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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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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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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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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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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DUMMY

“이런 식으로 집까지 찾아오면 곤란한데.”


조금은 언짢은 말투로 말하자 카터가 답했다.


“네 일로 온 게 아니라 아버지 일로 온 거다.”


“회사에서 보상해준다고 했잖아.”


“나도 강서준한테 똑같이 물어보니 이런 건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더군.”


“흠···. 뭔가 찝찝한데···. 일단 알겠어.”


그렇게 집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에 앉아 있는 강서준 옆으로 처음 보는 얼굴 두 명이 앉아 있었다.


맞은 편에는 가족이 앉아 있었으며, 나란 걸 확인한 엄마가 강서준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일어나 다가오셨다.


“아들! 잘 다녀···. 응? 얼굴은 또 왜 그래?”


“아, 등산하다가 나뭇가지에 긁혔어요.”


“으이구! 조심 좀 하지! 어디 좀 봐.”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밴드도 아니고 패치까지 붙였는데.”


“에헤이, 진짜 괜찮다니까 그러네.”


이내 강제로 엄마를 거실로 데려가자 강서준이 인사를 건넸다.


“어라? 현성아. 여기서 다 보네.”


‘응?’


갑자기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강서준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설마 이철주 씨 아드님 분이 현성이였어요?”


“어···. 예. 제 아들입니다.”


“어머, 대표님께서 현성이를 어떻게 아세요?”


동시에 가족들이 나를 바라봤고 나 역시 당황한 얼굴로 강서준을 바라봤다.


“제 동생이 현성 씨랑 친구에요. 가끔 보기도 봤고요.”


“현성아, 진짜야?”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집에서 보니까 느낌이 새롭네요.”


“하하, 나도 놀랐어. 이런 우연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요.”


정색하며 말하자 강서준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해맑게 웃었다.


쯧, 이래서 사업하는 놈들이란.


짧게 혀를 차며 나는 엄마를 거실에 앉혔다.


“엄마도 다시 앉으시고, 다들 나누던 이야기마저 하세요. 저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리곤 주방 식탁에 앉자 빤히 거실을 바라봤다.


강서준과 그의 옆에 있던 남자들은 조금 불편하다는 시선을 보내왔지만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근데 누구지? 관계도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한데···.’


둘 다 회사원 이미지가 강한 중년이었는데, 정체는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아무튼 대화가 잠시 끊겼는데, 회사에서도 조치를 완전히 끝내놨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렇죠? 부사장님.”


“예. 본사 감사팀장이랑 마케팅팀 최미려 씨도 삼 일 전에 경찰로 입건됐어요. 이미 고소는 들어갔고 회사 입장과 별개로, 이철주 씨가 고소하셔도 됩니다. 변호사가 필요하시면 회사에서 비용은 전액 지급해 드릴 거고요.”


‘이야···. 부사장까지 직접 집으로 데리고 올 줄은 몰랐는데.’


물론 강서준의 정확한 의도를 모르는 만큼 딱히 의미를 두진 않았다.


“고소까진···. 할 생각 없어요.”


“진심이세요?”


“예. 오히려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평소에 최미려 씨랑은 인사만 하는 정도였어요. 업무 시간에 마주칠 일도 전혀 없었고요. 도대체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빠는 정말 억울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만약 제가 실수를 한 거 면 오해를 풀고 싶어요.”


‘저런 순진한 양반을 봤나···. 역으로 고소해서 골수까지 뽑아 먹을 생각을 해야지. 집 안에 딸린 식구가 몇인데.’


그렇게 혀를 차고 있자니 강서준이 답했다.


“경찰에게 들어보니, 최미려 씨는 이철주 씨를 딱 찝어서 이야기했다고 했어요. 아직 저희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추후 조사를 통해 밝혀지는 대로 전달해 드리죠.”


“···예. 알겠습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두 분이 이렇게 직접 오실 줄 몰랐어요.”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죄송하죠. 억울하게 그런 일을 당하셨는데 전화 한 통으로 끝낼 수 있나요. 그리고···. 오 변호사님.”


이내 부사장 옆에 있던 남자가 서류 하나를 건넸다.


“이건 뭔가요?”


“피해보상 지급에 관한 서류입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독소 조항 같은 건 없어요. 합법적으로 드릴 방법이 이것뿐이라 양해 좀 부탁드립니다.”


“이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관할 부서 부장한테 들어보니 이미 안 받겠다고 하셨더군요. 오늘 찾아온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부디 받아주세요.”


“그러시죠, 아버님.”


강서준은 작게 속삭이며 말을 이었다.


“이런 건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겁니다. 제가 보증 설게요. 문제 될 일은 없을 겁니다.”


멋쩍은듯 볼을 긁던 아빠는 서류를 집어들었고 입이 벌어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일억이나요···?!”


“다음 달 급여와 같이 지급될 겁니다. 피해 보상 명목이니 약소하지만 받아주세요.”


“에게게···. 고작?”


내 말에 거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아, 죄송해요. 속으로 말한다는 게 그만. 근데 신건 그룹치고 일억은 너무 적다···. 잘못됐으면 집 안의 가장이 범죄자가 될 뻔했는데.”


“······.”


“현···성아?”


“엄마, 만약 아빠가 감옥에라도 들어갔어봐요. 우리끼리 이 다 쓰러져가는 빌라에서, 예? 얼마나 고생을 했겠어요.”


“아니 다 쓰러질 정도는 아닌데···.”


“저와 지아는 학교에서 범죄자 자식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했을 거고 없는 살림에 도망치듯 이사까지 갔을지도 몰라요. 안 그래요?”


나는 불안해하는 표정의 강서준을 지나 부사장을 바라봤다.


“부사장님.”


“···예? 예.”


“사춘기 자식들에게 그게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보셨어요? 저는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마음이 아픈데.”


“······.”


부사장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나와 강서준을 번갈아 봤고, 강서준은 작게 기침을 하더니 내게 물었다.


“현성이, 방금 집에 들어왔는데 내용을 알고 있는 것 같네?”


“밖에 있는 경호원 아저씨한테 물어봤죠.”


“외국인인데?”


“학교에서도 기본적인 회화는 배워요.”


“···그렇구나. 똑똑하네. 하하하.”


“하하하. 별말씀을.”


이내 강서준이 뚱한 표정을 지었고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며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혹시 서류에 발설 금지 조항 같은 것도 있어요? 안 그래도 요즘 뉴스에 신건 그룹 이야기밖에 없던데, SNS에 사연이라도 올라가면 이거 주가가 바닥 뚫고 지하실까지 갈듯한데···.”


반면 이 상황에 난감했는지 엄마와 아빠의 안색은 점점 하얘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신건 그룹을 상대로 1억은 너무 적다.


소송을 걸면 그것보다 배는 더 받을 수 있었을 테니까.


뭐, 이미 30억이나 받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긴 하다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오 변호사님.”


그사이, 잠시 고민하듯 턱을 괴고 있던 강서준이 입을 열었다.


“서류 조금 수정해도 괜찮을까요?”


“아···. 예. 가능합니다.”


“1억 추가로 해서 2억으로 하시죠.”


“예, 예?! 그렇게나 많이요?!”


화들짝 놀란 아빠의 물음에 대답한 건 강서준이었다.


“받아주세요. 현성이 말대로···. 일이 잘못됐더라면 그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후 변호사는 서류 수정에 나섰고 아빠와 엄마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몇 번이나 서류를 확인했다.


“추가로, 이번 일로 인해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경우 저한테 연락해주시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사인을 끝으로 서류는 마무리되었고, 강서준을 배웅해준다는 말과 함께 나는 집을 나섰다.


“부사장님,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현성이랑 이야기 좀 하고 갈 테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강서준은 부사장의 차가 빌라 주차장을 완전히 나간 후에야 입을 열었다.


“신건 그룹에서 32억이나 뜯어간 사람은 현성 씨가 최초일 겁니다.”


“에이, 뜯어가다뇨. 합당한 대가라고 하시죠.”


“진짜···. 못 이기겠다니까.”


“근데 부사장이라는 사람, 아까 제 말에 막 뒤끝 생기고 그러진 않겠죠?”


“그럴 사람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되더라도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그리 대답한 강서준이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보다, 그때 제안 드린 건 생각해보셨어요?”


나 역시 장난기를 지운 얼굴로 대답했다.


“네. 서준 씨가 만들 팀에는 못 들어갈 것 같아요.”


“···그렇군요. 이유를 들어봐도 될까요?”


“어디에 얽매여서 일할 수 있는 스타일도 아니고···. 최근엔 가까이에 두고 챙겨줘야 할 사람이 한 명 생겼어요.”


“팀장으로 배정되고, 얽매이지 않게 조절해준다면요?”


“그래도 안 돼요.”


단호한 대답에 강서준은 상당히 아쉬워하는 얼굴이었다.


나 역시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강서준은 하르펜에게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게 데이븐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그것이 긍정적인 것인지. 아님, 부정적인 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강서준은 이 변수가 긍정적으로 작용이 될 것 같다고 판단했을 때 이용해도 늦지 않다.


그래, 그러니까···.


지금은 중립 상태가 딱 적당하며 강서준과의 관계도 적당한 선에서 유지하는 것이 좋을 터였다.


“대신···.”


“······?”


“팀에 소속되는 거 말고 다른 식으로 도와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식이요?”


“용병이요.”


“···!”


“카터를 고용하셨으니 용병의 생리는 잘 아실 거고···. 제가 필요할 때 연락해주시면 최대한 돕는 방향으로 해볼게요.”


이에 강서준은 언제 아쉬운 표정을 했냐는듯 웃어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나중에 생각이 바뀌시면 편하게 말씀해주시고요.”


“알겠어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저도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며칠 뒤에 또 연락드릴게요.”


“네.”


그렇게 강서준이 카터와 함께 떠나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는데···.


“음···?”


집안 분위기가 상당히 무거웠다.


아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거실에 앉아 있었고 엄마는 그런 아빠를 옆에서 다독이고 있었다.


자세히보니, 아빠의 어깨가 작게 들썩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괜찮아요?”


“어? 어···. 아들. 괜찮아.”


그제야 고개를 든 아빠는 화장실로 향했다.


“···왜 저러세요?”


엄마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으시더니 옆에 앉으라는 듯 소파를 두드렸다.


“무혐의라는 전화는 저번 주에 받았지만, 많이 무서우셨대.”


“뭐가요?”


“아들 말대로 일이 잘못됐으면···. 그 피해를 가족이 고스란히 받아야 했으니까.”


“······.”


“나도 오늘 대표님 오시고 나서 정확히 알았지 뭐니. 해결되면 말하려고는 했다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으휴···.”


“그래도 잘 해결됐잖아요. 이젠 괜찮을 거에요.”


“그렇겠지?”


이내 엄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 어깨로 머리를 기대셨다.


“그래도 아들 있으니까 든든하네. 벌써 다 컸어.”


“······.”


“혼자 여행은 어땠니?”


“···좋았어요. 오랜만에 옛 친구도 만나고.”


“그래? 집에 데리고 오지 그랬어.”


“다음에 데리고 올게요.”


“그래. 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엄마한테 바로 말해. 알겠지?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갑자기요?”


“너희 아부지처럼 하지 말라는 거야. 그리고 옛날처럼···. 그러지도 말고.”


옛날처럼이라는 말.


기억에는 없지만 지아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이 몸뚱이의 원래 주인은 가족들과 대화 자체를 끊고 살았다고 했으니까.


만약 녀석이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의미 없는 질문일 뿐이었다.


“알겠어요. 안 그럴게요.”


“···그래. 그거면 됐어.”


우우우웅···.


그때 진동하는 전화기.


발신자는 다름 아닌 하워드였는데, 메시지를 열어보니 사진 몇 장이 도착해있었다.


“···?!!!”


곧이어 사진을 확인한 내 눈이 번뜩 뜨였다.


사진 속 배경이 내가 잘 알고 있는 곳이라는 건 둘째 치더라도, 그 모습이 완전 폐허와 다름없었던 탓이다.


-네가 말해준 농장 사진이야. 원인은 화재였던 것 같은데, 단순화재는 아닌 것 같아. 까마귀가 1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다량의 혈흔 자국을 발견했어.


“······.”


-라손은 행방불명인 상태고.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데이븐에게 이 소식을 전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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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괴물 (2) NEW +6 16시간 전 1,466 74 14쪽
50 괴물 (1) +7 24.09.14 2,689 107 15쪽
49 대면 (2) +5 24.09.13 3,300 112 13쪽
48 대면 (1) +5 24.09.12 4,128 133 14쪽
47 재정비 (2) +8 24.09.11 4,975 156 13쪽
46 재정비 (1) +6 24.09.10 5,493 186 17쪽
45 복귀 +10 24.09.08 6,485 226 13쪽
44 아이오와 (2) +11 24.09.07 6,566 224 15쪽
43 아이오와 (1) +8 24.09.06 6,830 217 13쪽
42 호르헤 바론 +10 24.09.05 7,173 228 12쪽
41 침투 (4) +21 24.09.04 7,481 257 14쪽
40 침투 (3) +14 24.09.03 7,546 248 14쪽
39 침투 (2) +11 24.09.02 7,563 221 15쪽
38 침투 (1) +9 24.08.31 7,779 206 13쪽
37 삼합회 (2) +6 24.08.30 7,670 190 15쪽
36 삼합회 (1) +7 24.08.29 7,938 193 16쪽
35 타룬 (4) +4 24.08.28 8,249 199 14쪽
34 타룬 (3) +4 24.08.26 8,139 209 12쪽
33 타룬 (2) +6 24.08.25 8,321 209 14쪽
32 타룬 (1) +4 24.08.24 8,666 203 14쪽
31 라손 +7 24.08.23 8,871 222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037 216 13쪽
29 경호팀 (1) +7 24.08.20 9,466 239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0,278 227 14쪽
27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0,778 257 12쪽
»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1,073 263 12쪽
25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1) +11 24.08.15 11,439 261 12쪽
24 제레미 데이븐 +10 24.08.13 11,424 2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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