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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77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2.14 01:44
조회
80
추천
1
글자
7쪽

제 4 부 개화(開花) (59)

DUMMY

-4-


그날 저녁,


일주일간 식사와 물을 챙겨다주며

이젠 제법 친해진 진용과 진영에게

곽재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얘들아.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 혹시 아니?"


진용이 먼저 대답했다.


"이번 달은 3월이어요."


"날짜는?"


이번엔 진영이 말했다.


"음...


엄마 말로는

오늘 밤에 보름달이 뜬다고 그랬어요."


대답을 들은 곽재우의 얼굴이

우울한 표정으로 변했다.




저번 보름달이 떴을 때 잡혀왔으니

한 달이 지났군.


아마 오늘쯤이면

스승님이 준비를 끝내고

움직이실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해달라고

책에 써놓고 왔으니...




곽재우의 달라진 표정에서

아이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헤어질 무렵

곽재우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얘들아,


오늘 밤에...

혹시라도 불이 난다거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엄마아빠랑 꼭 여기로 와. 알았지?


잊어버리지 마. 꼭."


"....네....알았어요."


아리송한 얼굴로 대답한 아이들이

곽재우와 헤어지고 동굴을 나오자,


얼마 안 있어 해가 지고

환하게 보름달이 떠올랐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날따라 무척이나 피곤했는지,


엄마의 곁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빠가 돌아오는 것도 못 본채

저녁밥을 먹고 바로 잠이 들었다.




경내의 모든 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무렵,


대웅전 앞의 넓고 큰 연무장에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커더란 화톳불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화톳불 주변을 빙빙 돌듯,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보현사의 승병들이

창처럼 생긴 금강봉을 들고

야경(夜警)을 서고 있었다.


정중앙에서 사주를 경계하며

야경꾼 조장 역할을 하는

보현사의 항렬 높은 스님 둘과


여덟 명의 야경 승병들이


반각에 한 번 꼴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며

경내의 안전을 살피는 중이었다.


연무장으로 올라서는 돌계단 틈으로

사내 둘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고,

그러한 승병들의 경계태세를 확인한 후

재빨리 모습을 감추었다.




잠시 후,


정탐을 다녀온 사내 둘이

자신들의 지휘자에게

보고를 시작하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보고를 받는 사내는

아까 흑호와 작전을 공유한

차종훈이었다.


승병들의 경계태세에 대해

소상히 정보를 얻은 차종훈이

가만히 눈을 감고

습격의 계획을 차분히 가다듬었다.


어느 순간,

그의 눈이 떠지고

자신을 주시하며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을 향해 입이 열렸다.


"우리는 나까지 스물아홉,


저쪽은 경계를 서는 자가 일단 열,


그리고

요사채 안에는

족히 구십 명 이상의 승병들이

잠들어있을 것이다.


수적인 우위를 점할 수 없을 땐,


가장 확실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공격을

첫 수로 삼아야 한다.


화전을 쓰자."


차종훈의 말에

누군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화전요?


가지고 온 화전은

삼십 발정도 밖에 안 됩니다.


괜찮을까요?"


"애초에

사람한테 쓰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심지에 불을 붙이고

요사채를 겨냥해라.


날아가는 동안 화약이 터지지 않도록

잘 가늠해야한다.


돌계단에서 요사채까지는

거리가 너무 머니,


확실한 효과를 위해

우린 서쪽 경사면을 택한다.


거기서는

거리가 백보 정도밖에 안되니,

어정쩡해질 일은 없다."


그러자 또 다른 이가 말했다.


"요사채에 화전을 다 소진한 다음엔

어쩌실 요량입니까?"


차종훈이 신중하게 답했다.


"화약이 터지고

불이 크게 번질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테니,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

연무장 서쪽으로 내려가 진을 짠다.


큰 방패가 지금 열 개 있으니,


검병은 모두 방패를 들고 맨 앞에 서라.


그 바로 뒤 2열에 창병 열이 선다.


그리고 마지막 3열에

좌우로 다섯씩 갈려 활을 잡아라.


놀라 뛰쳐나오는 놈들부터

하나씩 잡는다.


총통은 몇 개가 있지?"


"승자총통으로 다섯 개 챙겨왔습니다.


조란환도 백 발 정도 됩니다."


"그래? 그럼 작전을 좀 수정해야겠군.


활병들은 일단

장전수 하나, 발포수 하나로

한 조를 짜서

총통을 먼저 쓰자.


각 조당 두 번씩만 쏘면 되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훈련한대로만 해라.


활병들이

총통을 장전하고 조준할 동안,


방패를 든 검병과

뒤에 선 창병이 버티며

최대한 적을 끌어들인다."


"그 방식이 효과를 보려면,


아무리 못해도

삼십 보 안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괜찮겠습니까?


자다가 놀라 뛰어나오는 승병들이

우리들처럼

갑주를 입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방진을 짜는 것도 아닐 텐데...


처음에 구상하신대로

각궁으로 하나씩 노리는 것이

훨씬 나아보입니다만...


총통이

위력과 살상력은 좋을지 몰라도

정확성과 속도에는

각궁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마침 달도 밝고, 선공이 화공이니

사수들에게

시야는 충분히 확보될 것입니다."


북방에서 출신군관으로 복무하고

얼마 전에 금군으로 합류한

보갑사(步甲士) 출신의 이두성이

작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방금

정탐을 다녀온 이들 중 하나였기에

말의 무게가 남달랐다.


자신의 계획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나오자

차종훈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언짢음이 지나갔다.




차종훈이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다.


적의 수가 우리보다 최하 세 배는 많다.


가장 강력하고 사나운 무기로

적의 머릿수를 최대한 줄이자.


제대로만 먹히면

총통만으로도

적은 괴멸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공포 때문에

기세도 확 떨어질 것이고..."


".....분명 맞는 말씀이시지만,


성공의 가능성만큼

실패의 가능성도 큽니다.


만약 실패라도 하면,

우린 선공의 유리함을

다 잃어버립니다.


부디 좀 더 신중하고 확실한 공격법을

선택하시면 좋겠습니다."


"너도 참 걱정이 많구나.


설령 총통이 큰 효과를 못 본다 치자.


방패에 갑주, 장창까지 갖춘 우리가

방진을 짜고 궁수대를 전개하는데,


한낱 자다가 놀라 뛰어나온 중들을

전투에서 못이길 것 같으냐?


그렇게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없나?"


"....그건 결코 아닙니다."


"그래, 그럼 내 말에 따라라.


우린 금군이다.


그냥 금군도 아닌,

무과에 합격해 용상의 주변을 지키는

내금위의 별장들이다.


곧 운검이 될 사내들이란 말이다.


그 차이를,

지금 이곳에서 확실히 보여주자."




차종훈의 말에

더 이상 토를 달 수 있는 이들은

나오지 않았다.


평상시에도 화려한 옷을 입고

말을 타고 다니며

금군으로서의 자부심을 뽐내는 것이

그의 정체성과도 같은 차종훈은,


본가는 유력사대부 가문에


외가는

상당한 부를 갖춘 역관 가문으로,


집안배경마저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잘난 사내였다.


그런 그가 기갑사로 근무하다

결국 무과에마저

당당히 합격하였으니,


동료들 사이에서도 그의 말은

상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자존심 강한 그가

아까 흑호의 작전에

그대로 군말 없이 따른 이유는,


이번 임무를 꼭 성공하여

화려하게 도성으로 귀환하겠다는 마음,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작전을 수립한 금군 무사들은


무기를 챙겨

대웅전 서쪽의 경사면을 향해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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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제 4 부 개화(開花) (56) 22.02.07 89 1 8쪽
161 제 4 부 개화(開花) (55) 22.02.04 88 1 10쪽
160 제 4 부 개화(開花) (54) 22.02.02 89 1 6쪽
159 제 4 부 개화(開花) (53) 22.02.02 89 1 7쪽
158 제 4 부 개화(開花) (52) 22.01.28 89 1 12쪽
157 제 4 부 개화(開花) (51) 22.01.26 94 1 9쪽
156 제 4 부 개화(開花) (50) 22.01.24 94 1 9쪽
155 제 4 부 개화(開花) (49) 22.01.21 97 1 7쪽
154 제 4 부 개화(開花) (48) 22.01.19 93 1 7쪽
153 제 4 부 개화(開花) (47) 22.01.17 100 1 8쪽
152 제 4 부 개화(開花) (46) 22.01.14 86 1 7쪽
151 제 4 부 개화(開花) (45) 22.01.12 92 0 7쪽
150 제 4 부 개화(開花) (44) 22.01.10 91 1 10쪽
149 제 4 부 개화(開花) (43) 22.01.07 96 1 10쪽
148 제 4 부 개화(開花) (42) 22.01.05 95 1 10쪽
147 제 4 부 개화(開花) (41) 22.01.03 85 1 7쪽
146 제 4 부 개화(開花) (40) 21.12.31 96 1 8쪽
145 제 4 부 개화(開花) (39) 21.12.29 86 1 11쪽
144 제 4 부 개화(開花) (38) 21.12.27 88 1 7쪽
143 제 4 부 개화(開花) (37) 21.12.24 88 1 7쪽
142 제 4 부 개화(開花) (36) 21.12.22 8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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