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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13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5.26 20:00
조회
12
추천
0
글자
11쪽

수트빨(20)

나사 빠진 인간




DUMMY

하늘은 내리는 빗속에 차창에 한쪽 팔을 올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우산이 없어 뛰어가는 사람, 우산으로 겨우 비는 가렸지만 많은 짐 때문에 어쩔 줄 몰라 엉거주춤하는 사람, 둘이서 꼭 껴안고 비를 피하는 건지 사랑놀음을 하는 건지 모를 사람, 그 와중에 당당히 하늘 쳐다보며 내릴 테면 내려보라고 외치는 듯 보이는 사람.


“하늘씨 출발해야죠?”


뒤에서 빵~ 하는 소리가 들리고 하늘은 잠깐 룸미러로 뒤쪽을 보더니 이내 출발했다.


“하늘씨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네요?”


“기분이라는 게 참 이상하죠? 좀 전까지만 해도 좋아서 날뛰는 강아지 같았는데, 지금은 겨우 비 몇 방울 쳐다보고 우울해 지니까요.”


“뭐가 하늘씨를 우울하게 했을까? 과외수업도 하기로 했고 강아지도 잘 입양해줬고, 사료도 무리 없이 납품할거고, 좋은 회장님과 친해진 것 같아 좋고, 또 갤러리를 구경하진 못했지만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도 얻었고···. 그리고 멋진 남자도 만나 인사했고.”


“그 남자 멋졌어요?”


“멋지지 않았나요? 외모도 괜찮고, 또 성공한 CEO고······”


“난 어때요? 난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성공이란 게 필요한 사람도 아닌 것 같고 그저 현재만 살아가는 사람 같은데······ 과거는······”


로라는 룸미러에 비친 하늘의 표정을 보면서 그가 진짜 불안해 한다는 것을 느꼈다.


현재를 사는 사람과 과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미래를 위해 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하늘은 지금 현재만을 살고 있다. 그의 과거는 찾을 수 없는 심해로 내려간 것 같고, 미래는 과거와 현재가 불안하니 꿈꾸기 힘든 사람처럼.


“하늘씨 멋져요! 외모도 멋지지만 마음이 더 멋진 것 같아요. 이번에 행복이를 따뜻하게 보살펴서 하늘나라로 보낸 거 보고 많이 감동했어요.”


“그래요?”


하늘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평소처럼 아이의 웃음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그냥 단답형의 대답뿐이었다.


“현재를 살기 위해서는 과거도 중요하겠죠?”


하늘은 한참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지금이 나쁜 건 아니지만 과거를 알 수 있다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누군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부모님은 살아 계신지.”


“나도 하늘씨를 도울 수 있을까요? 과거를 찾는 일.”


전화가 울렸다.


“네 여보세요?”


“로라씨?”


“네 누구시죠?”


“저 김태식 입니다. 미처 인사도 못 드렸네요. 먼저 나가셨더라고요.”


“아.. 김태식대표님.”


“대표라는 직함은 붙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태식이라고 불려주셨으면 합니다.”


“네···. 태식씨. 무슨 일이죠?”


“너무 자연스럽게 모른 척 하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쪽도 자연스러워 보였어요.”


“아. 그랬던가요?”


“그림 때문에 전화하신 건가요?”


“아닙니다. 그림은 계약된 대로 진행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사료 수입을 하신다고 하셨죠?.”


“네 좋은 사료를 선별해서 공급하는 일을 해요.”


“사료 선별을 직접 하신다고요?”


“전 사료 감별사에요. 직접 먹어보기도 하고 성분도 분석해요. 그리고 각각의 반려견들의 특성에 맞는 사료를 권해드리죠.”


“전문가인걸 한번에 알아봤습니다. 우리 사업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업얘기?”


“저도 식품회사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려견 시장이 커지면서 그쪽으로도 관심이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로라를 만나고 나니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아······ 그러세요? 저야 뭐······”


“내일 당장 만날 수 있을까요? 저희 회사로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내일? 아.. 내일.. 그렇게 할게요. 문자로 시간과 주소 보내주시면 찾아 뵙겠습니다. 제가 준비해서 가야 할 게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냥 오시면 됩니다.”


“네 내일 뵐게요.”


하늘은 전화 내용을 다 들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고 하늘이 자신의 방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마디도 없는 것을 보고 로라는 걱정스러웠다.


밤이 깊어가고 여전히 방에서 나오지 않는 하늘이 걱정되는지 로라는 하늘의 방 앞을 왔다갔다하며 들어가 볼까 고민을 하였다.


“저기요~ 하늘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떡하지? 자나? 죽은 건 아니겠지?’


“하···늘···.씨?”


문 가까이 다가가서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돌리면서 하늘을 다시 불렀다. 그리고 문 사이로 침대가 보이고 하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보이지 않자 로라는 문을 확 열고 안으로 들어가 다시 하늘을 불렀다.


“하늘씨! 어디 있어요? 하늘씨!”


순간 발 밑에 뭔가 채였다. 하늘이었다. 하늘은 바닥에 누워서 자는 듯 보였고 언제 만들었는지 나무로 깎아 만든 행복이를 안고 있었다.


꽤 깊이 잠이 들었는지 로라의 어수선한 행동에도 깨지 않았다. 로라는 가까이 다가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는 침대에서 이불을 가져다 덮어주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온 로라는 거실로 걸어와 소파에 앉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내가 사람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데리고 왔나?’


로라도 이런저런 생각에 지쳐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해이! 사장님! 일어나요!”


로라는 하늘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깨웠다는 사실에 놀라고 자신이 화장을 지우지 않고 그냥 자버렸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장님 침 흘려요? 잘 때?”


“침을 흘리다니요? 미쳤어요?”


“거울 한번 봐요. 눈물은 눈에서 흐르는 거니까. 눈물 흔적은 아닐 테고···.”


로라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오른쪽 뺨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물줄기 자국을 보며 고민했다.


‘내가 침을 흘리진 않을 거야! 이건 물을 마신 흔적? 아닌데..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바로 잠이 든 것 같은데. 뭐라고 하지?’


로라는 당당하게 거실로 나왔다. 하늘은 거실 소파 테이블이 편한지 소파 앞 테이블에 아침식사를 세팅했다.


“앉으세요. 여기서 먹어요. 햇살도 좋고 편하기도 하고.”


“이거 침 자국 아니에요.”


“그래요? 침 자국 아니면 뭘까요?”


“하늘씨는 화장을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잘 모를 거에요. 화장하는 여자는 다 경험하는 거에요!”


“아? 그래요? 화장하고 자면 자국이 남아요?”


“그..그렇죠! 그래서 반드시 화장은 지워야 하는데, 어젠 하늘씨 걱정하느라 제대로 잠도 못 잤어요.”


“네? 나 걱정하느라?”


“하늘씨가 바닥에 누워서 행복이 안고 자는 모습을 보고 마음도 아프고.. 그래서 제대로 못 잤어요.”


“그래요? 바닥이 딱딱하고 불편해서 일어났더니 문이 열려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가봤더니 사장님이 오히려 바닥에 얼굴을 묻고 침을 흘리고······ 그리고 방구도 껴요?”


“아!!!!!!! 미쳤어요? 이 사람이 진짜 미쳤나 보네! 사람 걱정해주면서 겨우 겨우 잠들었구먼 무슨 소리야 진짜.”


“뭐 어쨌든, 꽤 심각하게 인상 쓰면서 침 흘리며 자는데, 겨우 소파에 들어서 올렸어요. 생각보다 무겁기도 하고.”


로라는 어제 밤에 하늘을 걱정했던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침을 흘리며 자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방구를 진짜 꼈는지, 놀리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후회했다.


“밥 먹자.”


로라는 아침 햇살이 비추는 거실에 차려진 아침상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빨리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아침에 대한 얘기들을 주저리 주저리 꺼냈다.


“요리를 잘하네요?”


“그렇죠? 나도 몰랐는데, 꽤 잘하는 것 같아요.”


‘칭찬을 하면 겸손하게 대답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넌!’


“오늘 김대표 회사에 갈 거에요. 어제 통화하는 건 들었죠?”


“네 준비해야 할 것도 없고 해서 오늘은 좀 차려 입고 갈까 생각 중입니다.”


“차려 입고? 뭘?”


“멋진 사람 만나러 가는데, 대충 가긴 그렇고 해서 좀 꾸미고 가려고요. 왜요? 안돼요?”


“아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옷도 없잖아요?”


“오늘 아줌마들 좀 만날 생각이에요.”


“아줌마들? 누구?”


“애견샵에서 만났던 아줌마들.”


“그 아줌마들은 왜?”


“사장님 원래 말이 짧아요? 끝이 좀 그렇다?”


‘그냥 들어라! 넌 뭔 불만이 그리도 많니.’


“원래 말투가 그래요. 우리끼린데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예의 차려야 해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그냥 다시 말할게요.”


“그 아줌마들은 왜?”


“아줌마들이 옷 사준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아줌마들 만나서 쇼핑을 하시겠다?”


“그렇다.”


“너도 말이 짧아진다?”


“우리끼린데?”


하늘은 밤새 왜 저 인간을 걱정했는지 다시 후회가 되었지만 꼭 참았다.


“그래요. 그럼 빨리 나갑시다. 우리가 적어도 4시까지는 김대표 회사에 도착해야 하니까. 후딱 사서 입고 갑시다. 뭔 놈이.. 여자도 아닌데 옷에 신경을 써···?”


“사장님 들려요.”


“아.. 네.. 그러세요? 미안해요. 근데 꼭 옷을 차려 입고 가야 해요?”


“네 오늘은 비즈니스맨으로 참석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적어도 수트 한 벌 정도는 입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지 가지 한다. 그래 네가 사장하고 다 해라. 굳이 네가 수트를 입어야 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늘과 로라는 대형 백화점으로 향했다.


“어머 어머 어머 저기 온다. 저기 하늘씨~~~~~~~~~”


아줌마들이 하늘을 향해 바쁘게 걸어왔다.


“잘 지냈어요 하늘씨? 어머 어머 얼굴이 더 좋아졌다. 어쩌면 꾸미지도 않았는데 그냥 막! 귀티가 막! 푸샤샤샤 흘러”


“그래 그래 오늘 옷을 사고 싶다고?”


“네. 실례가 안 된다면 가불로 먼저 옷을 사고 싶습니다.”


“가불? 무슨 가불? 하늘씨!!! 이건 선물이라고 했잖아! 맞지 김여사, 이여사?”


“당연하지! 가불은 무슨 개뿔. 하늘씨 내가 매니저 데리고 왔어. 아무래도 양복은 우리 매니저가 더 잘 아니까. 이 사람 따라 가면 돼.”


하늘과 함께 온 로라는 유령처럼 느껴졌다.


“아? 로라도 왔구나? 오늘은 하늘씨 매니저 자격으로 온 거야? 호호호”


“그러게요. 오늘은 하늘씨 매니저가 되어 버렸네요.”


“어때? 로라도 이 참에 한 벌 할래? 내가 하늘씨 봐서 한 벌 해주께!”


“아뇨 됐습니다. 저는 옷이 많은 관계로···”


“그래? 후회하지마?”


“네······.(절대)”


하늘은 백화점 내에서도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양복점으로 향했다.

모든 직원이 다 나와서 하늘을 맞았다.


“오늘 오신다는 분이 이분이죠?”


“그래. 오늘 이분 제대로 신사 안 만들면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야 명심해!”


사모님들은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로라는 두리번 거리며 매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늘이 양복으로 갈아 입고 나올 때마다 탄성이 터졌고, 사모님들은 모델이 따로 없다고 칭찬세례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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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다시 홀로 된 로라(35) 22.06.10 11 0 9쪽
34 현자와 광탄 그리고 미스터 알(34) 22.06.09 13 0 10쪽
33 하늘을 이용해(33) 22.06.08 12 0 11쪽
32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야?(32) 22.06.07 12 0 12쪽
31 하늘의 기억(31) +2 22.06.06 10 1 11쪽
30 유작가(30) 22.06.05 12 0 12쪽
29 택시기사(29) 22.06.04 12 0 10쪽
28 위험하다 로라(28) 22.06.03 11 0 11쪽
27 매니저와 악마의 외출(27) 22.06.02 1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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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천사 그리고 악마의 정착1(25) 22.05.31 13 0 11쪽
24 기억(24) +2 22.05.30 11 1 11쪽
23 김구라(23) 22.05.29 12 0 11쪽
22 김태식 대표(22) 22.05.28 14 0 11쪽
21 사모님들의 응원(21) 22.05.27 21 0 11쪽
» 수트빨(20) 22.05.26 12 0 11쪽
19 지구로 내려 온 천사와 악마(19) 22.05.25 10 0 11쪽
18 사자(18) 22.05.24 11 0 11쪽
17 소원(17) 22.05.23 11 0 11쪽
16 회장님과 하늘(16) 22.05.22 12 0 11쪽
15 행복(15) +2 22.05.21 12 1 11쪽
14 개와 하늘(14) 22.05.20 14 0 11쪽
13 로라(13) 22.05.19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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