 줄만한 이유로는

충분할 듯싶소만..."


안현수가 감탄의 빚을 감추지 못하고

흑호에게 물었다.


"네...충분할 겁니다.

아니, 충분합니다. 충분하고말고요...


그런데,

조장님께서는 어떻게

그런 내밀한 정보까지

알고 계시는지요?


아까 이야기를 듣자하니

여기 이 사람하고도

오랫동안 교류가 없으셨던 듯한데..."


흑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묘향산에 잡혀가 있는

우리의 책사가,


만약 자신에게 변고가 생길 경우

읽어보라던 세 권의 책 중

첫 번째 것에 쓰여 있었소.


조선 팔도 검계들 중

중요인물들에 관한

세세한 정보들이 담겨 있더군.


가족관계, 교우관계, 사제관계,

여자관계는 물론이고

특기, 성격, 취미, 버릇 같은 것까지..."


"...대단합니다. 정말...


그 책사라는 분은

실로 제갈량의 환생이로군요."


"안동지가 박동지와

부부 같은 사이라는 것도,


박동지가 도정궁을 드나들며

어떤 일을 벌였는지도,


안동지가 도정궁에 머물며

무슨 일을 하는지도 다 알고 있소.


그건 두 번째 책에 쓰여 있었지.


보우선사님으로 인해 맺어진

팔도의 동지들 중에서

중요인물에 관한 정보였소."


"......."


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오래 전부터,


그들의 주변엔

세작이든 간자든 간에

실력 좋은 감시의 눈들이

붙어 있었을 것이다.


못을 박듯,

흑호가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모든 계획은 이미 다 서 있소.


안동지만 사냥개들을 이끌고

합류하기만 하면 되오.


물론 금군들도 반드시 같이 와야겠지.


묘향산의 노인네는

정말 만만치 않은,

무서운 자니까 말이오.


준비가 끝나는 대로 기별을 주시오.


하루에 한 번씩

돌석이가 두모포에 들릴 것이오."


"네...알겠습니다."




안현수가 확답을 하자,

흑호가 문밖에 있던 임돌석을 불러

마포나루로 배를 돌리라 명했다.


명을 받은 임돌석이

서둘러 갑판으로 나아가

돛의 방향을 바꿔 바람을 탔다.


어느새 안개는 걷히고,

가랑비도 멈췄다.


맑아진 하늘 덕에

주변의 풍경이 환해졌다.


셋은 선실을 나와 갑판에 섰다.


마포나루터가 시야에 들어올 즈음,

흑호가 둘을 향해 말했다.


"서로에게 좋은 거래가 되길 바라오."


안현수가

고개를 깍듯이 숙이며 답했다.


"이 일을 시작으로,

조장님과 두터운 연을 맺고 싶습니다."


둘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박술녀가

손가락을 여러 번 움직여

그날의 궤를 즉석에서 뽑아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인연을 맺기엔 아주 좋은날이네요.

궤가 아주 잘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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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제 4 부 개화(開花) (56) 22.02.07 88 1 8쪽
161 제 4 부 개화(開花) (55) 22.02.04 87 1 10쪽
160 제 4 부 개화(開花) (54) 22.02.02 88 1 6쪽
159 제 4 부 개화(開花) (53) 22.02.02 88 1 7쪽
158 제 4 부 개화(開花) (52) 22.01.28 88 1 12쪽
157 제 4 부 개화(開花) (51) 22.01.26 93 1 9쪽
156 제 4 부 개화(開花) (50) 22.01.24 93 1 9쪽
»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7 1 7쪽
154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3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5 1 7쪽
151 제 4 부 개화(開花) (45) 22.01.12 91 0 7쪽
150 제 4 부 개화(開花) (44) 22.01.10 90 1 10쪽
149 제 4 부 개화(開花) (43) 22.01.07 95 1 10쪽
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4 1 10쪽
147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4 1 7쪽
146 제 4 부 개화(開花) (40) 21.12.31 96 1 8쪽
145 제 4 부 개화(開花) (39) 21.12.29 85 1 11쪽
144 제 4 부 개화(開花) (38) 21.12.27 88 1 7쪽
143 제 4 부 개화(開花) (37) 21.12.24 88 1 7쪽
142 제 4 부 개화(開花) (36) 21.12.22 87 1 7쪽
141 제 4 부 개화(開花) (35) 21.12.20 8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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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제 4 부 개화(開花) (33) 21.12.15 10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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