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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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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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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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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호르헤 바론

DUMMY

타룬 건물을 나와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병원이 아닌 차이나타운 내부에 있는 허름한 주택가였다.


실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순간 뒤통수라도 맞는 걸까 싶어 자연스럽게 일어나보려 했으나···. 먼저 들려온 것은 옆에 앉아 있던 데이븐의 목소리였다.


“어디로 가는 거지?”


“의사가 있는 곳.”


“이런 동네에 의사? 내 눈엔 사람 작업당하기 딱 좋은 곳처럼 보이는데.”


“음···. 몇 번 작업을 하긴 했지.”


“······.”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해해 줘. 우리는 지금부터 너희들을 숨겨야 하는 입장이니까. 눈에 띄는 곳보단 이런 곳이 더 나아.”


“다른 문제라도 생긴 건가? 삼합회? 경찰?”


“문제라기보단, ‘문제가 생기지 않게 사전에 준비한다’가 맞겠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타룬 건물에서 빠져나온 놈들이 있었어. 거의 다 찾아서 죽이긴 했는데···. 못 해도 한두 명은 빠져나갔을 거야. 그러면 결국 타룬 본사도 오늘 일을 알게 될 거고 화살은 우리 쪽으로 향하겠지. 그래서 좀 바빠. 이것저것 증거도 지워야 하고 흔적도 치워야 하니까.”


“확실히···. 이왕 숨기려면 철저한 편이 좋긴 하겠네···.”


“근데, 괜찮냐?”


“뭐가?”


“···동료를 잃은 사람치곤 침착해 보여서.”


순간 마음을 졸이는 것도 잠시, 괜스레 헛기침한 데이븐이 작게 대답했다.


“···괜찮아.”


“그래, 그렇다면 뭐···.”


‘휴···.’


끼익···.


그때 주택가 골목에서 멈춘 차량.


“여기서 내리면 애들이 데려다 줄 거야. 우선은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올 테니까 그때 다시 이야기해.”


“그러지.”


이후 나는 다시 한 사내에게 업혀 어디론가 향했다.


끼익···.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코끝에서 맴도는 진한 풀냄새.


그리고 들려오는 한 노인의 목소리.


“준비는 끝내놨다네. 어서 들어오게.”


‘차이량도 갔으니 이제 일어나도 될 거 같은데.’


그렇게 상황 파악부터 하려 눈을 떴을 때, 꽤 불쾌한 장면을 목도했다.


흰머리가 성깃한 노인이 수술용 장갑을 끼는 것과 한편에 놓인 수술용 도구들을 보았기에.


어디 그뿐일까.


내가 앉아 있던 곳은 피 얼룩이 조금 남아 있는 수술대였다.


“······.”


“오, 일어났는가? 우선 옷부터 벗게. 지혈만 했다고 들었네.”


‘그래···. 마땅히 치료할 곳이 없대잖아···.’


안 그래도 점점 어지러워지고 있는 마당이니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옷을 벗자 노인은 한동안 상처를 살펴보더니 수술용 집게와 메스를 들었다.


“흠···. 이물질이 껴 있구만. 우선 그것들부터 제거하고 꿰매기 힘든 부분의 살도 도려낼 걸세. 아파도 참게나.”


“아프다고요? 마취는요?”


“···마취는 병원 같은 곳이나 하는 거지. 안 그럼 이거라도 물고 있게.”


노인은 재갈 대용으로 생긴 정체 모를 막대기를 주었고, 나는 벗어 놓았던 내 옷을 물었다.


그러고는 맞은편에 서 있는 데이븐을 바라봤는데···.


내 행동이 엄살처럼 보였던 걸까.


팔짱을 끼고 있던 녀석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 새끼가 진짜 아까부터···.’


울컥하는 것도 잠시였다.


곧이어 노인의 수술이 시작되었기에.


찌익···.


“아아아! 아! 아아악!! 잠깐만!”


“껄껄···. 엄살은.”


* * *


“아아악!! 씨발! 존나 아파!”


옆구리를 훤히 드러내고 있던 데이븐이 비명을 질렀다.


이미 상처 봉합을 끝낸 나는 그런 데이븐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 요즘 총각들은 엄살이 심하구만, 그래.”


“······.”


“······.”


그렇게 무사히(?) 수술을 끝내고 회복실로 옮겨진 우리에게 노인의 딸이 죽과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주었다.


“입고 있던 옷은 놔두시면 제가 치울 거예요. 또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하세요. 차이량 님께서 잘 간호하라고 하셨거든요.”


“지금도 충분해요. 감사합니다. 근데···. 이 동네는 뭐에요? 외곽이라기엔 사람이 꽤 많이 사는 것 같고. 심지어 의사도 있고.”


“여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여의치 못한 분들이 오는 곳이에요. 돈이 없다든가···. 아니면 손님같이 신원을 숨겨야 하는 분들이 온다든가···.”


“설마 이 근방이 전부···?”


“그건 아니에요. 의사는 저희 아버지뿐이에요. 다른 곳은 돈을 받고 사람을 숨겨주는 곳도 있고 차이량 님이 개인적으로 쓰시는 집들도 있고,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쓰는 집’의 용도가 조금 궁금하긴 했으나 딱히 좋은 쪽은 아닐 것 같기에 관심을 꺼버렸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차이량 님이 되도록이면 오늘은 여기서 주무시고 가시라고 하셨습니다. 곧 있으면 경찰이 돌아다닐 거라고 하셨거든요.”


“···예. 알겠어요.”


“네, 그럼 이만.”


이후 여자가 나가고, 종일 굶었던 터라 우리 둘은 아무 말도 없이 그릇을 비워냈다.


“푸하···. 이제 좀 살겠네.”


“그러니까. 그보다, 이제 속이 좀 시원하냐?”


내 말에 데이븐은 잠시 허공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 존나게.”


“다행이네. 근데···.”


“······?”


“이제 라손은 어쩔 거야?”


데이븐이 입을 연 것은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였으나 명확한 대답은 아니었다.


“···라손.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어.”


“약에 고문에, 라손 그놈도 제정신이 아니었을 거야.”


“알아. 훈련받은 사람도 작정하고 고문하면 맛이 가는데 일반인은 오죽할까. 단지, 라손이 정신을 차리면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야.”


“죄책감이라···.”


“···나만 괜찮다면, 옛날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그 말은 나에게도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옛날처럼은 힘들 거야. 네 다리 볼 때마다 라손은 죄책감을 가질 거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때문에 네가 그렇게 됐는데 오죽하겠냐.”


“그렇겠지···. 옛날부터 그런 놈이었으니···.”


“근데 또 모르지. 의외로 쿨하게 넘어갈지도. 게다가 일단 얼굴은 봐야 하지 않겠냐. 적어도 너랑 라손을 그렇게 만들었던 놈들한테 복수는 끝냈다고 해줘야지. 더는 약도 하지 말고···. 두려움에 떨 필요도 없다고 잔소리도 좀 해주고.”


“어디에 있다고 했지? 아이오와였나?”


“어, 아니면 덴버 떠날 때 잠시 들르던가.”


데이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라손으로부터 시작되었던 이야기는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 대단하거나 거창한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최근 나누었던 대화 중 가장 텐션이 올라가는 순간이기도 했다.


과거의 일을 떠들며 함께 추억하고 웃을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건 또 어떻고.


그렇게 이야기를 한참하고 있던 와중, 차이량이 온 것은 자정이 다 되어갔을 무렵이었다.


“좀 어때?”


“괜찮아.”


“왕 선생이 그러던데, 너희 비명 엄청 질렀다고.”


“에이 설마. 기합이지 기합.”


“······.”


“크흠! 외부 상황은 어때?”


“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나···. 일단은 얼추 해결은 됐어. 타룬 건물 내부에 있던 CCTV도 전부 회수했고 시체도 전부 치워냈고 경찰 쪽도 잘 막았고.”


“다행···. 잠깐만, CCTV?”


“어. 거기서 뭘 발견한 줄 알아? 두 명의 활약상이 적나라하게 찍힌 CCTV.”


순간 차이량이 나와 데이븐을 번갈아 봤다.


“서른 명은 개뿔.”


“난 모르는 일이야. 애초에 너랑 협상한 것도 대장이고.”


“이쪽은 그렇다는데? 너는?”


“···그, 속인 건 미안한데. 어쨌든 결과가 좋으니 된 거 아닌가?”


“이야···. 뻔뻔한 거 봐라···.”


차이량은 잠시 얼굴을 쓸어내리더니 말을 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두 명에서 타룬을 공격한 거야? 미친놈들이야? 막 목숨이 몇 개 더 있고 그래?”


“말했잖아. 복수라고. 죽일 놈이 눈앞에 있는데 이것저것 따져가며 언제 해? 게다가 호텔에서 두 명이라고 했으면 네가 퍽이나 도와줬겠다.”


“오호···. 기분은 나쁜데 묘하게 설득력 있어.”


다행히도 차이량은 그리 복잡한 인간이 아니었다.


물론 그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았다.


차이량이 말한 시체 중엔 삼합회 인원도 있을 테니까.


“너희 쪽 피해는?”


“아예 없진 않아.”


“···무작정 이용만 할 생각은 아니었어. 목적이 같다고 생각해서 서로 원하는 걸 취하자는 쪽이었지. 부하들 일은 유감이야.”


사뭇 진지한 말투에 순간 차이량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고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바론 옆에 걸어둘까도 생각했는데 뭐···. 네 말대로 결과도 좋고 결국엔 우리도 원하는 걸 얻었으니···.”


“···옆에 건다고?”


“그런 게 있어.”


“······.”


“어쨌든, 우리 쪽도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야. 언젠간 치워내야 할 놈들이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그 CCTV 덕분에 상부에 할 말도 생겼고.”


“할 말?”


“CCTV 보니까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솜씨더만. 총격전도 그렇고 검술도 그렇고.”


“그게 왜?”


“더 잘 싸우냐 못 싸우냐를 떠나서, 애초에 우리 방식이 아니야. 삼합회를 통틀어도 둘이서 타룬이랑 싸워보라고 하면 나서는 사람은 몇 없을걸? 물론 용병이나 킬러를 고용했다고 문책할 순 있겠지만 너희도 사주받은 게 아니잖아. 꼬리 밟힐 일은 없다는 거지. 그리고···.”


잠시 말을 끊은 차이량은 담배를 물며 말을 이었다.


“바론은 잘 받았다. 이제야 아버지 복수도 제대로 해줄 수 있게 됐어.”


“같이 한 거야. 너희랑 우리가.”


“으웩. 오글거려.”


“거, 사람이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차이량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을 돌렸다.


“아, 그리고 바론이 너를 만나고 싶다고 했어.”


“나를?”


“어. 계속 네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던데?”


“잘됐네. 안 그래도 나도 물어볼 게 있었거든. 그래서 말인데, 만날 수 있을까?”


그 말을 들은 차이량은 전화기를 꺼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어디까지 진행했어? 아아. 알았어. 하던 거 멈추고 물만 주고 있어. 어.”


뚝···.


“말은 아직 제대로 할 수 있대. 대화도 가능할 거야.”


“······.”


“그렇게 괴물 보듯 보지 말아줄래? 숙녀한데.”


“그놈의 숙녀타령.”


“근데 뭘 물어보고 싶은 건데?”


“그냥···. 내 동료들을 죽인 놈이랑 연관되어 있는 게 타룬 그 녀석들이거든. 내가 모르는 정보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복수할 사람이 아직도 남은 거야?”


“어. 정확히 말하면 이제 시작인 거지.”


[신무기 ― 하르펜 ― 타룬 ― 까마귀 독점]


줄곧 머리에만 간직해놓았던 연결 고리 중 하나를 붙잡아 놨으니, 이젠 정보를 알아낼 차례였다.


“나이도 어린 게 뭔 사연이 이렇게 많아···. 아무튼, 내일 10시까지 올게. 그때 나랑 같이 가자.”


“알았어.”


푹 쉬라는 말을 남긴 차이량은 방을 나섰고, 하루가 길었던 만큼 나와 데이븐도 금방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영감님, 갈게요.”


“다음에 또 필요하면 언제든지 와.”


“싫어요.”


“허허···. 당돌한 놈이로고.”


“농담이고 알겠어요. 치료해 줘서 고마워요.”


이후 약속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자 새빨간 스포츠카가 집 앞에 정차했고 안에는 차이량이 타 있었다.


“타. 근처라서 금방 도착할 거야.”


그렇게 나와 데이븐은 붙잡혀 있는 바론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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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아이오와 (1) +8 24.09.06 6,834 217 13쪽
» 호르헤 바론 +10 24.09.05 7,175 228 12쪽
41 침투 (4) +21 24.09.04 7,485 257 14쪽
40 침투 (3) +14 24.09.03 7,548 24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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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침투 (1) +9 24.08.31 7,779 206 13쪽
37 삼합회 (2) +6 24.08.30 7,675 190 15쪽
36 삼합회 (1) +7 24.08.29 7,942 193 16쪽
35 타룬 (4) +4 24.08.28 8,251 199 14쪽
34 타룬 (3) +4 24.08.26 8,140 209 12쪽
33 타룬 (2) +6 24.08.25 8,323 209 14쪽
32 타룬 (1) +4 24.08.24 8,668 203 14쪽
31 라손 +7 24.08.23 8,872 222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040 216 13쪽
29 경호팀 (1) +7 24.08.20 9,467 239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0,280 227 14쪽
27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0,780 257 12쪽
26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1,073 263 12쪽
25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1) +11 24.08.15 11,441 261 12쪽
24 제레미 데이븐 +10 24.08.13 11,430 2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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