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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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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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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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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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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1)

DUMMY

레바논 북부에 위치한 건물 내부.


스크린엔 여러 도면과 함께 한 인물의 사진이 떠올라 있었다.


“30분 전, 적측 무기 상인 카마불이 이동을 시작했다는 보고다. 예상 목적지는 트리폴리 해변, 이곳에서 약 6km 떨어진 별장이고 진입로는 사전에 고지한대로 여섯 곳이다.”


브리핑을 시작한 미군 장교, 조던 하르펜은 지휘봉으로 도면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최우선 목표는 카마불 사살. 침투조가 선투입되고 카마불의 위치가 파악되면 여섯 개의 팀이 동시 타격에 들어간다. 만약 임무에 차질이 생겼을 경우 모든 도주로를 차단, 교전에 대응하며 카마불과 적 세력 전멸에 총력을 기울인다.”


“적의 병력은 얼마나 됩니까?”


한 용병의 질문에 하르펜이 대답했다.


“추정만 350명 이상이다. 지상, 지하할 것 없이 분포되어 있을 확률이 높고. 다른 질문 있나?”


그 말에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 손을 들었다.


라텔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남자였다.


“뭐지?”


“중동 무기 상인이 도대체 뭘 가지고 있길래 작전 규모가 이런 겁니까? 카마불이 이런 급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하르펜은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신무기 거래.”


신무기라는 말에 용병들 사이에선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21세기 현대전에서 신무기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몰랐다.


“종류는요?”


“아직 확인된 것은 없다.”


“화생방 무기 중 하나면 어떻게 합니까? 그 새끼들 자폭하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잘못하다간 반경에 들어가는 족족 요단강 건널 것 같은데.”


순간 막사 내부엔 적막이 흐르고 하르펜과 라텔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흘렀다.


작전 준비만 몇 달, 둘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공항에서부터 현재 카마불이 있는 곳까지, 한 시도 감시를 때지 않았다. 내부 첩보에 의하면 무기에 대한 언급은 구두로만 오가는 중이고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상태지. 따라서 샘플. 혹은 문서 거래에 그친다는 결론을 내렸고 작전의 취지 역시 브리핑해준 대로다.”


“그럼 왜 확보가 아니라 사살과 전멸에 중점을 두는 겁니까?”


“우리 손에 들어오면 안 되는 물건이니까.”


“몇 달 동안 아무 말 없다가 투입되기 전에, 그것도 물어보니까 말해주는 이유는요?”


“우리도 신무기의 존재를 알게된 건 며칠 전이다. 게다가 위에서는 끝까지 말을 하지 말라고 하더군. 이것도 지금 위험을 감수하고 대답해주는 거야.”


“···위?”


“그래. 그게 아니면 자네들에게 투자된 그 많은 자본이 어디서 나왔겠나?”


“······.”


“앞서 말했듯 카마불 사살과 그 세력을 전멸시키고 추후 확보할 수 있게 자리만 만들어 놓는 것. 그게 이번 임무다. 대답이 됐나?”


“예···. 뭐.”


그리 대답하면서도 ‘이거 유서라도 써야겠는데?’라는 말을 내뱉은 동양인이었다.


옆에선 그의 동료들이 낄낄거렸으나···. 하르펜은 쓰게 혀를 찰 뿐 그 점을 꼬집지 않았다.


“작전 투입까지 10분. 전부 준비해라.”


“예!”

“예-!”



****



지중해, 트리폴리 해변.


조용히 수면 위로 올라온 우리들은 잠수복을 벗으며 걸음을 옮겼다.


“투입 시작. 데이븐, 우리 보여?”


-어, 잘 보여.


인이어에선 요트 위에 있을 저격수, 데이븐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하수도 입구에 일 곱. 그 외 식별되는 적은 없어.


“해변 너머로는?”


-거기도 조용해. 아직까지는.


“확인.”


-다들 조심해.


딸칵-. 위이이잉···.


우리는 야투경의 전원을 켜며 하수 터널로 향했고 그곳을 지키고 있던 경계병들은 머리에 총알이 박혔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죽어갔다.


그렇게 도착한 하수 터널 입구.


주변을 경계하던 다일이 내게 물었다.


“···대장, 너무 조용한데?”


“그러게.”


“게다가 아까부터 무릎이 쑤셔. 느낌이 영 안 좋아.”


“다일 저 새끼 또 시작이네.”


“투입된 지 5분도 안 지났는데 엄살은. 그리고 언제는 좋았냐?”


“끙···.”


“임무에만 집중해. 잡생각 하다 대가리에 바람 구멍 나지 말고.”


덤덤한 척 말은 했지만 나 역시 느낌이 좋지 않았다.


준비 기간만 4달. 투입 전 알게 된 신무기의 존재. 빈약한 정보에서 오는 불안감. 높은 의뢰 비용 등 조목조목 따져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용병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사선을 넘나들 때마다 느꼈던 묘하고 더러운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보면 오늘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 같았다.


“···C구역 투입완료.”


-치지지직···. 별장 1층 격리실 카마불 신원 확인. 작전 개시.


“···가자.”


컨트롤 타워에서 들려오는 무전을 끝으로 우리는 하수 터널에 진입했다.


뚝뚝···. 뚝···.


그렇게 물이 톡톡 떨어지는 소릴 들으며 나아가길 몇 분.


갈림길에서 주먹을 들자 팀원은 사주 경계에 들어갔다.


‘이상하네···. 목표 지점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왜 아무도 없는 거지?’


브리핑 때 들었던 적의 주둔 병력은 최소 350명.


한데 여기까지 오며 처리한 건 입구를 지키던 경계병력이 전부다.


신무기 거래가 고작 총 몇 자루는 아닐 거고 이래도 되나?


그때, 인이어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데이븐의 목소리.


-대장! 터널 입구에 적 하나! 근데 뭔가 이상해! 사람이 아니야!


“적 하나?”


그리고 사람이 아니라니?


쿵쿵···. 쿵···.


일순 발목 부근에서 찰랑거리던 하수도 물이 진동과 함께 출렁이기 시작했다.


-Donde esta?(어디지?)


뒤이어 울려 퍼지는 스페인어.


하나 사람의 목소리라고 하기엔 상당히 이질적이다.


마치 목소리 몇 개가 겹쳐진 것 같다랄까?


-듣고 있어?! 당장 퇴로로 빠져나가!! 뭔가 잘못됐어!


데이븐이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작전 중에 헛소리하는 미친놈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다일. 퇴로 확보하고 나머지는 교전에 대비하면서 이동한다.”


그사이 쿵쿵거리는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야투경 너머로 움직임이 관측되자마자 우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Lo encontre-.(찾았다-)”


폭과 넓이만 2.5M가 넘는 하수 터널을 꽉 채울 정도의 거구가 모습을 드러냈기에.


“씨발···. 저게 뭐야.”


“멍때리지 말고 쏴!”


퓨뷰뷰뷰뷱!! 퓩퓩! 퓩!


“견제하면서 계속 이동한다! 카터! 트랩 설치해!”


“Lo encontre! Lo encontre! Lo encontre! (찾았다! 찾았다! 찾았다!)”


쿵쿵쿵쿵!!!


녀석은 총격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고, 곧이어 교전이라는 게 성립되지 않는 전투가 벌어졌다.


“으, 으아아아!!!”


“아악! 다리! 다리가!!”


“Deja de lloriquear!(그만 징징거려!)”


손아귀에 잡히는 족족 동료들의 사지가 분리되어 갔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깨진 골통에선 뇌수가 흘러나왔으며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흡사 아기 손 앞에 놓인 장난감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씨발! 대장! 퇴로가 없어!”


“뭐?!”


“애초에 공간이 없는 곳이었다고! 도면이랑 달라!”


설상가상으로 브리핑 때 보았던 도면에는 착오가 있었고 컨트롤 타워에선 무전을 받지 않는 상황.


‘설마···.’


이쯤되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가설은 확신이 되어갔다.


우리는 신무기의 거래를 막으러 온 것이 아닌 신무기 실험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도대체 왜?


‘하르펜 이 개새끼!’


어느새 주변은 곤죽이 된 시체로 진창이 되어 있었다.


다일은 수류탄으로 자폭까지 시도해보았지만 놈은 여전히 건재했다.


-다들 괜찮아?!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버텨!


“데이븐, 도망쳐.”


-미쳤어?! 도망치긴 뭘 도망쳐!


“지금 와도 네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처음부터 잘못된 작전이었다.”


-······.


“그냥 가. 나중에 하르펜 만나면 안부 인사나 찐하게 해주고.”


그 말을 끝으로 인이어를 빼버렸고 몸에 피 칠갑을 한 괴물은 내 앞에 당도했다.


“Hola?(안녕?)”


피부색만 달랐지 헐크나 다름없는 모습.


“아빠가 고릴라랑 뒹굴기라도 한 거야? 이건 씨발 인간이 아니잖아.”


어이가 없어서 실실 웃고 있자니 녀석도 따라 웃었다.


퓨뷰뷰뷱! 철컥.


혹시나싶어 남은 탄을 얼굴에 싸봤지만 놈은 파리 쫓듯 손을 휘저을 뿐이었다.


‘눈은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아쉽네. 미리 노려볼걸.’


이내 놈이 거대한 손을 치켜들었고 나는 전투조끼에 있던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냈다.


20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어봤지만 내 마지막이 이런 식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에라이. 좆-’


콰작!!!



****



‘아···. 대가리야···. 음? 대가리가 깨지고도 아플 수 있나?’


주먹이 머리부터 떨어진 것 같았는데 의식이 있다고?


눈을 뜨자 뿌연 시야로 밝은 형광등의 불빛이 보였다.


‘이걸 살아?!’


설마 나도 그 괴물처럼 된 건가?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에 신음을 뱉을 뿐이었다.


‘아이고 씨벌···. 나 뒤지네···.’


골골 앓고 있자니 옆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것도 그때였다.


“현성···씨? 현성 씨! 정신이 들어요?”


내 손을 조심스레 만지던 여자가 한국어를 하는 것도 모자라 나를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기에.


“으으···. 저, 요?”


모래를 삼킨 것처럼 목구멍이 뻑뻑했지만 억지로 말을 뱉었다.


“잠시만요! 선생님 불러올게요!”


안 그래도 어지러운 마당에 머리 아픈 일은 계속 생겨났다.


시작은 눈을 까뒤집으며 빛을 비추던 의사부터였다.


“어디까지 기억나십니까?”


“작전 투입되고 대가리 깨지기 직전까지요.”


“음···. 아직은 혼란스러우신 것 같군요. 조금만 있으면 기억이-”


“총 맞아도 멀쩡한 괴물 새끼가 날뛰는 것도 모자라서 눈을 떴는데 한국 병원이라고 하니, 당연히 혼란스러울 만 하지 않겠어요?”


갈라지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해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허무했다.


“···일시적인 기억 혼동입니다. 기억 속에 있는 허황된 이야기가 자신에게 일어났다고 착각하시는 걸 수도 있고요.”


도대체 이 새끼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그래도 지금 보호자 분들이 오고 계시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보시죠. 차츰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보호자라뇨?”


“현성 씨 부모님이요.”


“나 부모 없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의사는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기억에 혼동이 있다느니 헛소리를 했다.


근데 웬걸?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의사가 직접 구해와 보여준 손거울엔 호리호리한 체격의 핏덩이 하나가 보였으니까.


“씨발?”


“···예?”


“아니, 아니···. 잠깐만···. 잠깐만요.”


짜증과 고통으로 혼란스럽던 머리에 과부하가 왔다.


그때부터 나는 입을 닫아버렸다.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어떻게 해서든 납득하고 싶어서였을까?


잘은 모르겠다.


내가 왜 이런 애새끼가 되어 있는 거지?


그렇게 혼란스럽던 와중 테이블에 놓인 달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2028년.


“저거···. 지금 달력이에요?”


“네? 네.”


내가 죽은 건 2025년.


그날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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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대면 (2) +5 24.09.13 3,300 112 13쪽
48 대면 (1) +5 24.09.12 4,128 133 14쪽
47 재정비 (2) +8 24.09.11 4,977 156 13쪽
46 재정비 (1) +6 24.09.10 5,493 186 17쪽
45 복귀 +10 24.09.08 6,485 226 13쪽
44 아이오와 (2) +11 24.09.07 6,566 224 15쪽
43 아이오와 (1) +8 24.09.06 6,832 217 13쪽
42 호르헤 바론 +10 24.09.05 7,174 228 12쪽
41 침투 (4) +21 24.09.04 7,482 257 14쪽
40 침투 (3) +14 24.09.03 7,547 248 14쪽
39 침투 (2) +11 24.09.02 7,563 221 15쪽
38 침투 (1) +9 24.08.31 7,779 206 13쪽
37 삼합회 (2) +6 24.08.30 7,673 190 15쪽
36 삼합회 (1) +7 24.08.29 7,941 193 16쪽
35 타룬 (4) +4 24.08.28 8,249 199 14쪽
34 타룬 (3) +4 24.08.26 8,140 209 12쪽
33 타룬 (2) +6 24.08.25 8,322 209 14쪽
32 타룬 (1) +4 24.08.24 8,667 203 14쪽
31 라손 +7 24.08.23 8,871 222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039 216 13쪽
29 경호팀 (1) +7 24.08.20 9,466 239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0,280 227 14쪽
27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0,778 257 12쪽
26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1,073 263 12쪽
25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1) +11 24.08.15 11,439 261 12쪽
24 제레미 데이븐 +10 24.08.13 11,426 2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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