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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화가많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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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많은
작품등록일 :
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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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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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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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보복은 더 큰 보복으로 (1)

DUMMY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카페.


테이블을 닦고 있던 이지아는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서 오세요.”


이내 카운터로 향한 그녀는 손님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아아 라지 사이즈, 맞으시죠?”


“···맞슴다.”


“콘센트 있는 쪽도 방금 정리해 놨어요. 저쪽으로 가시면 되세요.”


“아, 예. 감사함다.”


“진동벨 챙기시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남자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더니 진동벨을 챙기고서 자리로 향했다.


‘자주 오시네.’


말투가 특이했던 손님이라 기억에 남았는데, 최근 들어선 오는 횟수가 더욱 잦아졌다.


남자는 자신이 안내해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고 예상이 맞았다는 것에 나름 뿌듯함을 느낀 지아는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아아 라지?”


“네.”


“메뉴가 한결같으시네.”


같이 일을 하고 있던 김혜경 역시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근데 카공족은 아닌 것 같고···. 맨날 뭘 저렇게 하는 걸까.”


“왜요, 관심 있어요?”


“음···. 아니. 내 취향 아니야. 너무 강아지 상이거든.”


“······.”


“남자는 약간 날카롭게 생겨야지, 너희 오빠처럼. 무슨 말인지 알지.”


“···모르겠는데요.”


이지아가 헛구역질하는 제스처를 취하자 김혜경이 웃어 보였다.


“오빠는 잘 지내셔? 후유증 같은 건 없으시대?”


“너무 잘 지내서 탈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 누워있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안 들고요. 그리고 막 아재 같은 말을 쓰는데, 으···. 내 오빠 맞나 싶다니까요.”


“그래도 기분은 좋지?”


“···기분이요?”


“너 옛날 이랑 요즘이랑 표정 자체가 달라. 몰랐어?”


이지아는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


오빠가 침대에 누워있던 시간은 자신과 가족들에게도 끔찍한 시간이었으니까.


그가 멀쩡히 깨어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신들에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근데 여자친구는 없으시대?”


“···언니, 저희 오빠 미성년자거든요?”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경찰 두 명이 들어오더니 카운터로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주문 도와드릴까요?”


당연히 손님일 줄 알았던 이지아가 그렇게 물었으나, 그들에게선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이지아 씨?”


“···네? 네.”


“중앙 지구대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저희랑 같이 좀 가주셔야겠습니다.”


“네?! 왜요?!”


화들짝 놀라 묻는 이지아의 말에 경찰은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강민준이 자신과 이현성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는 사진이었다.


“강민준 학생에게 현금 400만 원 갈취한 사실 있죠? 이현성 씨가 학생들 폭행했을 때도 같은 자리에 계셨고요.”


“······.”


“지아야, 진짜야?”


“아니···. 이건, 저기 그러니까···.”


“저기 선생님들, 뭔가 오해가 있을 거예요. 지아가 그럴 애는 아니거든요.”


이지아가 얼버무리는 사이 김혜경은 변호하듯 말을 이었다.


“아직 미성년자에다가 이쪽 입장도 조금 들어보시고-”


“그건 가서 조사해보면 알게 되겠죠.”


“지아야, 진짜 네가 뺏은 거 맞아? 아니지?”


“···저희 오빠 병실에 누워있을 때 강민준이 뺏어갔던 거예요. 그냥 돌려받은 것뿐이고요.”


“폭행은요.”


“······.”


“우선 가서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지금 이현성 씨도 조사받고 있어요. 얼른 나오세요.”


“저희 오빠가요?”


“네.”


이현성이라는 말에 이지아는 곧장 앞치마를 벗었다.


“언니, 저 다녀올게요.”


“같이 가자. 사장님한테는 내가 전화해 놓을게.”


“아니에요. 제가 나중에 따로 전화할게요.”


“······.”


“진짜 괜찮아요. 금방 다녀올게요.”


“···끝나면 바로 전화해.”


“네. 알겠어요.”


그렇게 유니폼을 벗은 이지아는 경찰을 따라나섰다.



****



인적이 드문 골목.


그곳엔 가로등 몇 개만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고 들리는 거라곤 세 사람의 발소리 뿐이었다.


“저기요···? 지구대로 가시는 거예요?”


“네.”


“···보통 경찰차라도 타고 가지 않아요?”


“이 주변이에요. 걸어가면 금방입니다.”


그 말에 이지아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왜 그러세요?”


“···중앙 지구대까지 어떻게 걸어가요. 거리가 있는데.”


이내 그들 사이에 작은 침묵이 흐르고, 이지아가 도망치려는 것과 경찰이 그녀를 붙잡은 것은 거의 동시였다.


“저기요! 누구 없-!! 음음!!”


단숨에 붙잡혀 입이 틀어막힌 이지아가 발버둥치던 그때, 골목 끝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실루엣이 보였다.


“?!!”


빠르게 다가온 실루엣은 땅을 한번 박차더니 허공으로 튀어 올랐고 한 경찰관의 얼굴을 걷어찼다.


빠-악!!!


뒤이어 이지아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놈의 머리채를 붙잡아 턱을 가격하는 것으로 제압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감사함···. 어? 손님?”


“아, 비명소리가 들려서 말임다. 다치신 곳은 없슴까?”


“네. 괜찮아요.”


“아이 씨발···. 저 새끼는 또 뭐야.”


욕지거리와 함께 일어나는 사내들을 보며 오한석은 이지아를 등 뒤로 숨겼다.


“잠시 물러나 계시지 말임다.”


한데 이번엔 또 뭘까?


끼익···!


자신들이 서 있던 골목 뒤로, 스타렉스 한 대가 정차했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내린 것은 머릿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괴한들이었다.


“···왜, 왜 이러시는 거예요. 네? 저기요!”


“말해도 소용없을 검다.”


“네···? 왜요? 이 사람들 누군데요.”


“전부 설명할 수 없슴다. 그러니까 신호 주면 앞으로 달릴 생각만 하십셔. 이대로 싸우면 너무 불리함다.”


“···알았어요.”


“지금.”


타닷!


동시에 두 사람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잡아!!”


뒤에선 그들을 쫓으려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앞을 지키던 경찰관들은 두 사람을 막아서려는 듯 자세를 낮췄다.


오환석은 이지아의 정면에 있던 경찰관에게로 몸을 날렸다.


쿠당탕!!


몸이 섞인 두 사람은 바닥을 뒹굴었고, 재빨리 몸을 일으킨 오환석은 이지아를 쫓고 있던 경찰관에게로 달려갔다.


“계속 달리십셔!!”


그리 외치며 바닥에 있던 벽돌 하나를 집어든 그는 경찰관을 향해 집어 던졌다.


퍼-억!!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은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악! 하악!! 어디로 가죠?!”


“큰 킬로 나가야함다! 따라 오십셔!”


골목 어귀에서 들려오는 수십 개의 발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은 계속해서 발을 굴렀다.


-흩어져서 골목부터 막아! 도로로 나가면 못 잡는다!

-다른 구역에 있는 애들도 전부 호출해!!


그러나 놈들도 머리가 장식은 아닌지 인원을 분배해 골목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그 결과, 빠져나가려는 골목마다 녀석들과 마주쳤다.


“모든 골목을 막을 수는 없을 검다! 조금만 더 힘내십셔!”


때아닌 술래잡기에 두 사람의 호흡은 점점 엉망이 되었다.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입에선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안 좋은 소식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달리면 달릴수록 점점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해있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놈들이 자신들을 한곳으로 몰아넣으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인지했을 때 오환석은 걸음을 멈췄다.


“허억···. 허억···. 왜 그러세요?”


“···몰이 사냥을 당하고 있슴다. 빠져나갈 곳은 적을 거고 놈들이 원하는 곳으로 도착할 확률이 높슴다.”


“이제 어쩌죠? 아니, 신고부터 할게요.”


“신고는···안 하는 게 좋을 검다.”


“네?! 왜요?!”


“경찰까지 한 패였지 않슴까. 누가 어디까지 한통속인지 모르니, 자칫 잘못하다간 자충수가 될검다. 일단 저한테 방법이 있으-”


“이쪽이야! 잡아!!”

“여기야 여기!!”


일순 자신들을 발견한 놈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은 한 공사장으로 들어갔다.


“계단으로 올라 가십셔!”


오환석과 이지아를 데리고서 계단으로 향했다.


그리곤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어플 하나가 실행되어 있을 검다. 핸드폰 부서지면 GPS도 같이 꺼지니까 잘 들고 계십셔.”


“GPS···요?”


“예. 그리고 ‘강기철’이라는 이름으로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하십셔. 위치만 설명해주면 될검다.”


“아, 아저씨는요?”


“···아저씨 아님다.”


“아니 그게 중요해요?! 오빠는요!”


“놈들 막고 있겠슴다.”


“호, 혼자서요?”


“예. 막고 있을 테니까 최대한 건물 위로 올라가서 숨어 있으십셔.”


“도와드릴게요. 저도 싸울 수 있어요.”


“계단이 좁아서 두 사람이 싸우기엔 좋지 않슴다.”


“그래도 어떻게 저 혼자 도망쳐요···.”


“방해된다고 돌려서 말하고 있는 검다. 시키는 대로 하십셔.”


“······.”


“부탁드림다.”


“···조심하세요. 전화는 제가 꼭 할게요.”


“옙.”


그렇게 이지아가 계단 위로 올라갔고 그녀의 뒷모습을 확인한 오환석이 허리춤에서 무언갈 뽑아들었다.


날이 잘 벼려진, 카람빗 두 자루였다.


-씨발 어디로 간 거야!! 이 쥐새끼 같은 새끼들.”


-밑에는 없어?!”


-없어! 위에는?”


“위에는···!”


순간 올라오던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기다! 여기야!!”


다다다다다!!!


곧이어 휑하던 계단엔 검은 옷을 입은 괴한들이 가득 들어찼다.


“고등학생 하나 잡자고 참 많이들 오셨지말임다.”


이내 오환석이 자세를 잡았고,


스릉···.


그들 역시 품에서 회칼을 뽑아들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



끼이이익!!!


오토바이가 멈춘 곳은 카페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부근이었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움직이고 멈추다를 반복하던 오환석의 GPS 신호가 일정 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고립됐거나 숨어 있거나 둘 중 하나라는 뜻.


물론 어느 쪽이든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부아아아앙!


골목으로 들어선 나는 GPS가 깜빡이는 곳으로 오토바이를 돌렸다.


그러자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온 건 저 멀리 어디론가 달려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었다.


‘찾고 있는 건가? 아님, 후속 병력?’


정체가 뭐든, 손에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피아식별은 필요 없을듯했다.


촤라락!!


삼단봉을 펼치며 속도를 높였다.


엔진 소리에 뒤를 돌아본 녀석들이 헤드라이트에 눈살을 찌푸렸고 놈들 사이를 지나가며 삼단봉을 휘둘렀다.


“뭐, 뭐야!!”


퍼-억!!! 퍽! 퍽퍽! 퍽!


그렇게 보이는 족족 뚝배기를 깨가며 도착한 곳은 한 공사 현장이었다.


공사 건물 입구에는 꽤 많은 놈들이 모여있었는데, 계속 정체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오환석이 버티고 있는 곳은 계단 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황 파악이 끝남과 동시에 오토바이 스로틀을 감았다.


부아아아아앙!!!


뒤이어 시끄러운 배기음이 들려왔고 입구에 모여 있던 놈들과 적당히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오토바이를 옆으로 눕히며 핸들을 놓았다.


콰자자자자자작!!


이내 흙바닥을 사납게 긁으며 날아간 오토바이가 뭉쳐있던 인파를 덮쳤다.


콰-앙!!


동시에 수십에 가까운 인원이 볼링핀처럼 쓰러졌고 여기저기서 비명을 터져 나왔다.


촤라락!!


삼단봉을 쌍수로 쥐며 달려간 나는 오토바이를 피하려 엎어진 놈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다음으론 쇠파이프를 들고 덤벼들던 녀석의 관자놀이를 후려쳤고, 오토바이를 맞으며 전투 불능이 된 놈들은 굳이 건들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선 그다지 의미 있는 행동이 아니었을뿐더러···. 계단을 올라가던 녀석들도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내 쪽으로 몰려들었기에.


“이 새끼부터 처리해!”


하나둘 무기를 고쳐 잡고서 다가오는 놈들을 보며 나는 눈을 부릅떴다.


그야 이건 몇 대 맞고 참을 수 있는 그런 개념의 싸움이 아니니까.


뼈든 급소든 일단 맞으면 치명상이고 사람의 몸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그것이 날붙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었고.


휙-!!


상체를 뒤로 젖힘과 동시에 칼날이 코앞으로 지나갔다.


칼을 쥐고 있던 녀석의 손목을 후려치자 부러진 손목이 덜컹거렸고, 비명을 지르던 녀석의 정수리를 향해 삼단봉을 휘둘렀다.


칼이었다면 한 번에 끝났을 전투가 둔기를 들며 두 번으로 늘어났다.


이는 혼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었으나···.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 하는 법.


더 빨리, 더 자주 휘두르면 해결될 문제였다.


그것도 아니면 한 방에 급소를 노리던가.


카-앙!!


쇠파이를 쳐내며 녀석의 눈으로 삼단봉을 찔러넣었다.


푸욱···.


“아악! 아아아악!!!”


얼굴을 감싸 쥔 놈의 입에선 기분 좋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때부터 패턴은 막고 피하고 찌르는 것으로 단조로워졌다.


어떨땐 입고 있는 방검복을 방패 삼아 틈을 만들기도 했으며 사각이 생길 때면 강제로 길을 뚫어 위치를 옮겼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격을 방어해낼 수는 없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을 전장에서 굴렀다 한들, 초인이 아닌 이상 살이 부대끼는 싸움에서 안전한 인간은 없으니까.


서걱!! 주르륵···.


칼날이 스치며 피부가 베일 때면 고통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작은 소리에도 몸은 크게 반응하게 되었고 내게 향해있는 서슬 퍼런 날붙이를 볼 때마다 목덜미가 저릿거렸다.


하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깊은 고양감에 휩싸였다.


뿌옇게 흩날리는 흙먼지와 그 속에 스며든 피 냄새.


분주히 발을 끄는 소리와 들려오는 비명들.


그 모든 것들이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며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씨발···. 이게 뭐야! 뭐냐고!!! 저 새끼 뭐야!!”


“피, 피가 안 멈춰! 누가 나 좀 도와줘!!”


“누운!! 내 누우우운!!!”


‘거, 말 많네.’


사람을 죽이기로 마음먹은 놈들이 왜 이렇게들 엄살이 심한 건지.


그 사실이 조금은 불쾌하기도 했다.


진짜 자기들도 죽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걸까?


“사, 살려줘···.”


나는 그리 말하던 녀석의 목구멍으로 삼단봉을 깊게 찔러 넣었다.


푸욱···.


그렇게 한 놈, 또 한 놈. 처리해가는 놈들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바닥을 기어 다니는 놈들의 숫자 또한 많아졌다.


그리고 얼마 못 가 내 앞에 서 있는 건, 한 놈이 전부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이 들고 있던 칼을 내려놓으며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덕에 쉽게 머리를 후려칠 수 있었다.


퍼-억!!


“후우···.”


짧게 숨을 고르는 것도 잠시, 황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가자 그곳엔 자상을 입고서 피를 흘리고 있는 놈들이 보였다.


‘급소는 전부 피한 건가?’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갈비뼈 위주로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게다가 자상의 폭이 상당히 좁다.


오환석의 주무기가 짧은 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환석 씨!”


“여기···! 여김다!!!”


위에서 들려오는 위태로운 오환석의 목소리에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그러자 족히 2m는 되어 보이는 거구의 등이 보였다.


그는 누군가와 실랑이 벌이고 있었는데, 그 누군가를 추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흡!”


나는 거구의 오금을 향해 있는 힘껏 삼단봉을 휘둘렀다.


빠-각!!


“으아악!!!”


놈의 무릎이 이상한 방으로 꺾이며 몸이 기울었고 매질을 하듯 수차례 머리를 가격하는 것으로 녀석은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거구가 쓰러지며 뒤늦게 오환석의 모습이 보였다.


“···오셧슴까.”


서있는 것이 고작인 것처럼 보이던 오환석은 나를 발견하고서 스르륵 쓰러졌다.


“환석 씨!”


서둘러 그를 부축하며 부상을 확인했다.


다행히 방검복 덕분에 장기를 비롯한 급소는 멀쩡했다.


다만 자잘한 자상으로 인해 출혈이 심했고, 특히나 팔과 허벅지엔 꽤 깊은 자상도 보였다.


쫘-아아악!!!


쓰러진 놈의 옷을 찢어 지혈을 해주자 오환석이 힘없이 말했다.


“주시면 제가 막겠슴다. 어서 동생부터 찾으십셔. 혼자 있을 검다.”


“지혈만 하고 갈게요.”


“혼자 할 수 있슴다. 그리고···. 회사에서 지원 보내준다고 했으니, 조금만 있으면 도착할 검다.”


“오···빠?”


순간 계단 위쪽에서 들려오는 이지아의 목소리.


“이지아! 괜찮아?!”


“어! 나, 난 괜찮아! 그 아저씨는?!”


“아저씨 아니라니까···.”


“···괘찮아. 내려오지 말고 거기 있어! 내가 올라갈 테니까!”


“아, 알았어···. 빨리 와···. 너무 무서워···.”


그때였다.


삐리리리리···. 삐리리리···.


어디선가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 것은.


고개를 돌려 소리에 집중하자 거구의 품 안에서 나는 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이내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니 화면엔 ‘창석 형님’이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고창석?”


-···뭐야? 너 누구야?


“이현성.”


-이야···. 진짜 이현성이야? 다른 놈도 있다던데 둘이서 우리 애들을 재꼈다고?


조금은 여유로운 목소리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계단 구석, 오환석에게 자상을 입은 채 쓰려져 있는 놈에게로 다가갔다.


“너희 형님이야. 안부 인사 좀 해.”


그리 말하며 삼단봉을 녀석의 상처 부위로 찔러넣었다.


“으, 으아악!!!”


-······.


꾸욱···. 찌걱···.


“크아아아!!! 자, 잠깐만!! 잠깐!”


-야이 개새끼야!!!


“부하를 아끼는 타입이야?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여기 있는 애들 전부 병신으로 만들 거거든.”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아직 뭐가 더 남았어?”


-부모님 쪽은 생각도 안 하나 보지?


“아···. 부모님. 맞다 부모님이 있었지.”


-일 키우지 말고 동영상 넘겨. 그럼 부모님은 멀쩡할 거다.


“그전에, 거기로 갔던 애들은 소식 있어?”


-···뭐?


“내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너무 실망인데.”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고창석.”


-······?


“뭘 처먹고 살아서 그렇게 간땡이가 부은 건진 모르겠는데, 내가 직접 가서 갈라볼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오래 안 걸려.”


뚝-···.


그렇게 전화를 끊자 공사장 입구로 들어서는 차량이 보였다.


“···저희 회사 참다. 아마 대표님도 타고 계실 거지 말임다.”


“다인이라고 했죠?”


“예.”


“거기서도 기본 경호는 해주지 않나요?”


“···맞슴다.”


“그럼, 제 동생 좀 끝까지 부탁합니다. 비용은 금고랑 돈세탁 비용에서 빼서 쓰시고 남으면 집에 다 가져다줘요. 이유는 적당히 둘러대 주시고.”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회칼 두 자루를 챙겨 들었다.


“···설마 죽이러 가실 검까? 그럼 뒷일은 수습할 수 없슴다. 지금 여기도 수습이 벅참다!”


“싸움을 시작했으면 끝은 봐야죠.”


“······.”


“하문파는 사라질 거고 강 회장은 오늘 죽을 겁니다. 돌아올 때까지 동생 좀 부탁해요.”


“···현성 씨.”


“이지아! 들려?”


“···어!”


“지금 올라오는 사람들은 믿을만하니까 기다렸다가 같이 돌아가.”


“오, 오빠는?”


“할 일이 남았어.”


“또 어디 가는데! 위험한 곳이야?!”


나는 이지아의 말을 무시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언제나 그렇듯, 보복은 더 큰 보복으로 갚아야 하는 거니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강 회장의 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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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타룬 (3) +4 24.08.26 8,140 209 12쪽
33 타룬 (2) +6 24.08.25 8,323 209 14쪽
32 타룬 (1) +4 24.08.24 8,667 203 14쪽
31 라손 +7 24.08.23 8,871 222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040 216 13쪽
29 경호팀 (1) +7 24.08.20 9,466 239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0,280 227 14쪽
27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0,779 257 12쪽
26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1,073 263 12쪽
25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1) +11 24.08.15 11,439 261 12쪽
24 제레미 데이븐 +10 24.08.13 11,427 2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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