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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59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2.02 06:30
조회
88
추천
1
글자
7쪽

제 4 부 개화(開花) (53)

DUMMY

제7장 습격


-1-


다음 날,


승정원에 선전관청에서 올린

장계 하나가 올라왔다.


선전관 정창수의 이름으로 작성된

그 장계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


'전국의 사찰에서

평안도 보현사로 모여든

젊은 승려들 백여 명이


매일 봉을 휘두르며

습진을 한다는 소문이 있어,


이를 직접 확인코자 하옵니다.


민간의 장정들이 습진을 행하는 것은

국법으로 엄히 금하고 있으니


승려들이라 하여

결코 예외가 될 수는 없는 법,


혹여

역심의 기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조처하려 하옵니다.


그러나

상께서 머무시는 궁의 경비 또한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바,


금군에서

정예 서른만 선발하려 하오며,


만약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할 경우가

발생할 시엔

지역의 수령과 상의하여

방법을 강구하겠사옵니다."




이연은 용상에 앉아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외삼촌이 올린 장계를 읽었다.


장계의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은지라,


도승지를 비롯한

승정원의 관리들은

젊은 왕의 심기를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꼼꼼함을 가장하여 두어 번 더

장계를 눈으로 천천히 훑은

이연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


"승지는 서둘러 가서

병판을 들라하라."


명을 받은 도승지가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얼마 후,


숨찬 기색을 감출 틈도 없이

승지와 함께 병조판서가

젊은 왕의 앞에 섰다.


병판이 미처 예를 갖추기도 전에

이연은 장계를 넘기며 무겁게 말했다.


"일단, 병판의 의견을 듣고자 하네."


오는 도중에

이미 승지에게 어느 정도 얘기를 들어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파악하고 있는 병판이

고개를 숙인 채 차분히

건네받은 장계를 읽었다.


일각이 채 지나지 않아,

병판이 고개를 들고 상에게 아뢰었다.


"장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서둘러 출병을 허하는

교지를 내리시는 것이

밝은 처세라 여겨지옵니다.


상의 은덕을 알아보지 못한

불손한 무리들이

거짓으로 머리를 깎고

중으로 가장한 후,


절에 숨어 도적질을 하던 일들이

선왕 대에도 종종 있었나이다."


병판의 답을 들은 이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병판의 말대로라면,


왜 굳이 정예 삼십밖에

선발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만약 그들이

승려로 가장한 도적떼라면,


일거에 쳐들어가

소탕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병판이 허리를 살짝 굽히며

차분히 답했다.


"여기 쓰여 있는 대로,


백여 명의 젊은 승려들이 모여

습진까지 하는 이유가


역심이 아닌

충심에서 비롯된 행동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호국을 위해

단련을 하는 승병들이라면,


그것은

칭찬하고 상을 내리셔야하는

일이기 때문이옵니다."


그러자 이연이

아리송한 표정을 가장하며

다시 물었다.


"국법으로 금한 습진을,


전국 각지 사찰에서 모여든

젊은 승려들이

매일 하고 있는데


벌이 아니라 상을 내려라?


난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병판이 차분하게 답했다.


"선왕 대에 큰 난리였던

삼포왜란 같은 경우에도,


중앙의 정예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외방의 장정들과 노비들까지

모두가 합심하여

왜구를 막아선 일이 있었나이다.


그 젊은이들 중엔 승려들도 많았는데,


실제로

경상도의 사찰 곳곳에 적을 둔

승려들이 승병대를 조직하여


승군을 모아

왜구와 싸움에 임한 일도 있사옵니다."


"그런가?"


이연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넌지시 말을 꺾었다.


그런 젊은 왕의 복심도 모른 채,

병판이 열심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들이 모여서 습진을 하는 의도가,


중으로 가장한 도적떼가

백성들을 노략질하려는 것이 아닌


진짜 승려들이 호국을 목적으로

왜구나 오랑캐를 상대하려는

예전과 같은 이유라면


당연히 독려하셔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중요한 일을

제대로 된 확인조차 없이

넘어갈 수는 없는 법.


날래고 강한

삼십의 정예병들을 파견하여


먼저

그곳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심이

상책으로 여겨지나이다."


이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병판의 이야기가 옳다.


다만 한 가지,


바로 토벌을 해야 할 경우에는

지역의 수령과 상의하여

방법을 찾겠다했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내 맘이 편치가 않다."


병판이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신이 보기에도


역심을 품은

백여 명의 젊은 승려들이라면,


그 지역의 수령이 동원할 수 있는

군사들만으로는

감당키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일의 정확한 상황도 모르는데


평양감영의 정예병이나

국경을 수비하는 북방정병을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법.


상께서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만약의 경우

관찰사에게 내보일 영패와 부신을

선전관청에 윤허하심이

좋으리라 여겨지옵나이다."




이연이 잠시 뜸을 들이며

생각을 정리하는 척

허공을 보며 침묵했다.


병판과 승지,

그리고 그 옆의 사관들까지

왕의 입에서 나올

최종결정에 주목했다.


이윽고 이연이 명을 내렸다.


"병판의 말대로,


그들의 의도도 아직 모르는데

처음부터

소란스럽게 움직이고 싶지는 않구나.


장계의 내용대로 처리하되,


영패와 부신은

조건을 걸고 내주도록 하겠다."


"조건이라 하심은?"


"현장을 책임지는 자가

역심으로 판단할 경우,


그들의 역모를 입증할만한

확실한 증좌를

관찰사에게 제시하고

군사를 지원받도록 하는 것이

조건이다.


혹여 괜한 오해나 경솔함으로 인해

내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다.


아주 세심하게, 아주 자세하게


그리고...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아주 은밀하게 살펴보라 명해라.


알겠는가?"


젊은 왕 답지 않은 침착함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흠칫 놀랐다.


병판을 비롯한 모두가 허리를 숙이며

일제히 입을 열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지체하지 말고, 오늘 바로 시행하라."


"백성들을 이리도 세심하게 돌보시는

전하의 은덕에,

노신 다시 한 번 감읍하였나이다.


용상에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책임자에게 단단히 일러

오늘 중으로 급히 처리하겠나이다."


병판이 한 번 더 확인하듯

절차를 반복하였다.


도승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교지를 내려주시옵소서."




어젯밤,


정창수가 은밀히 요구한대로,


이연은

금군의 출병을 허하는 교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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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제 4 부 개화(開花) (55) 22.02.04 87 1 10쪽
160 제 4 부 개화(開花) (54) 22.02.02 89 1 6쪽
» 제 4 부 개화(開花) (53) 22.02.02 89 1 7쪽
158 제 4 부 개화(開花) (52) 22.01.28 88 1 12쪽
157 제 4 부 개화(開花) (51) 22.01.26 93 1 9쪽
156 제 4 부 개화(開花) (50) 22.01.24 93 1 9쪽
155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7 1 7쪽
154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3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5 1 7쪽
151 제 4 부 개화(開花) (45) 22.01.12 91 0 7쪽
150 제 4 부 개화(開花) (44) 22.01.10 9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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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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