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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02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5.20 20:00
조회
13
추천
0
글자
11쪽

개와 하늘(14)

나사 빠진 인간




DUMMY

“하늘씨 이제 그만 들어와요! 비가 더 많이 오는 것 같아요. 그 개는 일정한 시간에는 반드시 이곳에 와요.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 일찍 밥을 주러 가면서 찾아봐요.”


하늘은 개를 찾는다기 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하늘을 우러러 보거나, 비 와서 젖어가는 땅을 디디거나 큰 호흡으로 상쾌한 공기를 빨아들였다.


머리가 촉촉하게 젖어가면서 더 우수에 젖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보였다.


“로라~~~~ 마당엔 화장실 없어요?”


하늘이 마당 끝에서 외치듯 물었다.


“마당엔 화장실 없어요. 왜요?”


하늘은 급하게 입구에 세워진 나무로 가서 바지를 내렸다.


‘저 새끼,, 아 저 새끼 뭐 하는 거야? 쉬하는 거야? 저기서? 근데 왜 바지는 또 다 내려? 비 맞더니 미쳤나?’


하늘은 나무에 물을 주면서 빙긋 웃었다. 그리고 물을 주는 내내 비가 오는 하늘을 반쯤 감은 눈으로 올려다 봤다.


오래된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듯 덜덜덜 거리며 물 주는 것을 마쳤을 때 하늘의 눈 앞에 개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너? 너도 여기서 쉬해? 이 나무 아래서? 쉬하러 올 줄 알았으면 그렇게 힘들게 찾아 다니지 않았을 텐데.”


하늘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개와 눈 높이를 맞추고는 비에 젖은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배 고프지? 나도 배고픈 건 못 참았던 것 같아. 이리 따라와. 오늘은 진수성찬을 줄게. 그리고 함께 식탁에 앉아 먹을 수 있도록 해줄게. 나도 엄마 아빠랑 함께 모여 밥 먹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으니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라는 멍하니 두 남자의 우정을 지켜보듯 뿌듯하기도, 감사하기도, 감동적이기도 한 느낌을 받았다. 비는 오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빛이 내려와 그들을 감싸는 듯 보였다.


하늘은 창고로 가서 맛있어 보이는 사료 봉지 2개를 뜯었다.


“하나는 네가 먹고, 이건 내가 먹을게.”


하늘은 아주 고급스럽게 보이는 접시 두 개를 골라 사료를 부었다. 그리고 두 개의 접시를 나란히 두고 양반 다리로 개 앞에 앉았다.


“그럼. 맛있게 먹어! 나도 그럴게!”


개의 눈동자에는 하늘의 웃는 얼굴이, 하늘의 눈동자에는 선하디 선한 개의 모습이 서로 비추고 있었다. 개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편안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고, 하늘은 어서 먹으라는 시늉을 했다.


“먹어, 먹어도 돼.”


개는 여전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지만 사료를 먹진 않았다.


‘이 녀석 너 혹시 내가 먼저 먹기를 기다리니? 나를, 적어도 서열상 너보다 높은 존재로 본다는 거지?’


하늘이 사료 한 스푼을 입으로 가져가 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개는 그제서야 자신 앞에 놓인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둘은 아무 말 없이 만찬을 즐겼다. 하나도 남김없이.


하늘은 식탁에 앉아 웃으며 가족과 함께 밥을 먹었던 기억이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엄마, 아빠 어떤 분이셨을까?’


하늘은 사료를 다 먹고 나서 구석에 놓인 천을 모았다. 그리고 자리에 적당히 펴놓고 개를 불렀다.


“오늘은 여기서 자자. 사장님이 같이 자는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 내일이면 네 집이 생겨 있을 거야. 내가 멋지게 만들어 줄게.”


개는 하늘의 말이 떨어지자 천천히 걸어서 바닥에 놓인 푹신한 천에 턱을 괸 채 하늘을 쳐다봤다.


‘엄청 착한 놈이네? 두 번 말 안 해도 되겠는데?’


하늘은 일부러 불을 끄지 않고 창고를 나왔다. 비도 오는데 어두운 창고는 왠지 싫었다.


‘저 녀석 이름이 필요하겠는데. 사장님과 의논해 봐야겠다.’


로라는 그사이 뜨거운 목욕을 하고 거실로 나왔다.


“하늘씨, 밥 먹어야죠?”


“먹었는데요?”


“언제요?”


“좀 전에?”


“혼자?”


“개랑”


“개?”


“응”


“뭘”


“사료”


“개 사료?”


“응”


“그럼 넌?”


“반말?”


“아.. 미안.. 하늘씨는?”


“나도 사료”


“왜?”


“그냥”


“그러니까 왜!?”


“개와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잖아. 그리고 배 고팠고”


“너도 반말?”


“아······ 배 고팠어요?”


“그래서 개 사료를 개와 함께 저녁식사로 먹었다! 그런 말이죠?”


“네 좀 딱딱하긴 했지만 고소해서 먹을 만 했어요.”


“그랬구나. 참. 훌륭한 분이신 것 같아요 하늘씨”


“뭐 딱히 훌륭한 건 없는데,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훌륭한 분 맞아요. 우리 직업의 특징 중 하나가 개 사료를 먹어보고 감별하는 거에요. 그런데 하늘씨는 벌써 이 직업을 이해하고 스스로 개 사료를 먹어보면서 테스트 했으니, 진짜 훌륭한 분이죠. 앞으로 사료 맛 감별은 하늘씨가 하는 걸로 하죠?”


“아, 그래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감사할 일이지······. 진짜 고맙다!’


로라는 하늘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를 좋아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리 대단한 걱정 꺼리는 안될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런데 어쩌나? 난 배가 많이 고픈데·········”


“사장님 배 많이 고파요?”


“오늘 긴장했는지, 그리고 출장을 다녀오면 항상 힘이 들고 허기가 지는 것 같아요.”


“저녁식사는 내가 만들어 줄까요?”


“하늘씨가?”


“네. 배고플 때는 맛에 민감하진 않잖아요?”


“그렇긴 하죠. 시장이 반찬이라고······”


“시장에 가서 반찬은 사오라고요?”


“아.. 아니에요.”


‘이 녀석 어떨 때보면 나보다 유식해 보이고 어떨 때보면 진짜 무식해 보여.’


“뭘 만들어 주실 건가요?”


“있는 식재료로 대충 만들어 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시장에 가서 반찬 사오지 않아도 된다면.”


“네 시장에 갈 필요는 없어요. 냉장고에 꽤 많은 음식이나 식재료가 있을 거에요. 그럼 저는,,, 요즘 피부가 엉망이라, 팩 좀 하고 누워 있어도 될까요?”


“오프코올스(Of course)”


‘영어도 가끔 쓰는 거 보면 아주 무식한 놈은 아닌데, 참 신비한 놈이야.’


로라는 거실에 놓인 안마의자를 무중력 상태로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팩을 했다.


“그런데 하늘씨 얼마나 걸릴까요?”


“배 많이 고프구나? 최대한 빨리 해보겠습니다. 30분?”


“오케이! 그 정도면 딱 좋네요.”


하늘은 주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영상이 그의 눈 앞을 스쳤다. 냉장고를 부탁해······


‘뭘 만들어 줄까? 왠지 대접받는 것 같은 이 느낌! 좋아’


채 20분이 지나지 않았을 때 하늘이 로라를 불렀다.


“사장님~~~~~~~~~ 식사 하세요!”


‘벌써? 진짜?’


“네~~~ 지금 가요”


그녀의 눈 앞에는 바다 깊은 곳 용궁에 사는 용왕이 먹을법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모든 접시들은 반짝이고 있었고 빛깔이 여느 음식들과는 달랐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맛있는 냄새가 그녀의 동공을 확장 시켰다.


“아”


그녀의 외마디 외침에 하늘은 미소로 화답했다.


“먹어요! 서 있지 말고”


그녀는 어느 티비 프로그램에서나 나올 것 같은 맛 테스터가 되어 신중하게 한입 입에 물고 혀와 이를 움직였다.


“환상적이에요! 이거 도대체 뭐죠? 요리 이름이 뭐에요?”


“만남!”


“만남? 요리 이름이 만남?”


“네 그렇게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만나서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죠. ‘만남’ 당신과 나의 만남”


“당신?”


“이럴 땐 사장님이라고 하면 왠지 상하관계가 강조되어 아름다운 만남의 의미가 퇴색되잖아요?”


“아.. 그렇군요. 어쨌든 진짜 대단한 맛이에요. 제가 먹어 본 음식 중에 최고에요.”


‘진짜 최고다. 하늘아! 넌 진짜 하늘에서 내게 내려 준 선물이야. 고마워!’


“당신이 행복해 하니 저도 기쁩니다.”


하늘이 조금은 느끼하게 중 저음을 동원해 말했다.


“아······네.. 그런데, 굳이 그렇게 진지하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난 하늘씨의 밝은 목소리가 더 좋아요.”


“원래 이게 내 목소리에요.”


“네? 아.. 그렇겠죠. 뭐 어쨌든 저도 행복합니다.”


로라는 모든 접시를 다 비웠다. 굳이 맛있었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될 만큼, 그리고 그녀는 설거지를 하려고 싱크대로 이동했다.


“뭐하세요? 사장님?”


“설거지요. 설거지는 내가 해야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셨는데 설거지까지 맡기면 되나요?”


“노노노노! 마무리도 제가 합니다!!! 대신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오예~~!!! 안 그래도 배가 너무 불러 만사 귀찮았는데, 그래도 해야 된다고 한번은 더 말해야 예의겠지?’


“설거지는 당연히 내가 해야죠! 그리고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 드릴게요”


“아 그래요? 그럼 설거지 하시고, 제가 목욕하는 동안 개를 좀 집안에 들여줘요. 그 친구 비 오는데 창고에 혼자 두려니 맘이 영 내키지 않네요. 나랑 같이 자도 되죠?”


말이 떨어지고 하늘은 유유히 사라졌다. 로라는 예상치 못한 하늘의 반응에 순간 당황했다.


‘아······ 한번에 끝내야 하는구나. 예의고 뭐고 없이, 독한 놈! 한번만 더 물어주지.’


로라는 설거지를 대충 해놓고 창고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개 한 마리가 바닥에 머리를 대고 누워서 그녀를 쳐다봤다. 움직이지 않았다.


“안녕? 나 알지? 밥 주던 이쁜 누나?”


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계속해서 쳐다볼 뿐이었다.


“너 나 무서워? 이리와 봐.”


그녀는 천천히 앉아서 개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개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많이 무섭나? 화장을 지우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닌데?’


더 가까이 다가가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개는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을 조용히 맞으며 눈을 감았다.


“어이? 자니?”


그녀는 두 손으로 개의 얼굴을 받들었다. 하지만 개는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늘!!!!!!!!!!!!!!!!!!!!!!!!!!!!!!!!!!!!!!!!!!!!!!!!!!!!!!!!!!!!!!!!!!!!!!!!!!!”


소리쳤다. 하늘을 불렀다. 개는 눈을 감고 평안한 표정으로 잠을 자는 것 같았다.


“하늘!!!!!!!!!!!!!!!!!!!!!!!!!!!!!!!!!!!!!!!!!!!!!!!!!!!!!!!!!!!!!!!!!!!!!!!!!!”


그녀는 창고 문을 박차고 나와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소리치면서 집으로 뛰어갔다.


“왜? 왜요?”


하늘은 긴 타올로 아랫도리만 가리고, 채 끝나지 않은 목욕을 뒤로하고 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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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힘든 시작(36) 22.06.11 12 0 12쪽
35 다시 홀로 된 로라(35) 22.06.10 11 0 9쪽
34 현자와 광탄 그리고 미스터 알(34) 22.06.09 13 0 10쪽
33 하늘을 이용해(33) 22.06.08 11 0 11쪽
32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야?(32) 22.06.07 12 0 12쪽
31 하늘의 기억(31) +2 22.06.06 10 1 11쪽
30 유작가(30) 22.06.05 12 0 12쪽
29 택시기사(29) 22.06.04 12 0 10쪽
28 위험하다 로라(28) 22.06.03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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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천사 그리고 악마의 정착1(25) 22.05.31 12 0 11쪽
24 기억(24) +2 22.05.30 11 1 11쪽
23 김구라(23) 22.05.29 12 0 11쪽
22 김태식 대표(22) 22.05.28 13 0 11쪽
21 사모님들의 응원(21) 22.05.27 21 0 11쪽
20 수트빨(20) 22.05.26 12 0 11쪽
19 지구로 내려 온 천사와 악마(19) 22.05.25 10 0 11쪽
18 사자(18) 22.05.24 11 0 11쪽
17 소원(17) 22.05.23 10 0 11쪽
16 회장님과 하늘(16) 22.05.22 12 0 11쪽
15 행복(15) +2 22.05.21 11 1 11쪽
» 개와 하늘(14) 22.05.20 14 0 11쪽
13 로라(13) 22.05.19 12 0 12쪽
12 신(God)(12) 22.05.18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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