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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57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2.02 06:31
조회
88
추천
1
글자
6쪽

제 4 부 개화(開花) (54)

DUMMY

-2-


도성에서

흑호의 계략에 걸려든 정창수가

왕을 움직여

자신들에게 토벌군을 보낸 줄은

까맣게 모른 채,


묘향산의 사내들은

그날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즈음,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것은

덕관이었다.


작년 가을,

그 처참했던 사건에서

아내와 자식들을 구해낸 것을 계기로

덕관의 무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사람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고는 하나,


거의 멧돼지만한 큰 늑대를

맨손으로 때려죽인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원래 덕관이 어린 나이부터

씨름판에서 천하장사라 불릴 정도로

초인적인 힘과 기술을

발휘해왔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을 상대로 했던 경우였다.


그 사납고 큰 늑대의 목을 잡아

한손만으로 허공에 들어올리고,

똥오줌을 질질 흘릴 때까지

목뼈를 바스러트린 것도 모자라,

바위처럼 단단한 두개골을

주먹으로 내리쳐 부숴버렸다.


호랑이를 때려잡았다는

수호지의 영웅 도두 무송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덕관을 말하는 것이리라.


어쨌든 그 사건은,

다른 여러 가지 일들에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도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지만,


덕관 개인으로만 보자면

서산대사가 그토록 강조하던

'자신만의 일격필살'을

무의식중에 깨우친 것이라 하겠다.


덕관은 그 날 이후 처음 서너 달 동안,

늑대를 때려잡을 때의 느낌을

계속 떠올리며

정권을 질러보았지만

그때와 같은 위력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여섯 달 가까이 큰 진전을 보이지 않자,

이젠 덕관도 그냥

우연에 우연이 겹쳤던 것인가 보다하고

슬슬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진용이 드디어 병석에서 일어나

오랜만에 바깥공기를 맡던 날이었다.


진용이 다시금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서

방문을 열고 나오던 모습을

지켜보던 미순이


그간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려서 그랬는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며

주춧돌 방향으로 쓰러졌다.


미순의 머리가 돌에 부딪히기 직전,

그녀의 옆에 서있던 덕관이

재빨리 몸을 움직여

한 손으론 아내의 허리를 잡아채고

또 한 손은 주춧돌을 향해

벼락 치듯 내질렀다.


뻑,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덕관의 주먹을 맞은 주춧돌이

반으로 쫙 쪼개지며 부서졌다.


그 모습을 보고 가장 놀란 것은,

크게 다칠 뻔했던 미순도 아니고,

근처에 있다 놀라 달려온

류현진도 아닌,

주먹을 내지른 본인이었다.


덕관은 바로 그 순간에

자신만의 일격필살을 시전하는

정확한 방법을 깨달았다.


말로는 명확하게

그 이치와 방법을 설명할 수 없었지만,

몸으로는 분명히

그 성공의 느낌을 체득한 것이다.


그날부터 바로,

그는 적당한 크기의 돌을 주워와

정권과 수도로 격파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드디어 본인의 의도에 따라

돌을 쪼개고 자르는 주먹을

비로소 완성할 수 있었다.




덕관의 필살기가 완성되자,

대사는 매우 뿌듯해하며

불가에서 말하는 진리 하나를

세 명의 제자에게 설법해주었다.


"돈오돈수(頓悟頓修)와

돈오점수(頓悟漸修)는

본시 다르지 않다.


그저 그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는

타인의 눈과 귀와 코와 입이

다를 뿐이다.


돈오를 깨닫는 자는

오랫동안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쉬지 않고 노력한 자를

뜻하는 것이다."


"....."


"그 긴 시간 속에 켜켜이 쌓여온,

수련자의 피와 땀과 눈물이

어떤 계기로

오늘 덕관이처럼 우연히 터져 나올 때,


세인들은

돈오돈수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반대로


오랫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꾸준히 수련하며

일상 속에서

하나하나 작은 것들을 깨닫고

조금씩 이루어내다가,


나이가 들어 범접키 어려운

연륜과 관록을 얻은 이에게는

사람들이 돈오점수라는 표현을 쓰지.


그러나 그 두 개가

과연 다른 것이겠느냐?"


"아닙니다. 그 두 개는 같은 것입니다."


대사의 물음에 류현진이 답했다.


대사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그렇다.


오늘의 덕관이가

자신만의 돈오(頓悟)를

이루어 냈다하여

앞으로 점수(漸修)를 게을리 한다면

그것을 잃게 될 것이고,


오늘의 현진이 너나 유정처럼

아직 점수의 과정 안에서

계속 정진하며 노력하는 자들은

언젠가 돈오를 얻을 것이다.


잊지 마라. 조바심 낼 필요 없다."


"넵"


비록 덕관말고는,

아직 류현진과 유정은

자신만의 일격필살을

이루어내진 못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그날 아침에도

제자 셋의 수련을 지켜보며

묘향산의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있던 대사에게


구대성과 한용덕이 다가와

아침인사를 전하며

'동굴안의 사내'에 대한

상의를 시작했다.


그들에게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위협에 대한 것은

까맣게 모른 채,


상의를 나누는 셋의 표정은

여유롭고 편안해보였다.




"그 아이는 어떤가?"


대사가 구대성을 향해 물었다.


"기가 많이 죽어있긴 합니다만...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입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이제 처우를 결정하셔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곽재우의 상태에 대한 대사의 물음에

구대성이 답하자

대사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산새 한 마리가

한가로이 날아가고 있었다.


맑은 하늘이었다.


대사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처우라..."


의령에서 잡아와 금강굴에 가둔지

오늘로 보름째,

이제는 슬슬 결정할 시점이 되었다.


대사의 망설임을 감지한 한용덕이

다소 강경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 아이를 조건삼아

흑호와 협상을 하시던지


아니면 저 아이를 손봐서라도...

흑호의 은신처를 찾아내던지...


이제 움직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용덕의 정론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만류의 의사를 내비쳤다.


"자네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뭐든지 억지로 하면 힘든 법일세...


오늘은 내가 특별한 사람들을 데리고

그 아이에게 가보려 하네."


대사의 의견에 두 노사장이

무척이나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특별한 사람들이요?"


대사가 만면에 미소를 띠운 채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특별한 사람들. 아주 특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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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제 4 부 개화(開花) (56) 22.02.07 88 1 8쪽
161 제 4 부 개화(開花) (55) 22.02.04 87 1 10쪽
» 제 4 부 개화(開花) (54) 22.02.02 89 1 6쪽
159 제 4 부 개화(開花) (53) 22.02.02 88 1 7쪽
158 제 4 부 개화(開花) (52) 22.01.28 88 1 12쪽
157 제 4 부 개화(開花) (51) 22.01.26 93 1 9쪽
156 제 4 부 개화(開花) (50) 22.01.24 93 1 9쪽
155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7 1 7쪽
154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3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5 1 7쪽
151 제 4 부 개화(開花) (45) 22.01.12 91 0 7쪽
150 제 4 부 개화(開花) (44) 22.01.10 90 1 10쪽
149 제 4 부 개화(開花) (43) 22.01.07 95 1 10쪽
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4 1 10쪽
147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4 1 7쪽
146 제 4 부 개화(開花) (40) 21.12.31 96 1 8쪽
145 제 4 부 개화(開花) (39) 21.12.29 85 1 11쪽
144 제 4 부 개화(開花) (38) 21.12.27 88 1 7쪽
143 제 4 부 개화(開花) (37) 21.12.24 88 1 7쪽
142 제 4 부 개화(開花) (36) 21.12.22 8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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