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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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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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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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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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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Xe

DUMMY

“어머머머! 저게 뭐야! 미쳤나 봐, 진짜!”


TV를 보고 있던 엄마는 뉴스에 나오던 폭행 동영상을 보자마자 기겁하며 눈을 가리셨다.


“요즘 애들 진짜 문제야, 문제. 현성아! 너는 저런 애들이랑 어울리면 안 돼!”


추가로 주방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나를 보며 한마디를 덧붙였는데, 하마터면 사레가 걸릴 뻔했다.


저기 처맞고 있는 게 아들이라는 걸 알면 아마 기절하시겠지?


‘편집 안 했으면 어쩔 뻔했냐···.’


신상이 특정될 수 있는 부분까지 잘라낸 건 다시 생각해도 잘한 일 같았다.


아무튼, 같이 TV를 보고 있던 지아는 눈치껏 채널을 돌려주었고 엄마의 관심도 금방 사라졌다.


“근데 오늘도 일 쉬세요?”


“너희 아빠 때문에. 일어나서도 무슨 일인지 통 말을 안 하네.”


나는 굳게 닫혀있는 안방 문을 바라봤다.


순간 들어가서 말이라도 걸어볼까 했으나···. 딱히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가 없으니 그저 형식적인 말만 오가겠지.


‘나중에 강서준 만나면 아빠 쪽부터 처리해야겠네.’


겸사겸사 피해보상에 대한 부분도 잘 말해보면-.


우우우웅···..


그때,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음?’


화면을 확인해보니 번호가 조금 생소했는데···.


국가번호는 1. 지역번호는 541.


‘미국 아니면 캐나다에···. 541이면 오리건주?’


스팸인가 싶어 전화를 거부하니 다시금 걸려온다.


방으로 들어간 나는 통화버튼을 눌렀고 발신자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라텔.


“하워드?”


일전에 오환석을 소개받으며 개인 번호를 공유했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보면 하워드는 필요했으면 필요했지, 불필요한 인물은 아니었으니까.


“무슨 일이야?”


끼이이익···!


대답은 차량의 급정거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너 사고 쳤어?


“사고? 치긴 쳤는데, 네가 피해 입을 사고는 아니야. 왜?”


-어떤 좆같은 킬러 새끼가 내 차에서 대기 중이었어. 목소리 변조에 얼굴도 가렸고 억양은 영국.


“너희 쪽 까마귀가 사고 친 건 아니고?”


-다짜고짜 하는 질문이 라텔 너랑 연락을 주고받았냐고 물었다니까?!


“씨벌···? 어떻게 알고?”


-몰라. 계속 생각해봤는데, 도무지 모르겠어.


“네 쪽에서 정보가 새어나갔을 확률은?”


-그랬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지! 딸이랑 부인 있는 곳이랑 부모님 위치도 이미 알고 있었어. 그걸로 협박했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내가 말했다.


“그놈한테 오픈한 정보만 말해봐.”


-네가 라텔 후임이라는 거. 그리고···. 한국에 있다는 거.


“이 미친놈이? 아예 신상을 다 퍼주지 그랬냐?!”


-아, 아니! 머리에 총구를 들이미는데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고!


“내가 들이댈 총구는 겁이 안 나나 보지?”


-···다, 당황해서 제대로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는 거야!


“하···.”


-근데, 진짜 라텔이 죽은 거 맞아?


“맞아.”


-시체도 못 찾았다며?


“정확하게는 말 못 해줘. 근데 죽은 건 확실해. 100%.”


-도대체 누구지···. 그 자식 라텔이 살아있는 것처럼 물어봤어. 후임이라는 말을 듣고서 놀라기도 했고.


“적어도 라텔을 알고 있고 원한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네.”


-이 바닥에서 너 모르는 놈이 어디 있다고? 짚이는 곳은 없어?


“없어.”


-젠장···. 당분간은 몸 사려야겠구만.


“그래도 진짜 죽일 생각은 아니었나 본데?”


-무슨 소리야?


“다른 놈도 아니고 라텔이랑 통화까지 한 까마귀 관리자를 살려줬잖아. 나였으면 납치해서 삼일 밤낮으로 고문을 했을 텐데.”


-용병들 뇌 구조란···.


“그래도 아직은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건 다행이네.”


-그렇지. 그놈이 어디까지 들쑤시고 다닐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개인 경호라도 데리고 다녀. 돈도 많은 녀석이 뭘 그렇게 아껴?”


-결혼 안 했지?


“······.”


-그럴 줄 알았어. 돈이 얼마나 나가는 줄 알아?


“됐고, 다른 관리자들한테 연락하면서 그놈이 찾아왔냐고 물어봐. 네가 첫 번째인지 아닌지도 중요하니까.”


-알았어.


“조심해라.”


-너도.


뚝···.


전화를 끊은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겼다.


‘하워드 말대로 라텔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아.’


하지만 시기가 공교롭다.


그야 지금은 원래의 내가 죽고 3년 뒤니까.


3년 동안 내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을 것이며, 3년 뒤 처음 연락한 사람은 하워드다.


결국 하워드와 나, 이 둘 중 한 곳에서 정보가 새어나갔을 확률이 높다는 것인데···.


‘설마 카터? 아니야···. 후임이라고 말해놨으니 하워드를 찾아간 녀석도 후임이라는 존재를 알았어야 해.’


결국 가능성은 하나다.


하워드가 입을 잘 못 놀린 것.


하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이 낮다.


하워드는 겁이 많은 인간이니까.


보통 이 바닥에서 겁이 많고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발을 뻗어야 할 곳과 뻗지 말아야 할 곳을 잘 구분하는 인간들이다.


‘흠···. 찝찝하네.’


물론 녀석이 나를 찾을 수 있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한국이 좁다고 해도 ‘라텔의 후임이 한국에 있다’라는 정보만 가지고서 나를 찾는 건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격일 테니까.


‘오케이.’


더 이상의 고민은 의미 없다고 판단한 나는 생각을 접어두고서 나갈 채비를 했다.


강서준과의 약속시간이 다 와 갔기 때문이다.



****



수정구 수진 공원.


택시에서 내리자 슬슬 여름이 오고 있는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굉장히 맑았다.


‘음-. 풀냄새.’


그렇게 코를 벌렁거리며 입구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적당한 덩치를 가진 남자가 내게로 다가온 것은.


상당히 언짢아 보이는 표정에 팔엔 깁스까지 한 상태였는데···.


“따라오시죠. 대표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이내 주변을 구경하며 걷고 있자니 남자가 물어온다.


“어디서 훈련받으셨습니까?”


“갑자기요?”


“저항 한번 못해보고 팔이 부러진 건 살면서 처음입니다.”


“그쪽 팔 부러진 거랑 제가 훈련받은 거랑 뭔 상관인데요.”


“그쪽이 부러트렸으니까요.”


“아?”


잠시 걸음을 멈춘 남자가 나를 돌아봤다.


“기억···안 나십니까? 강 회장 저택에서.”


“상대가 워낙 많다 보니.”


“······.”


남자는 조금 시무룩해진 얼굴로 나를 안내했고 그 뒤로는 말을 걸지 않았다.


‘쓰읍···. 괜히 죄책감 생기네. 아니지. 칼로 안 베였으니까 더 나은 거 아닌가?’


그런 쓸모없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남자는 적당히 그늘진 정자로 나를 안내했고 그곳엔 강서준과 카터가 보였다.


“일찍 오셨네요.”


“저희도 방금 왔습니다. 앉으시죠.”


그렇게 자리에 앉으며 먼저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먼저 말해도 될까요?”


“그럼요. 무슨 일인데요?”


“아버지 때문에요.”


강서준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안 그래도 그것부터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저도 여기 도착해서 부사장님한테 연락을 받았었거든요.”


“해결해주시는 겁니까?”


“당연히 해결해야죠. 뭐, 정확히 말하자면 제 소관은 아닙다만···. 도리는 할 생각입니다. 신건 그룹 부사장님은 그래도 대화가 잘 통하시는 분이라 금방 해결 될 겁니다.”


“다행이네요. 다행이긴한데···.”


“······?”


“설마···. 맨입은 아니죠? 사람이 억울하게 성범죄자가 될뻔했는데.”


“······.”


“저희 아버지가 지금 식음을 전폐하시고 집에서 시름시름 앓고 계십니다. 예?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시고 혼자서 얼마나 마음고생 중이신데요.”


“···보상금도 전달해달라고 전해놓을게요.”


“많이 주세요. 우리 집 가난해요.”


그 말에 강서준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진짜···. 저택에서 봤을 때랑 이미지 완전 다른 거 알고 계십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였고 강서준은 체념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염려 마세요. 말씀하신 대로 전달해놓겠습니다. 또 궁금한 거 있으십니까?”


“강 회장 쪽이야 시간이 걸릴 거고···. 강민준도 며칠은 더 걸릴 거고···. 없어요. 이제 서준 씨 용건 들어보죠.”


“음···. 그전에.”


이내 강서준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현성 씨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말해줄 수 있어요? 공문서가 위조되지 않는 이상 납득할 수 없는 정보들이 너무 많아서요.”


‘아마 원래의 이현성에 대해선 알아봤을 테고···.’


납득할 수 없는 정보라는 건 내가 라텔의 후임이라는 것일 터다.


내 전투 능력과 원래의 이현성이 살았던 평범한 삶의 흔적 등 그 모든 것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기 힘든 것뿐이니까.


따라서 내 대답 역시 정해져 있었다.


“말씀드릴 수 없어요. 더 알아보셔도 딱히 소득은 없을 거고요.”


“···그렇군요.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과거야 어떻든, 지금이 중요한 거잖아요?”


다소 아쉬운 표정이었으나 강서준은 나름 쿨하게 넘어갔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해외에서 하고 있는 사업이 꽤 많습니다. 대표적인 걸 꼽자면 제약, 화학, 바이오산업 쪽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강서준은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검은 바탕에 회색 글씨가 새겨진 명함이었는데, 대표 이름인 강서준의 영어 이름을 확인한 내 시선은 곧이어 로고에 멈춰있었다.


[Xe]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어디였지?’


하나 찝찝함만을 남긴 채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제약, 화학, 바이오라···. 평범한 사업치곤 경호원을 엘리트로 두셨네요?”


카터를 한 번 바라보며 말하자 강서준이 대답했다.


“제가 맡은 사업 특성상 꽤 거친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마찰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랑 자주 나곤 하죠. 협박에, 납치에 칼은 기본이고···.”


강서준은 상의를 살짝 들어 보였다.


그러자 옆구리에 선명히 남은 총상 자국이 보였다.


“제작년엔 거의 죽을 뻔했습니다.”


“···어쨌든, 평범한 회사는 아니라는 거네요.”


“상세히 말씀은 못드리겠지만, 예. 맞습니다. 한국으로 온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총 맞을 위협이 적은 나라니까요.”


“그래서, 저한테 이런 말을 해주시는 이유는요?”


“저는 현성 씨의 능력을 아주 높이 사고 있습니다. 투자가치, 발전 가능성, 잠재 능력, 한계치 등등을 포함해서 말이죠.”


“뉘앙스가 꼭 고용하고 싶다는 뉘앙슨데요?”


“맞습니다. 19살에 그런 능력이면 먼저 채가는 사람이 임자 아니겠습니까. 미리 말씀드리자면 조건도 상당히 좋을 겁니다.”


조금은 뜻밖의 제안이었다.


자택에서부터 강서준을 인맥으로 만들고 싶은 건 사실이었으나···. ‘고용되는 것’과 ‘인맥으로 알고 지내는 것’은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이기에 나 역시 곧바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장점도 있겠지만 괜히 엮여서 내 목적에만 더 멀어질 수도 있어.’


하물며 위험한 일이라면 더더욱 거절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뒤져도 조던 하르펜과 같이 죽어야-.’


잠깐만.


생각이 조던 하르펜에 다다르자 내 시선은 다시금 명함으로 향했다.


[Xe]


‘그러고 보니···.’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봤던 로고다.


정확히는 원래의 나에 대한 흔적을 찾기 위해 지아 핸드폰으로 조던 하르펜의 기사를 찾을 때인데···.


‘똑같아···. 조던 하르펜의 회사 로고랑.’


“현성 씨?”


맞은편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제 말 때문에 화났어요?”


“글쎄요. 앞으로 화가 날 것 같기도 하고.”


“······?”


“서준 씨.”


“예.”


“조던 하르펜이라고 알고 계세요?”


“어? 현성 씨가 그분을 어떻게 알아요?”


강서준이 조던 하르펜과 어떤 관계인지는 모른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원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강서준은 이 공원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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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아이오와 (2) +11 24.09.07 6,566 224 15쪽
43 아이오와 (1) +8 24.09.06 6,834 217 13쪽
42 호르헤 바론 +10 24.09.05 7,174 228 12쪽
41 침투 (4) +21 24.09.04 7,483 257 14쪽
40 침투 (3) +14 24.09.03 7,548 248 14쪽
39 침투 (2) +11 24.09.02 7,563 221 15쪽
38 침투 (1) +9 24.08.31 7,779 206 13쪽
37 삼합회 (2) +6 24.08.30 7,675 190 15쪽
36 삼합회 (1) +7 24.08.29 7,942 193 16쪽
35 타룬 (4) +4 24.08.28 8,250 199 14쪽
34 타룬 (3) +4 24.08.26 8,140 209 12쪽
33 타룬 (2) +6 24.08.25 8,323 209 14쪽
32 타룬 (1) +4 24.08.24 8,667 203 14쪽
31 라손 +7 24.08.23 8,871 222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040 216 13쪽
29 경호팀 (1) +7 24.08.20 9,466 239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0,280 227 14쪽
27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0,780 257 12쪽
26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1,073 263 12쪽
25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1) +11 24.08.15 11,439 261 12쪽
24 제레미 데이븐 +10 24.08.13 11,427 2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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