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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10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6.12 20:0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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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슬픈 로라(37)

나사 빠진 인간




DUMMY

천사는 그림을 사겠다고 말했다.

“제 그림을 구입하신다고요?”


“네 제가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에 딱 맞는 그림이에요.”


“가게라면?”


“VIP라운지 카페. ‘천사와 악마’라는 카페에요. 언제 한번 놀러 오세요. 화가님이 직접 제 가게를 방문해 준다면 영광이기도 하고요.”


천사는 그림 아래 적힌 그림의 가격을 보고 다시 로라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림 가격이···.”


“아.. 부담되신다면 조금 낮춰드리겠습니다.”


“아니, 아니에요. 오히려 그림의 가치를 잘 표현하지 못하신 것 같아서. 3천으로 하시죠.”


“네? 3백이 아니라 3천이요?”


그때 좀 전에 사라졌던 은은한 향수와 함께 등장했던 미남형 남자가 다시 등장했다.


“그림을 제대로 보시는 분이군요.”


“그렇죠? 이 그림 가치는 3천 이상이죠? 그런데 이 잘생긴 분은 누구죠?”


“김태식 대표님, 별로 기분 좋은 거 아니니까. 그냥 아까처럼 여자분들과 함께 사라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로라는 불편한 듯 김태식 대표에게 퉁명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 미남형 남자는 김태식 대표였고 로라의 갤러리 진출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만날 사람도 있어서 전시회에 오게 되었다.


“두 분이 아시는 사이신가 봐요?”


“네? 아.. 죄송합니다. 이 분은 저와 함께 사업하고 있는 김태식 대표님이라고 합니다. 저와 아는 사이다 보니 제 그림을 좋게 말씀해 주시는 거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리고 제 그림을 3천씩이나 받고 판매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책정한 금액은 제 노력과 가장 부합되는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괜히 오버한 거 같아 오히려 죄송하네요. 그림은 제 가게로 부탁 드립니다. 여기 명함을 두고 가겠습니다. 꼭 한번 찾아주세요. 술이나 음식도 좋지만, 말동무로 더 좋을 겁니다.”


“저도 한번 찾아가겠습니다.”


천사는 김태식을 보더니 옅은 미소로 답하고 사라졌다.


“저 천사님 그림 볼 줄도 알고, 쿨 하시네. 그렇죠?”


“여긴 왜 오셨죠? 온다는 말 없었잖아요. 감시하시는 건가요?”


“감시라뇨. 난 여기 다른 볼 일도 있고, 또 온 김에 그림도 감상하고······”


“썩 좋은 기분은 아니네요. 다음엔 반드시 참석여부를 알려주세요.”


“네? 아..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로라는 김태식을 뒤로 하고 전시장을 나왔다.


‘내 그림을 보는 사람도 별로 없고, 평가는 야박하고,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르겠지만 동정심만 유발하다 가고, 김태식 저 놈은 왜 와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는 거야.’


로라는 전시장에 주차해 둔 차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불쌍하게 억누르고 있었다.

그때 커다란 세단이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다.


로라는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함께 있어봐야 얼마나 오랜 시간 함께 있었겠나? 같이 뭘 해야 얼마나 많은 일을 함께 했겠나? 남녀로 지낸 적 없고 그저 사람과 사람으로 함께 했던 시간 외에는 없었는데,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오르고, 보고 싶었던 사람을 본 것처럼 설렜다.


로라는 시트에 깔아뒀던 곰 인형을 치우고 차 바닥으로 더 깊숙이 숨었다.


하늘과 최회장이 세단에서 내렸다.

하늘은 브라운 색의 정장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었고 그의 표정은 밝았다.

큰 키와 유난히도 맑은 눈동자 때문에 멀리 떨어져 윤곽만 보였지만 하늘이었다.


로라는 1km 떨어져 있어도 하늘을 알아볼 것 같았다.

그녀는 하늘을 너무 보고 싶었다. 그가 그녀의 가슴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그가 가버린 그 순간부터 알았고 다시 찾아가 애원해서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그녀를 내치는 하늘의 모습을 보고 난 후에는 그가 멀게 느껴지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또 다시 누군가에게 버림받고 혼자 된다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하늘과 최회장이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로라는 차에서 걸어 나왔다. 다리는 걷는 것 조차 힘들만큼 휘청거렸고, 그 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이겨내려고 했던 모든 것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작게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그림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너무 보고 싶은 사람도 보지 못하고, 생각만으로 가득한 미래의 사업도 자신감이 떨어지며 부모님의 복수 따위가 과연 가능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나마 의지했던 하늘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로라···.”


김태식이 걱정이 됐는지 따라 나왔다.


“오늘은 그만 집에 가야 할 것 같아요. 내일 회사로 출근해서 마케팅 관련 사람들과 미팅을 할게요.”


“며칠 좀 쉬다가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김태식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로라가 바닥에 쓰러졌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로라! 로라!”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괜찮아요?”


로라는 가늘게 뜬 눈 앞에 김태식이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기······ 여기가 어디죠? 내가 쓰러졌던가요?”


“네 안 그래도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었는데, 견디지 못하고 그만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어요.”


“여긴 어디죠?”


“병원이에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안정을 취하면 괜찮을 거라고 했어요. 아마 갑작스런 스트레스에 그 동안 허약했던 몸이 견디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집에 가고 싶어요.”


“안됩니다. 오늘은 무조건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몸이 생각보다 많이 상했나 봅니다. 겉은 멀쩡한데 속이 썩었다고 하네요. 그 동안 너무 관리를 안 하신 것 같아요.”


“고마워요. 하지만 내 몸 내가 알아서 관리할 테니 제 옷 좀 갖다 주세요.”


“고집 피워서 어린애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할 분위기는 아니에요. 생각보다 심각해요.”


“좀 전까지 안정을 취하면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요!”


“그건··· 걱정을 끼칠까 봐..”


“의사 오라고 하세요. 그리고 내 옷도.”


소리까지 지르며 의사를 찾으니 간호사가 먼저 들어오고 뒤 이어 의사가 들어왔다.


“진정하세요. 오늘은 여기서 경과를 보며 쉬셔야 합니다.”


의사의 말에 로라는 옷을 달라는 말만 계속해서 하며 소란을 피웠다.


“보호자 오라고 하세요. 그럼 보내드릴 테니까.”


“보호자···. 없어요.”


“그럼 책임져 줄 사람이라도 오라고 하세요. 전 의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하는 겁니다. 환자의 상태가 안 좋은 걸 보면서 그냥 내 보낼 수는 없어요.”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안 좋길래 안 보내주는 거에요?”


의사는 김태식을 쳐다봤다. 간호사는 뒤로 물러나고 갑자기 병실이 조용해졌다.


“로라··· 이거 요즘은 거의 완치되는 병인데···”


“그러니까 뭐냐고요!”


“급성골수성백혈병이라고 합니다.”


로라는 어깨에 힘이 빠지며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로라!”


김태식이 로라를 일으키려 하자 의사가 말리며 간호사에게 주사를 지시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렀다.


“김태식씨···..”


로라 옆, 침대에 겨우 걸쳐 잠이 든 김태식을 깨웠다.


“아.. 내가 잠이 들었네. 하하 미안해요.”


로라는 말없이 김태식을 쳐다보더니 힘겹게 말을 꺼냈다.


“고마워요. 괜찮다면 제 보호자가 되어 주세요. 치료든 수술이든 할게요. 하지만 난 일을 해야 해요. 그리고 집에 가고 싶어요.”


김태식은 로라의 눈을 보고 더 이상 설득하고 싶지 않았다. 간절했다.

의사를 부르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필요한 인력을 대동해서 로라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로라는 차에서 내려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정원에서 보이는 창고도, 한쪽에 서있는 나무 아래에, 하늘나라로 간 행복이도, 여전히 핏기가 남아 있는 듯 하늘이 질질 끌려 집안으로 들어갔던 낮은 테라스도,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와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소파와 2층으로 향하는 계단, 모든 것에서 울컥대는 슬픔을 느꼈다.


‘이젠 잊어야 해. 그리고 이 따위 병도 빨리 나아야 해’


김태식은 간호사 두 명을 함께 데리고 왔다. 그리고 몇 가지 응급치료를 위한 기구들과 함께 언제든 병원으로 다시 갈 수 있도록 앰블란스도 대기 시켰다.


“이렇게까지 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어쨌든 고마워요. 큰 신세 졌어요. 나중에 감안해서 드릴게요.”


“뭘 감안해요? 그냥 확 주시면 되지.”


태식은 애써 웃으며 로라의 기분을 달랬다.


‘그래. 네가 무슨 큰 잘못이 있겠니······ 아버지, 할아버지··· 그들이 문제지. 혹 너도 관련이 있다면 그땐 오늘 일을 반드시 고려해 돌려 줄게.”


로라는 고마움과 미움이 교차하는 감정을 겨우 추스르고 침대에 누웠다.


김태식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면서 집안을 살폈다.


‘이곳에서 하늘씨와 살았단 말이지?..... 꽤 정감이 가는 집이군. 그런데 왜 갑자기 하늘이 없어진 거지?”


“네 회장님,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미처 뵙지도 못하고 나왔습니다. 오늘 다시 전시장으로 가기엔 너무 늦었고··· 제가 댁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최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다는 말과 함께 하늘과 함께 왔다는 말을 했다.


“네 하늘씨가요? 회장님과 함께 전시장에요?”


최회장은 설명하지 않았다. 내일이라도 집으로 방문하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김태식은 적잖게 당황했다. 그리고 다시 로라가 누운 방으로 들어와 로라에게 하늘에 대해서 물으려 하는 순간


“오늘 사실··· 진짜 많이 고마워요. 이런 호사를 누린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네요. 그리고 너무 따뜻했어요. 누군가 나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요.”


“앞으로 더 잘해드릴게요. 로라는 빨리 회복해서 저와 함께 멋진 사업체를 만들어 갑시다.”


로라는 물끄러미 김태식을 올려다 봤다.


‘저 얼굴엔 악마가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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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모르겠어(40) 22.06.15 8 0 12쪽
39 하늘과 로라(39) 22.06.14 9 0 10쪽
38 너 하늘 맞아?(38) 22.06.13 11 0 11쪽
» 슬픈 로라(37) 22.06.12 11 0 10쪽
36 힘든 시작(36) 22.06.11 12 0 12쪽
35 다시 홀로 된 로라(35) 22.06.10 11 0 9쪽
34 현자와 광탄 그리고 미스터 알(34) 22.06.09 13 0 10쪽
33 하늘을 이용해(33) 22.06.08 12 0 11쪽
32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야?(32) 22.06.07 12 0 12쪽
31 하늘의 기억(31) +2 22.06.06 10 1 11쪽
30 유작가(30) 22.06.05 12 0 12쪽
29 택시기사(29) 22.06.04 12 0 10쪽
28 위험하다 로라(28) 22.06.03 11 0 11쪽
27 매니저와 악마의 외출(27) 22.06.02 1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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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천사 그리고 악마의 정착1(25) 22.05.31 13 0 11쪽
24 기억(24) +2 22.05.30 11 1 11쪽
23 김구라(23) 22.05.29 12 0 11쪽
22 김태식 대표(22) 22.05.28 14 0 11쪽
21 사모님들의 응원(21) 22.05.27 21 0 11쪽
20 수트빨(20) 22.05.26 12 0 11쪽
19 지구로 내려 온 천사와 악마(19) 22.05.25 10 0 11쪽
18 사자(18) 22.05.24 11 0 11쪽
17 소원(17) 22.05.23 11 0 11쪽
16 회장님과 하늘(16) 22.05.22 12 0 11쪽
15 행복(15) +2 22.05.21 11 1 11쪽
14 개와 하늘(14) 22.05.20 14 0 11쪽
13 로라(13) 22.05.19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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