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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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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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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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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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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2)

DUMMY

강서준의 전화를 받은 이후로 수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애초에 수업을 제대로 들은 적이 없긴 하지만, 아무튼.


‘역시 방법은 그것뿐인가···.’


반나절 이상을 고민한 결과물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리고 그것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Simple is the best.


단순한 것이 가장 뛰어난 선택일 때가 있는 법이다.


그래 그러니까···.


당분간은 조바심을 줄이고 나와 데이븐이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내 계획은 오로지 조던 하르펜에 의해서만 변경될 테니,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단 나을 터였다.



하교 후 데이븐을 만난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간단한 소독과 경과를 보기 위함이었는데, 둘 다 상처가 꽤 깊었던지라 족히 한 달은 더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데이븐은 불만이었을까?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대장, 한 달 동안 어떻게 참지?”


“이참에 음식만 가려먹으면서 푹 쉬어둬. 당장은 아니지만 바빠질 일이 생길 거야.”


“바빠진다고? 타룬만큼 힘든 거야?”


“아직 몰라. 더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어.”


“오호라···. 잠깐만, 남은 건 하르펜이 한국에 온다는 것뿐이잖아.”


“맞아. 그거에 관련된 거야. 아직 정보가 뚜렷하지 않아서 계획을 세우진 못했지만.”


“흐흐···. 그 자식 잡을 생각에 벌써 도파민 솟네. 알았어. 컨디션 관리해 놓을게.”


이후 데이븐과 헤어지고서 내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ES였다.


그 소식을 듣고서 도저히 집으로 향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탓이다.


“오랜만에 뵙네요.”


미리 연락을 해놓았던 터라 강서준 측에서 비서로 붙여준 김아영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야기만 하러 온 거라 나오실 필요는 없는데.”


“괜찮습니다. 안내해드릴게요. 대표님도 기다리고 계세요.”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대표실.


“오셨···우와···.”


자리에서 일어나던 강서준이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왜요?”


“교복입은 모습은 처음 봐서요. 이제 진짜 고등학생처럼 보이네요.”


“원래도 진짜 고등학생이었거든요.”


“하하, 우선 앉으시죠. 아영 씨, 마실 것 좀.”


“네, 대표님.”


이내 자리에 앉자 강서준이 나를 이리저리 훑어봤다.


“다친 곳은 없어요? 보기엔 괜찮아 보이는데.”


“멀쩡해요.”


혹여나 경호 임무에서 제외될 것을 생각해 부상의 유무는 말할 수 없었다.


“일이 잘 풀렸나 보네요. 다행입니다.”


그때, 밖으로 나갔단 김아영이 차를 들고 왔고 다시 사무실을 나가자 내가 물었다.


“그래서, 아까 말씀하시던 것 좀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그러죠.”


이후 강서준은 조던 하르펜의 경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조던 하르펜이 한국에 오기로 한 것은 7월 17일, 수요일.


19일에 태산 사회복지 재단의 이 사장과 약속이 있으니 이틀 전에 한국에 들어오는 것인데···.


“17일에 한국에 도착하고 본격적인 일정은 18일부터 시작될 겁니다. 출국은 22일이고요.”


‘생각보다 짧네.’


조던 하르펜의 일정은 총 5일.


강서준이 말하길, 그중 대부분이 사람을 만나거나 시설을 둘러보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태산 사회복지 재단 말고 더 많은가 보네···.’


아직 명단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동선, 장소 섭외, 경호 인원 등 최종안을 다음 주까지 하르펜 측에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안이 어떻게 나오든···.’


조던 하르펜이 한국에 발을 붙이는 순간부터 무슨 일이 생길 경우 그 책임은 ES 측에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이를 피하려면 놈을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노려야 한다.


물론 그것 또한 쉽진 않겠지만.


그사이, 강서준의 설명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아무튼···. 주요 일정은 18일부터 21일 사이에 전부 이루어진다고 보면 돼요.”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한국은 이미지가 조금 다를 거 같은데, 어때요? 그쪽 반응은?”


“안 그래도 그런 말들이 오가긴 했습니다. 총기 소지가 불법인 나라에다가 테러나 암살과는 거리가 멀기도 하니까요.”


그 말이 내게는 한국보다 하르펜을 죽이기엔 좋은 곳은 없다는것처럼 들렸다.


‘흐음···.’


이쯤 되니, 나도 다시 한번 계획을 짚어보게 된다.


만약 조던 하르펜이 죽고 ES에 다가올 후폭풍이 총과 칼이 아니라 금전적인 배상 정도라면?


솔직히 해볼 만하다고 본다.


하지면 이 역시 확신은 없었기에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그 과정에서 강서준한테 꼬리를 밟히면···.’


의심을 넘어 그가 적으로 돌아서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때, 강서준이 내게 물어왔다.


“왜 그러세요?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신데.”


“그냥···. 만약 저라면 한국에서 어떻게 암살 시도를 할지 생각해보는 중이었어요.”


“그래서, 떠오른 방법이 있어요?”


“이동하거나 신호 대기 중인 차 안 혹은 창문이 있는 건물이나 다른 인사들을 만날 때를 노릴 것 같아요. 장갑차를 타고 다니거나 지하에서만 사람들을 만나는 게 아니면 한 번은 노출이 될 테니까요. 물론···. 이건 암살에 관한 경우고 테러라면···.”


“테러라면···?”


“조던 하르펜을 노리는 놈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겠죠. 일반인들 피해 따위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놈들이라면 기회는 더 많아질 겁니다. 공항, 도로 위, 건물, 호텔 등등···. 아무리 한국이라도 IED(급조 폭발물) 같은 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환경이니까요.”


“역시···. 현성 씨는 모르는 게 없네요.”


“이런 건 카터도 알 거예요. 해외나 분쟁 지역 몇 번만 다녀오면 금방 숙지할 수 있는 것들이고요. 아, 물론 저는 사수한테 들었지만.”


“······.”


“그나저나···.”


나는 강서준의 눈치를 슥― 보면서 물었다.


“하르펜은 어디서 온대요?”


“어디···서라뇨?”


“테러범들이 꼭 한국에 들어와서 하르펜을 노리라는 법은 없잖아요. 애초에 비행기를 같이 타고 넘어온 다음 공항에서 일을 벌일 수도 있는 일이고. 만약 그렇게 되면 ES 쪽만 더 난감해지지 않겠어요?”


“하긴···. 그것도 그렇죠. 한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경호는 시작되니까···. 샌프란시스코에서 올 거라고는 했는데, 그 부분은 한 번 더 알아보겠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그곳에 어떤 연유로 있다가 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대놓고 모든 걸 물어볼 수 없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최신화해가면서 내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선이랑 장소 섭외는 언제 하나요? 저도 참여하고 싶은데.”


“이주 뒤에 하르펜 측 사람들에게 미리 전달 해줘야 하니···. 내일모레부턴 제대로 윤곽을 잡아나가기 시작할 것 같아요.”


“이주 뒤라···. 알겠습니다. 저도 최대한 열심히 도와볼게요.”


“그럼 저야 감사하죠.”


앞으로 남은 시간은 한 달하고 보름.


그전에 조던 하르펜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야만 했다.


* * *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나는 학교와 ES를 가는 날이 아니면 오로지 휴식을 취하며 무리한 운동은 일절 하지 않았고 그것은 데이븐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먹는 것에 최대한 신경 써서 챙겨 먹으며 데이븐과 모든 상황을 공유했는데, 그것엔 조던 하르펜의 한국 일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동 동선 반경 100m엔 무조건 총상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병원과 경찰서가 배치되어 있었고 섭외된 장소는 전부 저격이 불가능하거나 창문이 없는 곳으로만 선정되었다.


카터와 차 팀장, 강서준과는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으며 그럴수록 한국에서 하르펜을 암살한다는 건 어려울 정도로 계획은 다듬어져 갔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조던 하르펜의 정보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지속적으로 강서준을 떠보고는 있다만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되니 실로 답답한 기분이었다.


오죽하면 하워드에게 부탁을 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한번 역추적 당하면 비명횡사일 테니 이 방법은 최후의 최후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다른 소식도 있었다.


바로 강민준과 그 무리들의 재판 결과와 강 회장과의 면담.


강민준과 그 무리들은 전부 10호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변호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의견을 냈다고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썩 좋진 않네요.”


강 회장이 수감 된 구치소로 향하던 도중, 운전을 하던 변호사의 말이었다.


“괜찮아요. 저 대신 열심히 해주신 거 압니다.”


순간 뒷좌석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오환석.


“한국 법이 참 그렇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


참고로 내가 바쁘게 지낸 사이, 오환석 역시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따로 지시하진 않았지만 태산 사회복지 재단에 답사를 갔었다나?


그 점이 퍽이나 기특했으나···. 아쉽게도 그곳에서 특별한 건 발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따라서 하르펜과 태산 사회복지 재단의 연결고리 또한 아직은 의문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구치소.


오환석이 차에서 대기하는 사이 나와 변호사는 면회실로 향했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다름 아닌 갈색 바탕의 미결수 복장을 입고 있는 강 회장이었다.


“오랜만이네요.”


“······.”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깔끔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듬성듬성 나있는 수염과 수척한 얼굴, 그리고 얼굴에 옅게나마 남아 있는 멍이 이곳에서의 생활을 어렴풋이 말해주는 듯했다.


“변호사님한테 들어보니까 만나고 한번 만나달라고 하셨던데.”


강 회장은 한참이나 망설이더니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네.”


“이렇게 하면 죄가 좀 가벼워지는 거예요?”


“···얼마면 되겠나. 자네가 달라는대로 주지.”


“아직도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줄은 몰랐네요. 그정도 됐으면 체념할 법도 한데.”


“······.”


“바쁜 사람 불러놓고 고작 한다는 말이···. 쯧. 시간 낭비도 이런 시간 낭비가 없네···.”


나는 유리막 너머에 있는 강 회장을 보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곤 뒤에 있는 간수를 한 번 확인하고는 말했다.


“나오면···. 더 괴로우실 거예요.”


“······?”


“고창석 자살했다는 이야기 들었죠?”


“······뉴스로 봤네.”


“그럼 하나 물어보죠. 당신이 생각하기에, 고창석이 자살할 사람처럼 보였어요? 고작 빵 가는 게 두려워서?”


잠시 생각에 잠긴 강 회장의 눈이 커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 자네 설마···.”


“얼굴 보는 게 마지막이 될 것 같으니까 말할게.”


“······?”


“강민준은 10호 처분이더라. 고작 2년. 너랑 윤 실장이 순순히 죄를 인정하고 여기 오래오래 있으면 나도 넓은 마음으로 가만히 놔둘 생각이야. 그러니까 밖으로 기어 나올 생각하지 말고 머리 굴릴 시간에 빨리 그곳 생활에나 적응해.”


“······.”


“난 분명히 경고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나중에 후회하면 늦어. 가시죠. 변호사님.”


그렇게 면회실을 나서자 변호사가 말했다.


“방금 그 발언은 조금 위험했습니다. 추후에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요.”


“어···. 그런가요?”


“물론···. 그렇게 되지 않게 하는 게 제 일이기도 하지만요.”


“부탁 좀 드릴게요.”


“예. 맡겨주세요.”


그러던 찰나, ES 소속인 차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최근에 의견을 주고받으며 제법 친해졌는데, 강 회장 집에서 나를 노려보던 것과 달리 동네 큰형과 같은 이미지였다.


“네, 차 팀장님.”


―어디세요?


“잠시 멀리 나와 있습니다. 왜요?”


―다름이 아니라, 전달해드릴 말이 있어서요. 대표 님이 회의중이시라 제가 전화드립니다.


“뭔데요? 무슨 일 있어요?”


―일은 아니고요, 부탁드릴게 있어서요.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조던 하르펜 측에서 대표 님을 저택으로 초대하셨어요.


“초대요···?”


―아, 원래 두 분에서 주기적으로 만나시긴 합니다. 이번에 집으로 초대하시는 건 이례적이긴 한데···. 아무래도 한국에서 있을 일 때문에 긴밀히 하실 이야기가 있나 봐요.


“···그래서요?”


―거기 대동할 인원이 필요한데, 그때 제가 해외 일정이 잡혀 있어서요.


“···?!!”


―그래서 카터랑 현성 씨가 가주시면 어떨까 해서 말씀드리는―


“갈게요.”


―···고민 안 해보시고요?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했던가.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되듯, 이건 때려죽여도 가야 하는 것이었다.


“네. 무조건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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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재정비 (1) +7 24.09.10 6,469 202 17쪽
45 복귀 +10 24.09.08 7,422 242 13쪽
44 아이오와 (2) +11 24.09.07 7,438 239 15쪽
43 아이오와 (1) +9 24.09.06 7,694 230 13쪽
42 호르헤 바론 +10 24.09.05 8,003 242 12쪽
41 침투 (4) +21 24.09.04 8,280 269 14쪽
40 침투 (3) +14 24.09.03 8,321 264 14쪽
39 침투 (2) +11 24.09.02 8,340 234 15쪽
38 침투 (1) +9 24.08.31 8,582 221 13쪽
37 삼합회 (2) +6 24.08.30 8,475 204 15쪽
36 삼합회 (1) +7 24.08.29 8,764 20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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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타룬 (3) +4 24.08.26 8,956 224 12쪽
33 타룬 (2) +7 24.08.25 9,153 225 14쪽
32 타룬 (1) +4 24.08.24 9,535 213 14쪽
31 라손 +7 24.08.23 9,738 233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926 227 13쪽
29 경호팀 (1) +7 24.08.20 10,386 253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1,293 243 14쪽
27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1,784 274 12쪽
26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2,091 28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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