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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15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5.11 18:10
조회
53
추천
2
글자
10쪽

개 사료 감별사(1)

나사 빠진 인간




DUMMY

‘멍 멍멍!’

개소리가 들리고 수십 마리의 개들 사이로 유난히 부지런해 보이는 여자가 보인다.

“로오라~~”

“네 사장님!”

“이제 그만하고 퇴근해.”

“아직 안 되요. 이 녀석들 사료 마저 주고 미처 밥 못 먹은 녀석들을 찾아서 주고 갈게요.”

‘그 참······ 너무 부지런해. 착하고, 그런데 눈빛은······”

사장이 먼저 퇴근하고 나서 로라는 개들을 모두 집으로 넣어주고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나도 배 고프다······ 오늘은 뭘 먹지?”

로라는 일어나 창고로 걸어갔다. 창고에는 꽤 많은 양의 개 사료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오늘은······음.. 저걸 먹어볼까?”

로라는 꽤 고급스러운 포장지의 개 사료를 꺼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개봉한 후 눈을 감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고기 냄새가 은은하게 나고 건식사료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딱딱하지 않고······ 좋아.’

로라는 물기와 흙이 뭍은 긴 장화와 작업복을 벗었다. 꽤 땀을 흘렸던지 몸에 쫙 달라붙은 내의는 이런 일을 할 여자로 보이지 않을 만큼 멋진 몸매와 건강미를 보였다.

불어 오는 바람에 머리칼은 날리고 흠뻑 젖은 내의 탓에 온 몸이 시원했다.

‘건식이 제일 영양가 있는데, 이 녀석들은 습식사료를 좋아하고······ 그렇다고 반 습식사료를 주려니 영양 밸런스 맞추기 어렵고, 참 쉬운 일이 아니야.’

로라는 개 사료를 만드는 회사에 근무한다. 고급 진 오피스 우먼이 아니라 현장에서 개들이 좋아하고 영양가도 있는 사료를 먹이고, 감별하고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일을 한다.

그녀가 지금까지 직접 먹어보고 새롭게 개발한 몇 몇 사료들은 이제 곧 시중에 풀리게 된다.

그녀는 개 똥을 치우고 개 집을 청소하고 아픈 개들을 보살피는 일을 몇 년 동안 해왔다. 그리고 사장의 눈에 들어 개 사료를 개발하는 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능력을 인정 받았다.

사장은 로라를 정식직원으로 고용하고 싶었지만, 로라는 이렇게 개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개똥을 치우고 개 집을 청소하는 일을 그만 두고 싶어 하지 않았다.

몇 년 전 거지 같은 옷을 입고 길바닥에서 유기견들과 생활하는 로라를 발견한 사장은 불쌍한 그녀를 회사로 데리고 왔고 허드레 일을 시켰었다. 그랬던 그녀가 이젠 회사의 신제품을 만드는 주요 인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빠······ 나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지도 몰라. 조금만 더 기다려줘.’

부시럭 소리가 났다. 로라는 개 집에서 나온 개가 있나 싶어서 뒤돌아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로라. 작업복보다 내의가 더 잘 어울리네? 이거! 생각과 달리 완벽한 여자야? 흐흐”

로라는 뒷걸음쳤다.

“스티븐.. 퇴근 안 했어요?”

“퇴근이란 게 있나? 그 미친 사장 놈이 집에 가기 전까지는 일 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저··· 이제 나도 퇴근하려고요. 그럼 내일 봐요.”

로라는 빠른 걸음으로 벗어 놓은 작업복과 장화를 챙겨 달아나듯 움직였다.

“해이! 거기 서.”

로라는 무시하고 뛰기 시작했다. 두려웠다.

창고 모퉁이를 돌아 사무실 건물까지 뛰는 동안 로라는 스티븐이 따라 오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어..어. 어디 가시나?”

두 남자가 로라를 막아 섰다.

“뭐가 그렇게 급하실까? 일도 마친 것 같은데 우리랑 저녁이라도 먹자고.”

“저.. 미안해요. 오늘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갈게요.”

남자는 로라를 낚아챘다. 손만 잡힌 게 아니라 번쩍 들렸다.

“와우~ 이렇게 가벼운 아가씨가 어떻게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있었지?”

“놔! 놓으라고! 내려놔!”

로라는 소리쳤다. 그 사이에 스티븐이 로라 곁으로 왔다.

“내려줘.”

“에이 왜 그래? 내가 든 김에 좀 더 들고 있음 좋겠는데.”

“그냥 내려줘. 우린 ‘여자’를 보러 온 게 아니라 ‘로라’를 보러 온 거야. 모르겠어?”

“스티븐? 너도 우리랑 같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갑자기 왜 혼자 착한 척 하는 거야?”

남자들끼리 언성을 높이고 다투는 동안 로라는 남자에게서 벗어나 다시 뛰기 시작했다.

“어차피 멀리 못 가!”

남자가 뛰었다. 로라는 멀리 가보지 못하고 다시 잡혔고 더 이상 달아나는 것을 포기한 듯 했다.

“제발 놔주세요. 왜 이러는 지 모르겠지만 난 돈도 없고 정보도 없고.. 아마 원하는 모든 게 나한테는 없을 거에요. 제발 입니다. 제발.”

스티븐은 작업복을 던져주며 입으라고 했다.

“곧 새 제품이 출시되지?”

“네? 아.. 사료 말이죠?”

“그래 개 사료.”

“네. 다음주에 출시 될 겁니다.”

“레시피는 너와 사장만 안다면서?”

“그···그게···”

“네가 개발했고, 사장이 인정했고, 몇몇 전문 감별사가 별 5개를 줬고. 맞지?”

“스티븐.. 나 보다 더 잘 알지 않나요? 나한테 왜 이래요?”

“사장이 날 무시하고 날 제외했어. 이전에도 그랬고. 이번처럼 큰 프로젝트엔 무조건 날 제외한단 말이야. 왜 그럴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제외한 게 아닐 거에요. 다음주니까 곧 스티븐과 함께 의논할겁니다.”

스티븐은 엷게 웃었다.

“네가 오고 난 후, 난 관리자 직함에 어울리지 않게 심부름꾼 역할만 했어. 무시당했고, 내가 만든 사료는 테스트도 안 해보더군.”

“저··· 스티븐, 모든 사료는 나 혼자 만든 게 아니에요. 당연히 스티븐의 노력도 들어가 있어요. 사장님도 아실 거에요. 이번 출시 행사에도 당연히 스티븐은..”

퍽 소리와 함께 로라는 쓰러졌다.

“사료 봉지에 넣어서 사장과 함께 묻어 버려.”

“사장과 함께 묻으라고?”

“왜?”

“아니.. 사장 죽인다는 말은 안 했잖아?”

“야! 사장이 없어진 로라 대신 나를 신뢰하고 쓸 거 같아?”

“그렇지..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

“출시일정은 원래대로 하고 사장대신 내가 참석한다. 그리고 사장과 로라의 흔적을 천천히 지워.”

“아···알았어. 그럼 사장 죽이러 가?”

“그래 가능하면 빨리 행동해라 좀! 제발!”

스티븐은 회사를 뺏기 위해 로라를 죽이고 사장 또한 죽일 계획이었다.

로라도 어디서 굴러 먹었는지 모를 떠돌이였고 사장도 가족 하나 없는 외톨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남자들은 로라를 큰 사료봉지에 넣어서 차 트렁크에 실었다. 그리고 사장 집무실로 향했다.

“무슨 일이야?”

“사장님······ 죄송합니다만 로라와 함께 가야겠습니다.”

“로라와 함께? 어딜?”

남자들은 사장을 구타하고 결박했다. 그리고 차 트렁크에 함께 실었다.

컴컴한 트렁크 안에서 재갈이 물린 채 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끌려갔다.

한참을 이동한 후 절벽이 내려다 보이는 산속에 도착한 남자들은 둘을 꺼냈다.

재갈을 풀어주고 절벽 쪽으로 서서히 압박했다.

“돈! 돈을 줄게. 뭐든 원하는 대로 해줄게!”

“돈? 네 회사를 우리가 가져갈 건데? 돈이 더 있어?”

“그..그래. 개 사료 회사는 그냥 선조 때부터 내려온 사업일 뿐이야. 난 주식으로 많은 부동산과 현금이 있어. 내가 죽으면 자식도 가족도 없어서. 모든 것이 사회로 환원될 거야. 설령 너희들이 이 조그마한 회사를 가져간다 한들.”

남자들은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사장에게 물었다.

“그게 사실인지 어떻게 알아? 죽음을 면하려는 수작이라면 네 발로 그냥 뛰어내려! 밀려니 맘이 좀 아프네.”

“진짜라고! 내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줘. 주식과 현금을 먼저 보여줄게.”

남자는 못 미더워하면서도 핸드폰을 꺼냈다.

“그래 한번 보여줘 봐.”

사장은 주식계정의 잔고들을 보여주고 현금계좌를 보여줬다.

“오!! 이거 진짜네?”

“진짜, 진짜?”

“그래 이거 봐. 엄청난 돈인데?”

“어떡하지 스티븐이 죽이라고 했는데?”

남자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와 로라를 풀어주면 너희들에게 내 현금과 주식의 반을 줄게. 그리고 너희를 사주한 스티븐 대신 너희들이 이 사료회사를 갖도록 명의를 넘겨주게”

“스티븐을 배신하라고?”

“그래. 어차피 너희들이 이 회사를 갖는 것도 아니고 돈 몇 푼 받고 살인까지 저지른 범법자로 살아야 하잖아?”

“그렇지. 우리한테 죽이라고 했으니, 우리가 살인자가 되지···..”

“제발 부탁이야. 로라는 멀리 자기 나라로 보낼게. 그리고 나도 더 이상 회사에 관여하지 않고 로라와 함께 이 나라를 떠날게. 대신 나도 살아야 하니 주식과 현금 일부만 좀 가져가게 해줘. 나도 이 사업에 미련 없어.”

“음··· 우리 돈이랑 주식만 받아서 사라질까? 어차피 이 회사 받아야 경영도 못할 거고 찝찝해서 어떻게 살아?”

“그···그래.. 얼마지? 50%면?”

“50억 정도?”

“50억! 그래 그럼 더 생각하지 말자. 돈 받아서 사라지자. 어차피 스티븐 그 자식도 재수없었어.”

“이봐 사장! 돈 보내. 주식도. 지금 당장 보내면 풀어주지.”

사장은 묶인 손으로 핸드폰으로 이체를 했다.

“진짜야! 진짜 돈이 들어왔어!”

남자들은 둘을 남기고 사라졌다.

“사장님···.”

“괜찮아?”

“네 저는 괜찮아요. 근데 돈이랑 회사랑···”

“난 괜찮아. 돈은 곧 찾을 거고 회사도 별 일 없을 거야. 그러니 걱정 말고 며칠 경찰 보호를 받으면서 쉬도록 하자.”

“저······ 좀 전에 내가 살던 곳으로 보내신다고······”

“그냥 이 상황 벗어나려고 한 말이야. 로라가 출시할 새 제품도 있고 할 일이 많은데 내가 왜 로라를 보내.”

로라는 절벽 아래를 말 없이 쳐다봤다. 그리고

“저 한국에 돌아갈래요.”

“갈 필요 없다니까? 스티븐은 잡을 거야. 그리고 돈도 찾을 거고.”

“저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어요. 부모님과의 약속도 있고, 이젠 돌아가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아요.”

사장은 로라의 뒷모습을 보며 더 이상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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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자(18) 22.05.24 11 0 11쪽
17 소원(17) 22.05.23 11 0 11쪽
16 회장님과 하늘(16) 22.05.22 12 0 11쪽
15 행복(15) +2 22.05.21 12 1 11쪽
14 개와 하늘(14) 22.05.20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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