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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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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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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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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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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손

DUMMY

경호원들이 헤드기어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은 여섯 번째로 기절한 사람이 나왔을 때였다.


그럼에도 스파링 지원자는 많았고 거기서 세 명이 토를 하고 나서야 차츰 줄어들더니, 열 네 번째 스파링이 끝났을 때 더 이상 지원자는 나오지 않았다.


“더 없어요?”


“······.”


“애라느니, 집안에 관련 있다느니 헛소리할 사람도 없고?”


사람에 비해 고요한 장내.


나는 조용해진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몇 시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아무튼, 스파링 코치로서 자주 보게 될지 가끔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있는 동안 불만이 있거나 따르기 싫으면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스파링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으니까.”


이내 강서준을 바라보니 그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어깨를 으쓱이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다시 훈련들 하시죠.”


그렇게 강서준에게로 향하자 그가 물통을 내밀며 물었다.


“일부러 그런 거예요?”


“네. 교통 정리하는 데엔 이것만큼 효과 있는 것도 없으니까요. 언제 주절주절 설명하고 있어요.”


“···그래서, 소감은 어때요?”


“강 회장 집에서 붙어봤던 사람들은 그나마 나았고···. 다른 분들은 평가하기 힘들어요. 대부분이 방심하고 있었을 테니까.”


“방심이요···?”


“네. 근거리 전에서 시각 정보는 가장 빨리 습득되는 정보이자 강제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보예요. 그저 그런 피지컬에 어린 나이. 이것만으로도 이미 방심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거죠.”


“······.”


“거기서 방심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감이 좋다는 거고 보통 그런 사람이 오래, 잘 성장하는 법입니다. 신입 중에서도 몇몇 있었고요. 아, 근데 특채는 왜 특채인지 모르겠던데요?”


그 말에 강서준은 카터를 바라봤고 카터는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한국말이 많이 늘었나 보네.’


이내 카터에게서 시선을 돌린 강서준이 작게 중얼거렸다.


“훈련 방법을 바꿔봐야 하나···.”


“기구들 보니까 대부분이 인터벌 트레이닝 용이던데, 그것도 나쁘진 않아요. 경호 특성상 한번 상황이 터지면 장기전까지 생각해야 하니까요. 다만···.”


“···?”


“아무리 특수 경호라고 해도 1:1로 각 잡고 싸울 상황은 별로 없어요. 더군다나 해외에서 집중적으로 운용하실 거면 1:1 격투에 중점을 두기보단 반복적인 CQB 훈련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겁니다. 그래야 사격술, 무기술, 상황판단 능력 등 다방면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반복적인 CQB라···.”


그리 중얼거린 강서준은 무언갈 곰곰이 생각하더니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근데 도대체 그런 걸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사수한테 배웠어요.”


“궁금하네요. 라텔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음···. 서준 씨.”


“네?”


“라텔이라는 이름은 될 수 있으면 입 밖으로 꺼내지 마세요. 어느 자리에서든.”


나는 카터와 강서준을 번갈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사실, 라텔을 쫓는 집단이 있어요. 아마 라텔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거나 관련된 자가 있다면 무조건 죽이려고 할 겁니다.”


“···?!!”


“누가 물어도 모른다고 하시고 먼저 이야기 꺼낼 생각은 절대 하지 마세요. 카터 너도 마찬가지고.”


이미 한 번 주의를 준적이 있으나, 강서준이 조던 하르펜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더욱 확실한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혹여라도 하르펜의 귀에 라텔이라는 이름이 들어갔다간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꼬일 것이기에.


“···알겠습니다. 무슨 사정인진 모르겠지만 해결되길 바랄게요.”


“라텔이 알아서 잘 할 거예요. 그나저나···. 스파링 코치 일은 며칠마다 하면 되는 겁니까? 이런 식으로 고용되는 건 처음이라 감을 못 잡겠네요.”


내 말이 의외였는지 강서준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계속해주실 수 있는 거예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가능해요. 겸사겸사 CQB에 대한 것도 가르쳐 드릴 수 있고 다른 일도 도와드릴 수 있어요. 물론 보수는 있어야겠지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최대한으로 측정해서 드릴 테니까. 그리고 일정에 관한 건 나중에 스케줄 표를 보내드릴게요. 그거 보시고 현성 씨가 편하신 날짜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그러죠.”


“감사해요.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하던 상황이었거든요.”


“별말씀을. 아무튼, 저는 이만 훈련도 와주러 가볼게요.”


그렇게 대화를 끝낸 나는 훈련에 참가하여 지도를 시작했다.


사실 다수를 가르치는 건 적성에도 맞지 않고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지만···.


‘하르펜의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면 이 방법뿐이야.’


추후 하르펜이 왔을 때 임무에서 제외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빌드업을 해놓아야 했다.


강서준이 나를 신뢰하고 일을 맡길 수 있도록 말이다.



****



한편, 미국 아이오와.


시골 변두리에 있는 마을에 차 한 대가 정차했다.


차안에선 하워드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내가 왜 약쟁이 뒤꽁무니를 따라다녀야 하는 거지···.”


똑똑-.


“으익! 깜짝이야!”


뜬금없는 노크 소리에 창문을 내리자 마스크를 쓰고 있는 까마귀가 보였다.


“놀랬잖아.”


“간이 콩알만 해서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데?”


“······휴. 라손은?”


까마귀는 엄지로 뒤편에 있는 폐건물을 가리켰다.


“저기 안에.”


“노숙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약쟁이들 지내는 꼴이 뭐 별거 있나.”


“라손인건 확실하고?”


“들어가기 무서우면 내가 데리고 나오고.”


“무섭기는.”


콧방귀를 뀐 하워드는 보란 듯이 차에서 내렸지만 심장의 박동수는 점점 빨라졌다.


사전 정보에 의하면, 이곳 약쟁이들은 갈 때까지 간 놈들이 태반이라고 들었으니까.


칼을 휘두르는 건 디폴트고 주머니가 넉넉한 놈은 권총까지 쏴댄다는 소리를 들었다.


당연히 이곳에 숨어 사는 라손이라고해서 크게 다를 건 없을 터.


툭툭···.


껴입은 방탄복을 괜스레 두드린 하워드는 까마귀에게 말했다.


“앞장서.”


그렇게 둘은 폐건물로 들어갔고 사방에선 쓰레기를 비롯한 오물 냄새가 가득했다.


바닥에는 주사기와 고무줄이 여럿 버려져 있었고, 까마귀를 따라 3층에 도착하자 더욱 난장판인 내부가 보였다.


누렇게 때가 탄 침대 매트리스와 옷가지,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들과 이유 모를 핏자국 등 멀쩡한 사람은 하루라도 버티기 힘든 환경이었다.


“푸흐···.”


악취에 인상을 찌푸리던 하워드는 입을 틀어막았고 까마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까마귀는 방 중앙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곧이어 어둠 속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라손.


-으에에에···?


-아예 맛이 갔군.


뻐-억!!


뒤이어 들려오는 타격음을 끝으로, 까마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기절한 라손을 질질 끌고 온 채였는데···.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낸 하워드는 까마귀 손에 붙잡힌 남자와 번갈아 보며 확인 작업에 나섰다.


동시에 튀어나온 것은 다름 아닌 욕지거리였다.


“씨발···.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져야 사람이 이렇게 되는 거야? 같은 사람 맞아?”


사진 속 라손이 해맑게 웃고 있어서 그런지 눈앞에 있는 남자와 더욱 대조되어 보였다.


눈두덩이에 큰 점이 없었더라면 아마 데이븐이라도 못 알아봤을 거라 확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정신 차리게 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는걸···.”


찰칵-.


이내 라손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민 하워드가 전송 버튼을 누르며 까마귀에게 말했다.


“차에 실어. 당분간은 우리가 보관할 거야.”


“그 뒤엔?”


“모르지. 그 녀석이 죽일지 살리지.”


그렇게 하워드와 까마귀는 폐건물을 나섰다.



****



“으그그그···. 허리야.”


ES에서의 일정은 오후 4시가 다 되어가서야 끝이 났다.


“노동이 따로 없구만.”


자세봐주랴, 기술 알려주랴, 호구조사 철벽 치랴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여러모로 힘든 훈련 지도였다.


우우우웅···.


-현성 씨, ES에 오실 동안 현성 씨를 전담하게 된 최아영입니다. 스케줄표 보내드릴 테니 저한테 말씀해주시면 보고 올려놓겠습니다. 그리고 훈련에 필요한 물품들을 미리 말씀해주시면 전부 준비해놓겠습니다.


“그래도 서비스는 좋네. 두 달만 참자. 두 달만.”


뭐가 됐든 하르펜 목만 따고 그 뒤에 푹 쉬는 거야.


그때,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가 보였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하워드였는데, 별다른 내용 없이 사진만 덩그러니 보낸 문자였다.


까드득···.


그리고 그 사진은 내 어금니를 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풀린 동공으로 거지꼴을 하고 있는 라손의 사진이었기에.


곧장 전화를 걸자 신호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사진 뭐야? 라손 확실해?”


-점 위치가 똑같아. 지금 씻기고 있는데, 씻기니까 사진이랑 더 닮았고.


“···상태는.”


-안 좋아.


“정확히.”


-약에 완전히 맛이 갔어. 이 정도면 기간도 기간이지만 양에 문제가 있었던 거야.


“···그 정도라고?”


-어. 그리고 몸 전체에 상흔이 많아. 화상 자국도 꽤 보이고. 정신 돌아오면 직접 들어봐야겠지만, 싸웠다기보단 일방적으로 당한 것 같아. 근데···. 심각한 건 따로 있어.


“뭔데.”


-샤워기 호스를 뱀으로 착각하고 발작을 일으켰어. 데이븐의 위치는 말했으니 때리지 말라며 살려달라고 빌더라고.


“···데이븐의 위치를 말한 건 라손이라는 거네.”


-어. 위치를 말하는 과정에서 고문이 있었고.


“데이븐의 다리를 자른 건 타룬 새끼들이야.”


-···그럼 누가 고문했는지는 답이 나왔네. 근데 왜 뱀으로 착각하고 발작을 일으킨 거지? 라손이 뱀을 무서워했나?


“뱀으로 고문을 했거나, 고문한 놈한테 뱀 문신이 있었겠지.”


-······하.


한숨을 내쉰 하워드의 대답은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에 들려왔다.


-안 돼. 타룬은 너무 위험해. 지금 적으로 돌리면, 쫓기고 쫓기다가 처참하게 죽을 거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목소리가 달라졌으니까 하는 말이야.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 나는 몇 번 심호흡하다 답했다.


“라손 케어 좀 부탁할게.”


-···알았어. 제정신으로 돌아오려면 꽤 걸릴 거야. 움직이는 건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아.


“위치는 어딘데.”


-아이오와.


아이오와면 라손의 농장이 있는 주이기도 하다.


“아이오와에 타룬 놈들 지부가 있나?”


-내가 알기엔 없어.


“그래? 알았어.”


-···괜찮은 거지?


“어. 라손이나 좀 부탁할게. 정신 차리는 대로 전화해 줘.”


-알았어.


뚝···.


이내 전화를 끊은 나는 데이븐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대장.


“너 다리 자른 새끼들 얼굴 기억나냐? 신체 특징이라든가.”


-···갑자기? 아니, 목소리는 또 왜 그런데. 무슨 일 있어?


“대답부터.”


-기억나지. 잊으려야 잊을 수도 없고.


“그중에, 혹시 뱀 문신 있던 놈도 있냐?”


-어? 대장이 그걸 어떻게 알아?


“됐고, 어디야?”


-오피스텔.


“기다려. 지금 갈 테니까.”


-진짜 듣는 사람 불안하게···. 이유라도 말해줘. 그래야 마음에 준비라도 하지.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 답했다.


“네 위치를 말한 건 라손이야. 라손은 고문에 의해서 입을 열었고, 입을 열게 한 놈은···.”


-나를 공격했던 놈이라는 거지? 타룬 소속에 뱀 문신 있는 새끼.


“어.”


-······의족 제작 언제 끝나는지 물어볼게. 무기는?


“네가 아는 곳으로. 하워드한테 말했다간 그쪽에도 불똥이 튈지도 몰라.”


-알았어.


뚝···.


그렇게 전화를 끊은 나는 서둘러 택시를 잡고서 오피스텔로 향했다.


하르펜을 죽이기 전, 현장 감각을 일깨우기엔 타룬 만한 놈들도 없을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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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아이오와 (1) +8 24.09.06 6,834 217 13쪽
42 호르헤 바론 +10 24.09.05 7,174 228 12쪽
41 침투 (4) +21 24.09.04 7,483 257 14쪽
40 침투 (3) +14 24.09.03 7,548 248 14쪽
39 침투 (2) +11 24.09.02 7,563 221 15쪽
38 침투 (1) +9 24.08.31 7,779 206 13쪽
37 삼합회 (2) +6 24.08.30 7,675 190 15쪽
36 삼합회 (1) +7 24.08.29 7,942 193 16쪽
35 타룬 (4) +4 24.08.28 8,250 199 14쪽
34 타룬 (3) +4 24.08.26 8,140 209 12쪽
33 타룬 (2) +6 24.08.25 8,323 209 14쪽
32 타룬 (1) +4 24.08.24 8,667 203 14쪽
» 라손 +7 24.08.23 8,872 222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040 216 13쪽
29 경호팀 (1) +7 24.08.20 9,466 239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0,280 227 14쪽
27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0,780 257 12쪽
26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1,073 263 12쪽
25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1) +11 24.08.15 11,440 261 12쪽
24 제레미 데이븐 +10 24.08.13 11,428 2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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