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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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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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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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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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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경호팀 (1)

DUMMY

침묵만이 내려앉은 거실.


더 이상 치킨엔 김이 나지 않았고 탁자 위엔 찌그러진 캔맥주가 쌓여갔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던 데이븐이 물 마시듯 맥주를 마셔댔던 탓이다.


“···그러니까. 신무기가 화기도 안 통하는 괴물이었고···. 대장이랑 팀원을 모조리 죽였다?”


“어.”


“총알에 수류탄까지 터트렸는데 흠집도 안 났고?”


“그래. 똑같은 질문만 벌써 네 번째야.”


“아니 말이 안 되니까 그렇지.”


“내가 이런 핏덩이 몸에서 깨어난 건 말이 되고?”


“······.”


“처음엔 나도 믿기 어려웠어. 용병으로 살았던 내 삶이, 혼수상태일 때 꾸었던 꿈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근데 어떻게 받아들였어?”


“하르펜의 흔적이 있었거든. 페이퍼 컴퍼니가 결정적이었고. 왜, 아직도 내가 라텔이라는 걸 못 믿겠어?”


“···그건 아니야. 모텔에서 조금 전까지, 내가 물어본 것 중엔 라텔만 아는 것들도 있었으니까.”


“그럼 그냥 받아들여. 고민은 조던 하르펜을 죽인 뒤에 해도 늦지 않아.”


데이븐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쨌든, 놈을 죽이려면 그 괴물이랑도 싸워야 한다는 거 아니야?”


“뭐, 확률은 낮을 테지만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지.”


“화기도 안 통하는데 무슨 수로?”


“죽기 전에 확인해봤는데, 눈 쪽은 방어를 하려는 것 같았어. 총을 쐈을 때 유일하게 반응한 곳이 거기였거든. 만약 그렇다면 폭발물을 만들어서 입 안에 처넣는 것도 방법이겠지. 물론···.”


“······?”


“이건 나중에, 우리가 1차 계획에 실패했을 때 고민해도 돼. 당장 고민할 건 아니라는 말이지.”


“1차 계획이라니?”


“두 달 뒤에 하르펜이 한국에 온다는 정보가 있어. 그때가 우리한텐 최소한의 리스크로 그놈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고.”


“···씨발. 더 이상은 놀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는 목적은?”


“누구를 만나러 온다는 것만 알고 있어. 정확한 건 조금 더 지나봐야 알 거야.”


“그 뒤엔 우리가 하던 대로?”


“어.”


“할 수 있을까? 저격총 놓은 지 오래됐는데.”


“데이븐, 할 수 있을까 없을까는 없어. 무조건 한 번에 처리해야 돼. 실패하는 순간부턴 우리도 더는 안전하지만은 않을 테니까.”


“···확실히, 하르펜 그 새끼가 가만히 놔두진 않겠지.”


“두 달이야. 최대한 컨디션 끌어올려놔. 그 다리도 빨리 해결해 놓고.”


“걱정 마. 어제 이미 주문해놨으니까.”


그러다 문득 모텔에서의 일이 생각나 물었다.


“···평범한 거 맞지?”


“아니.”


“뭐?!”


“나도 비밀 무기 하나 쯤은 있어야지.”


“폭탄 같은 거 달고 오기만 해봐. 아예 작전에서 빼버릴 거니까.”


“내가 중동 새끼들도 아니고 그런 짓을 왜 해.”


이내 데이븐이 씨익 웃어 보이는 것을 끝으로, 무겁던 공기가 조금 풀어졌다.


“근데, 대장. 하워드한테 연락 온 거 없어? 내 전화는 안 받던데.”


“까마귀 보내놨다는 이야기만 들었어. 자세한 건 아직이고.”


“휴···. 하르펜 오기 전에 라손부터 찾고 싶은데.”


“나도 그럴 생각이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봐. 하워드한테 연락 오면 바로 말해줄 테니까.”


그 말에 치킨을 먹던 데이븐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뭐.”


“그냥···. 옛날 생각나서.”


“싱겁긴.”


데이븐은 짠을 하자는 듯 캔맥주를 들어 보였고, 나는 캔콜라를 집어 들었다.


퉁···.


이제 겨우 하나의 일을 해결했을 뿐일 텐데도,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졌다.



****



다음날.


두통이 있다는 단골 핑계로 학교를 쉰 나는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다.


바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부터 처리하기 위함이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여권을 만드는 것이었다.


‘해외로 갈 일이 없는 게 제일 베스트이긴 하지만···.’


라손의 신변 이상, 하르펜의 방문 취소, 하워드와 타룬 쪽에서의 변수 등등 여권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더욱 많았다.


그렇게 여권을 신청하러 가며 오토바이까지 처분하자 오환석에게서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까마귀 : 명의 상관없을 것 같슴다]


문자를 확인한 나는 오피스텔에 처박아 두었던 명함을 확인했다.


바로 이곳을 구해주었던 부동산 중개업자였다.


“여보세요.”


-네, 전화받았습니다.


“저번에 아름 오피스텔 계약했던 사람인데요.”


-저한테요?


“네. 3억 8천짜리.”


-3억 8천이면···. 설마 올 현금으로 계약 하신 분?


“네.”


-어머, 어머! 안녕하세요.


중개업자의 심드렁한 목소리에 텐션이 올라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슨 일로 전화 주셨을까요?


“임대 좀 알아보려고요. 적당한 평수의 헬스장이나 체육관, MMA짐 같은 곳이면 됩니다. 샤워시설이랑 기본 운동기구 같은 것도 있으면 좋고요.”


-위치는 어디가 편하세요? 오피스텔 주변으로 해드릴까요?


“네. 계약 기간은 기본으로 해주시고 최대한 빨리 되는 곳으로 알아봐 주세요. 전세든 월세든 현금으로 바로 계약할 테니까. 아, 그리고 수수료는 빨리 구해지면 구해질수록 더 많이 드릴 거예요.”


-네! 바로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뚝.


중개업자는 끝까지 높은 텐션으로 전화를 끊었다.


‘역시 돈이 좋긴 좋아.’


세상에 돈과 총만큼이나 훌륭한 대화수단이 또 있을까?


무엇을, 얼마나 들고 있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태도가 달라지는 건 이거 두 개가 전부일듯 하다.


그렇게 전화를 끊자 안방에서 나오는 데이븐이 보였다.


참고로 땀을 뚝뚝 흘리며 수건을 머리에 얹어둔 채였는데···.


“맥주를 그렇게 마시고도 운동이 되냐?”


“안 그래도 인제 그만 하려고. 토할 것 같에.”


‘무식하다고 해야 할지, 성실하다고 해야 할지.’


뭐, 원래 저런 녀석이었다만은.


“근데, 대장. 여기 머리 자를 곳 없어?”


“씻고 나와. 안 그래도 옷도 좀 사입히고 싶었으니까. 겸사겸사 머리도 자르면 되겠네.”


“옷? 내 옷이 왜?”


“몰라서 묻는 거야?”


“응.”


데이븐은 낭창 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그냥 선물이라고 생각해.”


“그래. 씻고 올게.”


모텔에서부터 느꼈지만, 데이븐의 몰골은 좋지 못했다.


비단 그것은 다친 다리라든지 하는 신체적인 원인 때문만이 아니었다.


언제 샀는지도 모를 옷은 해지다 못해 구멍이 난 것도 있었고 심지어 피가 묻어 여분으로 들고온 옷을 갈아입었는데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단순히 더럽다, 이상하다 정도의 느낌로만 다가오지 않았다.


데이븐은 자기 자신도 돌보지 못할 만큼, 정신적으로 내몰려 있다고 보여졌다.


아마 그 시기는 우리가 죽고 난 뒤부터겠지.


그것이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인지. 아님, 분노에 눈이 돌아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또한 내가 옆에서 케어를 해줘야 할 부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예 맛탱이가 간 게 아니라는 건데···.’


적어도 싸우는 법을 까먹지 않은 건 참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이후, 오피스텔을 나선 나는 데이븐을 데리고서 분주히 돌아다녔다.


그동안 집에서 대충 잘랐을 것 같은 머리는 단정하게 정리되었고 백화점에서 옷을 사는 즉시 입고 있던 옷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앞머리에 가려져 드문드문 보이던 화상 자국은 인물이 훤해지니, 흉측하기보단 무언가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 보였는데···.


‘씨바···. 역시 잘생기고 봐야 하는 건가?’


그리고 그건 나만의 착각이 아닌 듯 길거리를 걸어가는 내내 시선은 데이븐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혹시 대장이 한국에서 잘생긴 편인가?”


“뭔 소리야.”


“사람들이 자꾸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기분 탓이야, 기분 탓.”


그렇게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서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자니, 강서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일이지?’


분명 심심해서 한 전화는 아닐 것이다.


그렇담 일 이야기일 확률이 높다는 건데···.


‘쓰읍···. 받아야겠지?’


조던 하르펜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도할 수 있는 확률이 생기는 건 강서준을 통해서일 뿐이다.


따라서 다소 귀찮은 일을 시키더라도 하르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올 때까지는 최대한 호의적으로 굴어줄 필요는 있었다.


“네, 서준 씨.”


-안녕하세요. 잠시 통화 가능하세요?


“네, 가능해요. 왜요?”


-요즘 바쁘신가 해서요.


“안 바빠요, 전혀. 가끔은 너무 심심해서 억지로라도 일을 하고 싶을 지경이라니까요.”


나는 혹시나 싶어 미끼를 던졌고 강서준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오, 그래요? 그럼 내일 오후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어요?


“가능하기는 한데, 무슨 일인데요?”


-음···. 훈련 지도 및 참관 정도가 되겠네요. 현성 씨한테 배우고 싶어 하는 직원분들이 많아요.


“···저한테요?”


-강 회장님 집에서 병원에 실려갔던 직원들이요. 어제 막 퇴원했거든요.


“어···. 배우고 싶어 하는 거 맞죠? 막 복수하려는 게 아니라.”


-하하, 당연하죠. 우려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알겠어요. 상당히 찝찝한데, 서준 씨 부탁이라서 하겠습니다. 위치랑 시간 보내줘요. 맞춰서 갈 테니.”


나름 립서비스를 하며 생색을 내주니 수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네, 연락 넣어 놓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죠.


뚝-···.


이내 전화를 끊은 나는 소파에 뒤통수를 기대며 눈을 비볐다.


“훈련 지도 및 참관이라···. 이상한 놈은 없겠지?


나름 강 회장 저택에서 한 짓이 있으니, 조금은 몸을 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같은 시각, 성남 시청으로 향하는 버스 내부.


민머리에 얇은 겉옷을 입고 있던 사내가 뒷문에 서 있는 한 여고생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날 저 계집만 잡았더라도···.’


우리 조직이 그렇게 허무하게 해체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정확히는 이현성 때문이지만, 민머리는 눈앞에 있는 여고생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어차피 순서만 다를 뿐 두 연놈 다 죽일 작정이었으니까.


삐이이----.


이내 여고생이 벨을 누르고 뒤이어 멈춘 버스에서 내리자 민머리가 따라 내렸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본 그의 걸음걸이는 여고생을 따라잡기 위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고, 몇 걸음만 더 가면 닿을 거리에서 민머리는 허리춤으로 손을 옮겼다.


그렇게 회칼을 뽑아들려던 찰나.


덥석-.


누군가가 뒤에서 자신의 손목을 낚아채 비틀었다.


“아아! 아!”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한철문과 형사 한 명이 서 있었다.


“미행하는 놈이, 자기가 미행당하는 건 또 모르네.”


“······.”


“힘 빼 이 새끼야. 네 친구, 형님, 동생들도 다 학교 갔는데 너도 가야지.”


이내 남자의 손에 수갑이 채워지고, 옆에 있던 형사가 말했다.


“철문 형님, 이제 민간인인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게나 말이다. 너희는 계속 잠복하고 있는 거야?”


“이제 끝이에요. 하문파 명단에 남아 있던 놈 중엔 이 새끼가 마지막이었거든요.”


“참, 많이도 잡아넣었네.”


“그래도 고창석을 못 잡은 게 제일 뼈아프죠. 나름 이 바닥에서 이름 좀 있다는 깡패 두목이 자살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러게.”


“그보다, 가게는 알아보셨어요? 치킨집 하신다는 거.”


“어. 싸게 나온 곳이 있어서 바로 계약했지. 퇴직금이 거의 다 들어가긴했지만."


“···괜찮으시겠어요?”


“몇 년간은 너희가 우리 가게로 회식 와야 돼. 다른 부서 사람들도 다 데리고 와. 알겠지?”


“·········.”


그렇게 두 사람은 민머리를 데리고서 경찰차로 향했고, 동료 형사에게 몇 가지를 물어본 한철문이 이현성에게 문자를 남겼다.


[: 현성 씨, 하문파 놈들 어깨 급까지 전부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추가 사항 생기는 대로 또 연락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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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복귀 +10 24.09.08 6,486 226 13쪽
44 아이오와 (2) +11 24.09.07 6,568 224 15쪽
43 아이오와 (1) +8 24.09.06 6,834 217 13쪽
42 호르헤 바론 +10 24.09.05 7,175 228 12쪽
41 침투 (4) +21 24.09.04 7,487 257 14쪽
40 침투 (3) +14 24.09.03 7,548 248 14쪽
39 침투 (2) +11 24.09.02 7,563 221 15쪽
38 침투 (1) +9 24.08.31 7,780 206 13쪽
37 삼합회 (2) +6 24.08.30 7,676 190 15쪽
36 삼합회 (1) +7 24.08.29 7,942 193 16쪽
35 타룬 (4) +4 24.08.28 8,251 199 14쪽
34 타룬 (3) +4 24.08.26 8,140 209 12쪽
33 타룬 (2) +6 24.08.25 8,324 209 14쪽
32 타룬 (1) +4 24.08.24 8,669 203 14쪽
31 라손 +7 24.08.23 8,873 222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040 216 13쪽
» 경호팀 (1) +7 24.08.20 9,468 239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0,280 227 14쪽
27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0,780 257 12쪽
26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1,073 263 12쪽
25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1) +11 24.08.15 11,443 261 12쪽
24 제레미 데이븐 +10 24.08.13 11,430 2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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