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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24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5.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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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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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한국에 돌아오다(2)

나사 빠진 인간




DUMMY

벽에는 인물 사진으로 보이는 사진 여러 장이 붙어 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유심히 한 인물의 사진을 보던 여자는 이내 노트북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SNS를 살펴본다.

남자가 보인다. 깔끔하게 차려 입은 수트와 화려하진 않지만 느낌이 다른 손목시계가 그의 지위를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여러 행사장에서 그는 연설을 하고 축하를 받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밟아도 아무렇지 않은 것이 있고, 밟아서 득이 되는 것이 있지. 넌 제대로 밟긴 밟았었네·········.’

여자는 엉덩이가 돋보이게 타이트하게 올려 붙는 정장바지에 짧게 내려오는 자켓을 입었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긴 머리를 단정하게 올렸다.

전화벨이 울리고 여자는 별다른 대답 없이 집을 나섰다.

오랜 형을 마치고 감옥을 나설 때의 분위기처럼 그녀 머리 위에서 밝은 햇살이 비추고 그녀는 그 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가벼운 발걸음에 실었다.

그녀가 향한 곳은 핸디그룹 28층에 자리잡은 회의실이었다.

[10년 전 같은 장소]

“무슨 소리야? 연구팀을 해체하겠다니?”

“대표님 이미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이미 그 제품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실현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고,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사업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무리한 연구 때문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고 책임을 묻겠다고 이사회를 소집하였습니다.”

“연구팀은 실현 불가능한 제품을 실현하게 만드는 집단이야. 이미 검증이 된 제품을 다시 연구하는 것이 아니고. 그리고 투자자들은 최소 10년은 지켜보겠다고 했지 않은가?

“대표님 말씀대로 최소 10년은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만······ 핸디 파이낸스에서 발을 빼겠다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핸디에서 발을 빼건 말건 무슨 상관이야. 우린 투자의향서를 받았고, 정식계약을 했고, 투자금은 이미 투입되어 운영 중이고 매년 회계감사를 받았지만 어떤 부실한 운영은 없었지 않나!”

“문제는 대표님에게 있습니다.”

“내게 있다고? 무슨 문제?”

“대표님 가족의 횡령이 문제가 됩니다.”

대표는 황당한 듯 회계사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난 점심으로 먹는 우동 한 그릇도 내 돈으로 결제를 한다는 건 자네도 알 텐데?”

“맞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이 큰 회사를 운영하시면서도 매우 청렴하고 깔끔한 회계처리를 해오셨습니다. 누구도 대표님에게 토를 달 거리를 가진 사람도 또 그럴 사람도 없죠.”

“그런데 뭐가 문젠가? 횡령이란 단어는 나와 내 가족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대표님 따님과 사모님까지 모두 문제입니다.”

“딸? 옥분이 말인가?”

“옥분씨가 이제 중1이 되었죠? 그런데 옥분씨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 건물의 구입과정부터 최근 운영실태를 제대로 증빙하지 못하셨습니다.”

“고아원 건물 말인가? 그건 그 애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남기신 건물이 아니라 옥분이에게 바로 물려주신 건물이야. 그건 이미 지난 회계감사에서도 자료를 제출했고.”

“할아버지께서 직접 증여했다는 자료가······ 조작됐다는 것을 핸디 파이낸스에서 확인 했다고 합니다.”

“하 하 하. 웃기지 말게나. 모든 서류는 아버지의 변호사가 직접 아버지로부터 의뢰 받고 직접 관여하시면서 양도세까지 모두 내고 사회기부도 약속하면서 상속한 거야. 그리고 그 고아원 건물은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건물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 자네도 알지 않나?”

“네 대표님, 말씀대로 고아원이 투명하게 잘 운영될 때 말이죠.”

대표는 회계사의 무표정하고도 냉정한 말투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고아원 운영은 내 아내가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표창과 지원까지 받을 정도로 사회적으로도 잘 알려진 단체야. 자네 지금 장난하나?”

“사모님께서 하셨던 일을 제대로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빙빙 둘러가지 말자고, 핵심만 말해.”

“사모님께서 고아원 시설의 일부를 영리법인으로 만들어 넘기셨습니다. 그 일에 옥분씨의 명의를 도용하셨고. 그리고 100명이나 되는 원생들을 이곳 저곳에 위탁하시면서 부실경영 하신지 3년이 넘었습니다.”

대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멍하니 회계사를 쳐다봤다.

“하나씩 정리하자. 먼저, 아버지가 옥분이에게 증여한 사실에 문제가 있다는 거지?”

“네 맞습니다.”

“두 번째, 그 고아원 건물 중 일부를 떼내서 장사하는데 사용하고 있고?”

“네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와이프가 원생들을 뿔뿔이 흩어 놓으면서 부실경영을 하고 있고?”

“네 모두 맞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할아버지에게서 증여 받았다는 건물과 대지의 60%가 영리법인으로 이전되었고, 그 법인은 대표님 회사의 자금 세탁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그럼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 법인의 대표는 내 와이프인가?”

“아닙니다. 그건 저희도 모릅니다. 사모님만이 알겠죠? 들리는 말로는······ 젊고 건장한 사업가라고······”

“좋아 좋아. 마누라가 만약 꾸민 일이라면 확인은 해야겠지. 하지만 한가지만 더 확인하자. 옥분이 할아버지가 증여한 건물 및 대지서류가 조작된 거라는 건 누구의 말인가? 그리고 법적으로 사실 확인이 가능한가?”

“네, 가능합니다. 건물의 소유주는 옥분씨 할아버지가 맞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숨겨진 빚을 생각한다면 그 건물은 사실 할아버지의 소유가 아닌 게 맞죠.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증여를 급히 해주시면서 무리수를 많이 두셨던 것 같습니다. 특히 대표님께 증여를 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대표님께 부채를 상속하고 싶지 않아서···”

“좋아 좋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정리하지. 만약 자네가 말하는 아버지와 와이프의 일이 좋지 않을 일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내 회사의 경영과는 무슨 상관인가?”

“짧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표님께서는 회사 자금을, 할아버지의 고아원 건물과 대지의 안전한 증여를 위해서 불법 브로커에게 사용하셨습니다.”

“그만하게! 이 모든 과정은 충분히 밝힐 수 있어. 누군가 음해하거나 조작하지 않았다면.”

“이번 일로 대표님은 자리에서 물러날 겁니다.”

“나가보게. 수고했어.”

대표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바쁘지?”

“응 말해. 무슨 일이야?”

“혹시 아이들 다른 고아원으로 보내고 그래?”

“아니. 왜?”

“아냐. 그리고 혹시 고아원 부속건물과 뒤뜰은 따로 떼서 운영하는 건가?”

“왜? 갑자기 이 분께서 왜 이러시나? 이제 좀 고아원에 관심을 가져주게?”

아내는 반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관심이야 항상 있지. 운영문제는 내 권한 밖이라 물어보지 못한 거고.”

“그래 알아. 자기는 항상 뒤에서 지켜보고 지원하고 있다는 거.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잘 운영되고 있으니까.”

“그래,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근데, 자기 오늘 이상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냐 없어. 이번 주말에 행사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응. 아이들을 위해 큰 자금을 기부하겠다는 분이 오기로 했어.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발표회 준비하느라 정신 없고.”

“알았어. 이번 행사엔 나도 참석할게.”

“그래? 진짜? 나야 고맙지.”

“아차, 옥분이도 와서 돕나?”

“그럼 당연하지 그 애는 이미 어른이야. 나보다 더 열심이라니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그래 수고해.”

주말에 열린 기부행사에서 누군가의 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그리고 원생 30명이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고, 대표와 고아원 원장인 대표의 아내는 아이들을 구하다가 그만 죽음을 맞이하였다.

딸 옥분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실신한 채 들려 나왔고, 옥분을 구한 후 다시 화마로 뛰어든 그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한 남자 아이가 화마로 뛰어든 남자를 따라 들어가려다 소방관에 의해 제지를 당한 채 멍하니 불타는 건물을 보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현재 핸디그룹 28층 회의실]


“오셨군요. 성함이?”

“네 저는 로라라고 해요.”

“아···.외국인이신가요?”

“아니에요. 외국에 자주 나가서 일하다 보니 편한 이름이 하나 필요해서요. 그리고 이 바닥엔 그렇게 알려져 있어서.”

“오늘 갑자기 대표님께서는 바쁘셔서 제가 대신 말씀을 드릴 거예요. 양해 바랍니다.”

“아닙니다. 괜찮아요. 이런 일에 대표님께서 직접 나서신다는 것이 더 이상하죠.”

“아닙니다. 아니에요. 대표님께서 굳이 회사로 모신 이유는 그만큼 상대를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허드렛일 같으면 그냥 아래 사람이 처리하게 하셨겠죠.”

“그렇다면 더 감사한 일이죠. 감사합니다.”

“자 그럼 설명을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네, 간단히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작가면서 무역을 합니다. 무역은 개사료 수입입니다.”

“개사료? 개가 먹는 밥 말이죠?”

“네, 저는 개가 먹는 사료들을 감별하는 전문 감별사에요. 그리고 직접 좋은 사료들을 선별해서 수입도 하고 있죠.”

“아···. 그렇군요. 재미있는 직업이군요. 사료를 직접 감별하신다는 것이. 설마 직접 드시는 건 아니죠?”

“직접 먹어요.”

“··········································”

“그렇군요······ 혹시 맛이?”

“맛있어요. 가끔은 시리얼이라 생각하고 먹어도 괜찮더라고요.”

“아.. 시리얼···.”

“다음에 올 땐 사료 한 봉지 추천해 가져다 드릴게요. 반려견은 있으시죠?”

“네, 시츄 한마리 있어요. 다음에 한번 부탁 드려야겠네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네 그러죠. 회장님은 사실 전문 감정인을 통해서, 아니면 갤러리 원장님들을 통해서만 그림을 구입하십니다. 하지만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직접 로라를 모셔 오라고 하셨고, 원하시는 그림 3호와 5호를 확인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3호와 5호는 이미 팔렸습니다.”

“네?”

“이틀 전 익명으로 연락하신 분께서 구입하셔서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 예상하지 못한 일이군요.”

“7호는 어떠신가요? 제 작품은 홀수가 대체로 잘 팔려요. 그리고 홀수 번호를 매길 땐 나름 더 정성을 쏟는 것 같고요.”

“7호라···. 음··· 우선 대표님께 말씀 드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 7호는 가지고 오셨나요?”

“네 차에 있습니다.”

“그럼 회장님께 연락해보고 7호를 볼지 결정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비서로 보이는 여자가 전화를 하는 동안 로라는 회의실 전체를 둘러봤다. 그리고 큰 창 옆으로 걸어가 아래쪽으로 내려다 보면서 아빠가 서 있었을 순간을 상상해보았다.

“7호를 보시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20분 후에 도착하시는데 기다려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십니다.”

“당연히 기다려야죠.”

“감사합니다.”

“대표님은 꽤 배려가 있는 분이군요?”

“네. 저희 대표님은 매우 친절하고 매너가 있는 분이십니다. 길에서 마주치면 대표님 같지는 않다는 걸 느끼실 정도로 편안한 분이죠.”

“그림을 좋아하시나 봐요?”

“네 따로 갤러리를 가지고 계실 정도로 좋아하십니다. 유명작가의 이름난 작품뿐만 아니라 가능성이 보이는 많은 신인작가의 작품들도 구매하시죠.”

“그래서 제 그림도?”

“로라씨 그림은 제가 봐도 특별해요. 누구나 탐낼 수 있을만한 작품들이 많더군요. 그리고 로라씨는 이미 유럽에서 검증을 받았던 작가니까 더 쉽게 구매의향을 보이시지 않으셨을까요?”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앗, 지금 대표님께서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잠시만요······”

대표가 회의실로 들어서기까지 10여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로라는 회의실 구석 벽을 유심히 살피더니 준비해온 맥가이버 칼로 가로 세로 10cm 정도의 숨겨진 보관함을 찾아냈다.

그리고 재빨리 보관함에 들어있는 핸드폰과 USB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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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다시 홀로 된 로라(35) 22.06.10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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