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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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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58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3:44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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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2. 교살

DUMMY

*


외진 동네에 있는 고급스러운 일식 초밥집.

평일 늦은 시간이라 주차된 차량은 유가람과 권상호의 차뿐이다.

한 칸 띄고 나란히 주차된 자동차.

식사하고 나온 유가람과 권상호가 두 차 사이에서 대화를 나눈다.


“가람아... 정말 미안하게 됐다. 또 이해해 줘서 고맙다”


“별말씀을요. 저랑 대표님이 보통 사이입니까? 그래도 30%라도 먼저 주신다고 해서 저도 한 시름 놨습니다. 부도날까 봐 조마조마했습니다.”


“허허허. 진짜 고맙다. 그럼 내일 아침에 바로 입금하겠네. 조심히 들어가라고.”


자신의 차에 타려는 권상호를 유가람이 불러 세운다.


“아! 대표님. 그러고 보니 중요한 걸 말씀을 안 드렸네요. 잠시 제 차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시죠?”


“응? 무슨 이야기?”


“나태석 행방이요. 보조석에 앉으시죠.”


가람이 자신의 차를 가리키며 운전석으로 들어간다.

권상호가 ‘나태석’이라는 말에 서둘러 유가람 차 보조석에 앉는다.

문을 닫기 무섭게 유가람에게 묻는다.


“나태석 행방이라니? 찾았나? 읍!”


가람의 차 뒷좌석에 숨어있던 홍성일이 권상호 목 위로 밧줄을 묶어서 당기고, 유가람이 권상호의 시야를 커다란 검은 비닐봉지로 가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하며 ‘큭 크윽’ 거리며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절명한다.

차에서 내린 홍성일이 권상호의 차에 올라탄 후, 차를 끌고 먼저 떠난다.

가람의 차도 곧 출발한다.



* * *


강현수네 집 앞마당에 거침없이 하얀 벤츠가 들어서고 유람과 홍성일이 내린다.

마당 테이블에 앉아 있던 강현수 일어서서 말을 건다.


“왔어?”


“안녕하십니까? 형님.”


“어. 현수야. 우리 왔다.”


가람이 E 클래스의 뒷문을 열고, 성일과 가람이 사람을 내린다. 목에 밧줄이 걸려 온몸이 축 처진 시체.


“이 사람이 그 우리 건설 사장이야? 권상호? 내가 말한 대로 다른 상처 없이 목 졸라서 죽였지?”


현수가 가까이 다가가 시체를 살펴본다.

겉으로 보기에 시체는 상처 없이 깨끗하다. 사망 원인은 딱 봐도 교살.

전체적으로 상처 없이 깨끗한 가운데 목에만 밧줄로 쓸린 자국이 있다.

현수가 지시한 그대로. 죄책감을 느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부디. 네가 말한 대로 우리 건설이 너희한테 줄 돈이 있기를 빈다."


"있어. 나태석이 확실히 있다고 그랬어. 우리건설이 지금 하는 공사에는 지장이 생기겠지만, 당장 우리한테 줄 정도의 현금을 가진 건 확실해."


"... 그래, 네 말이 맞겠지"


현수의 눈에 시체에는 전혀 문제없어 보인다.

계획대로 진행하면 될 거 같다.


“가람이한테는 이야기했지만, 성일이 너는 처음 들으니까 다시 한번 설명할게.

지금 시간은 저녁 10시... 너희는 사후 경직이 전신으로 퍼지기 전에 시체를 들고 우리 집 뒷산을 넘어 계양산으로 갈 거야.

길도 없는 나무와 수풀 사이를 통과해서 가는 거라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어.

뒷산에 올라가다 보면 내가 오후에 묶어 놓은 빨간 노끈이 보일 거고, 노끈을 따라 올라가서 마지막 나무에 권상호를 매달 거야. 지금 목에 걸려있는 그 밧줄로. 자살로 보이도록.

가람아, 같이 술 마셨고 술병 챙겼지? 녹음도 했냐?“


“응 챙겼어. 편집은 조금 해야겠지만 녹음도 성공했어.”


가람이 차에서 지퍼백에 담긴 소주병을 꺼내와 테이블 위에 올린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손에 니트릴 장갑을 착용한다.


“나는 권상호랑 비슷하게 옷을 입고 살아 있던 행적을 만들고 올 거야.

목표 시간은 새벽 1시. 내가 아까 올라갔을 때 맨몸으로 1시간 반 걸렸으니까, 둘이 권상호를 번 돌아가면서 들면... 한 3시간이면 올만 할거야.

권상호처럼 회색 재킷에 흰 셔츠, 베이지색 바지. 갈색 구두... 똑같은 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올게.”


강현수가 2층에 옷을 갈아입으러 올라간다.

그 사이에 유가람과 홍성일은 권상호의 시체에서 소지품들을 빼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현수가 미리 꺼내 방수천으로 시체를 감싸서 손수레에 시체를 싣는다.

내려온 강현수가 꺼내져 있는 소지품과 시체의 상태를 확인한다.


“손수레로 갈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올라가다가, 수풀 사이로 가야 할 때부터는 직접 들고 올라와. 시체랑 옷에 상처 안 나게 갑바 채로 들고 오고. 자 램프”


강현수가 유가람과 홍성일이 쓸 손전등을 건네준다.

가람이 손전등을 켜보며 기능을 확인한다. 현수는 테이블 위 권상호의 지갑과 핸드폰을 확인한다. 지갑을 열어보니 신분증과 카드가 있다.

현금 칸은 텅텅 비어 있다. 성일을 쳐다본다.

성일과 눈을 마주치자 성일이 현수를 보고는 멋쩍게 웃는다.


‘성일이 저거 또 챙겼네...’


강현수가 차 키와 지갑, 권상호의 핸드폰을 챙기고. 지퍼백에 들어있는 술병과 목에 걸려있는 밧줄은 들고 내려온 가방에 넣는다.


“잊지마 1시야. 아무리 늦어도 2시까지는 어떻게든 도착해야 해. 시체에 사후 경직 일어나면 완전히 망하는 거야. 가자. 성일아 차는 어디있어?”


“차는 형님이 말씀하신 공터에 주차했습니다. 남색의 BMW 7입니다.”



* * *


강현수가 자기 차를 몰고 마을 입구 근처 공터에 있는 권상호의 BMW 7로 바꿔 탄다.

빠져있던 블랙박스의 전원선을 연결하고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올라 영종도로 향한다.

차가 없는 도로를 달려 을왕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강현수가 을왕리의 외진 곳에서 혼자 앉아 사색에 잠긴다.

친구 새끼의 거짓말에 속아서 심부름했더니, 살인사건 증거인멸에 동원되었고, 이제는 협박을 당해서 살인 계획에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됐을까.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유가람과 평생 모른 채 살고 싶지만,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계속 적당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하아... 아버지 보험금만 아니었어도... 유가람, 이 개새끼. 이래놓고 약속 안 지키기만 해봐. 진짜 가만히 안 둔다.’


현수는 핸드폰을 켜고 시계를 확인한다. 11시.

인근에서 24시간 영업하는 마트를 찾는다.

차를 몰아서 마트에 간다.

마스크를 쓰고 마트에 들어가 빠른 걸음으로 필요한 물품을 찾는다.

밧줄과 플라스틱 간이 의자. 그리고 소주 한병. 생김새나 만듦새, 튼튼함 그런 건 필요 없다. 영수증에 품명만 똑바로 적히면 된다.

대충 그럴듯한 물건들을 집어서 계산대로 갔는데 문득 걱정되기 시작한다.


‘아... 물품이 너무 자살용인데... 괜히 의심받는 거 아냐? 다른 음식이나 청소 용품 같은 것 좀 섞어서 살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등골에서 땀이 흐른다.

'띡띡' 바코드 찍는 소리와 함께 점원이 손을 내민다. 현수가 권상호의 카드를 내민다.


“봉투 필요하신가요? 포인트?”


“아뇨 필요 없습니다”


아무 일 없이 계산이 끝났다. 의심을 살까 봐 긴장한 스스로가 바보 같을 만큼.

살인과 관계되어 있다고 하니, 물건을 사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된다.

이런 게 죄책감이겠지.

방금 계산해준 계산원은 방금 판매한 물품들이 자살에 사용될 물건이라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 한 걸까. 자기 하는 일이 고되고 힘들어서 미처 신경 쓰지 못했을까?


다시 시간을 확인한다. 11시 30분.

현수는 계양산 공영주차장을 목적지로 내비게이션을 찍고 출발한다.



* * *


허억 허억.

강현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산을 오르고 있었다.

한 손에는 랜턴, 등 뒤에 밧줄로 간이 의자를 묶어 가방처럼 멘 채.

아무도 없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이 늦은 시간에 등산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벌써 랜턴도 없이 쑥쑥 내려오는 아저씨를 3명이나 마주쳤다.

갑자기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어찌나 놀랬던지.

랜턴의 불빛도 현수의 숨소리만큼 거칠게 흔들린다.

뜬금없이 야간산행을 하려니 힘들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낮에도 왔으니 하루에 두 번을 산을 탄 거니 힘든 게 당연한가.

현수는 목표로 한 지점에 도달했다.

랜턴을 끄고 숨을 고르면서 눈을 어둠에 적응시킨다.

다시 출발하자.

등산로를 이탈해 수풀을 해치며 목표로 한 방향으로 걷는다.

나무 그늘 사이로 들어오니 더 어둡다. 노끈이 나올 때까지 가야 한다.


‘이쯤이면 노끈이 보여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할 때쯤 몸이 뭔가에 걸린다.

찾고 있던 붉은 노끈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매단 끈을 풀어낸다.

걸어가면서 노끈을 팔에 둘둘 묶으면서 회수한다.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팔목이 붉은 노끈에 두껍게 감긴다.

그렇게 걸어가기를 수십 분째.

나무에 기대 숨을 몰아쉬는 두 명이 보인다.

혹시나 누군가 들을까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언제 도착했어?”


“형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희도 막 도착했습니다.”


“어. 우리도 막 도착해서 잠시 쉬고 있었어. 야. 성일이가 유도를 해서 그런지 사람 잘 들더라. 어깨 위로 엎어 놓고 들고 가는데, 쭉쭉 올라가. 나는 힘들어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는데.”


“고생했다 성일아. 진짜 고생했어.”


강현수가 권상호의 시체로 가서 팔을 들어본다.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팔이 내려가는 속도가 약간 느리다. 사후 경직이 팔 쪽으로도 왔다.

전신으로 퍼지기 일보 직전, 조금 더 서둘러야 한다.


“사후 경직 이미 시작됐어. 빨리해야 할 거 같다. 가방 줘. 물티슈로 권상호 좀 닦자. 계속 장갑 끼고 왔지?”


둘이 고개를 끄덕인다.

현수가 가방에 있던 니트릴 장갑을 꺼내 착용하고 홍성일에게 물티슈를 건넨다.

홍성일이 권상호를 물티슈로 대충 닦는다.

강현수가 주머니 속에 있던 권상호의 소지품을 시체로 옮긴다. 가방 안에 있는 밧줄로 올가미를 만들어 권상호의 목에 걸고, 밧줄만 있는 쪽을 나뭇가지 너머로 던져 넘긴다.


“성일이는 시체 들어주고, 가람이는 나랑 당기자.”


장정 세 명이 달려들어 시체를 나무에 매달고, 밧줄을 나무 기둥에 묶는다.

강현수가 등에 메고 있던 간이 의자를 고정하던 밧줄을 풀어 가방에 넣고, 간이 의자를 권상호의 발아래 둔 후 걷어차서 산비탈로 굴린다.

사 온 술병은 가방에 넣고, 가방에 있던 술병을 지퍼백에서 꺼내서 근처에 던져놓는다.


“주변에 떨어뜨린 거, 놓고 가는 거 없는지 확인해. 정리하고 다시 내려가자”


셋이 주변을 둘러보며 놓고 가는 물건이나 흔적이 있는지 확인한다.

산에서 노끈을 회수하면서 현수의 집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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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7. 대치 23.08.16 19 0 11쪽
28 26. 굴레 23.08.16 17 0 9쪽
27 25. 다솜분식 23.08.16 17 0 10쪽
26 24. 합의 23.08.16 22 0 9쪽
25 23. 장막 23.08.16 17 0 13쪽
» 22. 교살 23.08.16 19 0 11쪽
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22 20. 설득 23.08.16 17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0 0 10쪽
20 18. 일상 23.08.16 21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2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3 1 11쪽
17 15. 선 긋기 23.08.16 21 0 10쪽
16 14. 뒷처리 23.08.16 26 0 11쪽
15 13. 대리운전 23.08.16 25 0 10쪽
14 12. 루나코인 23.08.16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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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9. 검은색 이민가방 23.08.16 27 0 11쪽
10 08. 압수수색 23.08.16 28 0 8쪽
9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1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30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4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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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2. 실종자 명단 23.08.16 46 0 12쪽
3 01. 신원미상의 시체 23.08.16 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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