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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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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47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2:53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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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3. 단서 발견

DUMMY

탁.

누군가 책상 위에 캔커피 하나를 놓길래 고개를 들어 쳐다봤더니 임성민이다.


“어휴. 경사님. 왜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계세요. 다녀왔습니다.”


“넌 왜 이렇게 실실 웃어? 단서 좀 얻었어?”


“힙 플라스크는 완전히 헛고생했어요. 수입 업체를 찾아서 책임자 만나고 왔는데, 2011년부터 중국에서 수입 판매했고, 반응이 좋아서 나중에는 다이소에도 납품해서 판매했대요. 사진 보더니 다이소에 팔던 시기의 제품 같다고 하더라고요.”


“다이소? 천원 샵?”


“네. 다이소 본사에도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2015년부터 팔았고 2018년도에 매대에서 철수했데요.”


“그럼 2018년도 이전에 샀다는 건데... 구매자 대조해봐도 소용없겠다. 롤렉스는?”


“이쪽은 수확이 있었어요. 롤렉스 시계 판매처 알아냈고요, 구매자 이름도 알아냈어요.”


“오! 정품이었어?!”


“그러니까요. 솔직히 당연히 가품일거라고 생각해서 기대 안 했는데 진품이더라고요. 인천터미널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한 제품의 시리얼 번호로 확인됐고요, 판매일시랑 매출전표 대조해 보니 구매한 사람이 당시에 카드로 결제를 했어요. 카드 명의자 이름은 ‘나태석’입니다.”


“나태석? 그 사람은 누구야?”


“그건 이제부터 알아봐야죠.”


“그래도 오늘은 수확이 조금 있네~ 고생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같이 저녁이나 먹자.”


“사주시는 겁니까? 후후후.”


“아니. 너 저번에 나한테 내기 져서 주먹고기 사기로 했잖아? 니가 사야지.”


“앗!”


“하하하. ”


민철과 성민이 외투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간다.

경찰서 밖 하늘은 어느덧 깜깜하다.



* * * * *


“어? 성민아. 다녀왔냐? 어떻게 됐어?”


“와~ 경사님이 따듯한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자리 지키는 동안, 후배가 이렇게 추운 겨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왔는데 일단 수고했다고 다독여 주는 게 먼저 아닙니까?!”


“그래. 나태석 만나고 왔어? 뭐래?”


“나태석씨 부인을 만나고 왔는데 실종됐데요. 사라진 지 3달째. 물어봤더니 남편은 169cm 80kg 혈액형은 A형 이래요. 시체가 나태석일 확률은 없는 거 같아요.”


“그러네.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


“집에 가보니까 이사한다고 짐 정리하고 있더라고요. 딸이랑 친정 부모님 집에 들어가서 살 거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남편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하니까 자기 버리고 간 사람한테 미련 없다고 묻지 말라며 화내더라고요.”


“버리고 가?”


“해외로 밀입국한 거로 추정되나 봐요. 중국.”


“하아... 수사 정말 뜻대로 안 된다. 미소지음 병원은 어떻게 됐어?”


“와 계속 일 이야기만 하는 거 봐. 후배가 이렇게 추운 날씨에...”


“너 수고했다고 그러면 밥 사라고 몰아갈 거잖아. 내가 그렇게 너한테 밥 사준 게 얼만데 그걸 모를까. 그래서, 병원에서는 뭐래?”


임성민이 들켰나 하는 표정으로 실실 웃다가 이야기한다.


“병원에 가서 경찰 신분증 보여주니까 바로 주시더라고요. 간호사분이 요즘 보이스피싱이니 뭐니 많다 보니까 전화로만 협조하기는 곤란했다,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죠. 뭐.”


“그렇긴 하지... 미소지음 병원 명단도 연락해 봤어?”


임성민이 끝까지 칭찬 안 해주냐고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표정을 짓다가, 포기하고 설명한다.


“3명이 있었고요. 첫 번째는 이지훈씨. 집까지 다녀왔고요. 경찰 사칭하는 보이스 피싱인줄 알고 전화 안 받았데요. 멀쩡히 잘~ 살아계십니다.”


“아~ 거참! 전화 좀 받아주지. 문자로 답장이라도 해주던가. 두 번째는?”


“똑같죠. 뭐. 김희준 씨라고... 잘 살아 있어요. 그런데 찾아가서 확인했던 사람 중 몇 명이 자기 연락처 어떻게 알아냈냐고, 이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아니냐 어쩌고저쩌고하네요. 민원 넣겠다고 항의하는데...”


경찰이라고 밝히고, 수사와 관련해 물어볼 게 있으니 전화 통화 한번 하자는 게 어떻게 보이스 피싱이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인가.

갑갑하다.

수사는 진척이 안 되는데, 발목은 여기저기에서 계속 잡힌다.


“하아... 안 되겠다. 성민아 담배나 한 대 태우자.”


민철과 성민이 경찰서 뒤편의 흡연구역으로 간다.

민철이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자, 성민이 자기가 피우는 연초를 꺼내준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준다.


“후우... 성민아. 이거 그냥 적당히 하다가 덮을까?”


“그러게요... 수사 시작한지 이주... 이만큼 수사를 했으면 뭔가 윤곽이 잡혀가야 하는데, 자꾸 제자리걸음만 하네요.”


어휴. 둘이 동시에 한숨을 쉰다.

불에 탄 시체의 신원을 알아내겠다고 수사할 만한 방법을 다 해본 거 같은데 슬슬 한계다.

2주 동안 성과가 없으면 다른 대안을 찾아내지 못한 이상 포기해야 할 시점이다.

민철이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한다.


“성민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솔직히 치과 명단으로 찾는 것도 그른 거 같다. 기존에 금니 치료한 병원이 폐업했거나, 타지역 사람이 인천에서 죽은 거면 신상을 어떻게 찾겠냐. 후우... 성민아. 담배 한 대만 더 줘라.”


“여기요. 그럼 다른 대안은 있으세요?”


“아니. 다른 방법을 못 찾았으니까 지푸라기라도 잡겠다고 치과에 전화 돌리던 거잖아. 이제부터 생각해봐야지. 아니면, 적당히 뭉개다가 미결로 넘기거나... 앗! 에헤이. 조졌네 이거.”


민철이 골똘히 생각하느라 담뱃재를 옷 위에 흘리고 만다.

혹시나 담배 빵이 생겼나 싶어, 벌떡 일어나 옷에 묻은 담뱃재를 털어내는데, 성민이 그걸 보더니 갑자기 큰소리를 친다.


“아! 아~! 미친! 역시 나는 천재야!”


갑자기 벌떡 일어나 스스로를 천재라고 외치는 성민.

눈을 능글맞게 뜨더니 실실 웃기 시작한다.

저놈은 눈깔을 왜 저렇게 뜰까...


“뭐!? 왜?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


“경사님! 인간적으로 저한테 고마워 하십쇼. 후후후”


“뭔데? 말해봐.”


“경사님. 제 공로 잊지 않기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고요. 죽은 사람이 천마산에 어떻게 갔을까요? 가까우면 걸어서 갔겠죠? 그런데, 어느 정도 거리면 가까운 거리에요?”


“목적에 따라서 다르겠지. 운동 삼아 나온 거면 멀어도 걸어서 갈 거고. 잠깐 들리는 거면 차를 끌고... 차!?”


“후후후! 그러니까요! 저희가 피해자를 30대 내외의 건장한 성인 남자로 생각하고 있잖아요? 자기 차가 있는 사람이면 끌고 가지 않았을까요? 차를 끌고 갔다면 어디에 주차했을까요?”


“그러니까 네 말은...”


“천마산 근처에 1주일째 방치된 차가 있을 수도 있다 이거죠!”


“음. 그럴듯해. 마침 산불이 났으니 근처 차들은 싹 다 잿더미 덮어 썼을 것이고...”


“역시 경사님! 제 말이 그거에요! 잿더미를 뒤집어쓰고도 아직도 새 차를 안 한 차가 있다!? 차를 방치하고 있다는 뜻이죠! 누가 차를 방치 했겠어요?!”


“그 차의 주인이 피해자일 것이다? 음. 상당히 가능성이 높겠어...”


“아~ 역시! 역시 난 천재야. 인간적으로 저는 할 만큼 한 거 같습니다. 인정하시죠?”


“어 인정. 성민아 차 시동 걸어. 천마산 주변 쫙 돌고 오자.”


“아 진짜~ 어떻게. 나 천잰가 봐. 아 어쩌지. 후후후”


성민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의 아이디어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거만하게 왼쪽으로 꺾었다가 오른쪽으로 꺾는다.

민철이 고의적으로 무시하며 걷자 귓가 쪽으로 와서 중얼거린다.


“후후후. 경사님 저 진짜 천재 아닙니까? 저한테 할 말 없으십니까? 엣헴!”


“아오! 고만해 임마! 정신 사나워. 잘했어. 잘했다고! 삼겹살 살게. 됐지?!”


“하하하. 아뇨. 소고기.”


민철이 멈춰서서 눈으로 쌍욕을 퍼붓자, 성민이 서둘러서 차로 간다.



* * *


조민철과 임성민이 경찰차를 타고 천마산 주변의 도로를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과연 성민의 생각대로 대부분의 자동차는 세차한 지 얼마 안 된 듯 꽤 반짝반짝 거린다.

세차는 안 했더라도 최소한 유리창이라도 와이퍼로 닦여 있다.

그사이에 한 번이라도 운행했다는 뜻.


천마산은 사실상 계양구와 서구의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인접한 진입로가 많다. 가정동, 연희동, 공촌동, 계산동 등 천마산 진입이 가능한 모든 주변 도로를 다 돌아본다. 사망한 피해자가 어느 쪽에서 왔는지 알 수 없으니 발품을 팔 수밖에 없다.


“성민아. 저기. 방치 차량이다.”


계산동의 아파트 단지 근처에 방치된 차량을 보고, 앞유리창에 남겨진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지방 출장 중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공촌동의 빌라 주차장에 주차된 또 다른 차가 있길래 전화해 보니 ‘차량 배터리가 방전돼서 일시적으로 방치’ 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연희동의 대학 병원 앞 방치 차량을 보고 전화하니 ‘타이어 펑크’가 나서 방치 중이라고 한다.

산 인근 이면도로를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마지막으로 갈 곳은 재개발 때문에 곳곳이 폐쇄된 효성동 방향.

사람들이 재개발을 위해 토지수용 보상금을 받고 이사를 하고 나니, 창문이나 대문이 다 부서져 있어도 할렘가가 되어 버렸다.

건물 여기저기 붉은 락카로 ‘퇴거 완료’ 가 쓰여 있거나, ‘강제수용 거부한다’ 같은 항의성 글들, 빛바랜 현수막들이 곳곳에 있다. 철없는 아이들이 몰래 숨어들어와서 장난을 쳤는지 SEX 라고 써 놓은 낙서도 보인다.

사람 한명 없는 동네에 온갖 것들이 부서져 나 뒹구니 동네가 음산하다.


경찰차로 폐쇄된 효성동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천마산 초입 쪽에 방치된 흰 차량이 보인다.

민철은 멀리서 딱 보자마자 저 차가 피해자의 차량임을 확신했다.


차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가며 찬찬히 훑어본다.

잿더미를 뒤집어썼음에도 먼지 한번 안 털어낸 흰색의 벤츠 E클래스 차량.

민철이 벤츠 전면 유리창에 있는 주차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본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되니...]


“성민아! 고객 전화기 꺼져있단다!”


찾았다! 다른 수상한 게 보이지는 않는지 차 주변을 훑어본다.

임성민이 바로 전화를 꺼내 사무실로 전화를 건다.


“차주 조회 부탁드립니다. 흰색 벤츠 E 클래스 60푸1234.

유가람? 91년생. 주소지는 어딥니까? 작전동 대동아파트 531동 706호. 네 감사합니다.”


민철과 성민의 눈이 마주치고, 둘 다 끄덕인다.

확실한 거 같다. 서둘러 차에 올라서 유가람의 집으로 향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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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5. 다솜분식 23.08.16 16 0 10쪽
26 24. 합의 23.08.16 22 0 9쪽
25 23. 장막 23.08.16 17 0 13쪽
24 22. 교살 23.08.16 18 0 11쪽
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22 20. 설득 23.08.16 17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0 0 10쪽
20 18. 일상 23.08.16 21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1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3 1 11쪽
17 15. 선 긋기 23.08.16 21 0 10쪽
16 14. 뒷처리 23.08.16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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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9. 검은색 이민가방 23.08.16 27 0 11쪽
10 08. 압수수색 23.08.16 27 0 8쪽
9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1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29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3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 03. 단서 발견 23.08.16 40 0 11쪽
4 02. 실종자 명단 23.08.16 46 0 12쪽
3 01. 신원미상의 시체 23.08.16 69 1 12쪽
2 00. 프롤로그 23.08.16 66 0 5쪽
1 0. 작품소개 23.08.16 96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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