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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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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64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3:48
조회
22
추천
0
글자
9쪽

24. 합의

DUMMY

* * * * *


유가람이 기분 좋은 얼굴로 대표이사실에 들어선다.

드디어 입금됐다.

공사대금을 받는데 예상보다 며칠 더 걸리기는 했지만, 김호근 이사의 약속대로 우리건설에서 미지급된 공사 잔금이 들어왔다.

이제 한시름 놨다. 인간 같지 않던 삶도 이걸로 끝이다.


이제 자신을 고소한 이들에게 공사대금과 미지급된 일당을 주고 나서 합의하고 나면 구속을 피하는 건 확정이다.

지난 한달을 어떻게 보낸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다가 자기 인생이 이렇게 꼬인 걸까 생각해 보지만, 그런 질문에 정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은 모 아니면 도. 선택의 연속이다.

책상 위에 보이는 검찰 소환장을 잠깐 확인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다음 주에 검찰청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많이 합의하기만 하면 된다.


일전에 검찰에 소환받아서 하루종일 조사받던 때를 떠올린다.



*


“유가람씨. 진짜 박수찬 씨 안 죽였습니까?”


“진짜 안 죽였습니다.”


“참 신기해요? 첫 소환조사 때는 ‘빨리 합의해서 최대한 빨리 돈 갚겠다’라고 말했는데, 두 번째 검찰 소환조사가 시작되려고 하니까 피해자가 사라졌어요? 그것도 액수가 가장 큰 피해자가? 저만 신기합니까?”


“저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제 피해자는 죽었으니까 돈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실종됐다면서요. 은근슬쩍 죽었냐고 물어보지 마세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오~ 그런가요? 유가람씨. 유가족도 있고 박수찬 씨 회사 직원도 살아 있습니다.

공소권 없음은 피의자가 죽었을 때지 피해자가 죽은 거랑은 상관이 없어요.

수사와 처벌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니까 박수찬 씨를 대리할 수 있는 가족이나 회사와 합의 해오세요.

지금 유가람씨 처벌해달라고, 사기로 고소한 피해자만 6명입니다. 아직 5명이나 남아있어요. 고작 한명 실종됐다고 끝나지 않아요.

앞으로 4개월 드립니다. 피해자들이 ‘갚으려는 의지가 있다, 구속은 안 해도 될 거 같다’ 말하게끔 합의 봐오세요.

아! 아니라고 하지만 혹시나! 피해자 중에 추가로 사망자나 실종자 나오면 바로 영장 청구해서 구속합니다. 최대한 빨리 피해자들이랑 합의 보세요. 아시겠습니까?”


“네.”


"4개월 후에도 지금처럼 ‘당장은 돈이 없는 걸 어쩝니까’ 식으로 나오면 해결 의지가 없는 거로 알고, 구속 수사로 갈 거니까 그런 줄 아세요.

1년을 기다렸으면 피해자들도 오래 기다린 거지. 그 정도면 옥살이해도 억울하지 않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검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경찰은 박수찬 씨 실종된 건에 대해서 유가람씨가 굉장히 의심이 간다고 하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굉장히 수상쩍어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만 들어가셔도 됩니다.”



*


똑똑.

야근하느라 사무실에 남아있던 직원이 노크하고 문을 열고 들어와 인사를 한다.


“대표님 먼저 퇴근해 보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어 조심히 들어가고. 수고했어~”


착잡함? 죄책감? 그도 아니면 회의감일까?

상념에 잠기느라 저녁내 일을 못 했다.

괜찮다. 구속을 면한 건 확실하니까.


그때 가람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린다.

[강현수]


"어 현수야.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있기는, 우리건설에서 입금받았냐?"


“어. 생각보다 조금 늦게 받기는 했는데, 오늘 입금받았어.

그쪽도 파산을 앞둔 상태라서 재산 정리하는데 이것저것 문제가 많은 것 같더라고. 이제 피해자 합의만 하면 구속은 면할 수 있을 거 같아.”


"합의 잘해라. 그것 때문에 이 고생을 한건데. 하하하. 가람아. 다른게 아니라 나도 이제 결혼 준비에 신경 써야 해서 물어보는 건데, 내가 받을 5억은 언제쯤 준비될 거 같냐?"


아직 피해자들이랑 합의도 못 했는데, 벌써 돈 달라는 이야기가 나올 줄이야.

한시름 놨다 싶었더니 돈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때마침 가람의 눈에 책상위에 올려진 우편으로 날아온 종이봉투가 보인다.

전처에게 날아온 이혼 관련 서류.

저 안에도 재산분할에 따른 돈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쩌면 돈 이야기는 평생 안 끝날지도 모른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가람이 화를 참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종이 뭉텅이를 꽉 쥐고 구겨버린다.


"하아 씨발. 너까지 돈 돈 거리냐!?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 쫌!"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는 상황이 다르지. 엄연히 내가 투자한 돈이고, 네가 도와준 대가로 받기로 약속 한 돈인데.

나도 결혼 준비 때문에 목돈이 필요해서 언제쯤 준비되는지 물어보려고 한거 잖아. 당장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언제쯤 받을 수 있냐고는 물어볼 수 있지!

나도 결혼 계획은 세워야 할 거 아니냐?"


"... 하아. 미안하다. 내가 조금 예민했나 보다.

액수가 커서 오래 걸려. 당장 해결하려면 이번에 입금받은 회삿돈으로 네 주식을 사서 소멸시켜야 하는데, 그러면 회사 규모가 쪼그라들어서 앞으로 관공서 일을 못 해. 그건 안돼.

다른 투자자를 찾거나, 내 돈으로 사야 하는데, 그런 돈이 어딨겠냐? 오래 걸리니까 기다려라.

지금은 회삿돈을 어떻게 잘 융통해서 비자금으로 만들어서 너한테 줄 생각하고 있어."


"혹시. 나 돈 받으려면 몇 년 걸리냐?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건 아니지?"


"다 해결하려면 조금 오래 걸릴 거야. 액수가 크잖아.

일단 나 고소한 사람들이랑 합의부터 좀 하자.

네 돈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당장 급한 불부터 끄자고.

네 돈은 어련히 만들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아! 너는 네 명의로 된 통장이나 하나 만들어서 준비해 줘."


“통장을 만들어 달라고? 왜?”


“야! 한방에 5억 받으면 양도세 내야 할 거 아니냐. 회삿돈 잘 융통해서 비자금화시켜서 소액으로 차곡차곡 네 통장에 저축할 생각이야. 그러니까 잔말 말고 통장이랑 카드 만들어서 비밀번호 알려줘.”


"... 그래 알겠어. 고맙다. 쉬어라."


하 고작 몇 시간 전까지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졸라 짜증 난다.

이새끼 5억은 또 어떻게 만들지...



* * * * *


11월 중순.

이미 한겨울인 듯 낮에만 영상 10도를 간신히 넘기고, 새벽에는 영하로 떨어진다.

본격적인 한겨울. 두꺼운 패딩을 입어야 하는 날씨다.


“... 그럼 이번 주도 모두 수고들 맡은 업무 최선을 다 해주세요. 홍 부장님은 남아서 저랑 이야기 좀 하시고.”


더원종합건설의 월요일 아침.

아침 9시에 땡 치고 시작했던 업무회의가 끝난다.

유가람과 홍성일만 회의실에 남은 채, 직원들은 각자 하던 업무를 하러 빠져나간다.

가람이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잇는다.


“홍 부장. 박수찬 건 기억하지? 다솜 인테리어.”


“네 대표님. 우리건설이 발주했던 검단 빌라 단지 인테리어 전체를 맡아서 했잖아요.”


“날 고소했던 사람들 다 합의가 됐는데... 다솜 인테리어만 합의가 안 되네...”


“아무래도... 합의할 주체가 없어서 아니겠습니까? 다솜 인테리어는 폐업 했구요.”


“그렇기는 하지. 실종된 남편 대신 와이프를 설득해야 하는데, 알다시피 그 와이프가 나만 보면 목에 핏대를 세워서 말야... 홍 부장이 가보면 어떨까 싶은데?”


“저라고 다르겠습니까. 저도 같이했는데?”


“그래도, 박수찬 와이프가 홍 부장 얼굴을 아는 건 아니니까. 한번 갔다 와 주라. 성일아.”


가람이 호칭을 홍 부장에서 이름으로 바꾸자 성일이 살짝 멈칫한다.

성일은 가람이 이렇게 나올 때마다 거절하기 힘들었다.


“집 주소나 연락처는 아십니까? 얼마에 합의하면 됩니까?”


“알고 있으니까 너한테 부탁하지. 흥신소 통해서 이것저것 정보를 캐왔어.

여기에 주소랑 연락처 자녀 정보 등 다 있으니까 합의 좀 받아줘라. 그쪽 잔금이 6억이 안 되거든? 최대 7억 이하에서 마무리 지었으면 한다. 혹시 협박하거나 다치게 하지 말고.”


"넵 대표님."


“부탁할게.”


성일이 황 봉투를 받아 들고 자리로 가서 내용물을 확인한다.

다솜 인테리어의 사장이던 박수찬이 갑자기 실종된 후, 부인 김은혜는 지금 사는 집 인근에 분식집을 차렸다.

슬하에 딸이 한명. 이름은 박다솜. 초등학교 6학년.

더원건설 공사 잔금을 못 받아 생긴 채무를 결국 살던 아파트를 팔아서 해결하고 근처에서 빌라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 이제 와서 보니, 박수찬이 실종되기 전, 매일 같이 공사대금을 받겠다고 더원건설에서 난리 친 이유가 어떻게든 아파트를 안 팔려고 그랬던 거 같다.


'빈손으로 가기는 뭐하고. 뭐라도 사가야 할 거 같은데... 뭘 사가지고 가지? 딸아이한테 엄마가 좋아하는 것 좀 알려달라고 한 다음에 그걸 사 들고 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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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1. 에필로그 23.08.16 21 1 7쪽
32 30. 행적 23.08.16 18 0 17쪽
31 29. 담금주 23.08.16 19 0 10쪽
30 28. 동맹 23.08.16 19 0 11쪽
29 27. 대치 23.08.16 19 0 11쪽
28 26. 굴레 23.08.16 17 0 9쪽
27 25. 다솜분식 23.08.16 17 0 10쪽
» 24. 합의 23.08.16 23 0 9쪽
25 23. 장막 23.08.16 17 0 13쪽
24 22. 교살 23.08.16 19 0 11쪽
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22 20. 설득 23.08.16 17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1 0 10쪽
20 18. 일상 23.08.16 21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2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3 1 11쪽
17 15. 선 긋기 23.08.16 21 0 10쪽
16 14. 뒷처리 23.08.16 26 0 11쪽
15 13. 대리운전 23.08.16 25 0 10쪽
14 12. 루나코인 23.08.16 23 0 10쪽
13 11. 공사대금횡령 23.08.16 23 0 11쪽
12 10. 이민가방의 정체 23.08.16 30 0 9쪽
11 09. 검은색 이민가방 23.08.16 27 0 11쪽
10 08. 압수수색 23.08.16 28 0 8쪽
9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1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30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4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5 03. 단서 발견 23.08.16 40 0 11쪽
4 02. 실종자 명단 23.08.16 47 0 12쪽
3 01. 신원미상의 시체 23.08.16 70 1 12쪽
2 00. 프롤로그 23.08.16 67 0 5쪽
1 0. 작품소개 23.08.16 97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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