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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92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5.19 20:00
조회
11
추천
0
글자
12쪽

로라(13)

나사 빠진 인간




DUMMY

“하늘씨, 오늘 좀 피곤하죠?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덕분에 계약도 많이 하고 오랜만에 그림도 감상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고마워요.”


하늘은 로라가 운전석 뒤에 앉아서 차창 밖을 바라보며 던지는 말이 조금 거슬렸다. 당장 밝게 대답하는 것 보다는 그녀의 기분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피규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브롤스타즈라고 했었나? 그 아줌마, 아는 것도 많고 돈도 많은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정이 넘치는 사람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 분이 오늘 많이 당황한 것 같았어요. 하늘씨가 격 없이 대한 것이 잘한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린 고객 하나를 더 얻었어요. 하늘씨의 첫 영업이 어마어마한 고객 유치를 이끌어 냈기 때문에 저도 하늘씨에게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물론 보너스도 챙겨서 드릴거구요.”


“보너스 좋습니다! 아무거나 요구하면 될까요?”


“아.. 죄송하지만 보너스는 사장이 정해서 주는 거라서 딱히 주문은 받지 않겠어요.”


“큰 고객이라면서요. 그 회장님.”


“네 그렇긴 하죠. 하지만 회사규칙이란 게 있어서 고객의 수준과 매출에 따라 보너스도 차등지급 될 수 있지만, 그 또한 사장인 제가 결정하는 것이니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딱히 상관은 없어요. 하지만 제가 당장 돈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어디에 써야 할지도 모르고 또 쓸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이왕이면 제가 원하는 것으로 주셨으면 좋겠는데······”


‘이 자식 좀 수상하네. 집값에서 제한다고 할까? 혹시 이상한 거 요구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한번 들어나 볼게요. 뭘 원하세요?”


“꼭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네 일단 말해봐요!”


“같이 잤으면 좋겠습니다..”


‘이 새끼 네 그럴 줄 알았다. 남자 인간들은 눈 뜨고 다시 눈 감을 때까지 오로지 자는 얘기에 충성을 바쳐.’


“미쳤어요? 보자 보자 하니, 사료 몇 봉지 팔았다고 잠자리를 요구해요? 이거 완전 양아치 아냐?”


로라는 짧은 A라인 원피스를 내리고 터진 가슴팍에 수건을 둘렀다.


“사장님, 창고 입구에 개 사료접시가 놓여 있던데, 내가 창고 정리하고 나올 때 개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당연한 듯 사료를 먹고 유유히 사라지긴 했는데, 다리를 심하게 다친 것 같았어요.


내일 다시 사료를 먹으러 오면 내가 집을 하나 만들어서 함께 이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단, 집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제 방에서 함께 잤으면 좋겠어요. 물론 내가 목욕도 시키고 밥도 주고 청소도 하겠습니다.”


“아.. 개새끼..”


“새끼는 아닌 것 같았어요. 작긴 했지만.”


“네······ 네.. 그래요. 하늘씨 말은, 떠돌이 개가 있는데, 그 개를, 잘 씻겨서, 당분간 집에서 같이 재우고, 치료해주고, 그리고 나서, 집을 만들어 같이 키우며 살았으면 좋겠다! 뭐 그런 얘기죠?”


“정확히 이해를 하셨군요. 그리고 제가.. 아직은 사장님과 같이 잘 만큼 친하지는 않아서 사장님과 같이 자는 문제는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할게요.”


로라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여기서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남자들이 내 외모에 반해서 종종 그런 얘기를 매너 없이 하긴 해요. 하늘씨도 혹시 그런 부류의 남자인가 테스트 해 본거죠. 아직은 믿을 만 한 남자인 것 같으니 다행이고요. 그리고 말 그 따위로 하지 말았으면 해요. 친해지면 뭘 생각해?”


“저도 한번 테스트 해 본거에요. 혹시나 사장님이 오히려 함께 자길 원하는데 내가 생각 없이 거절하는 건 여자분에게 실례가 되니까요.”


‘이 자식 뭐지? 말에서 안 지려고 하네. 그리고 뭐라고? 내가 같이 자길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이런 미친 자식이 있나······’


“하늘씨! 행여나, 혹시나, 우리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을 테니까 앞으로 영원히 함께 자는 얘기는 입에 담지도 맙시다!”


“그래요? 그 참.. 같이 자는 게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아니? 이 사람이 진짜 제정신이 아니네. 내가 사람 잘 못 들인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말이 좀 심한 거 아닌가요?”


“알았어요. 사장님! 그렇게 할게요. 근데······ 진짜 같이 자는 거 싫어해요?”


‘아······ 이 새끼.. 끈질기네. 잘 못 걸린 것 같기도 한데, 어떡하지?’


“저기요. 하늘씨, 남녀가 함께 자려면 서로에게 적어도 1 이상의 호감이 있어야 하고 또 최소한 사랑은 아니라도 좋아하는 감정은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게 한쪽만 그런 감정이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서로가 호감이 있고 좋아해야 해요. 언더스탠?”


“난 사장님 좋은데? 사장님은 나 안 좋아요?”


‘그래 이놈아 너 좋아. 아주 아주 근데 말이야. 그 거기까지야! 좋은 거까지! 오케?’


“천천히 얘기할게요. 나. 하. 늘. 씨. 좋. 아. 요. 그. 러. 나. 함께 자진 않을 거에요!”


“알겠어요. 좀 까다로운 여자네요. 우리 엄마는 같이 자는 거 좋아하셨는데.”


“그거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성인남녀는 함께 잘 수 없어요.”


“왜요? 성인남녀는 왜 안되죠?”


‘이 자식, 분명 유도심문이겠지? 어떻게 어떻게 해서 어떻게 어떻게 해보려는 거겠지?’


“남녀가 한 침대에 누워서 사랑을 나눈다는 건 매우 중요한 문제에요. 서로 좋아해야 그 행위도 찬양 받을 가치가 있죠. 적어도 여자는 그렇게 생각해요.”


“사장님 침대는 좁던데? 꼭 한 침대에서 자야 해요?”


‘오호라, 그래 네가 지금 고단수의 작업맨트를 날리는 중이구나. 이 자식아! 내가 너 같은 놈 적어도 열 트럭은 겪었다. 어디서 감히 어설픈 작업이야!’


“아······ 네······ 그럼 같이 ‘방’에서만 자면 되는 건가요? 같이 잔다는 게?”


“응”


‘응? ‘응’은 또 뭐니, 이제 막 가자는 얘기죠?’


“저기요, 적어도 엄마랑 잘 때도 같은 침대, 같은 이불 속에서 잤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 다른 여자랑 자는 것도 그런 의미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만, 내 기억엔, 엄마는 내가 누운 침대 옆에 작은 간이 침대에서 잔 거 같아. 난 엄마가 손을 뻗어 나를 잡아주면 잠이 잘 왔던 것 같아. 그리고 엄마도 내 손을 잡고 있으면 미소를 지으며 잠에 들곤 했어. 난 그게 너무 좋아.”


로라는 순간 좀 당황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싫으면 관둬요. 대신 떠돌이 개랑 같이 잘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하늘씨, 혹시 어릴 때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나요?”


“그러게요.. 생각날 듯 말 듯, 오히려 더 답답하긴 해요. 아예 생각조차 안 나면 덜 불편할 텐데,”


‘이 녀석 혹시 여자랑 자본 적이 없는 건 아닐까? 엄마랑은 병원이었나?

간이침대라면······’


차가 집에 도착하고 나서 같이 자는 얘기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하늘은 부슬부슬 늦은 비가 내리는 마당을 걸으며 떠돌이 개를 찾았다. 비에 맞고 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그는 적어도 사심 없는 어린아이의 마음과 정신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로라는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큰 보따리를 하나 내려놓듯 힘겹게 백을 내려놓고서는 소파 앞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녀의 눈에는 낮에 본 유작가의 모습과 갤러리의 그림 그리고 회장의 얼굴이 천천히 떠오르며 지나갔다.


‘그 자식 ‘유작가’? 웃기고 있네.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놈이었군.’


로라는 오래 전 파리와 런던을 오갈 때를 떠올렸다.


유작가는 ‘쟌’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유학생들에게 다가와 그림을 팔아 준다고 꼬드겨 그림을 가로채거나 자신의 그림인 것처럼 그림을 팔아 넘겼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라고는 단 한 작품도 없이 다른 작가들의 그림을 교묘히 수정해서 자기 그림처럼 소개하며 입지를 다진 인물이었다.


물론 로라도 그 피해자 중 한 명이었고, 수없이 많은 날들을 지새우며 완성한 작품들은 ‘쟌’의 이름으로 미술계에 알려졌었다.


‘유작가··· 넌 반드시 내가 이 바닥에서 끌어 내린다!’


전화가 울렸다.


‘로라, 나에요. 갤러리 원장. 오늘 수고했어요. 회장님이 좋게 봐주는 것 같고, 특히 매니저는 큰 도움이 됐어요.’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다름이 아니라··· 회장님이 로라에 대해서 좀 알아보라고 하던데, 사모님들에게 물어보니, 그냥 개사료 파는 여자라고만 하네요. 이거··· 뒷조사하는 거 익숙지 않고 맘에 걸려서 그냥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거예요. 회장님께 뭐라고 말씀은 드려야 하는데···.’


‘뒷조사 안 하시고 직접 물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뒷조사 하셔도 딱히 새로운 게 없을 거예요. 그냥 평범한 작가면서 개사료 파는 여자죠.’


‘그래도 조사한 티는 내야 하니···.. 뭐.. 가족관계라든가, 과거행적······’


‘아버지, 어머니는 10년 전에 돌아가셨고, 저는 외동딸로 혼자 살고 있어요. 영국과 파리에서 작가 수업을 좀 받았고, 작품 활동하다가 우연히 개사료를 취급하게 되었고, 지금은 작품활동과 개사료 판매를 함께 하고 있어요.’


‘아.. 죄송합니다. 아버님, 어머님께서 돌아가셨군요.’


‘괜찮아요. 좋은 곳에 가셔서 잘 계실 거에요.’


‘어쩌다 두분 모두 돌아가셨죠?’ 앗,, 죄송합니다. 괜한 질문을 했군요.’


‘아뇨, 괜찮아요. 아버지, 어머니는 화재로 죽었어요. 저는 운이 좋게 살았고요.’


‘더 묻지는 않을게요. 그냥 그 정도로 회장님께 보고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로라도 평탄한 삶은 아니었군요. 하지만 지금 모습이 좋아 보여요. 앞으로 우리 좋은 파트너로 오래 오래 갑시다~!’


‘네 지금도 많은 도움 주시는데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로라는 다시 화재 순간이 떠 올랐다.


‘엄마, 아빠 이제 조금만 더 기다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줄게’


로라는 가족사진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이젠 슬퍼만 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지금까지 조금씩 준비했던 것들을 풀어나가야 할 때가 됐다.


로라는 아버지가 살아 생전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옥분아. 만약, 혹시, 그런 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나와 엄마 모두 세상에 없게 된다면 넌 누구보다 강하게 세상과 맞서 일어서야 한다. 내가 그랬고, 또 너희 엄마가 그랬으니까. 아빠와 엄마는 어디에 있던 널 지켜 보고 있을 거야. 그리고 필요하다고 생각 될 때 아빠 회의실 창가 보조함에 널 위한 선물을 준비해뒀으니 찾아 보거라.”


로라는 얼마 전 김태식 대표와의 만남을 위해 찾았던 핸디그룹의 회의실, 예전엔 아빠의 회사 회의실 이었던 그곳에서 아빠가 준비했다던 USB를 찾았다.


아빠는 굳이 인터넷 클라우드 같은 곳에 자료를 저장해 두지 않았던 이유를 그 USB에 밝혀두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자신과 함께 찍었던 행복한 사진들과 목소리, 회사 초창기 일들과 재정상황과 다급했던 순간들, 마지막 돌아가시기 전 핸디그룹과의 관계, 모든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한 자료들을 모아 놓으셨다.


‘아빠,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리고 꼭 다시 모든 것을 찾을게요. 아빠 엄마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나사 빠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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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슬픈 로라(37) 22.06.12 10 0 10쪽
36 힘든 시작(36) 22.06.11 11 0 12쪽
35 다시 홀로 된 로라(35) 22.06.10 11 0 9쪽
34 현자와 광탄 그리고 미스터 알(34) 22.06.09 12 0 10쪽
33 하늘을 이용해(33) 22.06.08 11 0 11쪽
32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야?(32) 22.06.07 12 0 12쪽
31 하늘의 기억(31) +2 22.06.06 10 1 11쪽
30 유작가(30) 22.06.05 11 0 12쪽
29 택시기사(29) 22.06.04 11 0 10쪽
28 위험하다 로라(28) 22.06.03 10 0 11쪽
27 매니저와 악마의 외출(27) 22.06.02 11 0 10쪽
26 천사와 악마의 정착2(26) 22.06.01 10 0 10쪽
25 천사 그리고 악마의 정착1(25) 22.05.31 12 0 11쪽
24 기억(24) +2 22.05.30 10 1 11쪽
23 김구라(23) 22.05.29 12 0 11쪽
22 김태식 대표(22) 22.05.28 13 0 11쪽
21 사모님들의 응원(21) 22.05.27 21 0 11쪽
20 수트빨(20) 22.05.26 12 0 11쪽
19 지구로 내려 온 천사와 악마(19) 22.05.25 10 0 11쪽
18 사자(18) 22.05.24 10 0 11쪽
17 소원(17) 22.05.23 10 0 11쪽
16 회장님과 하늘(16) 22.05.22 12 0 11쪽
15 행복(15) +2 22.05.21 11 1 11쪽
14 개와 하늘(14) 22.05.20 13 0 11쪽
» 로라(13) 22.05.19 12 0 12쪽
12 신(God)(12) 22.05.18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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