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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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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61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3:55
조회
18
추천
0
글자
10쪽

29. 담금주

DUMMY

*


강현수와 홍성일은 일전에 서로 약속했던 것처럼, 둘 중 한명이 죽을 순간이 오자 결국 유가람을 죽였다.

유가람을 죽인 건 현수였다.

머리를 클램프로 깨트렸다.

즉사였다.


위이이이잉 철커덕.

창고 천장에 있는 호이스트가 올라가다가 멈춰 선다.

후크에 매달린 형상이 보인다.

헐벗은 유가람의 시체가 발을 하늘 쪽으로 향한 채 공중으로 끌어 올려진다.


“성일아 저쪽에 가면 커다란 김장용 고무 다라이 있어. 그거랑 김장 비닐 좀 가져올래?”


현수가 성일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창고 한구석에서 바리깡과 사시미 칼을 챙겨온다.

바리깡으로 유가람의 생식기 털과 머리카락을 밀어버린다.


“성일아. 저기 있는 빗자루랑 쓰레받이로 바닥 한번 쓸어서 털들 좀 비닐에 담아줘라”


성일이 군말 없이 청소를 시작한다.


현수가 창고에 있는 화목난로에 집 리모델링 하면서 나왔던 폐나무를 집어 넣는다.

얼기설기 쌓인 나무에 구긴 종이로 불을 붙여 넣어 보지만 불이 잘 안 붙는다.

창고 구석진 곳에서 공업용 알콜을 가져와 유가람의 옷가지를 적신다.

화목난로를 열어 집어넣자 ‘확’ 소리가 나면서 불길이 맹렬히 타오른다.


바닥에 김장 비닐을 깔고 다라이를 매달린 시체 밑에 가져다 놓는다.

현수가 사시미 칼로 목을 긋자, 피가 쏟아져 내려온다.


“잠시 시체에서 피 좀 빼자고, 성일아 작업실에서 가져올 게 있어. 같이 가자.”


태연하게 말하는 현수.

성일도 가람을 죽일 생각은 있었지만, 지난번처럼 매장하거나 자살로 위장할 줄 알았지, 이렇게 시체를 본격적으로 처리할 줄은 몰랐었다.

현수가 앞서가며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저기, 현수 형님... 꼭 이렇게 해야 합니까?”


“...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야.

그런데, 성일아 형이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잖아. 사인은 위장하기 힘들다고.

시체를 없애서 실종을 만들거나, 죽은 원인을 바꿔야 하는데.

저건 머리뼈가 깨져서 죽은 거라 시체로 발견되면 무조건 타살이야.

어쩔 수 없어. 게다가 지금 한 겨울이잖아. 땅이 얼어서 중장비를 동원하지 않는 한 시체를 매장해서 숨기는건 불가능해.

이대로 멈출까? 그럴 수는 없잖아? 결국, 시체를 없애 버리는 수밖에 없어. 저것들 좀 창고로 옮기자.”


현수가 바퀴가 달린 작업 책상과 목공 장비 하나를 가리킨다.

밴드쏘우.

두개의 원형 도르레 사이를 밴드형 톱날이 반복해서 도는 기계다.

목공용으로 나왔을 뿐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고기를 자르는 골절기랑 원리는 똑같다.

둘이서 밴드쏘우를 바퀴 작업책상 위에 얹어서 창고로 끌고 간다.


현수가 유가람의 시체로 가서 상태를 확인한다.

처음과 달리 이제는 조금씩 흐르는 피.

생각보다 피 자체의 양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성일아. 밴드 쏘우로 머리, 어깨, 허벅지 쪽에서 잘라서 몸통까지 6등분 낼 거야. 옆에서 같이 잡아줘. 아! 옷부터 갈아입고.”


현수는 옷을 훌렁훌렁 벗더니 후줄근한 옷으로 갈아입고 그 위에 우비를 하나 걸쳐 입는다.

성일도 현수를 따라서 후줄근한 옷과 우비를 입었다.


“시작하자”


현수와 가져온 작업책상 위에 비닐을 덮고, 거꾸로 매달아 놨던 시체를 눕힌다.

밴드쏘우가 켜지면서 톱날이 회전한다.

세로로 똑바로 서 있는 톱날 사이로 눕혀 놓은 유가람의 팔을 밀어넣는다.


치이이잉.

시끄러운 소리가 나며 신체가 토막난다.

성일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는지 이미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천천히 밀어라, 당겨라 돌려라. 현수가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할 뿐.


깔아놓은 비닐 위로 시체가 토막이 난다.

성일이 잔인한 광경에 패닉에 빠져서 그대로 화장실에 뛰쳐 들어가서 토를 한다.

우웩 우웩.

조금 뒤, 핼쑥한 얼굴로 성일이 돌아온다.

정신을 못 차리겠는지 거의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 어쩔 수 없네. 너는 뒷 정리 위주로 해라.

저기 피 뽑은 건 선지로 만든 다음에 해장국 끓여서 음식물 쓰레기로 배출할 거야.

따듯한 소금물을 피랑 섞으면 빨간 젤리처럼 굳어서 선지가 돼.

그걸 큰 냄비에 한번 더 끓이면 먹는 선지색이 될거야. 그걸 해라.”


현수가 부르스타와 가스, 커다란 곰솥, 소금 등을 챙겨서 성일의 주변에 가져다준다.

성일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현수가 시키는 대로 선지를 만든다.


현수는 이미 토막난 시체에서 관절이 많은 부위를 더 잘라낸다.

무릎, 팔꿈치, 손과 발을 잘라내 뼈의 비중이 넓은 부위와 근육이 많은 부분을 분리해 낸다.

이제는 몸통을 할 차례. 현수는 가슴부터 생식기 쪽까지 몸통의 피부를 열십자로 잘라서, 내장들을 다 꺼내서 내용물 변기에 흘려보냈다.

심장과 폐, 위, 대장 등 각종 장기를 성일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얘네도 한 번씩 삶아”


어느덧 실내가 후끈후끈하다.

화목난로가 충분히 뜨거워 졌다. 화목난로에 머리와 손 발, 관절 뼈를 던져 넣었다.


팔다리의 살코기는 더 잘게 자른후, 비닐랩에 씌워 창고에 있는 냉동고에 넣는다.

다시 밴드쏘우를 켜서 몸통을 잘게 잘라낸다.

화목난로에 들어갈 수 있게.


난로를 열어서 다 타서 뼈만 보이는 것들을 꺼내고, 아직 불태우지 않은 부위를 가람의 옷으로 감싼뒤,공업용 알콜을 부어 난로 안에 넣는다.

공업용 알콜이 들어가니 불꽃이 매섭게 타오른다.


몇 시간에 걸쳐 계획했던 대로 정리가 끝났다.

현수와 성일이 밖으로 나가서 말없이 담배를 태운다.

한대로 부족했는지 성일이 연달아서 한대를 더 태운다.

현수도 그 마음을 이해했기에 같이 한대를 더 태웠다.

담배를 태운 후 현수가 성일에게 말한다.


“한 번씩 끓인 선지량 내장, 고기는 양념 해서 요리처럼 만든 다음에 냉동실에 얼려뒀다고 소량씩 음식물 쓰레기로 배출할 거야.

선짓국이나, 내장탕, 족발 같은 거로 만들어서...

피부랑 지방은 정육점이나 축산물 시장에서 주기적으로 거둬 가더라고.

냉동고에 넣어 놨다가 적당히 상황 봐서 정육 쓰레기에 섞어서 처분할 거야.

머리랑 몸통, 손, 발, 관절은 지금 화목난로에서 태우고 있어.

뼈만 남겠지.

불이 사그라들고 뼈만 처분하면 다 끝나.

성일이 너는 이만 올라가서 자라.”


“네? 형님은요?”


“나는 더 해야지. 청소부터 해야 할 거 같다. 뼈도 처분해야 하고.”


현수가 말을 하면서 뒤를 가리킨다. 여기저기 핏물이 잔뜩 묻은 바닥과 장비가 보인다.


“너는 한숨자고, 일어나서 가람이랑 같이 외근 나간 척 하면서 행적을 만들어줘.

오는 전화도 다 받고, 문자도 답장해서 살아 있는 것처럼.

퇴근시간 이후에 회사 대표이사실이랑 가람이 집에 일기장이나, 컴퓨터 문서 등으로 우리를 의심할 만 한게 있는지 확인해서 다 없애버려.

매일같이 같이 다니다 보니 가람이네 집 주소랑 비밀번호 이런 건 다 안다고 했지?

알리바이를 부탁한다.

2층에 가서 씻고 내 방에서 자. 피 묻은 옷은 다 태울 거니까 두고 가고.”


“넵.”


성일은 한숨자러 올라가고, 현수는 계속 청소를 한다.

피 묻은 밸트쏘우를 분해해서 세제를 뿌려가며 깨끗이 닦아내고, 바닥 여기저기 튄 피들도 다 지운다. 바닥에 깔려있던 피 묻은 비닐과 옷가지들은 화목난로에 넣어서 싹 다 태워 버렸다.


한 번씩 삶았던 내장과 선지를 냄비에 넣어, 된장과 고추장 시래기 양파 같은 걸 대충 잘라 넣어 선지해장국을 끓였다.


“하아... 다했다”


해가 중천에 와서야 현수는 기본적인 청소를 다 했다.

창고를 쓱 둘러보는데, 얼핏 봐서는 평소랑 다를게 하나도 없다.


성일이는 진즉에 일어나서 출근했고,

당장 그 누가 와서 보더라도 아무의심 없을거니까...

한숨 자자.

너무 피곤하다.

조금만 눈 붙였다가 마저 하자.



* * *


잠깐 자고 일어난 강현수가 다시 창고로 가서 타고 남은 뼈를 챙긴다.

고열에 태우면서 수분도 빠졌고, 강도도 약해졌지만 사람의 형체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혹시라도 누가 볼까 천 쪼가리로 덮어서 공방으로 들고 들어 온다.

이제 이 뼈들만 싹 없애버리면 완벽 범죄다.


이번에 쓸 것은 밸트샌더.

긴 띄로 된 사포가 무한히 회전하면서 나무를 갈아낼 때 쓰는 장비다.

현수가 밸트샌더와 먼지를 빨아들이는 집진기를 같이 킨다.


웨에엥.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기계가 동작한다.

치이익. 치이익.

갈비뼈를 하나 집어 밸트샌더에 대자마자 빠르게 갈려나가면서 가루가 되어 집진기로 빨려 들어간다. 순식간에 갈비뼈 한대가 사라진다.

누가 봐도 사람 뼈인 머리뼈와 척추, 갈비, 골반 만큼은 제 형체를 알 수 없게 완전히 갈아서 없애야 한다.

뼈 개수가 조금 많다.

반복적으로 작업하는 수밖에 없다.


치이익. 칙. 치이익.

더 갈기 힘들 정도로 작아진 뼈는 한곳에 모아둔다.

모아 놓은 뼈들을 망치로 내려쳐서 한 번 더 깨트린다.

이제는 원래 뼈였는지도 모를 정도.

아까 아침에 끓인 선지해장국은 다 식었다.

국물은 변기에 흘려 버리고, 건져낸 건더기와 잘게 깨진 뼈들을 섞어 지퍼백에담는다.

조금씩 음식 쓰레기로 버리기 위해 냉동실에 얼려둘 생각이다.


청소기로 공방 곳곳을 싹 빨아내고, 바닥을 물걸레로 닦는다.

혹시 모르니 한번더 청소기로 한번더 먼지를 빨아들인다.


현수가 할 수 있는 청소는 다 했다.

마지막으로, 집진기와 청소기를 비워, 모아놓은 톱밥과 뼛가루를 화목난로에 넣어 태운다.


‘그래도 친구였는데... 꼭 죽였어야만 했던걸까... 과연 이게 최선이였을까...’


현수가 죄책감에 사로잡히려는 것을 털어내며, 아버지의 술 장식장 앞에 선다.

모든 것이 끝났다. 기념으로 아버지가 직접 만든 담금주를 마실생각이다.

성일이와 함께.

이왕이면 가장 좋은 술로 마시는 게 좋겠지?

현수가 담금주들을 하나씩 열어보며 향을 음미했다.

어떤 술을 마실까.


이 중에 제일 괜찮은 녀석을 골라서 가지고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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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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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1. 에필로그 23.08.16 21 1 7쪽
32 30. 행적 23.08.16 18 0 17쪽
» 29. 담금주 23.08.16 19 0 10쪽
30 28. 동맹 23.08.16 19 0 11쪽
29 27. 대치 23.08.16 19 0 11쪽
28 26. 굴레 23.08.16 17 0 9쪽
27 25. 다솜분식 23.08.16 17 0 10쪽
26 24. 합의 23.08.16 22 0 9쪽
25 23. 장막 23.08.16 17 0 13쪽
24 22. 교살 23.08.16 19 0 11쪽
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22 20. 설득 23.08.16 17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0 0 10쪽
20 18. 일상 23.08.16 21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2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3 1 11쪽
17 15. 선 긋기 23.08.16 21 0 10쪽
16 14. 뒷처리 23.08.16 26 0 11쪽
15 13. 대리운전 23.08.16 25 0 10쪽
14 12. 루나코인 23.08.16 23 0 10쪽
13 11. 공사대금횡령 23.08.16 23 0 11쪽
12 10. 이민가방의 정체 23.08.16 30 0 9쪽
11 09. 검은색 이민가방 23.08.16 27 0 11쪽
10 08. 압수수색 23.08.16 28 0 8쪽
9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1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30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4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5 03. 단서 발견 23.08.16 40 0 11쪽
4 02. 실종자 명단 23.08.16 46 0 12쪽
3 01. 신원미상의 시체 23.08.16 70 1 12쪽
2 00. 프롤로그 23.08.16 67 0 5쪽
1 0. 작품소개 23.08.16 97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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