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11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5.21 20:00
조회
11
추천
1
글자
11쪽

행복(15)

나사 빠진 인간




DUMMY

“개가.. 개가, 눈을 안 떠, 그냥 바닥에 쓰러졌어! 아픈가 봐. 죽을지도 몰라. 어떻게 해? 살려봐! 빨리! 왜 서 있어! 뛰어! 개가 아프다고!”


정신 없이 계속해서 소리지르는 그녀를 뒤로하고 하늘은 창고로 뛰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힘없이 땅에 머리를 내려 놓은 채 가뿐 숨을 쉬고 있는 개가 하늘을 올려다 봤다.


“야 임마! 아프면 아프다고 말했어야지!”


하늘은 개를 안았다. 그리고 차로 뛰어갔다. 그녀도 하늘을 뒤따랐다.

뒷자리에 누인 개는 여전히 죽은 듯 조용하게 겨우 겨우 숨을 쉬고 있었고 로라는 계속해서 쓰다듬으며 뭐라고 뭐라고 계속 말을 시켰다.


가까운 동물병원에 도착한 그들은 막 셔터를 내리려는 사람을 뿌리치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무슨 일이죠?”


“개가, 아파요. 숨을 겨우 쉬고,”


“어디 봅시다.”


의사로 보이는 여자는 천천히 개의 눈동자를 살피고 청진기를 가슴에 댔다.


“사진을 찍어 봅시다. 심장박동이 매우 약하네요. 그리고 눈이 풀렸어요.”


로라는 두 손을 모으고, 두 발을 모으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개와 의사를 지켜봤다.

엑스레이를 다 찍고 나온 의사는 책상에 앉아 심각하게, 방금 찍은 엑스레이와 피검사 결과를 살펴보았다.


“홍역을 앓고 있었네요. 면역력이 바닥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모르셨죠?”


“그···. 개는 떠돌이 개에요. 가끔 밥을 먹으러 집 마당에 오긴 했지만 이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로라가 울먹이며 대답했다.


“아마 고열에 구토도 심했을 것 같아요. 물론 식욕도 없었겠죠.”


하늘이 개 가까이 다가가 쓰다듬으며 말했다.


“조금 전, 저와 함께 저녁 만찬을 했어요. 무척이나 맛있게 잘 먹었었는데······ 식욕이 없는 것 같진 않았어요.”


의사는 하늘을 쳐다봤다.


“이 개는 당신을 무척이나 좋아했나 봅니다. 어떤 음식도 먹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저녁 만찬을 했다면, 아마도 당신과의 저녁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과의 만찬으로 이 끔찍한 질병도 잠시 잊고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 것에 만족했을 것 같네요. 음식을 넘길 힘조차 없었을 텐데······”


“고작 홍역이라면서? 홍역 앓았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요?”


“예방을 잘했다면, 큰 병은 아닐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떠돌이 개에게 누가 예방주사를 놓아준 것도 아니고, 면역력 저하로 다른 바이러스 감염도 심각한 수준이라······”


“살려봐요. 어떻게든 살려봐요. 면역력 약 있잖아요? 수술은 안 되요? 바이러스 죽이는 약 같은 건 없어요? 이 친구 봐요. 지금 나 보고 있잖아요.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아요. 그냥 자신은 당연히 살 거라 믿고 있잖아요. 간절하지도 않아요. 그러니 별거 아니에요. 주사라도 놔 주세요. 제발!”


의사는 개를 안았다. 그리고 잠시 품에 안은 채 체온을 전달해주더니, 이내 하늘에게 개를 가져다 주었다.


“안아주세요. 그렇게 해달라고 하잖아요”


하늘은 개를 안았다. 개는 고개를 하늘의 가슴에 파묻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따뜻한지 편안히 잠이 들었다.


로라는 손으로 입을 막고는 억지로 울음을 참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선채로 개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하늘은 그렇게 한참을 개를 안고 있었다. 깨어나길 바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편안하길 바랬다.


“이제 겨우 만났는데······”


하늘이 개를 안고 바닥에 앉았다. 로라도 가까이 와서 개를 쓰다듬었다.


“우리, 이 개 이름 짓지 않을래요?”


하늘의 말에 로라도 바닥에 앉아서 개를 보며 말했다.


“이름 지어요. 이 친구도 좋아할 거에요. 죽기 전에 한번은 불러줬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하늘 나라에 가서도 누군가 이름을 물어보면 당당히 말해줄 수 있을 테니 지어주죠.”


의사와 간호사도 개 주위에 모여 함께 바닥에 앉았다.


“하늘씨가 지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하늘은 개를 내려다 보면서 말했다.


“이 친구, 그래도 나랑 밥 먹을 땐 행복해 보였어요. 억지로 먹었던, 아니던, 우린 잠시나마 함께 밥 먹는 시간을 즐겼던 것 같아요. ‘행복’ 어때요? 이 친구랑 아주 짧게 있었지만 나도, 이 녀석도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멋져요. ‘행복’”


로라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들으며 또 한번 울컥했다. 자신조차도 그 ‘행복’을 모르고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그 ‘행복’은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었고 너무나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


의사와 간호사도 동의한다는 듯 미소로 답했다.

의사와 간호사는 행복이를 깨끗이 씻기고 잘 빗겨서 세상 가장 멋진 모습으로 아늑한 방안에 뉘었다.


“같이 있어도 돼요. 원하신다면.”


하늘은 행복이 옆에 누웠다. 그리고 행복이를 안은 채 잠이 들었다.


“남자분이 참 순수해 보여요. 어린애 같기도 하고.”


로라는 잠든 하늘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일어섰다.


“저는 돌아갈게요. 내일 아침에 와서 행복이를 보낼게요.”


“그렇게 하세요.”


의사와 간호사는 하늘과 행복이가 편히 잘 수 있도록 푹신한 쿠션과 이불을 더 갖다 주었다. 그리고 퇴근하였다.


혼자 집으로 돌아온 로라는 차를 주차하고 먼저 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행복이가 누워 있었던 자리의 천을 모아서 집으로 들어갔다.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네. 이 천을 잘 엮어서 멋진 옷을 만들어 줄게.’)


로라는 밤새 천 들을 엮어서 행복이를 위한 옷을 만들었다.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던 로라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어나서 병원으로 향했다.


“하늘씨······.”


“왔어요? 이 녀석 밤새 체온도 안 떨어지고 따뜻했어요. 숨만 쉬면 더 좋았을 텐데.”


로라는 행복이에게 옷을 입혔다.


“돌아가서 이거 만든 거에요? 진짜 행복이에게 딱 맞네. 잘 어울려요.”


로라와 하늘은 옷을 입힌 후 아침 일찍 행복을 데리고 집 근처 작은 동산으로 올라갔다.


“잘 가라 행복아. 여기가 네 고향은 아니겠지만, 내가 내려다 보이고, 또 나도 널 볼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니 걱정 말고 편히 쉬어.”


이제 막 해가 뜨는 작은 동산은 행복이가 하늘 나라로 가기에 좋은 장소였다. 낮게 천천히 동산으로 비추는 첫 햇살을 맞으며 행복이는 하늘 나라로 갔다.


“하늘씨, 행복이는 짧았지만 하늘씨가 좋았나 봐요?”


“나도 좋았어요. 행복이는 나랑 10년이상 함께 한 친구 같았으니까.”


로라는 아침 햇살에 더 빛나 보이는 하늘을 보며 ‘행복’한 감정을 느꼈다.


‘이런 감정도 행복이겠지? 그냥 같은 장소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으니까.’


“사장님! 행복이는 이제 갔어요. 너무 슬퍼하면 행복이도 부담스러워 할 테니 이제 우리는 더 행복하게 살러 갑시다!”


“그럽시다! 일단 아침부터 먹죠?”


“혹시 아침도 내가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죠?”


“에이.. 설마 요. 아침은 내가 간단하게 커피랑 베이컨 그리고 각종 치즈와 빵으로 준비해줄게요. 괜찮죠?”


“아주 아주 좋아합니다. 특히 살짝 데운 고소한 빵과 치즈는.”


고소한 냄새가 온 집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김이 모락 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커피와 신선한 과일은 아침의 상쾌함과 아주 잘 어울렸다.


“어때요?”


“퍼팩트!”


“하늘씨가 그렇게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꽤 좋은데요?”


“그래요? 근데 진짜 맛있어요. 그래서 맛있게 먹는 거고 흐 흐 흐”


로라는 하늘의 먹는 모습을 보며 또 행복을 느꼈다.


‘왜 자꾸 행복한 거지? 명품을 샀을 때도 이렇게 붕 뜬 느낌은 아니었는데, 괜히 자꾸 입 꼬리가 올라가네??’


“사장님, 그런데 엄마 아빠는 어디 살아요? 언니나 오빠 동생은 있어요?”


로라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조금 당황했다.


“난 혼자에요.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오빠도 그리고 동생도 없어요.”


“그래요? 나랑 같네요. 나도 혼자인 것 같아요.”


“하늘씨는 정신 차리면 엄마 아빠가 생각날지도 모르잖아요? 혼자가 아닐 수도 있어요.”


“정신차리면.. 이 아니라 기억이 되살아나면······ 이겠죠?”


‘그냥 대충 좀 알아들어라!’


“아······ 네 그래요. 기억이 돌아오면······”


“기억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나도 혼자니까. 우리 잘해봅시다!”


“어머. 이 사람 뭐라는 거야. 잘해보자니? 내가 뭐 하늘씨가 좋아서 그런 거 같아요?”


하늘은 당황하는 로라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단어 선택을 잘못했나요? 잘해봅시다. 잘살아봅시다. 말 그대로 잘해보자는 말인데?”


‘아.. 내가 왜 이러지? 그냥 잘해보자는 말인데, 아.. 내가 내가 왜 이러지······’


“흐 흐 이 사람 조크··· 모르나? 행복이도 하늘 나라 가고.. 하늘씨 기분 가라앉았을까 봐 웃기려고 한 말이죠.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해요?”


억지스럽게 쏘아 붙이는 로라를 보며 하늘은 그냥 미소 지었다.


‘사장님 은근 귀엽네. 그리고 좀 허당인 것 같아. 나처럼 똑똑해 보이진 않아.’


‘저 자식 허, 허, 실, 실 좀 허당인 것 같아. 나처럼 똑똑해 보이진 않아.’


“저기요!”


“저기요!”


둘이 동시에 ‘저기요!’를 외쳤다.


“먼저 말하세요”


하늘이 레이디 퍼스트를 외쳤다.


“아니요 하늘씨가 먼저 말해봐요.”


“음.. 뭐라 설명하기 좀 그렇긴 한데, 그냥 느낌이에요. 사실 나보다 나이 많죠?”


‘헐, 이 자식 미쳤나? 네가 나보다 5살은 더 많아 보인다!’


“아.. 하 하.. 그런 거 같진 않아요······ 하늘씨······”


“몇 살이에요?”


‘야 이 새끼야 넌 네 나이 아니?’


로라가 진정하며 친절히 설명해줬다.


“하늘씨 나이 모르죠? 기억 나지 않죠? 저도 나이 잊고 산지 오래됐어요. 그래서 나이는 몰라요. 하지만 외모로 볼 때 하늘씨가 적어도.. 5살은 위라고 생각돼요!”


“외모로 볼 때?”


“네! 외모로만 볼 때!”


“그것참 동의하기 어렵네요. 외모로만 본다면 내가 한참 어려 보이는데······”


“우리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 보는 게 어때요?”


“객관적인 평가라면?”


“나한테 외모로 나이 알아보는 앱이 있어요. 그걸로 해보죠. 그리고 결과에 수긍하는 거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흐 흐 흐 이 자식아, 내 핸드폰에 깔린 앱을 내가 수천 번 이용해 봤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어린 나이로 나오는 지 나는 잘 안단다······ ‘


“좋아요.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정확한 거죠?”




나사 빠진 인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설마(41) 22.06.16 12 0 12쪽
40 모르겠어(40) 22.06.15 8 0 12쪽
39 하늘과 로라(39) 22.06.14 9 0 10쪽
38 너 하늘 맞아?(38) 22.06.13 11 0 11쪽
37 슬픈 로라(37) 22.06.12 11 0 10쪽
36 힘든 시작(36) 22.06.11 12 0 12쪽
35 다시 홀로 된 로라(35) 22.06.10 11 0 9쪽
34 현자와 광탄 그리고 미스터 알(34) 22.06.09 13 0 10쪽
33 하늘을 이용해(33) 22.06.08 12 0 11쪽
32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야?(32) 22.06.07 12 0 12쪽
31 하늘의 기억(31) +2 22.06.06 10 1 11쪽
30 유작가(30) 22.06.05 12 0 12쪽
29 택시기사(29) 22.06.04 12 0 10쪽
28 위험하다 로라(28) 22.06.03 11 0 11쪽
27 매니저와 악마의 외출(27) 22.06.02 12 0 10쪽
26 천사와 악마의 정착2(26) 22.06.01 10 0 10쪽
25 천사 그리고 악마의 정착1(25) 22.05.31 13 0 11쪽
24 기억(24) +2 22.05.30 11 1 11쪽
23 김구라(23) 22.05.29 12 0 11쪽
22 김태식 대표(22) 22.05.28 14 0 11쪽
21 사모님들의 응원(21) 22.05.27 21 0 11쪽
20 수트빨(20) 22.05.26 12 0 11쪽
19 지구로 내려 온 천사와 악마(19) 22.05.25 10 0 11쪽
18 사자(18) 22.05.24 11 0 11쪽
17 소원(17) 22.05.23 11 0 11쪽
16 회장님과 하늘(16) 22.05.22 12 0 11쪽
» 행복(15) +2 22.05.21 12 1 11쪽
14 개와 하늘(14) 22.05.20 14 0 11쪽
13 로라(13) 22.05.19 12 0 12쪽
12 신(God)(12) 22.05.18 26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