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08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5.28 20:00
조회
13
추천
0
글자
11쪽

김태식 대표(22)

나사 빠진 인간




DUMMY

“저야 뭐 딱히 싫다고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걱정되긴 하네요”


하늘이 앞장서서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것이 내심 맘에 들지 않았지만 오케 사인이 떨어진 이상 굳이 말릴 이유는 없었다.


“하늘씨는 전공이 뭐죠?”


태식의 말에 하늘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인간 관계론”


“인간 관계론이요? 오호.. 그것 참 어렵네요. 심리학 같은 건가요?”


“심리학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어요. 인관 관계론은 나와 김태표님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호감과 갈등을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죠.”


“나와 하늘씨 사이의 호감이나 갈등이라...... 갈수록 흥미롭군요.”


“모든 사업은 인관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문제를 떠나서 그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비즈니스의 승패도 판결이 나죠.”


“예를 들면?”


“만약 김대표님이 거래하고자 하는 제품보다 사람에 더 공을 들여 신뢰를 얻고 관계를 좋게 한다면 제품이 타사보다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판매에 큰 문제가 없다면 신뢰를 주는 사람의 제품을 사용하게 되겠죠?


하지만 제품의 성능이 조금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그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면 제품도 함께 저 평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죠. 정확히 이해가 되네요. 그렇다면 하늘씨는 사람 관계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는 말이군요?”


“딱히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학문적인 부분과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거든요.”


“어쨌든 공감이 갑니다. 나도 로라씨로부터 큰 호감을 얻었고 그 호감이 나도 모를 신뢰를 형성하게 되었기에 검증도 되지 않은 로라씨의 능력을 사려고 하는 거니까요.”


로라는 그제서야 김태식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자식은 과연 뭘까? 한없이 순수하고 무식하고 때론 아이 같다 가도 지금처럼 유식한 말을 내뱉을 때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니......'


김태식은 공장과 회사 전체를 다 보여준 후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 간단한 다과를 나누며 향후 진행 될 사업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보여주었다.


“오늘 좋은 자리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아가서 하늘씨와 구체적으로 의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오케 사인 아니었던 가요?”


“저는 마다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인관 관계론'을 연구하신 하늘씨의 의견도 중요하니 하늘씨와 의논 후에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은 몇 몇 어여쁜 직원들에게 하트 실린 미소를 자연스레 던지고는 회사를 빠져 나왔다.


로라와 하늘이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태식은 직속 비서로 보이는 여자를 불렀다.


“이 실장님, 저 하늘이라는 사람 뒷조사 좀 해주시고, 로라 조사한 파일은 내 집무실에 갖다 놓아 주세요. 그리고 최 회장님께 전화해서 다음주에 다시 한번 찾아 뵙는다고 말씀 드리고 예약 잡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아! 그리고 최 회장님이 좋아하는 그림 한 점을 유작가에게 준비하라고 전하세요.”


“유작가님께요?”


“그래. 유작가한테, 그 친구가 이번에도 도움을 줄 거야.”


태식은 로라와의 사업에 하늘이 끼어든 것이 내심 맘에 들지 않았지만 아직은 크게 신경이 쓰이는 상대는 아니라 생각했다. 그리고 유작가와 최 회장은 이미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원래 웃는 상이에요? 아니면 아무 여자한테 그렇게 추파를 던지나요?”


“원래 웃는 상입니다.”


로라는 조금은 길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묻는 말에 쉽게 답해 버리는 하늘의 태도에 더 이상 묻기도 애매했다.


“갈 때는 사장님이 운전하는 게 어때요?”


“갑자기 왜요?”


“전화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전화? 누구한테?”


“사모님들한테.”


“보고라도 해야 하나요?”


“당연하죠. 보고도 하고 감사의 말도 전하고.”


하늘은 사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모님, 저 하늘입니다.”


“네 네 네 알아요. 내가 전화기에 딱 저장해 뒀어요. 스카이!”


“아 스카이?”


“그쵸! 스카이, 하늘씨는 하늘처럼 푸르고, 넓고, 또 호 호 호!”


“감사합니다.”


“미팅은 잘했고요? 그리고 원하는 건 얻었어요?”


“미팅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인관 관계론 그거 어려운 거죠?”


“하 하 하 하 써 먹었구나. 잘했어요! 첫 미팅에서는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게 중요해요. 곧 과외 수업 한다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아는 선생님을 붙여줬더라고 요. 그 선생님에게 인관 관계론에 대해서도 가르치라고 전해 놓을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제가 도움을 드릴 일만 남았군요?”


“천천히 해요. 지금은 그냥 하늘씨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좋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도움이 필요할 때 말씀해 주시면 바로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화를 한 이유는......”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한가요? 남편이 경영 컨설턴트라고 얘기했죠? 언제든 필요한 정보는 물어 봐줄게요.”


“네. 그건 이제 됐습니다. 앞으로는 사장님이 알아서 할 거니까요. 제가 궁금한 건 왜 김태식대표와의 만남을 그렇게 걱정스럽게 보시는지?”


“아...... 그건 앞으로 겪어보면 알 거에요. 워낙 뛰어난 분이기도 하지만 또 이면엔 독사 같이 치명적인 것들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하늘씨를 응원하는 마당에 이왕이면 잘하길 바래서 그러는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는 마세요.”


'뭐야? 그사이에 별 얘기를 다했잖아?'


로라는 길게 이어지는 통화를 듣느라 운전에 집중을 못해서 한강 주위를 계속해서 빙빙 돌았다.


전화를 마친 하늘이 한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강에서 놀다 가자고요?”


“뭐라고요? 한강에서 놀자고요?”


“지금 몇 바퀴째 한강을 빙빙 돌고 있잖아요?”


“아...... 램프를 계속 놓쳐서 그랬어요.”


“그래요? 그럼 이왕 한강 몇 바퀴 돈 거 한강에서 좀 놀다가 들어갈까요?”


“그,,, 그럴까요?”


로라와 하늘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리고 로라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사모님들이 왜 하늘씨에게 잘해줄까요? 혹시 무슨...... 서비스 같은 거 하기로 했나요?”


“서비스? 무슨 서비스?”


“그.. 뭐 있잖아요...... 기쁨조 같은 거......”


“기쁨조? 그건 뭐에요?”


'음...... 이 자식 알면서 모른 척 하는구나. 인관 관계론을 심오하게 아는 놈이 기쁨조를 모를 리가 있나!'


“뭐랄까? 사람을 행복하게 즐겁게 해주는 거죠.”


“아...... ! 그런 거라면 맞아요. 흐 흐 흐”


'뭐지 저 음흉한 웃음은..'


“그럼 언제부터 기쁨조 뛰나요?”


“아직 필요 없다고 하네요? 조만간 부르겠죠?”


'실망이군...... 순수해 보였었는데......'


“그렇군요. 내가 뭐..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건강도 생각하면서 해요. 여러 명이나 되던데.”


“걱정 마세요. 가진 건 힘! 건강뿐입니다.”


'좋겠다. 이놈아!'


로라는 괜히 심술이 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또 싫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사장님, 혹시 김태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죠?”


“모르죠.”


“아줌마들이 그 사람 조심하라고 하던데......”


“조심하라고요?”


“왜 조심하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김대표가 사업 같이 하자고 부른다고, 거기에 참석해야 한다고 양복 좀 사 달라고 했더니, 조금 걱정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요? 나쁜 분 같지는 않던데?”


'오케! 반격의 시간이구나! 호 호 호)


“그리고 핸섬하잖아요? 너무 잘생긴 것 같아요. 몸도 얼마나 좋은지 흰 와이셔츠를 접어 올린 팔뚝 봤어요? 우와!! 핏줄이 그냥 막 튀어 나올 듯 지렁이처럼!”


“지렁이면 팔뚝이 징그러웠다는 말이죠?”


'그래! 그래! 너도 서서히 신경 쓰이고 짜증 나니까 일부러 듣기 싫은 말 하려는 거지? 흐 흐'


“에이...... 비유가 좀 지나쳤나? 그만큼 섹시하다는 말이죠!”


“지렁이 좋아하는구나?”


'흐 흐 흐 애써 또 무식한 척 하는 거군. 알았다. 이놈 원래는 정상적인 인간인데 일부러 허당인 척 하는 컨셉이었구나!'


“지렁이 좋아해요! 하늘씨는 팔에 지렁이 몇 마리 키워요?”


“응, 여기”


로라는 하늘이 걷어 올린 팔뚝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태식의 지렁이 보다 몇 배는 더 강해 보이는 지렁이들이 팔뚝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사장님 변태야?”


“벼...변태라니! 미쳤어요?”


“근데 왜 지렁이 좋아해?”


'너 흥분하면 말이 짧아지는 거구나?'


“이거...... 대화가 좀 다른 길로 흘러 가는 것 같고 초점이 흐려지는데 지렁이 얘기는 이쯤에서 접죠?”


“그래요. 맛있는 거 먹어야 하는데, 지렁이 얘기는 좀 그런 거 같아요.”


로라와 하늘은 최대한 맛있는 것들을 무진장 시킨 후 먹기 시작했다. 둘은 닮은 구석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먹는 모습이 닮았고 먹을 땐 말이 없었다.


하늘도 음식을 전투적으로 먹는 스타일이고 로라도 지지 않을 정도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먹을 때 원래 말이 없어요?”


하늘의 말에 로라는 반응을 하지 않았다.


“먹는 양에 비해서 살이 안 찌나 봐요?”


'그래 이놈아! 난 먹어도 먹어도 안 찐다.'


너무 반응이 없자. 하늘이 일어서 로라 옆으로 가 앉았다.


“무슨 짓이에요! 저쪽으로 가요! 잘해주니까 이젠 치근대기까지 하네.”


하늘은 로라 옆에 앉아서 로라를 보지 않고 로라쪽에서 보이는 한강을 내려다 봤다.


“강은 어떤 느낌이에요?”


로라가 놀라 옆으로 물러나며 대답했다.


“갑자기 무안하죠? 이렇게 싫어할 줄 몰랐죠? 우리 사이에 최소한의 예의는 지킵시다!”


“난 강을 보면 자꾸 무서워요.”


로라는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강을 초점 없이 내려다보는 하늘의 눈을 보고는 '진짜 강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음. 음. 강이야.. 뭐.. 깊고...뭐.. 빠지면 당연히 무섭죠.”


“그래서 무서울까요?”


“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요?”


하늘이 내려다보는 한강은 무척 이나 검은 색처럼 보였다. 그리고 검은 물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하늘이 그 무언가를 조금씩 떠올릴 때마다 슬프다는 감정이 가장 먼저 생긴다.


“오늘 하루 기분 좋은 일이 많았잖아요? 양복도 입었고, 귀여운 차도 얻었고,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큰 사업할 기회도 얻었고. 그리고 지금 하늘씨와 이렇게 앉아서 강을 보면서 식사를 하니까 기분이 더 좋아요.”


로라는 솔직한 감정을 얘기했다. 하늘이 그렇게 해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사 빠진 인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설마(41) 22.06.16 12 0 12쪽
40 모르겠어(40) 22.06.15 8 0 12쪽
39 하늘과 로라(39) 22.06.14 9 0 10쪽
38 너 하늘 맞아?(38) 22.06.13 11 0 11쪽
37 슬픈 로라(37) 22.06.12 10 0 10쪽
36 힘든 시작(36) 22.06.11 12 0 12쪽
35 다시 홀로 된 로라(35) 22.06.10 11 0 9쪽
34 현자와 광탄 그리고 미스터 알(34) 22.06.09 13 0 10쪽
33 하늘을 이용해(33) 22.06.08 11 0 11쪽
32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야?(32) 22.06.07 12 0 12쪽
31 하늘의 기억(31) +2 22.06.06 10 1 11쪽
30 유작가(30) 22.06.05 12 0 12쪽
29 택시기사(29) 22.06.04 12 0 10쪽
28 위험하다 로라(28) 22.06.03 11 0 11쪽
27 매니저와 악마의 외출(27) 22.06.02 12 0 10쪽
26 천사와 악마의 정착2(26) 22.06.01 10 0 10쪽
25 천사 그리고 악마의 정착1(25) 22.05.31 13 0 11쪽
24 기억(24) +2 22.05.30 11 1 11쪽
23 김구라(23) 22.05.29 12 0 11쪽
» 김태식 대표(22) 22.05.28 14 0 11쪽
21 사모님들의 응원(21) 22.05.27 21 0 11쪽
20 수트빨(20) 22.05.26 12 0 11쪽
19 지구로 내려 온 천사와 악마(19) 22.05.25 10 0 11쪽
18 사자(18) 22.05.24 11 0 11쪽
17 소원(17) 22.05.23 11 0 11쪽
16 회장님과 하늘(16) 22.05.22 12 0 11쪽
15 행복(15) +2 22.05.21 11 1 11쪽
14 개와 하늘(14) 22.05.20 14 0 11쪽
13 로라(13) 22.05.19 12 0 12쪽
12 신(God)(12) 22.05.18 26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