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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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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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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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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1)

DUMMY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는 승합차.


-데이븐 이 개자식아!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어?! 납치한 것도 모자라서 가족까지 죽이겠다고 협박을 해?!


그리고 그 안에선 억울한 하워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있었다.


-네 위치를 팔아넘긴 것도 내가 아니야! 그런 짓을 해서 득이 될 게 뭐가 있냐고!


반면 데이븐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타룬놈들이 나를 찾아오기 며칠 전에, 너를 찾아간 적이 있어. 거기서 내가 뭘 본 줄 알아? 너랑 타룬 간부가 함께 있는 거.”


-간부···?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어. 대신, 장소는 똑똑히 기억해. 폰데로사 공원. 날짜는 4월 12일 22시경.”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는지 하워드의 대답은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에 들려왔다.


-만난 건 맞아. 근데 너랑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었어.


“당연히 그렇게 이야기하겠지.”


-비꼬지 말고 끝까지 들어. 녀석이 나를 찾아온 이유는···. 까마귀들을 타룬 산하에 두면 어떻겠냐는 제안 때문이었다고.


그 말에 데이븐이 나를 바라봤고 나 역시 데이븐을 바라봤다.


“앞에 봐. 운전하는 놈이···.”


“······.”


“하워드. 자세히 말해봐.”


-자세히 말할 것도 없어. 제안을 거절해버리니까 이유를 말해주지 않더라고.


“추측할 수 있는 건?”


-글쎄, 그 새끼들 성향으로 봐서는···. 아마 까마귀들의 능력이 필요하다기보단, 과시이자 시장의 일부분을 독점하고 싶어서일 거야. 관리자가 넘어가 버리면 용병들은 까마귀가 필요해질 때마다 어쩔 수 없이 타룬을 거쳐야 할 테니까.


“익명성은커녕 정보가 술술 새어 나갈 수도 있다는 거네.”


-그렇지. 관리자 한 명이 관리하는 까마귀만 해도 수십 명인데 말 다했지 뭐.


“근데 그랬다간 블랙 워터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처음 까마귀를 찾기 위해 PC방에서 들어간 사이트.


[mercenary corporation]


Black water가 창설하고 관리하는 곳이었던 만큼 까마귀들의 관리자 또한 블랙 워터에 소속되어 있다.


-보고는 해봤는데, 일단은 지켜보겠다고만 했어.


“타룬으로 넘어간 관리자는 얼마나 되는지 알아?”


-내가 알기엔 아직은 없어. 근데 또 모르지. 겉으로는 아닌척하면서도 뒤에선 간이고 쓸개고 전부 넘겨주고 있을지.


신무기 - 하르펜 - 타룬.


이 연결고리에 ‘까마귀 독점’이라는 문구가 추가되는 순간이었지만, 목적과 의도를 알 수 없으니 무엇하나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만나서 이야기한 건 그게 전부야. 데이븐에 관해서는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그렇다는데?”


“···내가 붙잡혔을 때, 놈들이 내 위치를 말한 건 하워드라고 했어.”


-그딴 말을 믿는다고? 그 새끼들 말장난하는 건 너도 알잖아. 오히려 역으로 너를 이용하는 걸 수도 있다고.


“네가 지금 하는 건 말장난이 아니고?”


-머저리 같은 새끼. 아마 네 뇌는 잘린 다리에 같이 달려있었을 거야. 그게 아니고선 이렇게 멍청해질 리가 없어.


“나중에 만나서도 그런 말 할 수 있는지 보자.”


-와봐! 벌집을 만들어 줄 테니까!


“둘 다 그만. 다른 이유는 없어?”


“내 은신처를 알고 있는 건 두 명뿐이었어. 라손이랑 하워드.”


라손.


데이븐에게 하나밖에 없는 20년 친구이자 우리 팀과도 깊은 유대를 가지고 있던 녀석이다.


임무가 끝나고 도시를 떠나고 싶을 때면 언제나처럼 녀석이 운영하는 옥수수 농장으로 가서 몇 날 며칠을 쉬곤 했었다.


당연히 친해질 수밖에 없었고 몇몇은 나이가 들면 라손처럼 농사나 지으며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꿈을 품기도 했다.


-···확실해? 네 위치를 알고 있는 게 두 명뿐이라는 거?


“어.”


-나 말고 다른 놈은 의심해봤고?


“···알고 지낸 게 20년이야.”


-그게 뭐 어쨌다고? 20년이면 배신하기에도 딱 좋은 년도구만.


“입 조심해. 그냥 평범하게 농사나 짓는 애라고.”


순간 데이븐의 얼굴이 점점 구겨지기 시작했고 중재에 나선 것은 나였다.


“하워드, 문자로 기본 정보는 보내줄 테니까 라손한테 까마귀 붙여서 알아봐.”


끼이익!!!


순간 승합차가 멈췄고 데이븐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데이브를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 입장도 이해해. 타룬 간부랑 같이 있는 것까지 봤으니 하워드를 더 의심할 수밖에 없었겠지. 그래도, 한쪽만 의심한 건 네 잘못이야.”


“······.”


“하워드, 듣고 있어?”


-···어.


“정말 라손이 그런 거면 이유가 있을 거야. 그거 알아내서 증거랑 함께 보내. 만약 증거가 조금이라도 조작되어 있으면, 그땐 나도 어쩔 수 없어.”


-알았어.


그렇게 통화를 끝내며 데이븐에게 말했다.


“라손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야?”


“···6개월 전.”


“이상한 점은 없었고?”


“어.”


“너도 다시 알아봐. 확실하게 알아내야 서로 찝찝하지 않을 거니까.”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데이븐이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라손이 무슨 농사 지었는 줄 알아?”


“이 와중에도 그런 질문이 나오냐?”


“이런 상황이니까 하는 거야. 점점 뭘 믿고 뭘 의심해야 하는지···. 헷갈려.”


거, 신무기에 대해 들으면 공중제비라도 돌겠네.


그런 생각과 별개로 나는 답을 해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우선 나부터 믿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옥수수 농사. 임무 끝나면 자주 갔었잖아. 모닥불 피워놓고 맥주 까마시면서···. 실없는 농담으로 웃기나 하고.”


“······.”


“다일이 그렇게 포도 농사를 하고 싶어 했었지.”


순간 옛날 생각이 났는지 데이븐의 얼굴엔 슬픔이 잔뜩 묻어 나왔다.


부으으으응···.


그러더니 말없이 액셀을 밟았고 나 역시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창밖을 바라봤다.


어느새 완전히 떠오른 해가 고요한 논밭을 밝히고 있었다.


‘이건 이거대로 지랄 같네.’


데이븐이 나를 믿게 하려면 과거의 이야기를 계속 꺼내야 한다.


당연히 죽은 동료들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으며 그때마다 감정이 복잡해졌다.


여전히 나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다시는 그런 순간이 올 수 없다는 것에 가슴 한켠이 먹먹해진다.


그때가 한없이 그리우면서도, 그렇기에 하르펜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졌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이동한 우리가 도착한 곳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폐차장이었다.


바로 대포차의 처분을 위해서였는데, 약품부터 시체 비닐. 그리고 대포차까지 준비한 걸 보니 정말 작정하고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터미널로 향한 우리는 성남시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라손은?”


“···전화 안 받아.”


“지인이나 다른 친구는 없고?”


“연락처 알아봐야돼. 나중에 해보려고.”


좌석에 머리를 기대며 한숨을 내쉰 데이븐이 걱정스레 물었다.


“만약···. 아주 만약에, 라손이 진짜 날 넘긴 거면 어쩌지?”


“배신은 용서의 영역이 아니야. 복수의 영역이지. 그래도 네 성격에 죽이진 못할 테니, 손절하는 수밖에 없어.”


“···손절이라.”


“그래도 아직 확실한 건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진짜 대장처럼 말하네.”


“대장처럼이 아니라 대장이야.”


“······.”


데이븐은 생각이 많아진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고 나는 팔장을 끼며 눈을 감았다.


요 며칠 계속 긴장한 상태로 있어서일까?


눈을 감음과 동시에 의식은 차츰 멀어져갔다.



****



한편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 위치한 타룬(tarun)의 사무실에선···.


잘그락···.


얼음잔에 위스키를 따르던 사내, 바론이 잔을 들고서 창가로 향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네온사인이 어두운 방 내부를 조금이나마 밝혀주었고 위스키로 목을 축인 바론이 말했다.


“그래서, 데이븐이 한국으로 갔다고?”


대답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예.”


“몇 년 만에 생활 반경에서 벗어난 것도 모자라 뜬금없는 한국행이라니···. 그곳엔 아무런 연고가 없을 텐데?”


“갱들 해결사 출신이었던 자들과 함께 가는 걸 봤다고 합니다.”


“사람을 죽이러 갔다는 거군.”


“아직은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피터 하워드는?”


“아직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살아있을 가능성이 클 거라고 합니다.”


“흠···. 미끼까지 문 녀석이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라···.”


“이미 죽일 기회는 많았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과가 없다는 건···. 그자를 죽이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됩니다. 저희가 대신 처리 합니까?”


“우리가 관리자를 직접 건들면 블랙워터에서도 움직일 거다. 괜히 명분만 주는 꼴이 될 거야.”


바론은 말없이 위스키를 들이켰고 뒤에 있던 남자가 재차 말했다.


“주제넘은 말이라는 건 알지만, 애초에 데이븐도 왜 살려주신지를 모르겠습니다.”


“하워드를 죽이기엔 그놈이 제격이었으니까. 우리는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관리자가 줄어서 좋고 녀석은 복수를 하고. 서로가 이득만 보는 상황이지 않은가. 뭐, 어디까지나 표면상의 이유겠다만은···.”


“다른 뜻이 있으셨던 겁니까?”


바론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게 더 괴롭잖아.”


“···예?”


“그 자식 팀원들이 전부 죽은 건 알고 있나?”


“라텔이 이끌던 팀이 전멸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백업 저격수였던 제레미 데이븐만 목숨을 건질 수 있다고 들었고요.”


“그래, 그거야. 그 녀석이 혼자 살아남아서 이리저리 망가지고 부서지는 걸 지켜보고 싶었다는 거지. 아마 놈에게 지옥은, 숨을 쉬고 있는 매 순간일 거다.”


“······.”


“그래서 녀석을 볼 때마다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더군. 그동안 라텔만 믿고 설쳐대던 놈이 세상 무너진듯한 표정을 지을 줄 누가 알았겠나.”


그리 말을 뱉던 바론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데이븐이 한국에서 돌아오는 즉시 감시 강화해. 최근 5개월간 뭐 하고 지냈는지도 다시 조사해보고 한국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까지 알아내도록.”


“예. 피터 하워드는 어떻게 합니까?”


“거긴 당분간 놔둬. 관리자야 그놈 말고도 더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을 끝낸 사내가 사무실을 나서고, 홀로 남은 바론은 관자놀이부터 광대를 지나 턱까지 남아있는 긴 자상의 흉터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언젠간 다 같이 지옥에서 만날 수 있을 거다···.”


유독 옛날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



“···여기가 내가 지낼 곳?”


오피스텔을 둘러보던 데이븐의 말이었다.


“어. 그냥 아지트라고 생각해.”


“오호···.”


데이븐도 마냥 싫지만은 않은지 소파를 꾹꾹 눌러보며 말했다.


“며칠 만 신세 질게.”


“며칠?”


덜그럭···.


데이븐은 뜬금없이 의족을 떼어내더니 보란 듯 들어 보였다.


“누가 의족을 망가뜨려 놓아서.”


자세히보니 움푹 파인 곳도 있었고 결합된 부분이 벌어진 곳도 보였다.


“의족은 한국에서도 맞출 수 있잖아.”


“따로 제작해주는 사람이 있어. 그게 나한테 제일 잘 맞더라고. 게다가 이번에 싸워보고 느낀 건데, 일반 모델로는 안될 것 같아.”


“그래서 소총이라도 장착하고 오시게?”


“오···? 그것도 괜찮은데?”


“······.”


웬지 저 녀석이라면 진짜 그럴 것 같아서 더는 말을 꺼내진 않았다.


“아무튼, 간다. 무슨 일 있으면 아까 알려준 번호로 전화하고 라손한테도 계속 연락해봐.”


그렇게 오피스텔을 나선 나는 집으로 향했다.


고작 이틀뿐이었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며, 혹시나 상처가 드러난 곳은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빌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집 현관에 도착했을 때, 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외국인 한 명을 볼 수 있었다.


“카터?”


바로 강서준의 개인 경호원인 윌슨 카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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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아이오와 (2) +11 24.09.07 6,566 224 15쪽
43 아이오와 (1) +8 24.09.06 6,834 217 13쪽
42 호르헤 바론 +10 24.09.05 7,174 228 12쪽
41 침투 (4) +21 24.09.04 7,483 257 14쪽
40 침투 (3) +14 24.09.03 7,548 248 14쪽
39 침투 (2) +11 24.09.02 7,563 221 15쪽
38 침투 (1) +9 24.08.31 7,779 206 13쪽
37 삼합회 (2) +6 24.08.30 7,675 190 15쪽
36 삼합회 (1) +7 24.08.29 7,942 193 16쪽
35 타룬 (4) +4 24.08.28 8,250 199 14쪽
34 타룬 (3) +4 24.08.26 8,140 209 12쪽
33 타룬 (2) +6 24.08.25 8,323 209 14쪽
32 타룬 (1) +4 24.08.24 8,667 203 14쪽
31 라손 +7 24.08.23 8,871 222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040 216 13쪽
29 경호팀 (1) +7 24.08.20 9,466 239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0,280 227 14쪽
27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0,780 257 12쪽
26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1,073 263 12쪽
»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1) +11 24.08.15 11,440 261 12쪽
24 제레미 데이븐 +10 24.08.13 11,428 2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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