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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05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5.23 20:0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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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소원(17)

나사 빠진 인간




DUMMY

“과외 선생님 한 분 좀 붙여 주세요. 딱 한달 만.”


“과외 선생님? 하늘씨 공부하게?”


“네. 공부 좀 해야겠어요.”


“그것 참 의외네. 보통은 우리 스위트 클럽에 가입하게 해달라거나 회사에 취직을 시켜달라거나 그것도 아니면 납품하게 해달라거나···.”


“흐흐 스위트 클럽은 내가 그림을 몰라서 안될 것 같고, 이미 취직이 되어 있으니 그것도 필요 없고, 그리고 납품이야 어차피 하게 되어 있잖아요?” 사료?”


“그렇긴 하죠. 하지만 더 나은 자리를 위해서, 대부분 청탁을 하죠.”


“에이······ 고모, 큰 집에 산다고 다 잘사는 거 아니죠? 그리고 이미 우리 사장님이 부자라서 또 다른 부자는 필요 없어요. 난 단지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배워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돈이 많이 든다면 돈은 제가 낼 테니 선생님만 좀 구해주세요.”


회장은 어딘가 모자라 보이기도 하고, 너무 순수해 보이기도 하고, 아직 하늘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건 옆에서 듣고 있는 로라도 마찬가지였다.


로라가 조금 난처한 분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말을 꺼냈다.


“회장님, 혹시 언짢으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하늘씨는 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로 사람을 속이는 사람이 아니에요. 진짜 순수한 사람이다 보니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는 거니까.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회장은 로라를 한번 보더니 다시 하늘을 보며 말했다.


“그래요. 선생님이야 얼마든지 구해줄 수 있죠. 그런데 어떤 과목을 배우기 원하는 거죠?”


“한국 현대사를 공부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정치와 경제도 함께 가르칠 수 있는 분이라면 더 좋고요.”


“현대사? 정치, 경제? 허허··· 그것 참 볼수록 모를 사람이군. 미술은 관심이 없어요?”


“미술은 잘 모르고 또 관심도 없어요. 하 하 하”


“그럼 현대사와 정치, 경제는 공부해서 뭘 하려고요?”


“뭘 하려는 건 아닙니다. 제가 기억을 잃어 버렸는데, 한국 현대사와 지금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 등을 공부하게 된다면 혹시나 관련해서 기억이 날까 해서요.”


“하늘씨 기억상실증인가요?”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사장님과의 인연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으니까요.”


회장은 로라를 쳐다본다. 로라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고는 시선을 피했다.


“로라, 하늘씨와는 어떻게 만났죠?”


“그게··· 저··· 하늘에서..”


하늘은 괜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고모! 사람들은 비밀 하나 정도는 가지고 살고 있지 않나요? 제 스스로 기억을 찾지 않는 한 누군가와 엮어서 그 사람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 사장님과의 인연은 아주 소중합니다. 그래서 아직은 그 무엇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요.”


회장은 점점 더 이 두 사람이 궁금했다. 하지만 더 이상 질문하지는 않았다.


“그래요. 궁금한 게 많지만 차차 알아나가도록 합시다. 그리고 개 집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과외 선생님은 구해줄게요. 하지만 딱 한 달 입니다. 그 이상은 본인이 알아서 하세요.”


“감사합니다. 수업은 여기서 해도 되죠?”


“수업을 우리 집에서 한다고?”


“네. 사실 제가 사는 집이.. 좀 그래서.”


“그래요. 잘됐네요. 올 때마다 강아지 키우는 방법도 좀 알려주고 하늘씨 공부하는 것도 구경하고.”


“강아지 키우는 방법은 저도 잘 몰라요. 흐흐 그냥 친구처럼 지내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밥은 줘야겠죠. 그리고 반드시 예방주사 맞히고 건강 체크해 줘야 해요.”


회장은 뭐든 솔직하게 대답하는 하늘이 갈수록 맘에 들었다. 그리고 잘생긴 것도 한몫 하고 있었다.


로라는 자신보다 오히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하늘 곁에서 듣기만 하고 있었다.


“회장님.”


깨끗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젊은 신사가 거실로 들어왔다. 꽤 탄탄한 상체와 넓은 어깨는 클래식한 양복을 충분히 소화하고도 남을 만큼 훌륭했다. 그가 움직일 때 왠지 모를 은은한 향도 울려 퍼졌다.


“오 그래 김대표님, 언제 왔지?”


“방금 도착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줄래요? 이분들과 마무리는 해야 할 것 같네요.”


“네 회장님 천천히 하십시오. 저는 위층 갤러리에 가 있겠습니다.”


“그래요. 그림 몇 점 새로 들어온 게 있는데, 좋아할지 모르겠어요?”


“회장님께서 고른 작품이라면······ 굳이 토 달 필요도 없겠죠?”


회장은 잠깐 사이에 하늘과 이 젊고 멋진 남자가 눈 앞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에 놀랐다.


한 사람은 엘리트에, 부자에, 상류사회를 이해하고 인간관계법을 숙지한 채 자란 어떻게 보면 잘 만들어 진 남자라면, 그 옆에 서 있는 남자는 어쩌면 무식할지도, 어쩌면 상류사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또 어쩌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는 자유로운 남자.


“인사나 하죠? 이쪽은 하늘씨, 그리고 여긴 로라.”


“처음 뵙겠습니다. 무척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김구라 라고 합니다.”


“김대표? 굳이 그 이름을?”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름다운 여자분 앞에서는 아무것도 속이고 싶지 않습니다. 하물며 하찮게 들리는 이름일지라도.”


“괜찮아요. 멋진 이름인데요? 전 옥분이에요. 장옥분 그리고 이름이 하나 더 있는데, 사람들은 저를 로라 라고 불러요.”


“저도 신기하게 다른 사람들이 불러 주는 이름이 하나 더 있습니다. 김태식 입니다. 하지만 김구라 라는 이름도 꽤 의미 있는 이름입니다. 아홉 ‘구’에 열매 ‘라’를 씁니다. 할아버지께서 아홉 개의 열매를 모두 모으면 세상을 다스릴 왕이 될 수 있다고 하여 지으신 이름이죠.”


“드래곤볼도 아니고, 아홉 개의 열매는 뭐지?”


하늘이 진짜 궁금해서 물어봤다.


“무시하시는 건 아니죠? 남자분?”


“아.. 죄송합니다. 제 이름은 하늘입니다. 그리고 무시한 게 아니라 진짜 아홉 개의 열매가 무척 궁금합니다.”


“하늘씨, 앞으로 저와 자주 만나게 된다면 그 아홉 개의 열매를 소개해 주겠습니다.”


묘한 신경전이 잠시 있었지만, 하늘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고, 김대표는 약간 흥분한 눈치였다.


“김대표, 그럼 먼저 올라가 있어요. 인사는 했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자리를 만들어 봅시다.”


“네 반가웠습니다. 로라, 하늘씨.”


김태식은 로라에게 다가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고모, 진짜 아홉 개의 열매는 어떤 열매죠?”


“허허.. 나도 몰라, 알고 싶으면 김대표랑 친해지면 되겠네. 오늘 소개해줬고 저 친구도 자주 이곳에 오니까. 수업할 때 기회가 되면 만나서 직접 물어봐요.”


로라도 속으로는 아홉 개의 열매가 궁금했는지? 아니면 김구라 라는 이름이 웃겼는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김태식도 서로 모르는 척 하는 것에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로라, 저 친구 어때요?”


“김구라 씨?”


“그래 김구라, 저 친구 괜찮은 친구야. 능력도 뛰어나고, 또 집안도 빵빵 하니까 로라가 사업하는데 도움을 줄 거야. 그리고 혹시 모르지 젊은 남녀란..”


로라는 순간 하늘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생각 없는 인간은 여전히 싱글벙글 거리며 아홉 개의 열매가 뭘까 궁금해 하며 계속해서 ‘사과’ ‘배’ ‘오렌지’······를 세고 있었다.


“네······ 회장님, 많은, 좋은, 분들을 알고 지낸다면 좋겠습니다. 제 사업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부족한 제가 배울 것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 로라는 편견 없이 모든 것을 잘 받아 들이는 것 같아. 그리고 그림도 좋아하고 많이 아는 것 같으니까. 서로 얘기가 통할 거야.”


회장은 두 사람에게 간단히 미소로 인사를 하고는 2층으로 사라졌다. 로라와 하늘은 집을 나서며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대 저택을 보며 놀라워했다.


“사장님, 이 집엔 개를 100마리도 키울 수 있을 거야. 진짜 넓은 데?”


‘어이구, 이 인간은 이 미친 듯 화려하고, 큰 저택을 보며 하고 싶은 말이 개 100마리 키운다는 얘기냐.’


“그래 101마리의 개가 있었지. 그 개들 모두 키울 수는 있겠네.”


“아! 그래 맞다. 101마리의 개. 근데 그 개가 달마였나?”


‘이런 무식한 놈아, 달마시안이다! 달마시안!’


하늘은 정원으로 나오면서 2층을 올려다 보았다.


“사장님, 다음에 같이 와서 그림 구경해요. 그리고 나한테도 그림 좀 가르쳐주고.”


“그림 싫어한다면서요?”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잘 모르는 분야니까. 관심 갖게 해주면 좋잖아요?”


“그래요. 다음에 오면 그림 구경해보죠.”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시커먼 구름 사이로 딱 한줄기 빛이 보이긴 했지만 하늘과 로라는 빨리 비를 피해 차에 올랐다.



[하늘나라]



[종철]“신이시여!”


[신]‘아······ 씨. 짜증나게 저 자식은 꼭 드라마 볼 때 지랄이야. 팬티하우스 봐야 하는데’


신은 주섬주섬 하얀색 긴 가운 같은 ‘신복’을 입고 일어섰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한번 정리하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신]“오기 전에 내가 미리 전화하라고 했지?”


[종철]“네 신이시여.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급하게 상의드릴 게 있어서.”


[신]“흠······ 그래, 어쨌든 왔으니 말해 보거라.”


[종철]“저기······ 저.. 일전에, 내가 나사 하나 빠트리고 보낸 놈 있잖아요.”


[신]“그래. 나사는 일단 주문했다.”


[종철]“대부분 새로 내려 보내는 인간은 살아 있을 때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맞죠?”


[신]“그래 맞다.”


[종철]“근데, 이번에 나사 빠진 인간이, 자꾸 이상한 짓을 합니다.”


[신]“이상한 짓?”


[종철]“네, 보통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누리게 되어 있는데, 이 녀석은 과거에 집착하고 기억을 찾으려 애쓰고 있어요.”


[신]“그래? 그럼 안 되는데?”


[종철]“그렇죠? 그럼 안되죠?”


[신]“당연히 안되지! 살아생전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으로 죽게 된 사람들 중에서 내가 선별해서 새롭게 행복한 삶을 누려 보라고 상을 내리는 건데,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게 되면 당연히 불행한 전생 때문에 이 상을 내리는 의미가 사라지는 거지, 큰 혼란이 생기게 돼. 절대 안되지!”


[종철]“나사 하나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신]“절대 안 된다. 전생을 알게 되는 건! 사자를 보내라!”


[종철] “데리고 올까요?”


[신]“그래 가능하면 조용히 알게 모르게 데리고 오거라. 나름 심사 숙고해서 선발했던 놈인데, 또 다시 슬픈 일을 겪게 되면 많이 미안하지 않느냐?”


[종철] “그것 참, 데리고 오기도 그렇고 놔두자니 더 문제가 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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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힘든 시작(36) 22.06.11 12 0 12쪽
35 다시 홀로 된 로라(35) 22.06.10 11 0 9쪽
34 현자와 광탄 그리고 미스터 알(34) 22.06.09 13 0 10쪽
33 하늘을 이용해(33) 22.06.08 11 0 11쪽
32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야?(32) 22.06.07 12 0 12쪽
31 하늘의 기억(31) +2 22.06.06 10 1 11쪽
30 유작가(30) 22.06.05 12 0 12쪽
29 택시기사(29) 22.06.04 12 0 10쪽
28 위험하다 로라(28) 22.06.03 11 0 11쪽
27 매니저와 악마의 외출(27) 22.06.02 12 0 10쪽
26 천사와 악마의 정착2(26) 22.06.01 10 0 10쪽
25 천사 그리고 악마의 정착1(25) 22.05.31 12 0 11쪽
24 기억(24) +2 22.05.30 11 1 11쪽
23 김구라(23) 22.05.29 12 0 11쪽
22 김태식 대표(22) 22.05.28 13 0 11쪽
21 사모님들의 응원(21) 22.05.27 21 0 11쪽
20 수트빨(20) 22.05.26 12 0 11쪽
19 지구로 내려 온 천사와 악마(19) 22.05.25 10 0 11쪽
18 사자(18) 22.05.24 11 0 11쪽
» 소원(17) 22.05.23 11 0 11쪽
16 회장님과 하늘(16) 22.05.22 12 0 11쪽
15 행복(15) +2 22.05.21 11 1 11쪽
14 개와 하늘(14) 22.05.20 14 0 11쪽
13 로라(13) 22.05.19 12 0 12쪽
12 신(God)(12) 22.05.18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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