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14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6.10 20:00
조회
11
추천
0
글자
9쪽

다시 홀로 된 로라(35)

나사 빠진 인간




DUMMY

로라의 눈빛은 예전과 달라 있었다. 하늘과 함께 하는 동안 밝아졌던 얼굴빛과 표정은 다시 예전처럼 어둡고 날카로워졌다.


김태식에게 전화를 한 로라는 검은색 몸에 달라 붙는 원피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흡사 장례식장에 참석해 슬프게 고인을 떠나 보내는 사람 같았다.


탁자 위에 놓인 가위를 가지고 다시 거울 앞에 선 로라는 오른쪽 무릎부터 엉덩이 바로 아래까지 허벅지 라인을 길게 잘랐다.


걸을 때마다 무릎에서 엉덩이 아래까지 훤히 드러나 보이게 자른 로라는 짙은 화장으로 고치고 높은 힐을 신고 집을 나섰다.


[핸디 그룹]


“대표님, 로라가 왔습니다.”


“그래?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군. 들어 오시라고 해.”


로라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태식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특별한 안내도 받지 않았지만 당당하게 소파에 앉았다. 살짝 드러난 허벅지 라인은 태식이 의식하기에 충분했다.


“일찍 오셨군요.”


“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이왕 같이 하기로 했으면 행동도 거침이 없어야죠.”


“역시 제가 생각한 분이군요. 그런데··· 오늘 뭔가 달라 보입니다?”


“대표님과 회의를 마치면 바로 갤러리로 가요. 제가 그린 그림도 걸렸고, 그 그림들이 강한 이미지를 표현한 컨셉이라 저 또한 강한 이미지를 연출해 본 거에요. 물론 작품 자체에 몰입하게 작가는 뒤로 물러서 있어야 하지만, 이것조차 전 마케팅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그림과 작가가 하나가 될 수 있게 이미지 메이킹 한 거죠.”


“그림과 작가가 하나가 되도록···. 그리고 이것조차 마케팅이라.. 멋집니다!”


“혹시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아닙니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보이려고 꾸미는 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여자들은 다 이유가 있나요? 옷을 입고 화장을 할 때?”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어떻게 할까 고민할 때는 그게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가령 애인을 만나러 가기 전에는 사랑 받고 싶은 맘에 최대한 예쁘게 꾸밀 거고, 사업차 미팅에 참석할 때는 가능하면 단정하게 화장하고 옷을 입겠죠. 남자는 어때요?”


“남자? 아··· 그러게요···. 남자는 어떨까요?”


김태식은 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잠시 자신의 복장을 살펴봤다.


“남자도 이젠 외모에 관심을 많이 갖죠? 피부과도 다니고 화려한 옷도 입고 또 머리도 심고···”


“머리 심으셨어요?”


“하하.. 설마요? 아직은 다 그 자리에 있습니다. 한 놈씩 빠져나가면 그때 생각해 보죠.”


“그럼 시작해 볼까요? 주셨던 기획안은 잘 살펴보았고, 제가 할 일도 충분히 검토했어요. 난 레시피 개발과 마케팅을 맡으면 되는 거죠?”


“네 이미 이 분야에서 전문가시니까. 레시피 개발은 특별히 걱정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은 함께 의논하면서 하시죠.”


“그냥 맡겨주세요. 제가 좀 까칠해서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 속에 담아 두지 못하고 질러 버리거든요. 그럼 아마 기분 나쁘실 거에요.”


“하 하. 벌써 기선 제압하시려는 건 아니죠?”


“협업인데 굳이 기선 제압할 필요가 있나요? 대신 마케팅 초안은 보여드리고 어이없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진행할게요.”


“넵. 알겠습니다. 워낙 자신 있게 일하는 스타일 같으셔서 브레이크 걸고 싶지도 않고 또 걸리지도 않을 것 같네요. 그런데···. 하늘씨는?”


로라는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밝게 다시 말했다.


“하늘씨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빠질 거에요.”


“빠진다고요? 왜요? 그 사람 꽤 능력 있는 사람이고.. 또 로라를 도와 큰 일을 할 사람 같아 보였는데······”


“하늘씨는 당분간 자신의 일에 열중할거에요. 혹시 하늘씨가 없다고 이 프로젝트가 취소 되는 건 아니죠?”


“네? 당연히 아니죠. 저는 로라를 보고 일을 하는 거지, 하늘씨를 보고 일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럼 시작하는 걸로 알게요. 내일 아침부터 저는 공장으로 출근을 해서 레시피 개발에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 의논을 할게요. 그리고 동시에 마케팅을 진행할건데······ 돈은 주실 거죠?”


“네? 무슨 돈?”


“마케팅은 땅 파서 하나요?”


“아··· 아.. 네 재미있는 분이시군요. 돈이야 당연히 드리죠.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드리는 건 아니고 저희가 새롭게 만든 법인에서 마케팅 비용을 쓰시면 됩니다. 어차피 로라의 지분이 들어간 회사니까. 불법적인 지출이 아니라면 얼마든 쓰셔도 됩니다.”


“옷 좀 사도 되요?”


“옷··· 아.. 오늘 좀 당황스럽게 하시네요. 옷은 개인적인······”


“마케팅 용 입니다.”


“아하. 마케팅? 설마 자신을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려는 건 아니죠?”


“왜요? 외모가 좀 딸려요?”


“오늘 하루 종일, ‘아닙니다.’ 라는 말을 하게 되네요. 크 크.. 아닙니다. 매우 아름다우십니다. 하지만 굳이 직접 나서서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모델을 고용해도 될 텐데.”


“움직이는, 말하는 광고판이 될 거에요. 외모보다는 자신감을 보여 줄 생각이에요. 사람들은 광고판이 당당하고 믿음직하다면 제품에도 더 관심을 갖고 신뢰할거에요.”


“네 동의합니다. 광고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대표님”


“네?”


“레이싱 대회는 언제죠?”


“다음 달에 열립니다. 이번엔 꼭 우승을 해야겠어요. 일전에는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제가 레이싱 걸을 해도 될까요?”


“네? 레이싱 걸··· 거기까지 하시면, 아무래도 기업 CEO로서의 위신이라고 할까······ 뭐 그런데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여성 CEO는 정장에 매너 있는 말투로 조신하게 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대표님은 운전수고 난 운전수 응원하는 사람일 뿐인데, 역할만 다를 뿐이지 둘 다 레이싱을 이용해 광고도 하려는 거 아닐까요?”


“오늘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시는군요. 하지만 밋밋하게 다들 하는 걸 제안하는 사람들보다는 좋습니다. 갈수록 맘에 듭니다.”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알게요.”


“앞으로 제 허락 같은 거 받지 마세요. 이 회사는 저와 함께 꾸려나가는 회사지 제 회사가 아니니까요. 물론 일 하시기 전에 의논은 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처럼 말이죠.”


“그럴게요. 전 이만 갈게요. 갤러리 가기 전에 옷 몇 벌 좀 보고, 레이싱 걸이 입는 옷도 한번 구경하고 싶어요. 아차.. 그리고 레이싱 걸 한 분만 저한테 붙여 주세요. 그래도 교육은 받고 일해야겠죠?”


“네 알겠습니다. 다음 경기 때는 무조건 우승해야겠네요?”


“네 맞아요. 제가 이렇게까지 애쓰는데 우승 못하시면 마케팅 효과가 반감되지 않을까요?”


“이거.. 뭔가 기선제압을 당하고 끌려가는 느낌이 팍팍 옵니다. 하 하.”


“조만간 다시 봐요.”


로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할말을 다하고 일어서 나갔다.


‘매력 있는 여자야···..’


‘멍청한 남자는 아닌 것 같아. 뭐든 생각하고 준비하겠지?’


로라와 김태식은 새롭게 시작하는 식품회사 사업에 의기투합하기로 하고 첫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서로 웃으며 얘기를 나누었지만 속 깊은 곳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이놈의 차부터 바꿔야겠어. 하늘이 있을 때는 운전 안 해서 좋았는데, 하늘 없을 땐 어떻게 다녔지?’


로라는 하늘의 빈자리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빨리 잊으려 노력했다.


김태식 대표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저기요. 혹시 남는 차 있어요?”


“네? 남는 차라면?”


“내가 타려고요. 지금 차가 꽤 불편해서요. 뭐..타시던 차 중에서 하나 없어져도 될만한 차 없으세요?”


“아.. 차가 필요하시다면 법인차를 하나 구입해서 타시면 됩니다. 굳이 제가 타던 중고차를 타실 필요는 없어요.”


“쓸데없는데 돈 쓰지 말고 그냥 타던 거 하나 주세요.”


“음···. 제 차가..대체로 부릉 부릉 소리가 나는 차라서···”


“좋아해요. 그러니 그냥 하나 지금 당장 주차장으로 보내주세요.”


“그···그렇게 하겠습니다.”


‘뭐야 이 여자? 내가 꼼짝을 못하네?’


김태식은 뭐에 홀린 듯 차 키를 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왜이리 늦어요. 저 옷도 사야 하고 갤러리도 가야 하는데.”


“네. 아. 죄송합니다. 저기 저 차들 중에서 어떤 차를 드릴까요?”


“키 줘보세요.”


김태식은 3개의 키를 넘겨줬다.


“이 키가 이쁘네.”


뾰복!


아주 낮고 빨간 차의 눈이 켜지며 ‘난 여기 있소’ 라고 보여주고 있었다.


“이 차 좀 쓸게요.”


“네? 아.. 네 그러세요. 그런데 그거 운전하기 쉽지 않을 텐데, 차라리 그 옆에 SUV 타시죠? 조금 크긴 하지만 다니시기에는 좋을 겁니다. 또 안전하기도 하고.”




나사 빠진 인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설마(41) 22.06.16 12 0 12쪽
40 모르겠어(40) 22.06.15 8 0 12쪽
39 하늘과 로라(39) 22.06.14 9 0 10쪽
38 너 하늘 맞아?(38) 22.06.13 11 0 11쪽
37 슬픈 로라(37) 22.06.12 11 0 10쪽
36 힘든 시작(36) 22.06.11 12 0 12쪽
» 다시 홀로 된 로라(35) 22.06.10 12 0 9쪽
34 현자와 광탄 그리고 미스터 알(34) 22.06.09 13 0 10쪽
33 하늘을 이용해(33) 22.06.08 12 0 11쪽
32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야?(32) 22.06.07 12 0 12쪽
31 하늘의 기억(31) +2 22.06.06 10 1 11쪽
30 유작가(30) 22.06.05 12 0 12쪽
29 택시기사(29) 22.06.04 12 0 10쪽
28 위험하다 로라(28) 22.06.03 11 0 11쪽
27 매니저와 악마의 외출(27) 22.06.02 12 0 10쪽
26 천사와 악마의 정착2(26) 22.06.01 11 0 10쪽
25 천사 그리고 악마의 정착1(25) 22.05.31 13 0 11쪽
24 기억(24) +2 22.05.30 11 1 11쪽
23 김구라(23) 22.05.29 12 0 11쪽
22 김태식 대표(22) 22.05.28 14 0 11쪽
21 사모님들의 응원(21) 22.05.27 21 0 11쪽
20 수트빨(20) 22.05.26 13 0 11쪽
19 지구로 내려 온 천사와 악마(19) 22.05.25 10 0 11쪽
18 사자(18) 22.05.24 11 0 11쪽
17 소원(17) 22.05.23 11 0 11쪽
16 회장님과 하늘(16) 22.05.22 12 0 11쪽
15 행복(15) +2 22.05.21 12 1 11쪽
14 개와 하늘(14) 22.05.20 14 0 11쪽
13 로라(13) 22.05.19 12 0 12쪽
12 신(God)(12) 22.05.18 26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