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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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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41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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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0. 행적

DUMMY

* * * * *


다음날.

강현수와 홍성일이 아침 일찍부터 만나서 유가람이 살아 있는 행적을 만든다.


오는 전화도 다 받고 문자에도 답장한다.

상대방이 목소리를 알아듣고 의심하지않을까 걱정했지만, 거래처에서 오늘 현장으로 납품하러 가도 되냐고 확인하는 정도의 단순 전화였다.

현장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주니 끝이었다.


현수와 성일은 일부러 지방 현장을 점검하러 나왔다.

현장에 도착해서 대부분의 이야기는 성일이 하고, 현수는 멀찍이서 팔짱을 끼고 현장을 지켜 본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게 이상해 보이지도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하청업체나, 일용직이다 보니 성일이 ‘유가람 대표님’이라고 하니까 다들 대표인가 보다한다.

대다수의 일은 성일이 처리하고, 멀뚱 멀뚱 서 있는다.

이제 퇴근할 시간.

인천으로 돌아가는 가람의 차 안에서 현수가 묻는다.


“가람이 다른 친구나 가족한테 연락이 없다? 의외네. 난 얘 이런저런 연락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제가 알기로는 부모님이랑은 거의 의절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 왜?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긴데?”


“어!? 형님 모르셨습니까? 가람이 형님 바람피워서 이혼하고, 부모님께 이혼합의금 지원해달라고 하다가 크게 싸워서 쫓겨났습니다.”


“어? 뭐야 걔 바람피워서 이혼한 거였어? 나한테는 성격 차이라고 했어.

참... 바람피우는 것도 못 숨기는 놈이 사람도 여럿 죽이고.

젊은 여자 신세도 망치고... 정말 대책 없는 놈이네.

얘 회사랑 집은 확인해 봤어? 숨겨 놓은 건 없든? 우리 약점 잡을 만한 거? 기록이나 물증 같은거.”


“안 그래도 형님 말씀 듣고, 어제 제가 엄청 열심히 찾아봤는데 그런 거 없었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도착하면 저녁이나 먹고 마무리 짓자고.”


현수와 성일이 인천에 도착해 느즈막한 시간에 회사 근처의 고기집에서 삼겹살을 먹는다.

가람의 카드로 남기는 마지막 행적.


자정쯤.

가람의 벤츠 E클래스는 천마산옆의 효성동으로 향한다.


재건축으로 사람들이 보상을 받고 떠난 할렘가.

폐허처럼 변한 동네를 통과해 차로 갈 수 있는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둘이 장갑을 끼고 차를 청소한다.

혹시 과학수사대가 왔을 때 남은 지문이 현수와 성일이라면 단박에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 세정제를 뿌리면서 수건으로 여기저기를 닦아 깨끗이 지운다.


“청소 끝~ 하아. 힘들다. 성일아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미리 챙겨라. 실종 신고한 뒤로 차랑 집에 들어가면 그것만으로도 의심받는다.”


“아... 대표님 차 좋은데... 아쉽네요.”


“차는 포기해. 차를 두고 사라져야 실종이지.”


현수는 성일이 뭔가를 챙기기를 기다리는데 성일은 가만히 서 있다.


“성일아, 가람이 물건 챙길거 없어? 이제껏 전리품 잘 챙기더만?”


“... 실은 어제 이미 챙겼습니다.”


“... 가자.”


현수가 앞장서서 산길을 오르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다.


”우리는 이제 천마산을 넘어서 연희동 쪽으로 빠져나갈 거야.

산책로 있으니까 이대로 쭉 가면 돼.

그리고. 성일아! 내가 큰맘 먹고 가져왔다.

우리 아버지가 담근 술이야. 유가람의 협박에서 해방된 의미로 한잔마시자고!

우리 홍 대표님의 취임을 미리 축하하면서!”


현수가 자기 가방을 주섬주섬 뒤적이더니 휴대용 술병을 두 개를 꺼낸다.

같은 은색의 힙플라스크지만, 성일에게 건낸 것에는 가죽케이스가 씌워져 있다.

성일이 조심스럽게 술병을 받아든다.


“오... 이렇게 의미 깊은 걸 저한테. 아버지 술은 계속 안 드실거라고 하시더니...”


“이제 다 끝났잖아! 이런 기쁜 날에는 좋은 술로 축하해야지! 다음에 우리 집에 오면 또 한잔하자고. 너라면 원하는 술 다 꺼내 준다! 우리는 이제 운명 공동체 아니겠냐?”


현수가 술병을 내밀어 성일과 건배를 하더니 거침없이 뚜껑을 따고는 한 모금을 들이킨다.

캬~


“운명 공동체. 그렇지. 맞습니다. 운명 공동체.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형님.”


“하하하. 나야말로 잘 부탁한다. 아니지 잘 부탁드립니다. 홍성일 대표님.

부디 더원 건설을 건실하게 성장시켜서 저한테 배당금 두둑히 챙겨주시길. 하하하”


현수가 호탕하게 웃으며 한 번 더 건배한다.

성일도 술병을 열고 한 모금 들이킨다. 맛을 보니 인삼주가 확실하다.

성일의 기억대로라면 현수네 집에 있던 술은 산삼주였다.


“오! 형님. 집에 있던 산삼주로 챙겨오신 겁니까?”


“그럼~ 아버지가 써 놓은 라벨대로라면 18년된 산삼주야. 많이 마셔라~

자, 산 반대쪽으로 넘어가자고. 따라와~”


“넵. 잘 마시겠습니다.”


현수와 성일이 홀짝홀짝 술을 마시면서 산을 오른다.

유가람의 실종은 조금 기다리다가 다음 주 월요일쯤에 신고하는 게 좋겠다.

실종 신고 해 놓고 일주일 정도는 복귀를 기다리다가, 더는 대표 없이는 회사를 운영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임시 대표를 세우자고 해라.

회사의 주주 의사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 주주명단에 있는 ‘강현수’를 부를거다.

그러면 내가 회사에 가서 다른 대표를 세우자고 말을 하겠다.

그때 대표이사 자리에 의지가 있는 모습을 보여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산을 오른다.


그렇게 계속 올라가는데 성일의 눈이 점점 흐릿해진다.

처음에는 술을 마셔서 초점을 못 잡는 건가 했더니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어느 순간부터 온 세상이 뿌옇다. 성일이 손을 더듬더듬하며 근처의 나무에 기댄다.


“어? 씨발 뭐지. 형님. 잠시만요. 잠시만요.”


성일이 따라오다가 멈춰서니까 현수가 의아하다는 듯 묻는다.


“뭐야? 왜 그래?”


“저 눈이 안 보입니다. 씨발 뭐야. 뭐지? 왜지?”


“? 무슨 소리야. 왜 눈이 안 보여? 앞이 아예 안 보인다고?”


“아예는 아니고요. 뿌옇게 형체는... 아니, 모르겠어요. 눈앞이 회색입니다. 앞에 형님 얼굴도 안 보여요. 앞에 계신 거죠?”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진짜 안 보여? 똑바로 봐. 내 손가락 몇 개야. 너 지금 장난치는 거 아니지? 성일아 우리 이 산 넘어가야 해. 이런 장난 칠 시간 없어”


“장난 아닙니다. 엄청나게 흐려요. 지금 제 눈앞에 손이 있는 겁니까? 손가락 개수조차 안 보여요 ”


퍼억.

갑자기 둔탁한 소리와 산속에서 울리면서 비탈을 구르는 성일.

현수가 있는 힘껏 성일의 배 쪽을 걷어차서 비탈길에 구르게 만든다.

성일이 구르다가 나무 기둥에 부딪혀 멈췄다.

현수는 성일이 떨어뜨린 술병을 주워들고 다시 빠르게 따라붙는다.

나무에 부딪혔던 성일이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으헉! 현수 형님?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


퍼억. 퍼억.

현수가 몇 번의 발길질을 하고, 결국 균형을 잃은 성일이 또 비탈을 구른다.

성일이 무슨 말을 제대로 하거나, 똑바로 일어날 새도 없이 현수가 발로 걷어차서 계속 구르게 만든다.

성일이 똑바로 서 보려고, 균형을 잡아 보려고 하지만, 계속 산을 구른다.

순식간에 몰골이 엉망이 된 성일.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에서 구르면서 여기저기 부딪히다 보니 곳곳에 상처가 가득하다.

결국 정신을 잃었다.


현수가 쓰러진 성일의 얼굴을 세게 걷어차지만, 기절해서 아에 일어나지 못한다.

쓰러진 성일의 얼굴과 손, 몸 위로 술병안에 남은 술들을 들이부었다.

한창 추운 날씨니 꽤 차가울 텐데도 성일은 일어나지 못한다.


현수가 품속에서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으로 든채 불을 붙인다.

연기가 성일이 쓰러진 쪽으로 향한다.

바람을 등진채로 담배를 성일 위에 던졌지만, 불이 안 붙는다.가까이 다가가 라이터로 불을 지핀다.

고 도수의 술이 인화물질이 되어 삽시간에 불이 옮겨붙는다.

현수는 방심하지 않고 몇 걸음 떨어져 그 장면을 지켜본다.

혹시라도 성일이 살아남으면 안된다.

주변에 불씨가 옮겨 붙으며, 화재의 범위가 커져간다.

성일은 미약한 신음을 내면서 조금씩 움직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멈추고 만다.


‘떨림이 멈췄어. 죽었다.’


벌써 주변에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다. 이 정도면 됐다.

홍성일이 살아남을 일은 없을 것이다.

현수는 그제야 맞바람을 맞으면서 뛰면서 빠르게 산에서 내려간다.

조금 더 뛰어 내려가니, 큰 도로와 함께 산 두 개를 연결하는 생태계보호 터널이 보인다.

현재 위치를 확실히 알겠다.

터널 아래로 차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혹시 목격자가 나올수도 있어.’


현수가 자세를 바짝 낮춘 채로 터널을 위로 지나간다.

앞에 보이는 산을 넘어가면 집이 나온다.

최대한 남들 눈에 안띄게 산을 넘어가야 한다.



*


현수는 아버지의 술 컬렉션 중에서 가장 냄새가 진한 술을 골랐다. 산삼주.

현수가 20살 때, 30살이 되면 함께 마시자고 아버지가 담근 술이다.

깔때기를 대고 휴대용 술병에 2개에 나눠 담았다.

그중 가죽 케이스가 씌워진 술병을 들고 창고로 간다.

현수는 창고 한편에 있던 공업용 알콜을 스포이트로 빨아들여서, 딱 50ml를 휴대용 술병에 넣었다.


메탄올은 15ml 만 마셔도 치사량이라고 알려져 있다.

15ml면 고작 밥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분량, 50ml면 차고 넘칠거다.

이 정도라면 100% 시신경에 문제가 생긴다.

반응이 너무 늦지 않게 오기만 바랄 뿐.

준비는 끝냈다.

실행에 옮기느냐 마느냐만 남았다.


‘과연 홍성일을 믿을 수 있을까?’


현수에게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지만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다.

현수가 짧게나마 같이 부대껴 본 홍성일은 꽤 괜찮은 녀석이다.

다른 사람 배려할 줄도 아는 거 같고, 위아래도 확실하고, 미안함, 고마움, 염치도 있다.

아무리 협박받았다고 하더라도, 도움이 필요할 때, 어려운 일을 맞닥트렸을 때 혼자 빼지도 않는다.

유가람처럼 후안무치하게 나올 녀석도 아니다.

보면 볼수록 괜찮은 사람이다.


그런데... 멍청하다.


피해자의 물건에 손을 대다니.

어떤 이유를 붙여도,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멍청하다.

텅텅 비었던 나태석과 권상호의 지갑. 과연 지갑 속의 현금만 가져갔을까?

이미 나태석의 손목시계를 차고 있던 모습을 보지 않았나?

다른 희생자라고 전리품을 안 챙겼을까?

유가람의 물건은 안 챙길까?

홍성일은 경찰이 조금만 관심만 가져도 바로 범죄자 확정이다.

역시 안된다.

같이 나락으로 갈 수는 없다.


하지만

꽤 괜찮은 동생이다.

쓸데없는 물욕만 없었다면... 그래서 흔들린다.


현수는 내일만 홍성일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만약 내일도 유가람의 물건을 손댄다면, 그때는 뒤돌아보지 않고 같이 처분하기로 결심한다.


아무리 운동해서 덩치가 좋은 녀석이라고 해도, 눈이 멀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면 1:1로 싸워서 질 리가 없다.

산 중턱에서부터 계속 발로 차서 굴리고 굴리다 보면 언젠가는 죽겠지.

죽지는 않아도 정신은 잃겠지.

흉기를 써서는 안된다.

타살인지 사고사인지 애매한게 가장 이상적이다.


발길질이 타살로 보이지는 않을까?

산에서 구르면서 돌이니 나무에니 엄청 부딪힐 텐데 그중 어떤 타박상이 발길질인지 구분 할 수 있을까? 하물며 사인은 절대 아니다.


시신경 손상이 산을 넘기 전까지 안 나타난다면?

안전하게 집에 돌아간 후에야 발생 한다면?

괜찮다.

맹인은 언제 어디서든 미끄러질 수 있으니까.



*


웨에에엥 웨에에엥

삐뽀 삐뽀


강현수가 한창 산을 넘어가는 중,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최대한 빨리 뛰어서 산속 깊숙이 들어간다.

나무에 가려서 소방차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만 들어도 한두대 출동한 게 아니다.

최대한 몸을 숙여서 남들 눈에 안띄게 산을 넘는다.

산불이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산을 돌기 전까지는 안심 할 수 없다.


계속 걷다 마주치는 등산로.

현수네 집 방향으로 나있는 길이다.

유유히 걸어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간다.


이제.

내일부터는 평온한 삶이 기다릴 거다.



* * * * *


삐비빅 삐비빅


평소와 같은 아침 7시.

강현수는 이른 아침이 되서야 집에 들어왔지만, 울리는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누군가 자신을 의심할지도 모를 일이다.

남들 눈에 이상한게 없게끔, 평소처럼 행동하고 살아야 한다.


현수는 평소와 같이 일어나자마자 간단하게 씻고 1층으로 향한다.

계단에서 내려오자마자 자욱한 겨울안개 속에서 탄내음이 난다.


1층 공방의 문을 열고 에스프레소에서 커피를 내린다.

핸드폰을 꺼내 어제의 뉴스를 검색한다.

화재가 심각했으면 네이버 메인에 바로 떠 있을 텐데, 그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뉴스의 지역란까지 들어가야 화재 뉴스가 보인다.

[인천 천마산에서 화재]

클릭해서 보니 별 내용은 없다.

몇 시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몇 시에 불을 다 껐다는 내용.

시체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도 없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잠자코 살면 된다.


현수는 평소와 같이 일을 했다.

이번에는 결혼 후에 사용할 침대를 만들 생각이다.

나무의 수평을 맞춰 켜내고 목심을 심어서 나무를 집성한다.

한창 작업을 하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때다.


현수가 김씨 아저씨네 보양식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러 간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이렇게 평소처럼 살고 있는걸 봤다는 증인을 만들어야 한다.


“안녕하세요~”


현수가 인사를 하며 가게로 들어서자 55인치 TV 앞에 앉아 있던 김씨 아저씨 내외가 맞이한다. 뉴스에서는 정치 이야기가 한창이다.


“어 현수야 어서 와라. 백반줄까?”


“네~ 오늘은 배고프네요. 밥 좀 많이 주세요”


“그럼~ 그럼~ 현수야 두 그릇 먹고 가라. TV 잘 보고 있다. 어쩜 이렇게 화질이 좋니? 이거 그냥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 그나저나 오늘 새벽에 저기 산불 난 거 알아? 우리는 나이를 먹어서 저녁에 일찍 잠들어서 몰랐는데 새벽에...”


김씨 아저씨는 와이프의 말이 길어지기 시작하자 주방으로 슬며시 자리를 피한다.

아저씨는 식사를 준비하고 아주머니는 현수의 옆에 착 붙어서 어제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무슨 일이 있는지 장황하게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산불이 이쪽까지 번지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이었다.


“안 그래도 아침에 눈 뜨고 내려오는데 탄 냄새가 엄청 나더라구요.

저도 무슨 일 있나 인터넷 켜보고서 알았어요.

저기 공촌동 쪽 천마산에서 난 불이라고 하더라구요. 이쪽으로는 안 번져서 다행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 말이야! 중간에 생태 터널로 연결되어 있지 않니.

바람이 이쪽으로 불었으면 계양산까지 불탔겠어.”


“그러니까요. 아주머니 근데 저 배고파요...”


“호호호. 그러게 아줌마가 주책이다. 밥 줄게 기다려~”


오늘의 메뉴는 제육볶음과 계란말이 그리고 각종 밑반찬. 현수는 고기를 상추쌈을 싸서 야무지게 먹는다. 뉴스에서 마침 산불 뉴스가 나온다.


[어제 인천 계양구의 천마산에서 화재가 났습니다.

불은 약 새벽 한 시경에 난 것으로 추정되며 약 4시간 만에 진화되었습니다.

민간에 피해는 없었고...]


역시 뉴스에서 시체 이야기는 없다.

기밀로 수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 말인즉 시체의 신원조차 파악 못 했다는 뜻.

고도수의 술을 뿌려서 태운 시체다.

지문이랑 얼굴에 술을 집중적으로 뿌렸으니 제대로 녹았을 거다.

4시간 만에 진화됐으면 반쯤은 백골 아니었을까...


밥을 다 먹은 현수가 계산하면서 아주머니께 묻는다.


“아주머니, 여기는 음식물 쓰레기 어떻게 버려요?”


“음식물 쓰레기? 60L 큰 통에 모았다가 한꺼번에 버리지. 수거 업자가 매주 수요일마다 와. 왜?”


“오랜만에 먹고 싶어서 선짓국을 끓였는데 바퀴벌레가 들어간거 있죠!

차마 못 먹고 버리려고요. 곰솥 하나 분량 정도? 갑자기 많이 버리려니까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몰라서요. 제가 쓰는건 음식물 쓰레기통이 2.5L짜리라서...”


“많지도 않네~ 그런 거면 들고 와서 우리 쓰레기통에 버려~”


“그래도 돼요?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 비싸잖아요?”


“60L 한번 버릴 때 5000원? 그 정돈데 뭐~ 우리 현수가 TV도 줬는데 아줌마가 그 정도는 해주지! 그리고 우리 쓰레기통 꽉 채우지도 못해.

꽉 찰 때까지 두면 냄새나니까 그냥 버리는 거지. 업자가 수요일에 저녁 9시? 그쯤에 오거든. 대량으로 생기거든 굳이 허락받지 말고. 그 전에 아무 때나 와서 버리렴.”


“오! 감사합니다~ 그럼 수요일에 수거하기 전에 와서 버릴게요. 잘 먹었습니다~”


“응~ 자주 오고~”


“네! 또 올게요”


강현수가 식당을 나오자 따스한 햇볕이 내리쬔다.

음식물 쓰레기를 대량으로 처리할 방법도 생겼겠다.

걱정거리가 없다.


강현수가 씨익 웃는다.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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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행적 23.08.16 18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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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8. 동맹 23.08.16 18 0 11쪽
29 27. 대치 23.08.16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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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3. 장막 23.08.16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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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22 20. 설득 23.08.16 16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0 0 10쪽
20 18. 일상 23.08.16 20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1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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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1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29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3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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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2. 실종자 명단 23.08.16 4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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