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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화가많은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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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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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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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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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DUMMY

하워드의 메시지를 확인한 후, 나는 서둘러 방으로 들어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내 기억이 맞다면 농장 근처에 하수 시설이랑 오래된 창고가 있어. 거기도 확인해봤어?”


-까마귀가 아직 수색 중이야. 인원이 두 명밖에 안 나와서 시간이 좀 걸릴 거고.


“혈흔은 몇 명분인데?”


-조금 오래돼서 확인이 어렵다고는 하던데···. 지금 사진 보냈어. 확인해봐.


사진을 확인하자 바위와 나무에 남아 있는 혈흔 자국을 볼 수 있었다.


하워드의 말대로 시간이 꽤 지났는지 색깔은 아예 검은색이었으며, 그나마 그늘이 지고 면적이 넓은 곳에 묻어 있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듯했다.


물론 아무리 나라도 이것만 보고선 정확한 상황을 유추할 순 없었다.


-그리고 추가 정보도 있어.


“뭔데.”


-농장에서 이용하던 거래처로 가보니 오랫동안 발주가 없었다고 하더군. 농장 상태 보니까 아예 손을 뗀 수준이야. 그리고 이건 아직 불확실한 정보인데···.


“······?”


-농장 주인이 약에 손을 댔나 봐.


“···그럴 놈은 아닌데.”


-약쟁이들도 태어날 때부터 약쟁이는 아니야. 어쩌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휩쓸려서 중독되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딜러 정보야?”


-아니. 라손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어. 구입처는 이제 알아봐야 하고.


“알았어. 정보 알아내는 대로 바로 말해주고 데이븐한테는 내가 말할 테니까 따로 연락 넣지는 마.”


-그러지.


“그리고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말해.


“네가 만났던 타룬 놈들, 어디 지부 애들인지도 알고 있어?”


-아니. 물어봤는데도 안 알려줬어. 왜?


“그냥. 계속 그놈들이 신경 쓰여서.”


-신경 쓰여도 참아. 다른 애들도 아니고 타룬이라니까?


“그게 뭐. 타룬 애들은 피부가 방탄이라도 된데?”


-진짜 누구 후임 아니랄까 봐 말하는 거 하고는···.


“데이븐 다리를 그렇게 만든 놈들이야. 절대 그냥은 안 넘어가.”


-나는 부디 빼줘. 적어도 하나 있는 자식 학교 들어가는 건 봐야지.


“총도 제대로 못 쏘는 놈이 뭘 빼줘라 마라야···. 애초에 끼워줄 생각도 없었거든?”


-옛날보다는 그래도 잘 쏘는···. 아니, 잠깐만. 네가 봤어?!


“내 사수가 그랬어. 차라리 동네 애들한테 돈이랑 권총을 쥐여주라던데? 너보다 더 잘 싸울 거라고.”


-···크흠. 너희들이랑 전문 분야가 다를 뿐이야.


“아무튼, 정보 들어오면 연락해줘.”


뚝.


그렇게 전화를 끊은 나는 침대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아직 시체가 나온 건 아니니까 너무 조급할 필요는 없어.’


발견된 건 오래된 혈흔과 방치되고 타버린 농장뿐이다.


비록 약이라는 것이 거론되긴 했지만, 하워드도 말했듯 아직은 불확실한 정보다.


그러니 벌써부터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거야···.’


이내 마른 세수를 하는 것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방을 뒤적였다.


다름아닌 여권이 있을까 해서였는데···.


‘없나 보네.’


하르펜과 타룬, 라손까지.


모든 문제가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중요할 때 발이 묶이지 않으려면 여권부터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



다음 날 아침.


오랜만의 등굣길은 처음과 같은 설렘을 주지 않았다.


학교가 재미없는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된 탓일까?


‘이참에 학교를 그만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어젯밤, 여권을 만들 때 법정 대리인의 서류가 필요했기에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히도 두 분 다 반대하시지는 않았고 추가로 학교를 그만둘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했으나···. 아빠 쪽에서 먼저 선수를 쳐버렸다.


동생과 대학교 진학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라나 뭐라나?


등록금 따위는 걱정하지마라며 뿌듯하게 웃으시던 모습에 나도 차마 말을 꺼내지는 못했었다.


‘뭐···. 그래도 대학교는 절대 안 갈거지만.’


솔직히 갈 이유가 없거니와 돈이라면 이미 충분히 있다.


심지어 페루에 있는 거처에도 돈은 그대로일 터인데···. 상황이 이러니 대학교라느니 취업이라느니 하는 것들은 더더욱 내게 와 닿지 않았다.


‘차라리 투자를 하는 게 더 이득이겠지.’


그렇게 도착한 학교.


그곳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된 것은 정보원, 즉. 김세림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소식을 알 수 있었는데···.


-게시판에 확인해 봐. 이번에 퇴학당한 애들 엄청많아. 전부 재판 기다리고 있다던데?


그 중 첫 번째는 강민준을 포함 동영상에 나왔던 연놈들의 퇴학 소식이었다.


‘생각해보니 요즘엔 전화가 아예 안 걸려왔지.’


다인에서 붙여준 변호사가 나름 제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소식으로는 방학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


이 소식은 잠잠하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였다.


‘잘 만하면···. 이번 방학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는데?’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고 부상을 당해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당연히 작전 기간도 길 것이며 데이븐까지 있으니 조금은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그런 기분 좋은 소식과 함께 지루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 뭐하냐]


[데이븐 : (사진)]


오피스텔에 혼자 있을 데이븐에게 연락을 해보니 녀석은 사진으로 답장을 보냈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것을 보아 운동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추가로 라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데이븐 : 라손이랑 같이 봤던 애들한테도 연락을 해봤어. 근데 그 애들도 연락이 끊긴지 몇 달은 넘었데.]


[데이븐 :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젠장.]


[데이븐 : 하워드한테 연락 온 건 없어?]


나는 하워드에게 들었던 내용을 말해주지 않았다.


불확실한 정보로 괜한 불안감만 키울까 우려했던 탓이다.


[데이븐 : 나중에 나랑 스파링 한번 해. 어차피 의족도 망가졌으니 이번 기회에 거칠게 좀 써보게.]


‘스파링은 언제나 환영이지.’


이후 대화는 잡담으로 마무리되었고 시간에는 한철문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시 통화 가능하세요?


“네. 쉬는 시간이에요. 왜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학교 끝나고 시간 있으신가 해서요.


“있긴 있어요.”


-그럼 저랑 같이 어디 좀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어딜요?”


-소개시켜드릴 분들이 있어서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단 직접 보시는 게 더 빠를 겁니다.


“음···. 알겠어요. 그러죠, 뭐.”


-예. 그럼 나중에 학교 앞으로 가겠습니다.


“네.”


그렇게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수업종이 울렸다.



****



“흐으으으암.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교문을 나서자 쫄래 쫄래 따라오던 지아가 물었다.


“어제 아빠 말 생각해봤어?”


“뭐, 대학?”


“응.”


“난 생각 없어. 너는?”


“나도 딱히 생각은 안 해봤어. 그냥 바로 취업이나 할까···. 생각했었고.”


“그래도 아직 2학년이니까 잘 생각해봐. 나는 때려 죽어도 공부는 못하겠으니까.”


“아빠가 들으면 참 좋다고 하시겠다···. 근데 오빠도 일단 가는 게 낫지 않아?”


“왜?”


“보통 대학 가서 휴학하고 군대 가잖아. 군대에서 생각이 많이 변한다던데?”


그 말에 내 발걸음이 뚝 멈췄다.


“군대···. 나 군대 가야 하는구나···.”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이런 빌어먹을···.”


이몸에서 깨어나고 아예 자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군대라니.’


과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서 군대에 가지 않았기에 한국 PMC들에게서 이야기만 들었었다.


총질보다 삽질을 더 많이 하고 작전 시간보다 갈굼 당하는 시간이 더 많은 곳.


적보다 무서운 건 아군 지휘관이며 뺄 수 있으면 무조건 빼야 하는 곳.


입대할 땐 조국의 아들 다치면 남의 아들 등등···. 들은 이야기만 놓고 보자면 그곳은 아주 오래된 과거에 머물러있는 집단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 이참에 이민이나 가자고 할까.”


“아직 한참 남았는데 뭘 벌써부터 걱정해. 일단 나는 알바갈게. 나중에 봐!”


“···그래.”


이내 동생이 떠나고 시무룩하던 내 앞에 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뒤이어 내려간 창문 안으로는 한철문이 보였다.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안 좋으신데?”


“···아니에요. 타면 되죠?”


“아, 예. 타세요.”


그렇게 차에 오른 나는 한철문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저번에, 저희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십니까? 현성 씨가 배신하는 이유를 궁금해했고 저는 오래된 악연이라고 했잖아요.”


“네.”


“악연이 시작된 이유를 보여 드리려고요.”


“설마 투신자살 사건···. 피해자분들 보러 가는 거예요?”


“···조사해 보셨군요. 예, 맞습니다.”


“제가 만나도 괜찮을까요?”


“현성 씨라면 괜찮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저보다 더 반기실 거예요. “


한철문은 해석하기에 조금 난해한 말을 남겼고 한참을 달린 차량은 중원구에 있는 한 납골당 주차장에서 멈췄다.


“······.”


장소가 장소인 만큼,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납골당으로 들어간 한철문은 나를 한 유골함 앞으로 안내해주었다.


딸 둘의 4인 가족이 일자로 놓여있는 유골함.


그 앞엔 전부 똑같은 가족사진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 사람이구나.’


신건 그룹 본사에서 투신자살을 한 남자.


유골함에 적힌 날짜는 남자만 제외하고 가족 모두가 똑같았다.


즉, 두 명의 딸과 엄마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된다.


“···제가 사건에서 손을 놓은 후, 일곱 달 만에 돌아가셨어요.”


“······.”


“소송도 하셨고 본사 앞에서 매일 시위도 하셨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부터 같이 목소리를 내주던 사람들은 사라지더군요.”


한철문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유골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분명 끝까지 도와드리겠다면서 장담을 했었는데···.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합디다. 제 딸이 납치됐다고 하니까 이분들을 외면하는 건 참 쉬운 일이었어요.”


“···그래서 증거를 모으셨던 거예요? 복수하려고?”


“예. 비록, 많이 늦었긴 했지만···. 현성 씨 덕이 컸습니다.”


한철문에게 메일로 녹취를 받고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었다.


보여주기식의 납치에 인생을 걸고 강 회장한테 흠집을 내려 했던 이유.


그런 한철문의 동기가 여기 있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평생 잊지 않고 속죄하면서 살겠습니다.”


얼굴을 쓸어내리며 눈물을 닦아낸 한철문은 작게 고개를 숙이며 묵념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작 죽어야 할 강 회장은 열심히 살길을 찾고 있고, 살아야 할 사람은 죽어버린 이 상황이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러모로 감정이 복잡했다.


그 이유에는 몇 개가 있었는데···.


첫째. 한철문의 딸, 한미영은 조사결과 죄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


사진 알바를 알선시켜준 애들이 조사 과정에서 전부 동의를 한 거라고 강력하게 어필을 했다나?


심지어 개중엔 피팅 모델도 있었는데, 변호사까지 대동해 한미영을 변호했다고 한다.


둘 째. 한철문은 형사를 그만두었다.


반강제적이었다곤 해도, 그동안 강 회장의 지시에 따라 해온 일들이 있으니 떳떳하게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서장이 책임을 묻지 않았고 조용히 사직서를 수리해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까마귀 오환석에게서 온 소식이었는데···.


-조사하다가 오피셜로 알게 된 정보가 있어서 급히 전화드림다. 다름이 아니라, 조던 하르펜 이 사람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라는데 어쩜까?


바로 조던 하르펜의 한국 방문 예정 소식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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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아이오와 (2) +11 24.09.07 6,566 224 15쪽
43 아이오와 (1) +8 24.09.06 6,833 217 13쪽
42 호르헤 바론 +10 24.09.05 7,174 228 12쪽
41 침투 (4) +21 24.09.04 7,482 257 14쪽
40 침투 (3) +14 24.09.03 7,548 248 14쪽
39 침투 (2) +11 24.09.02 7,563 221 15쪽
38 침투 (1) +9 24.08.31 7,779 206 13쪽
37 삼합회 (2) +6 24.08.30 7,674 190 15쪽
36 삼합회 (1) +7 24.08.29 7,942 193 16쪽
35 타룬 (4) +4 24.08.28 8,250 199 14쪽
34 타룬 (3) +4 24.08.26 8,140 209 12쪽
33 타룬 (2) +6 24.08.25 8,323 209 14쪽
32 타룬 (1) +4 24.08.24 8,667 203 14쪽
31 라손 +7 24.08.23 8,871 222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040 216 13쪽
29 경호팀 (1) +7 24.08.20 9,466 239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0,280 227 14쪽
»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0,780 257 12쪽
26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1,073 263 12쪽
25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1) +11 24.08.15 11,439 261 12쪽
24 제레미 데이븐 +10 24.08.13 11,427 2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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