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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93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6.11 20:00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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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힘든 시작(36)

나사 빠진 인간




DUMMY

뾰복!


아주 낮고 빨간 차의 눈이 켜지며 ‘난 여기 있소’ 라고 보여주고 있었다.


“이 차 좀 쓸게요.”


“네? 아.. 네 그러세요. 그런데 그거 운전하기 쉽지 않을 텐데, 차라리 그 옆에 SUV 타시죠? 조금 크긴 하지만 다니시기에는 좋을 겁니다. 또 안전하기도 하고.”


“아뇨! 전 키가 이쁜 차를 좋아해요.”


“키? 차가 아니라?”


“네 명령 받는 것 보다 명령하는 게 더 끌려요.”


“명령이라··· 뭐.. 차 문을 연다거나, 시동을 건다거나.. 뭐 그런 명령을 내리는 거 말인가요?”


“구체적으로 많이 알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키가 맘에 들고, 또 키가 있어야 저 납작한 빨간 차도 움직일 거 아니에요. 그렇죠?”


“그냥 알아서 하세요. 하지만 운전은 진짜 조심하세요. 생각보다 빠르고 민첩하니까요.”


“잘됐네요. 안 그래도 늦었는데.”


로라는 차에 올랐다. 그리고 시동을 걸어야 했다.


“이차는 시동 버튼 없어요? 말로 걸어요? ‘시동!’’스타트!’”


로라의 모습에 몹시 당황한 김태식은 로라 가까이로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어머! 이 분 왜 이러시나? 저리가요!”


“아니..저기.. 시동을 걸어드리려고요.”


김태식은 운전대 왼쪽에 달린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아하? 이거, 시동 버튼이 운전대에 달렸었네. 참나.. 불편하게.”


“그렇죠? 불편하죠? 보통은 오른손이 쉽게 닿는 곳에 눈에 띄게 있는데······”


“괜찮아요. 이제 알았으니 조금 불편해도 그냥 탈게요.”


“혹시 불편하다 느끼시면 그냥 키로 시동을 거셔도 됩니다.”


“키로? 진작 알려주시지! 이것만 알려주세요. 바쁘니까요.”


“키 중앙을 꼬옥 누르고 계시면 ‘3’’2’’1’숫자가 뜨고 시동이 걸릴 거에요.”


“됐어요. 이제 머리 좀 치워주실래요?”


김태식은 차 안쪽으로 들이 밀었던 고개를 빼내고는 친절하게 문을 닫아줬다.

강력한 배기음이 지하 주차장을 울리고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저···저!!! 서···서!!”


로라가 운전하는 빨간색 납작한 스포츠카는 아주 살짝 벽면을 스치며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후,,,, 저 차는 버렸다고 생각하는 게 맘 편할 것 같네.’


로라는 생각보다 앞이 보이지 않았는지 조수석에 놓여있던 곰인형을 방석 삼아 깔고 앉았다.


‘왜 이렇게 의자를 아래로 처박아 놨어. 앞도 잘 안보이게. 미안하다 아기 곰아.. 방석 살 때까지만 좀 깔고 앉을게.’


아기 곰은 왠지 아프지도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짓고 로라의 엉덩이에 깔려 있었다.


로라는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더, 매우 빠른 차에 적응하려고 뒤에는 경찰차를 앞에는 경찰 바이크를 에스코트 삼아 앞뒤로 달았다. 물론 의도적으로 부른 건 아니었다.


경찰 바이크는 계속해서 오른쪽 갓길 쪽을 향해 손짓하며 유도했고, 뒤 따라오는 경찰차는 친절하게 사이렌까지 울려줘서 앞이 트였다.


로라는 신나게 달렸다. 그리고 경찰 바이크와 경찰차는 로라와 일심동체가 되어 달렸다. 사뭇 외국 귀빈을 모시는 듯 보였다.


한참을 달리는데 김태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네 말씀하세요!”


“잘 가고 계시죠? 운전은 괜찮으세요?”


“네! 걱정 마세요 경찰들이 에스코트 해주고 있어요.”


“네? 경찰들이 에스코트를 해요?”


“아.. 모르겠어요. 이 차는 에스코트 해주는가 보죠. 뭐 어쨌든 왜요?”


“네..네··· 레이싱걸 소개해달라고 하셔서.”


“잘됐네요. 오늘 저녁 7시까지 저희 집으로 보내주세요. 가능하면 레이싱 걸 복장이랑 구두까지 필요한 거 모두 준비해서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현역은 아니고 레이싱걸을 양성하는 교수님 같은 분이세요. 아마 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네 상관없어요. 배우기만 하면 되니까. 고마워요. 저 끊어야 해요. 지금 매우 긴박한 상황이에요.”


로라는 빠져나가는 램프를 놓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급하게 90도 꺾어 램프를 빠져 나온 로라는 다시 힘찬 배기음을 내며 달렸다.


‘경찰들이 더 이상 에스코트 안 하네? 어쨌든 덕분에 빨리 오긴 왔어.’


앞에서 갓길로 유도하며 로라의 차를 세우려던 바이크는 미처 로라의 급차선 변경을 인식하지 못하고 혼자 앞으로 지나쳐 버렸고, 뒤 따르던 경찰차도 놀라며 램프를 빠져 나오지 못하고 갓길에 부딪히고 말았다.


로라는 고급 샵에 들러 이번엔 얌전하고 우아한 의상을 고르기 시작했다.


“어머머머머머··· 이렇게 아름다운 분은 우리 샵 열고 처음이에요. 호호호’


“그래요? 진짜?”


“당연하죠!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지금 입고 계시는 그 옷! 아무나 소화하지 못해요. 정말 잘 어울리세요.”


로라는 얼마 전 동네 골목에서 싸게 구입한 검은색 드레스를 가위로 자르고 찢어서 대충 입고 나왔는데, 이렇게 칭찬을 해주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고마워요. 이번엔 얌전하고 우아한 옷이 필요해요. 추천해 주실만한 옷이 있을까요?”


“네 당연하죠. 고객님을 위해 마련한 옷들은 저기······ 저쪽에 따로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샵 여주인은 로라와 바로 가게 문 앞에 주차한 빨갛고 납작한 차를 번갈아 보며 겁나게 웃었다.


“겁나게 웃으시네요?”


“네? 아..네. 너무 좋아서요.”


“왜?”


“네? 그냥 막 좋을 때 있지 않나요?”


“그렇긴 하죠.”


“자, 우선 그 입고 계시는 고급 옷은 저희 직원이 잠시 보관하겠습니다.”


‘고급이라··· 고급으로 보이나?’


“어머 어머 어머 원장님! 이 검정색 원피스! 브랜드가 없어요!”


“뭐라고? 상표가 안 붙었다고?”


“네 원장님.”


원장은 잠시 로라를 다시 돌아보고 그리고 검정색 원피스를 받아 들었다.

로라는 시장에서 산 옷이라는 걸 안 들켰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고객님, 감사합니다. 저희처럼 누추한 편집샵에 방문해 주시고 또 저와 말을 섞어 주시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라는 갑작스런 원장의 반응에 살짝 긴장의 끈을 조였다.


“저기요. 근데 제가 지금 갤러리에 가야 해서 바빠요.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 나누고 지금은 제가 갤러리에 입고 갈 옷 몇 벌만 좀 급하게 골라 주세요.”


“몇 벌씩이나? 네! 당장 대령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리고 이 검정색 드레스··· 거칠게 잘린 듯 디자인 된 이 드레스··· 혹시 디자이너?”


“네? 아··· 그거. 뭐 퍼포먼스?”


“아.. 그렇군요. 역시.”


로라는 더 이상 말을 길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말과 표정을 빨리 옷을 가지고 오라고 재촉했다.


“생각보다 좋은 옷이 많군요. 저는 이 바지 정장과 저 드레스를 구입할게요. 결제는 이 카드로 해주세요.”


“아···. 이 카드는 얼마 전 VIP라운지 천사와 악마의 대표님이 사용하셨던, 그 플래티늄 카드, 상위 1%만이 발급된다는······.”


“천사와 악마? 그건 뭐에요?”


“네? 아.. 얼마 전 저희 가게에 오셨던 두 신사분이 경영하시는 펍 앤 레스토랑이랄까.. 어쨌든 고급 바를 운영하시는 대표님들이 사용했던 그 플래티늄 카드와 같은 종류길래 조금 놀랐습니다. 고객님께서도 VIP셨군요. 물론 저 납작한 빨간 차와 까만 원피스만 봐도 알긴 알겠지만···.”


로라는 원장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멋진 바지 정장을 입고 갤러리에 도착했다.

로라는 자신의 작품이 전시된 한쪽 모서리에 서서 갤러리들의 표정을 지켜보며 긴장했다.


“어머, 이건 뭐야? 그림이야?”


“야! 그래도 눈길은 간다. 그럼 성공한 거 아냐?”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작가인데, 빽이 있나? 어떻게 이번 갤러리에 전시를 했지?”


“여기 모퉁이에 딱 4작품 있네. 아마 신인작가인가 봐. 원래 이런 전시회에 한두 작품 걸어주잖아.”


“그래. 이번 전시회에는 좀 안 어울리지만 다들 그렇게 성장하려고 아등바등 하겠지?”


그때 키가 크고 어깨가 벌어지고 얼굴이 너무나 반듯한 미남형 남자가 여자들의 수다에 끼어 들었다.


“저기 저 그림 속 난쟁이 보이세요?”


“네?”


여자들은 어깨 넘어 은은한 향수와 함께 등장한 미남형 남자의 등장에 입가에 자연스런 미소와 함께 급속도로 빨라진 심장박동에 설레며 돌아봤다.


“작가는 난쟁이가 자신보다 큰 괴물을 바라 보고 있는 것처럼 묘사를 했군요.”


여자 중 하나가 재빠르게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고 치고 나섰다.


“하지만 사실은 난쟁이는 괴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괴물 손에 들린 아주 아주 작은 저 인형을 보고 있는 거죠?”


“대단하십니다. 작품을 보는 눈이 남다른 것 같아요. 저 인형은 난쟁이 자신의 희망을 나타내는 것 같고, 그 희망을 괴물이 쥐고 있는데, 어떻게 희망을 가져올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때 두 번째 여자가 질세라 합세했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을 난쟁이로 표현함으로써 억압당하고, 작아진 자신을 보여주려 하는 것 같아요.”


“두 분 모두 그림을 보는 눈이 대단하십니다. 이 작가님 작품 어떤 것 같아요?”


첫 번째 여자가 숨도 안 쉬고 대답했다.


“진주 같은 분이세요. 여기 전시회에 온 많은 갤러리들은 이 흙 속에 묻힌 진주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가는 것 같아요. 작품을 보기보단 비즈니스를 하려고 온 사람들 같기도 하고···.”


“맞아요. 그림도 잘 그리시지만 표현력과 상상력이 뛰어난 분 같아요.”


남자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면 두 여자분에게 미소를 살짝 던지고는 안쪽으로 사라졌다.


로라는 처음부터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멍청하게 서 있었다.


“어머, 저 남자 진짜 잘생겼다. 그림도 잘아는 것 같아. 멋져!”


“그치 그치! 내 스타일이야.”


“일단 내가 찍었으니 넌 뒤로 좀 물러나 있어.”


“죄송합니다? 뭐라고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오늘 좀 바쁠 것 같아요. 먼저 들어가시고 저는 저 남자분과 얘기 좀 더 나누다 들어갈게요.”


두 여자는 실랑이를 하며 잘생긴 남자를 따라 뛰었다.


로라는 남자와 두 여자가 사라지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문득 자신의 그림에 눈을 돌렸다.


‘난쟁이···. 가 그런 의미였나? 그리고 저 인형은 나의 희망이고?’


로라는 오고 가는 많은 갤러리들 속에 홀로 된 듯 소리 없는 공간에 버려진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림 앞에 서면서 로라를 돌아봤다.


“미스 로라?”


“네? 네 맞긴 해요.”


“저는 천사라고 해요.”


“네? 천사님?”


“네 다들 그렇게 불러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불리는 걸 즐기는 편이고요.”


“네··· 그러시군요.”


“그림이 너무 멋져요. 그리고 내 모습도 보이고요.”


“천사님 모습이 제 그림에 있어요?”


“네. 날개는 없지만 저기 저 괴물이 저에요.”


‘아···오늘 이상한 사람들만 내 그림을 보러 오는구나···.’


로라는 실망하고 지친 표정으로 천사를 바라봤다.


“괴물이 인형을 너무 조심스럽게, 다치지 않게 하려고 들고 있고, 또 난쟁이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길을 알려주고 보여주는 것 같아요.”


“무슨 길을 보여주는 것 같나요?”


“가야 할 길.”


“난쟁이가 어딜 가야 할까요?”


“아마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가겠죠?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서..”


로라는 괴물이 조심스럽게 들고 있는 어여쁜 인형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인형과 괴물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그 곳에는 푸른 하늘과 따뜻한 태양이 있었다.


‘하늘과 따뜻한 태양······’




나사 빠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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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설마(41) 22.06.16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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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다시 홀로 된 로라(35) 22.06.10 11 0 9쪽
34 현자와 광탄 그리고 미스터 알(34) 22.06.09 12 0 10쪽
33 하늘을 이용해(33) 22.06.08 11 0 11쪽
32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야?(32) 22.06.07 12 0 12쪽
31 하늘의 기억(31) +2 22.06.06 10 1 11쪽
30 유작가(30) 22.06.05 11 0 12쪽
29 택시기사(29) 22.06.04 11 0 10쪽
28 위험하다 로라(28) 22.06.03 10 0 11쪽
27 매니저와 악마의 외출(27) 22.06.02 1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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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천사 그리고 악마의 정착1(25) 22.05.31 12 0 11쪽
24 기억(24) +2 22.05.30 10 1 11쪽
23 김구라(23) 22.05.29 12 0 11쪽
22 김태식 대표(22) 22.05.28 13 0 11쪽
21 사모님들의 응원(21) 22.05.27 21 0 11쪽
20 수트빨(20) 22.05.26 12 0 11쪽
19 지구로 내려 온 천사와 악마(19) 22.05.25 10 0 11쪽
18 사자(18) 22.05.24 10 0 11쪽
17 소원(17) 22.05.23 10 0 11쪽
16 회장님과 하늘(16) 22.05.22 12 0 11쪽
15 행복(15) +2 22.05.21 11 1 11쪽
14 개와 하늘(14) 22.05.20 13 0 11쪽
13 로라(13) 22.05.19 12 0 12쪽
12 신(God)(12) 22.05.18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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