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God)(12)
나사 빠진 인간
[하늘 나라]
신: 종철아! 어디 있노?
종철: 뭐야? 신 맞아? 대충 어디 있는지 알지 않나?”
신: 여기 있었군. 담부터 어디 가면 간다고 미리 말 좀 해라 이놈아. 이제 늙어서 찾아 다니기도 힘들어.
종철: 네······ 그렇게 하죠. 근데 왜요?
신: 연말 정산 해야 해. 근데 애들 다 어디 갔냐? 천사도 안보이고 악마도 안보이고?
종철: 저기······ 내가 예전부터 얘기하려고 했는데, 여기 하늘나라는 맞죠?
신: 그럼 여기가 지옥 같아 보이냐?”
종철: 뭐 그런 뜻은 아니고요. 티비 보면, 하늘나라 옥황상제나 하나님, 부처님 등등 대충 하늘나라에 사는 분들은 큰 의자에 왕관을 쓰고 멋진 옷을 입고 신하들도 많잖아요. 근데 신이라 불리는 댁은 ······ 옷은······ 대충 입은 것 같고 수염도 멋지지 않고 아주 조금만 나있고, 신하도 몇 명 없고, 그냥 뺀질 하게······
신: 야!!!! 이게 미쳤나? 뺀질이라니? 이놈 다시 땅으로 던질까 보다
종철: 제발 좀 땅에 던져주세요. 여기 있어봐야 맨날 조립이나 시키고 잔소리나 하고 그렇다고 티비를 좋은 거 좀 주기를 하나, 내가 볼 때 이 티비는 80년대 티비 같아. 그리고 큰 티비나 스마트폰 뭐 그런 거 없으면, 여자친구라도 만들어 주든지, 뭐 해주는 게 없어······ 주저리 주저리.
신: 야 임마! 넌 죄인이야! 죄인 불러서 지옥에 안 던지고 여기서 삼시세끼 다 챙겨주고 일자리 마련해주고, 티비는 좀 오래된 거지만···, 그래도 넷플릭스도 나올 정도면 좋은 거야.
종철: 하이고··· 넷플릭스? 이 양반이 진짜! 야 이 신아. 차라리 죽여라 지옥에 던져! 던져봐! 그게 넷플릭스냐? 네플릭스더라! 넷플릭스가 아니라! 짝퉁, 짝통 몰라? 딴에는 드라마랑 영화가 있긴 한데, 그게 다 오래된 것뿐이야.
‘대추나무사랑 걸렸네’’아들과 딸’ ‘수사반장’
도대체 이게 뭡니까? 이거, 이거 다 당신 취향이야? 대추나무 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신: (곰곰이 생각한다.)
신: 종철아······ 네플릭스랑 넷플릭스랑 달라?
종철: 마! 됐고! 왜 불렀어요?
신:(살짝 쫄면서)그······ 아까 내가 말했잖아. 연말정산 해야 한다고······
종철: 그, 그, 연말정산이랑 나랑 뭔 상관인데요? 조립하는 것도 지겹고, 또 공구도 제때 공급 안 해줘서 제대로 조립도 못하고
신: 야 그래도 네가 총무잖아. 적어도 네가, 애들은 모아줘야지
종철: 총무? 허허 이 신 보소······ 내가 언제부터 총무가 됐는데?
신: 네가 오늘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이는구나. 뭐.. 어쨌든 티비는 새 걸로 바꿔주고 스마트폰도 하나 공급해주마. 그럼 됐냐?
종철: (잠시 고민한다.)
종철: 음.. 그럼, 그렇게 합시다. 애들은 내가 찾아 볼 테니 일단 티비랑 스마트폰 내 방에 좀 갖다 놓으시오. 티비는 부탁인데, LG로 해주시고, 스마트폰은, 갤럭시로 부탁합니다. 그리고 ‘네플릭스’NO ‘넷플릭스’ OK?
신: OK OK
종철은 구름 사이 사이로 돌아다니며 천사와 악마들을 찾았다.
종철: 야! 여기 모여서 뭐해? 신이 찾잖아?
천사1: 신이 찾아? 어 전화 온 거 없는데? (전화기를 본다.) 앗! 부재중 전화 12통
큰일 났네. 진동으로 해놨어. 왜 못 느꼈지?
악마1: 그거 주머니에 넣어두고 딴 데 신경 쓰면 나도 가끔 못 알아채
천사2: 어! 나한테도 부재중 전화가 10통 와 있네?
악마2: 흐흐흐 우리들한테는 전화를 안 했네. 다행이다.
종철: 대충 둘러대. 근데 뭐 하고 있었어?”
천사1: 어.. 이리와 봐. 이거 유튜브인데, 모닝요가라고 들어봤어?
종철: 모닝요가? 그거 뭐 하는 거야?
천사1: 아침요가라는 뜻이야. 여기 이 여자 너무 귀엽고 섹시하지 않아?
종철:(과하게 집중한다) 헉! 이거, 스마트폰 있으면 매일 볼 수 있는 거야?
천사2: 너 스마트폰 없어?
종철:(계속 과하게 집중한다.) 응, 없어.
악마1: 너 그럼 뭐하고 놀아?
종철: 그냥 조립해. 티비보고
악마2: 티비로 유튜브 볼 수 있는데? 스마트 티비 아냐?
종철: 스마트 티비? 그건 뭐야?
천사1: 너······ 여기 온지 얼마나 됐어?
종철: 음······ 한 10년됐나?
천사1: 그럼 줘도 벌써 줬을 텐데······ 이상하네?
종철: 오늘 준다고 약속했어. 근데 LG 티비도 스마트 티비가 있어?
천사2: 당연하지! 근데 미리 신청해야 할거야? 안 그러면 대충 사이즈만 큰 티비 줄걸?
종철: 알았어. 참고할게. 근데 너네들 이거 본다고 신이 부르는데 전화도 안받은 거야?
악마1: 흐흐흐 너 같으면 이거 보는 동안 전화 울리는 게 느껴지겠냐? 다른걸 느끼지 흐흐
종철: 악마 같은 놈. 어쨌든 오늘 연말 정산한다고 하니까 빨리 가보자.
신 앞에 2명의 천사와 2명의 악마 그리고 종철이 무릎을 끓었다.
신: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전화해도 없대?
천사1: 신이시여. 저희가 건강이 악화되어 요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신: 요가? 그래. 운동 중에 요가 만한 게 없긴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부르는데 전화도 안받아?
천사2: 요가란! 정신집중, 주위 사물과 동화되어 몸과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 명상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거늘 어찌 신성한 요가 중에 전화를 받겠습니까?
신: 그래? 야, 그렇다고 내가 부르는데, 문자라도 넣어두면 내가 걱정은 안 하잖아
천사2: 신이시여. 만약 대형 스마트 티비를 하나 정도 구해주신다면 요가는 티비로 보고 전화기는 따로 크게 벨이 울릴 수 있도록 하여, 언제든 듣고 달려가겠습니다.
악마1:(저 새끼 머리 쓰는 거 봐라. 누가 악마고 누가 천사인지 모르겠구먼)
신: (오늘따라 티비랑 스마트폰 구해 달라는 놈이 많군.) 그래 알았다. 공동 구매하면 싸다고 하니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이 기회에 총무를 통해서 말해 놓도록 하여라.
종철: 저기요! 아까 말하려고 했는데, 제 꺼 주실 때 스마트 티비로 준비해 주세요. 저도 유튜브도 봐야 하니까요.
신: 야 임마, 넌 나 부를 때, 왜? ‘신’이라는 이름도 있는데 매번 ‘저기요’ 그래?
종철: 지금까지 복지후생이 제대로 되어있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오늘 확인했습니다. 고용주가 제대로 안 하는데 고용인인 제가 굳이 대접해 드릴 이유가 있나요?”
신: 야 임마, 넌 오늘 그 사실을 알기 이전부터 기분 나쁘면 반말에 ‘저기요! 저기요!’ 불렀잖아?
종철: 오늘따라 말씀이 기네요. 대충 넘어가고 연말정산 합시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 조립하라고 하셨잖아요?
신:(혼자 씩씩대며) 이거 뭐 대기업도 아니고 꼴랑 직원 몇 명 있는데, 이렇게 말을 안 들으니 쯔쯔······
악마2: 신이시여. 연말 정산에 필요한 자료를 가지고 왔습니다.
신: 어 그래? 요즘은 천사보다 악마가 더 착하고 열심이야.
악마2: (은근 기분 업 되며) 특별히 보시기 편하도록 엑셀로 수치까지 정리를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미지를 삽입하여 시각적으로 쉽게 판단하실 수 있도록 했고, 또 그래프로 최종 마무리 했습니다.
신: 오~~!! 그래 그래. 네 이름이 뭐였더라?
악마2: 아.. 제가 딱히 이름이 없습니다. 그냥 ‘악마투’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신: 오냐. 악마투! 이번에 티비랑 스마트폰 구매할 때 너를 위해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선물해 주겠다.
악마2: 헉! 진짜 갖고 싶었던 건데(눈물을 흘린다.)
악마1: 신이시여. 궁금해 하실까 봐 저는 동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이미 땅에 던지셨던 인간들의 삶을, 잔잔한 배경음악도 깔아서 제작했습니다.
신: 오~~! 그래? 너네 들 왜 그러냐? 악마들이 요즘 대세냐? 트렌드?
악마1: 신이시여. 저희는 오직 신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 인간들을 악에 빠지게 하여!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스스로 깨닫고 선으로 올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지만, 그 모든 악행도 다 신의 뜻에 따라 하는 것이니 딱히 악마라고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신: 그래 당연하지 악이 있어야 선이 빛을 발하거늘. 근데······ 너네 천사들은 뭐 없냐?
천사1:(매우 당황한다.) 신,,, 신이시여. 저희는 자료보다는 실전입니다.
신: 실전이라니?
천사2: 저희는 땅에 내려가서 인간들 곁에서 그들의 삶을 살피고 그들과 함께 고통과 기쁨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무래도 액셀파일 만드는 것 보다는 어렵지 않을까요?
신: 그렇지. 블루칼라가 화이트칼라보다 어렵게 느껴지긴 하지, 육체적으로는 말이야. 하지만 블루칼라든 화이트칼라든 힘들긴 매 한가지다. 어쨌든 고생들 많구나. 너희들이 만들어 준 자료들을 가지고 ‘올해의 인간’을 선정하여 상을 내리도록 하겠다. 뭐? 특별히 끌리는 인간이 있었느냐?
천사1: 지금까지 사연 많은 인간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다시 땅으로 보낸 자들 중에 몇 명을 선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종철이가 던진 녀석 중에서 나사 하나 조립 못하고 던진 놈이,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놈까지만 더 지켜보고 ‘올해의 인간’을 선정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신: 그래 알았다. 어차피 지금 당장 선물 마련하기에 예산도 부족하고 하니,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자.
종철: 근데, 나사 하나 조립 못한 애는 다시 불러서 조립해서 보내까요?
신: 아니다. 그냥 두도록 하여라. 오히려 빠진 부분을 채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근데 그 놈은 뭐하던 놈이었지?
종철: 그 친구, 사연이 좀 길어요. 그래서 제가 꽤나 정성껏 만들었지요. 인물도 좋게, 몸도 좋게, 인성도 좋게. 하지만 나사 하나 없는데도 그냥 던지라고 하셔서···.
신: 아? 그랬구나. 미안하다. 나사는 이번에 대량구매를 해놓도록 하마. 그 친구가 어린 나이에 죽었느냐?
종철: 네, 어린 나이에 죽었습니다. 부모님이 죽어가는 모습을 직접 보았고, 상처를 갖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죽음을 맞았습니다.
천사1: 그는 전생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다시 부모님과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찾지는 못할 겁니다.
그 친구 말고도 수많은 인간들이 부모와 이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우린 이 친구를 통해서 이별한 인간들은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 것인지 볼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만약 그가 다시 부모를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은 해봤어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나사 빠진 인간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