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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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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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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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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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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타룬 (3)

DUMMY

“우리를 건드리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총구를 마주한 놈의 말이었다.


“글쎄, 조만간 죽을 놈이 궁금해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리 말하며 놈을 차에서 끌어 내렸다.


“끄윽···.”


가슴과 복부에 총상이 있던 녀석이 괴로움에 몸부림쳤고, 공장을 나온 데이븐이 다가온 것도 그때쯤이었다.


“어쩌려고?”


“뭐라도 알아내야지. 칼.”


데이븐은 군말 없이 칼을 뽑아 주었다.


그 모습에 주저앉아있던 놈이 실소를 터트렸다.


“큭큭···. 생긴 거에 비해 과격한 친구구만. 근데 그런 걸로 되겠어?”


빠-악!


운동화 앞부분으로 놈의 입을 걷어차자 녀석의 입에선 이빨이 후두두 쏟아졌다.


“데이븐, 네 차에 지문은?”


“못 지웠어. 그래서 기름만 따로 챙겨놨고.”


“불만 붙이고 바로 떠날 수 있게 준비해놔. 증거가 될만한 건 싹 다 없애고. 이놈들이 끝이 아닐 수도 있어.”


“알았어.”


이후 데이븐이 움직이는 사이, 나는 쪼그려 앉자 놈에게 물었다.


“시간이 얼마 없어서 조금 과격할 거야. 대답 여부에 따라 편하게 죽여줄 수도 있고.”


“······.”


“여기에 남아 있는 타룬 병력은 얼마나 되지?”


“흐-. 진부한 질문이군.”


나는 놈의 허벅지를 향해 나이프를 찔러 넣었다.


“끄윽···!”


“이곳에 지부가 따로 있나?”


찌이이익!


이내 꽂아 넣은 나이프로 천천히 곡선을 그리며 무릎으로 이동시켰다.


놈은 감전이라도 당한 것처럼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비명은 터져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노려볼 뿐.


‘그래···. 타룬은 타룬이구나.’


작게 체념하며 질문을 바꿨다.


“호르헤 바론이 왜 데이븐을 계속 감시하는 거지?”


그 질문에 놈의 표정이 흥미롭다는 듯 바뀌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바론까지 알고 있다고?”


“질문은 나만.”


무릎에서 멈춘 칼을 이번엔 종아리까지 이동시켰다.


“끄···으으으!!!”


“바론이 데이븐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너희한테 무슨 이득이 생긴다고.”


“크흐흐···. 이득이라···. 그 질문엔 대답해줄 수 있을 것 같군.”


이건 그나마 희소식이었다.


호르헤 바론의 목적을 알면 조금 더 유동적인 대처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죽이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도 살려준 이유는···. 저 녀석의 괴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하더군.”


“···뭐?”


“조금 더 정확히 말해줄까? 팀이 개죽음당하고 홀로 남은 그 녀석이, 망가지고 부서지는 걸 지켜보고 싶었다고 했다. 데이븐에게 지옥은 숨을 쉬고 있는 매 순간이 될 거라면서.”


녀석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머리를 뜨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라텔만 믿고 설쳐대던 놈이 세상 무너진 표정을 하고 있을 때, 바론은 정말 뿌듯했다고 하더군.”


어금니를 꽉 깨문 나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물었다.


“···고작 그거 때문에 살려둔 거면 너희 손실이 너무 큰데? 지금 너희 꼴을 봐.”


“몇 년 동안 세상과 단절되었던 놈이다.”


“······.”


“그런 놈에게 너 같은 놈이 있을 줄은 몰랐지. 씨발···. 한국에 갔다고 했을 때 더 의심을 했어야 하는건데. 쿨럭!”


이내 피를 왈칵 쏟아댄 놈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소감은? 바론의 목이라도 따고 싶어졌나? 그럼 어서 나를 죽이고 가. 우리는 곧 지옥에서 보게 될 테니.”


나를 바론에게 보내 죽게 하려는 거짓말일까?


글쎄,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라손을 그렇게 만든 건 너희들 짓인가?”


“그건 우리도 모르는 일이야.”


“···그렇군.”


촤-악!!


나는 종아리에 꽂혀 있던 칼을 뽑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먼저 지옥에 가서 기다려. 조만간 바론도 보내줄 테니까.”


“끌끌끌···.”


옅게 웃는 녀석의 턱밑으로 칼을 박아 넣었다.


곧이어 놈의 눈이 돌아가며 흰자가 보였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뒤에 서 있는 데이븐이 보였다.


옷이 담긴 배낭과 화기를 넣을 기타 가방을 든 채였다.


“들었냐?”


“···어.”


“신경 쓰지 마. 거짓말일 수도 있으니까.”


“······.”


“우리는 그냥 할 일을 하고 안전하게만 돌아가면 되.”


“···그렇지.”


“준비는?”


“끝났어.”


“이만 가자.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어.”


그렇게 차량과 시체에 기름을 뿌린 뒤 불을 붙인 우리들은 산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



산 깊숙이 이동한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옷을 갈아입고 총기를 분해하는 것이었다.


분해한 총기는 종이와 신문지가 들어있는 기타 가방에 고이 넣어두었고 이후부턴 폐공장이 있던 반대 방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후욱···! 후욱···! 이쪽으로 계속 가면 어딘데?”


“내 기억이 맞다면 골목이 나와. 거기도 외곽이라서 CCTV만 잘 피하면 문제는 없을 거야.”


나는 우거진 숲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저 멀리 윌래밋 강이 흐르는 게 보였고 그 너머엔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빌딩들이 보였다.


“외곽으로 빠져서 번화가로 가자. 이 주변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거야!”


“알았어!”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난 뒤에야 도착한 산의 초입부.


그때부터 속력을 줄인 우리는 숨을 고르며 땀을 훔쳤다.


‘아직 사이렌 소리는 없어.’


거리가 꽤 멀어진 걸까?


어쩌면 아직 현장 발각이 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나 그것이 마음을 놓아도 될 이유는 아니었기에 우리는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며 외곽지역에 들어섰다.


외곽지역 자체는 여느 동네와 다를 게 없었다.


치안이 좋지 못한 곳이 으레 그렇듯 사람이 없는 거리는 텅텅 비었으며, 이따금 무리 지어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딱히 시비는 걸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 어린 동양인’은 이런 동네에서 더더욱 특정되기 마련.


데이븐도 그걸 알았는지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를 내게 씌워주었다.


“꼬마 대장이라니, 생각하니까 더 웃긴데?”


“···막내 많이 컸네.”


“그거 알아? 지금은 내 나이가 더 많은 거.”


“총 맞은 어깨가 오른쪽이라고 했나? 왼쪽도 맞아야 밸런스가 맞겠지?”


그 말에 데이븐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런 농담이 그렇게 그리웠지.”


-몇 년 동안 세상과 단절되었던 놈이다.


반면 내 머리엔 아까 놈이 했던 말이 맴돌았다.


‘혼자 살아남았으면 멀쩡하게 좀 지내지. 볼 때마다 짠해 죽겠네.’


그점이 못내 씁쓸했으나, 마음에 오래 담아두진 않았다.


아직 타룬과의 싸움은 시작도 안 했으며 이제 데이븐이 세상과 단절될 일은 없을 테니까.


다시는 데이븐에게 지난 3년과 같은 시간을 보내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외곽지역을 빠져나와 월래밋 강을 지난 우리는 번화가에 도달했다.


이후 적당한 모텔을 잡은 뒤 먼저 체크한 건 데이븐의 부상이었다.


쇄골 밑에서 시작되어 날개뼈 위쪽에서 끝난 관통상.


치료 도구는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보였고, 앞쪽은 깔끔하게 박혀있는 반면 뒤쪽은 개판이었다.


“···근데 뒤에는 혼자 어떻게 박았냐?”


“벽에 고정하고 막무가내로.”


어쩐지, 상처와 상관없는 곳에도 심이 박혀 있더라니.


“무식한 새끼. 빼고 다시 박을 거야. 아파도 참아.”


“···살살해.”


나는 데이븐의 입에 수건을 물려주며 대답했다.


“꼬마라서 그런 거 몰라. 하나 말해주자면 존나 아플거다.”


“······.”


나 역시, 데이븐과 이런 농담 따먹기가 무척이나 그리웠다.



****



같은 시각 폐공장.


시커먼 연기를 토해내며 타들어 가는 차량들 앞에, 한 남자가 서성이고 있었다.


“후우···. 타룬 놈들이 이렇게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지···.”


한숨 쉬듯 담배 연기를 내뱉은 그는 시신이 쓰러진 방향과 콘크리트 바닥에 남은 총알 자국을 유심히 바라봤다.


‘일방적으로 당한 건가?’


곧이어 깊게 파인 콘크리트 바닥을 훑던 그의 시선이 공장 2층으로 향했다.


‘우선은 2층에 한 명···. 하지만 흔적이 너무 많아.’


그의 고개가 이번엔 반대편에 있는 비탈길로 돌아갔다.


‘일행이 있었던 건가?’


3년간 죽은 듯이 지내던 제레미 데이븐한테?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따라서 남은 가능성은 제삼자의 개입.


그것도 목숨을 걸게 될 일에 함께 나서줄 인물이다.


아마 데이븐이 직접적으로 움직이게 된 이유에는 제삼자의 영향이 컸을 것인데···.


‘상황이 머리 아프게 돌아가는걸.’


하지만 머리가 지끈거리는 와중에도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제레미 데이븐의 다음 목적지였다.


자신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괴롭히던 덴버 지부에게 복수?


이곳에 남은 덴버 지부의 잔당 처리?


위이이이이잉···.


그때 밤하늘 위로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참 빨리 들도 오시네···. 후우···.”


담배를 불길에 던진 남자는 걸음을 옮겼다.


데이븐이 어디로 향하든, 발자취라도 잡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



다음 날 아침.


피곤함에 뻑뻑해진 눈을 주무르며 데이븐을 깨웠다.


“데이븐, 일어나.”


“···벌써 아침이야? 방금 눈 감은 것 같은데.”


“그러게나 말이다. 오랜만에 경계 서니까 힘드네.”


어젯밤 덴버로 향하는 비행기 표를 예매했을 때의 일이다.


뉴스엔 폐공장 현장이 보도되었고 그 덕에 우리는 교대로 잠을 청해야 했다.


타룬 놈들은 기본적으로 그 지역 경찰관과도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물론 고위직까진 아니다만, 명백한 살인을 저지른 지금 시점에선 지역 경찰도 무시할 게 못 된다.


“근데, 괜찮을까?”


“뭐가?”


“덴버 애들을 죽였으니 바론도 경계하고 있지 않겠어?”


데이븐이 던져준 빵을 낚아채며 내가 답했다.


“그럴 가능성은 적을 거야.”


“왜?”


“생각해봐. 한쪽 다리는 의족에 현장을 떠난 지도 3년이나 지났어. 근데 단신으로 지부를 공격하겠다고 상상이나 할까?”


“하긴···. 자살 밖에 안 되겠지.”


“아직 나의 존재를 모르는 바론이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야. 자유를 되찾으러 네가 떠났다. 혹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타룬을 처치하려 기회를 엿보고 있다.”


“어느 쪽이든 지부를 공격한다는 건 예상외라는 거네.”


“뭐,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거지. 그래서 덴버에 가면 쥐죽은 듯이 있어야 돼.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제대로 골치 아파 질 테니까.”


“맡겨둬. 쥐죽은 듯이 있는 건 잘하니까.”


그때 데이븐의 전화기가 울렸다.


한데 내 표정이 심각해 보였던 걸까?


데이븐이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무기상이야. 번호 바꾸고 연락이 안 닿았었거든. 이제 확인했나 보네.”


“뭐라고 하는데?”


“주문했던 물건 보낼 준비 끝냈다고. 우리 총도 같이 보낼 거면 서두르래,”


“신용할 수 있는 사람이고?”


“옛날부터 알던 사이야. 거래도 자주 했었고. 게다가 가족들 얼굴까지 알고 있으니 딴생각은 못할 거야. 딸 바보거든.”


“그렇담 다행이고. 준비하자.”


그렇게 나갈 준비를 끝낸 우리는 무기상이 있는 오레곤 시티로 향했다.


나름 무기상이라길래 잔뜩 긴장을 했었지만 의외로 무기상은 가정과 회사에 충실한 회사원 같은 이미지였다.


추가로 데이븐한테 들어보니 진짜 회사원이라나?


‘말세네 말세야.’


아무튼, 안전하게 화기까지 보낸 우리는 다시 포틀랜드로 돌아와 공항으로 향했고 덴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그제야, 바론이 코앞에 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번엔 얼굴에 흠집나는 걸로는 안 끝날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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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아이오와 (2) +11 24.09.07 6,569 224 15쪽
43 아이오와 (1) +8 24.09.06 6,834 217 13쪽
42 호르헤 바론 +10 24.09.05 7,177 228 12쪽
41 침투 (4) +21 24.09.04 7,488 257 14쪽
40 침투 (3) +14 24.09.03 7,551 248 14쪽
39 침투 (2) +11 24.09.02 7,564 221 15쪽
38 침투 (1) +9 24.08.31 7,783 206 13쪽
37 삼합회 (2) +6 24.08.30 7,676 190 15쪽
36 삼합회 (1) +7 24.08.29 7,945 193 16쪽
35 타룬 (4) +4 24.08.28 8,251 199 14쪽
» 타룬 (3) +4 24.08.26 8,141 209 12쪽
33 타룬 (2) +7 24.08.25 8,326 209 14쪽
32 타룬 (1) +4 24.08.24 8,670 203 14쪽
31 라손 +7 24.08.23 8,874 222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041 216 13쪽
29 경호팀 (1) +7 24.08.20 9,469 239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0,281 227 14쪽
27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0,781 257 12쪽
26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1,076 263 12쪽
25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1) +11 24.08.15 11,445 261 12쪽
24 제레미 데이븐 +10 24.08.13 11,431 2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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