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63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2.11 04:24
조회
80
추천
1
글자
7쪽

제 4 부 개화(開花) (58)

DUMMY

그렇게 생각한 안현수가

급히 자신의 품안에서

부신과 영패를 꺼내


살벌한 기세로 다가오는

금군무사들의 눈앞에 갖다 대었다.


"멈추시오!


지금 무엇 때문에

여기 이 먼 곳까지 와있는지

떠올리시오.


이 영패가 안보이오?

나랏님이 직접 내리신 중요한 명이오.


임무를 시작도 못해보고

다 망칠 셈이오?"


안현수가

정창수에게 만일을 위해 받아온

부신과 영패는, 다행히 효과를 보았다.


뭐라 해도

궁을 지키는 무사들이 아니던가.


그들에게 왕명은

동료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걸음을 멈추고

칼을 칼집에 다시 집어넣었으되,

금군무사들의 표정은 여전히 살벌했다.


자신을 향한 매서운 적의를

덤덤하게 둘러본 흑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밤이 지나면,

너희들은 나에게

고마워하게 될 것이다.


이 자 하나의 목숨으로

너희들의 안이한 정신 상태를

바로 잡고,


더 나아가

목숨도 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연습과 실전은 아예 다르다.


무과에 급제해서

나랏님의 칼이 되면 뭘 하나?


야습의 기본도 모르는 자를

무사라 할 수 있나?"


"뭐라? 이놈이 정말!!!"


금군무사 중 하나가

다시 한 번 격노하며 칼을 뽑으려하자,

흑호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오늘,

너희들이 죽이러 가야하는

적들이 누군지나 아느냐?


아마 너희들도

풍문으로라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땅 최강의 무인, 휴정이다."


"....휴정? 휴정이라고?"


흑호의 입에서 나온

휴정이라는 이름에


순간적으로

금군무사들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그 모습을 본 안현수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렇소. 휴정,


세인들이 서산대사라고 부르는

그 휴정이 맞소.


그러니 얼른 냉정을 되찾으시오.

지금 우리끼리 이럴 때가 아니오.


우리가 쳐들어가야 할 곳엔


휴정뿐만 아니라


그자가 공들여 키우는

승병제자 백여 명에


팔도에서 이름 높은

군도의 칼잡이들도

수십 명이 우글거리고 있단 말이오."


안현수의 말은,

금군무사들에게

다시금 냉정을 되찾아주기에 충분했다.


'조선 최강의 무인과

그자의 동료인 군도의 칼잡이 수십 명,

그리고 그의 제자들 백여 명이라...


정신이 번쩍 드는 얘기로군.


선전관께서 훈련을 직접 지켜보시고,

우리를 뽑으신 이유가 이거였구나.'


그런 생각이

그 자리에 있던 금군무사들

모두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그제야 무언가

분위기가 바뀐 것을 본 흑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내 소개를 하지.


내가 바로 임꺽정의 칼,

구월산의 흑호다.


내 뒤의 애들은

내가 이끄는 살수대 흑랑이고...


이 정도면 내 지시에 따를 만 하겠나?

무사나리들?"


"!!!"


흑호의 이름을 들은

금군무사들의 얼굴에

다시 한 번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서산대사, 임꺽정에 버금가는

전설의 칼잡이 아닌가.


이 땅에서 무예를 익히는 사내라면

한번쯤은 그 이름을

들었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무용담을 가진,

그야말로 최강의 살수였다.




순식간에 좌중이 조용해지자

흑호가 담담히 말했다.


"자, 이제 작전을 짜보지.


평상시에는 마주쳐서는 안 되는...


아니,

우연이라도 마주칠 일이 없어야하는

우리 세 조직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이 움직이는 사냥이 될 테니..."


흑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안현수가 한 발 앞으로 나서자,


금군무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화려한 복색을 한 사내 하나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의 이름은 차종훈으로,

내금위의 기갑사(騎甲士)출신이며

칠년 전 무과에 급제한 사내였다.


그렇게 자신의 앞으로 모인 둘에게

흑호가 자신이 구상한 작전을

차분히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동시에 노려야 할 곳은

모두 세 곳,


하나는 승병들이 생활하는

연무장 주변의 요사채.


또 하나는

군도의 무리들이 머물고 있을

칠성각 옆의 요사채,


그리고 마지막은

휴정이 머무르는 원적암이오."


"....."


"금군나리들께서는

야습이 아니라 전장에 어울리는

병장기들을 챙겨오셨으니,


아예 넓은 곳에서

진을 짜서 싸우는 것이

훨씬 유리할 터,


연무장을 맡아 승병대를 상대하시오."


"...알았소."


잠시 침묵하던 차종훈이

흑호의 작전에 군말 없이 동의했다.


뭔가 딴지라도 걸 줄 알았던 금군 쪽이

별 불만 없이 작전에 동의를 해주자,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안현수를 향해 흑호가 말했다.


"안동지는, 칠성각 주변을 맡아주시오.


그게 맞겠지요?"


"네. 그렇지요."


안현수가

당연하다는 얼굴로 즉답을 하자,


모두에게 동의를 얻은 흑호가

마무리를 했다.


"원적암은,

간부 둘만 데리고 내가 직접 가겠소.


나머지 우리 애들은

부조장인 일랑에게 통솔을 맡겨

안동지와 함께 움직이게 하지요.


괜찮겠지요?"


"그렇게까지 신경써주시다니,

실로 큰 도움입니다.


고맙습니다. 조장님."


"다 죽이지 말고,


추설이든 목단설이든

적어도 조장 한 놈은

사지를 끊어놓더라도

꼭 살려서 잡아야하오.


책사를 어디에 가둬놨는지

고신을 해서라도 알아내야하니,


명심하시오. 안동지."


"네, 조장님. 걱정 마시지요.


어차피 우리도

한 놈만은 꼭 살려서 잡아야하니,

고신할 놈은 그놈으로 하면 되겠군요."


"자, 그럼 움직입시다.


비록 달이 밝지만,

세상일이란게 다 그렇지요.


어디 우리 입맛대로만 되겠소.


무운을 빌겠소. 안동지."


"네, 조장님도 무운을 빕니다."


안현수의 인사를 받은

흑호가 고개를 돌려

이번엔 차종훈에게 말했다.


"나리들도,

꼭 살아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시오.


절대 방심하지 말고."


"...알겠소...당신들도 고생하시오."


‘나랏님의 칼’이라는

자신들의 자존심을 최대한 살리면서,


하룻밤의 동지들에게

어떻게든 행운을 빌어줘야 하는,


차종훈의 고심에 찬 그 말을 끝으로,


흑랑과 금군, 사냥개들로 이루어진

백 명이 넘는 무사들이

보현사가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엔,

얼굴을 땅에 처박고

무릎을 꿇은 채 죽어있는

금군사내의 볼품없는 시체 하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사내의 목에서

사납게 터져 나오던 핏줄기들은

어느새 말라,


주변의 땅을

검붉게 물들여놓고 있었다.


환한 달빛을 받은 초라한 시신을 향해

피 냄새를 맡은 산짐승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커더란 까마귀 한 마리가

제일 먼저 날아와

사내의 머리위에 앉아서

부리를 툭툭 찔러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8 제 4 부 개화(開花) (62) 22.02.21 76 0 7쪽
167 제 4 부 개화(開花) (61) 22.02.18 78 1 5쪽
166 제 4 부 개화(開花) (60) 22.02.16 80 1 6쪽
165 제 4 부 개화(開花) (59) 22.02.14 80 1 7쪽
» 제 4 부 개화(開花) (58) 22.02.11 81 1 7쪽
163 제 4 부 개화(開花) (57) 22.02.09 83 1 5쪽
162 제 4 부 개화(開花) (56) 22.02.07 88 1 8쪽
161 제 4 부 개화(開花) (55) 22.02.04 87 1 10쪽
160 제 4 부 개화(開花) (54) 22.02.02 89 1 6쪽
159 제 4 부 개화(開花) (53) 22.02.02 89 1 7쪽
158 제 4 부 개화(開花) (52) 22.01.28 89 1 12쪽
157 제 4 부 개화(開花) (51) 22.01.26 93 1 9쪽
156 제 4 부 개화(開花) (50) 22.01.24 93 1 9쪽
155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7 1 7쪽
154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3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5 1 7쪽
151 제 4 부 개화(開花) (45) 22.01.12 91 0 7쪽
150 제 4 부 개화(開花) (44) 22.01.10 90 1 10쪽
149 제 4 부 개화(開花) (43) 22.01.07 96 1 10쪽
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5 1 10쪽
147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4 1 7쪽
146 제 4 부 개화(開花) (40) 21.12.31 96 1 8쪽
145 제 4 부 개화(開花) (39) 21.12.29 86 1 11쪽
144 제 4 부 개화(開花) (38) 21.12.27 88 1 7쪽
143 제 4 부 개화(開花) (37) 21.12.24 88 1 7쪽
142 제 4 부 개화(開花) (36) 21.12.22 87 1 7쪽
141 제 4 부 개화(開花) (35) 21.12.20 86 1 7쪽
140 제 4 부 개화(開花) (34) 21.12.17 89 1 9쪽
139 제 4 부 개화(開花) (33) 21.12.15 100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