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과 하늘(16)
나사 빠진 인간
“당연하죠. 외모가 주관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객관적인 데이터로 결과를 보여주는 거니까. 아무 의심 할 필요 없어요!”
로라는 핸드폰을 꺼내서 앱을 열었다. 그리고 하늘의 얼굴을 스캔했다.
‘삐리릴리리리 뿅!’
“그거 참 소리도 요란하네.”
“헉!”
“왜요?”
“잠시만요. 껐다가 다시 켜서 해볼게요. 이게 가끔 오류가 나긴 해요.”
‘뭐야? 15세? 미쳤나?’
로라는 다시 앱을 켰다. 그리고 다시 스캔.
“헐!”
“왜 자꾸 그래요? 몇 살이에요? 이리 줘 봐요.”
하늘은 앱에 얼굴을 대고 스캔을 했다.
“15세? ··· 진짜?”
“하. 하. 하 그것참 이상하네요. 이거 정확한 건데???”
“사장님 한번 해봐요.”
하늘은 로라의 얼굴을 스캔했다.
‘삐리릴리리리 뿅!’
“헉, 29세”
“헐, 29세?”
로라는 많이 당황하는 것 같았다.
“사장님, 29세 에요?”
“미쳤어요? 이 앱이 오늘 미쳤나! 하늘씨 나이가 15살로 나오는 거 보면 정상은 아닌 게 확실해요.”
하늘은 다시 한번 로라를 스캔했다.
“헉, 30세”
“헐, 30세?”
‘이게 미쳤나? 왜 평소엔 23살로 나오다가 오늘따라 30살이야!’
“담에 새로운 앱을 다운받아 볼게요. 이 앱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15세로 나오니······ 잘못된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사장님은 30세 정도 되어 보이는데?”
“아니? 이 사람이 제정신이야? 내가 어딜 봐서 서른 살로 보여요? 아.. 진짜 기분 나빠.”
“사장님, 흥분하지 말고······ 화장해보는 거 어때요? 어제 잠도 못 자고 행복이 옷 만들고, 피곤하기도 할거고, 그리고 많이 울어서 눈도 부은 거 같고.”
로라는 번뜩 많은 말들이 떠오르고 입 밖으로 내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이놈보다 늦은 감이 있기도 하고 덜 똑똑해 보이면서 무식해 보일 수도 있어서 천천히 가라 앉히며 말했다.
“괜···괜찮아요. 저는 생얼로도 충분히 23세로 나오는데, 어제 행복이와 함께 하느라 잠을 못 잔 게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늘씨는 그래도 행복이랑 껴안고 포근히 잘 잤죠?”
“네 어제 행복이와 뛰어다니며 노는 꿈도 꾸고 행복했어요. 그래서 어린애처럼 얼굴도 밝아졌나 봐요. 15살이라니······”
로라는 겨우 진정이 되었다.
“나이 얘긴 여기까지 하죠? 아침부터 괜히 나이 얘기를 꺼내서 사람 심기를 건드리네.”
“흐 흐 그럴게요. 나이 얘긴 마무리합시다. 그런데 사장님이 물어 보려고 했던 건 뭔가요?”
“아···. 내가 뭐 물어보려고 했었지??? 너무 흥분해서 잠시 잊었나 봐요. 일단 좀 잡시다. 어제 잠을 못 자서 정신이 없어요. 한두 시간 자고 일어나서 오늘은 갤러리에서 봤던 회장님 댁에 가야 해요. 이쁜 강아지도 한 마리 구해야 하고.”
“회장 아줌마?”
“네, 하늘씨랑 친한 그 회장 아줌마.”
“그 아줌마 좋아 보였어요. 어쨌든 잠 좀 자요. 난 창고 청소도 좀 하고 쉬고 있을게요.”
로라는 방으로 들어가서 거울 앞에 앉아 한참 이리저리 자신의 얼굴을 관찰했다.
‘잠을 못 자서 그런걸 거야. 적어도 23세, 24세.. 이렇게 나왔었는데,,, 화장을 안하고 스캔해서 그런가? 어쨌든 매우 기분 나빠.’
로라는 혼자 그렇게 중얼대다가 잠이 들었다.
하늘은 창고에서 무엇을 하는지 한참 후에나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마당 한 켠에 쭈그리고 앉아서 손에 쥔 것을 나무 아래 내려놓았다.
행복이를 닮은 강아지였다. 하늘은 창고에 앉아 머리 속으로 떠오르는 행복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무를 깎아 행복이를 만들었다.
‘꽤 닮았는데? 너랑 첨 만난 곳이야. 여기서 항상 나를 지켜봐 줘. 널 위해 행복하게 살게.’
하늘은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곧장 집으로 들어가 열심히 청소했다.
‘이제 사장님 깨워도 되겠지?’
“저기요~~~~~~~”
하늘은 문 밖에서 로라를 깨웠다.
“사장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네 알았어요’라고 앙칼진 대답이 돌아왔을 텐데 너무 조용했다.
몇 번을 더 큰소리로 외쳤다. 그런데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늘은 문득 안 좋은 느낌이, 불안한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그는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서야 대답이 돌아왔다.
“야······이 새끼야!!!!! 미쳤어? 문 닫아. 나가! 나가! 나가!”
로라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금방 감은 듯한 머리엔 큰 흰 수건을 두르고 벌거벗은 채로 춤을 추고 있었다.
하늘도 꽤 놀란 눈치였지만, 태연하게 뒤로 돌아섰다.
“자, 자, 진정합시다. 우선······ 내가 너무 놀라서 자세히 못 봤고. 또 사장님이 한참을 대답을 안 해서 너무 걱정돼서······ “
“뭘 자세히 못 봐! 이게 미쳤나 진짜? 뭘 못 본건데! 빨리 문 안 닫아?”
하늘은 재빨리 문을 닫았다.
“야!!!!!! 네가 나가고 닫아야지!!!”
하늘은 아차 하는 맘에 미안함을 표하려고 뒤로 돌아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아!!!!!!!!!!!!!!!!!!!!!!!!!!!!!!!!! 나가!!!!!!!!!!!!!!!!!!!!!!!!!!”
하늘은 그 짧은 순간 그녀의 모습을 딱 한번 보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보통은 아래 위로, 손으로 가리지 않나? 사장님은 너무 당당하긴 하네. 나이도, 외모도, 몸매도 다 자신 있나봐······’
하늘은 조심스럽게 문 밖에서 다시 말을 걸었다.
“사,장,님···..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까 오해 마시고. 얼른 준비하세요. 늦겠어요.
조용했다. 아주
하늘은 조금은 미안했는지, 문에 대고 고개를 숙여 사과한 후 거실로 나와 그녀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그녀가 거실로 나왔다.
여신강림? 어느 소설에서나 나오는 여신이 강림한 것 같았다. 하지만, 하지만, 하늘의 눈에는 그녀의 겉옷이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 본 그녀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만이 보였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요?”
“아.. 아닙니다. 너무 아름다우셔서.”
“너무 과하게 쳐다보지 마세요. 옷 안까지 보일까 겁나네요.”
“네 보이는 것 같아요······”
하늘의 눈동자는 이미 풀려 있었다. 그리고 입가에는 귀여운 꼬마 곰이 꿀을 훔쳐 먹고 난 후 꿀이 입가에 흘러내리듯 반짝이는 뭔가가 하늘의 입가를 촉촉히 적셨다.
“하늘씨! 이제 그만하죠? 농담할 기분 아니에요. 그리고 늦었어요. 빨리 출발해야 해요.”
하늘은 후다닥 뛰어나가 차에 시동을 걸고 다시 내려 뒷문을 열고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는 마차에 오르는 공주처럼 우아하게 뒷자리에 올랐다.
하늘이 차 문을 닫고 출발을 알리고 천천히 대문을 나섰다.
차창 밖으로 나무 아래 귀여운 강아지 모양의 나무조각을 발견한 로라는 가슴속 밀려오는 그리움을 느꼈다.
‘참 신기하네..행복이.. 널 자세히 본적도 없고, 너에게 사랑을 준 것도 아니고, 우린 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립구나. 이건 아마도 하늘씨가 만들어 준 사랑과 행복이 아닐까?’은근 멋진 놈이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같아.
차는 쏜살같이 달렸다.
“하늘씨, 운전을 잘하는데, 예전에 혹시 카 레이서 같은 거 하지 않았을까요?”
“카레이서···스피드를 즐기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늦으면 안될 것 같아서 달리는 거지. 그리고 난 위험한 건 싫어요. 어릴 때부터 위험한 건 무척이나 싫어했던 것 같아요.”
하늘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예전 모습 속에서도 아주 조금씩 자신이 가졌던 습성이나 느낌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많이 외롭고, 두려워했고, 아팠는지도 모른다.
하늘은 로라가 말한 애견숍으로 먼저 달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고 통통하게 귀여운 시츄를 한 마리 차에 싣고 다시 회장님 집으로 달렸다.
[회장님 저택]
“아름다워요! 로라.”
“감사합니다. 회장님”
“하늘씨도 반가워요.”
“이거···”
하늘이 나무로 만든 인형을 회장에게 내놓았다.
“이건 뭐에요?”
“레온이에요”
“레온? 브롤스타즈?”
“네, 브롤스타즈 피규어 일전에 봤잖아요. 레온이라는 캐릭터에요. 이거 손자 주세요.”
“직접 나무를 깎아서 만든 거에요?”
“네, 이상하긴 하죠?”
“아뇨, 아뇨, 진짜 똑같아요. 멋진데요?”
“다행이다. 아마 손자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당연하죠. 그 녀석 특히 이 레온을 좋아해서 옷도 레온 옷만 입고 다녀요.”
하늘은 흐믓한 듯 미소 지었다.
“하늘씨 은근 사람 마음을 끄는 재주가 있어요?”
“그런가요? 아줌마가 좋아하니 저도 기쁘네요.”
“근데, 하늘씨, 아줌마는 좀 그렇고. 음··· 이모는 너무 없어 보이고, 고모 어때요? 회장님이란 호칭은 너무 자주 들어서 나도 싫고.”
“고모? 입에 딱 달라붙진 않지만 그렇게 불러 드릴께요. 하지만 회장님이라고 부르길 원하시면 회장님이라고 부를게요.”
“아냐. 하늘씨. 하늘씨는 회장님이라고 부르면 왠지 어색할 것 같아. 그냥 고모라고 불러줘.”
로라가 신기한 듯 지켜보다가 데리고 온 시츄를 내려 놓았다.
“이 녀석 참 귀엽네. 난 개를 길러 본 적이 없는데······꽤 손이 많이 가겠죠?”
“사람하고 똑 같아요.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그리고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울고, 웃고······ 그래요······ 늙은 나이에 애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아마 회장님을 즐겁게 해줄 거에요. 이 녀석도 회장님 덕분에 행복할거고.”
“개와 개 사료를 판매하는 사람치고는 꽤나 인간적이네요. 상품으로 판매하지 않는 것 같아요 좋아요.”
“그런데 이 강아지는 어디서 자요? 집 아무 곳에 두면 자나요?”
“이왕이면 개 집이 있는 게 좋겠죠? 사람도 개도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는 건 안정되고 좋으니까요.”
“하늘씨?”
“네 고모?”
“하늘씨 나무로 뭔가를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은데, 이 녀석 집 하나 지어 줄 수 있나요?”
하늘은 갑자기 행복이가 떠올랐다. 그 녀석에게 집을 지어 주려고 했었었는데······
“물론이죠! 제가 멋지게 지어 드릴게요. 물론 돈은 안받겠습니다.”
“안되죠. 돈은 받아야죠. 나도 공짜는 싫으니까요.”
“그럼 다른 걸로 주시겠어요?”
“원하는 게 있어요?”
“음······ 이건 실례가 될 수 도 있는데······”
“뭐든 말해봐요. 안되면 안 된다고 말해줄 테니.”
나사 빠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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